올해 수퍼보울 광고 중에서는 단연 CBS의 자사 토크쇼 프로그램인 'Late Show with David Letterman' 홍보물이 가장 큰 화제가 됐다.
코미디계의 '앙숙'인 데이비드 레터맨과 NBC 투나잇쇼의 진행자로 유명한 제이 레노가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와 함께 수퍼보울을 시청하는 내용이다. 오프라를 가운데에 두고 나란히 소파에서 수퍼보울을 시청하다 레터맨이 "정말 이건 최악의 수퍼보울 파티다"라고 투덜대자 오프라가 "그래도 말을 그렇게 하면 안되지. 예의를 지켜"라고 타이른다. 레노는 "쟤가 저렇게 불평불만인 건 내가 여기 앉아있기 때문이야"라는 말에 레터맨이 레노의 얇은 목소리 흉내를 내며 비아냥대면서 광고가 끝난다.
TV업계는 벌써부터 '역사상 가장 쇼킹한 광고'가 될 것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레노와 레터맨이 사과했을리 없다'며 '레노를 그래픽 처리한 게 아니냐'는 의심스런 눈초리도 있으나 오프라는 트위터를 통해 "지난 주 화요일 뉴욕 스튜디오에서 함께 광고를 찍은 게 맞다"고 밝혔다.
네티즌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광고를 보다가 턱이 빠질 뻔했다. 너무 충격적이다" "사상 최고의 광고다"라는 등 칭찬일색이었다.
레터맨과 레노는 90년대초 '토크쇼의 제왕' 자니 카슨이 은퇴하며 공석이 된 투나잇쇼 호스트 자리를 놓고 경쟁 레노가 이기면서 껄끄런 사이가 됐다.
특히 지난해 말 심야토크쇼 논쟁이 전국적인 이슈가 되면서 이들은 공개적으로 서로를 헐뜯었다.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투나잇쇼를 진행한 레노가 후배인 코난 오브라이언에게 호스트 자리를 물려줬으나 시청률이 절반 이상 뚝 떨어지면서 NBC가 오브라이언을 해고하고 다시 레노를 영입하자 레터맨의 강도높은 비난이 이어졌다. 레터맨은 "레노는 남의 밥그릇을 뺏는 데 제왕"이라고 쏘아붙였고 레노도 "요새 레터맨이 계속 나를 건드린다. 난 레터맨이 인턴들만 건드는 줄 알았는 데…"라고 조크 지난해 초 인턴들과 성관계를 가져 물의를 일으킨 레터맨의 과거를 들먹이며 반격을 가해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된 듯 했다.
레노는 올해 동계 올림픽 후 다시 투나잇쇼를 진행한다. 이번에 파격적으로 동시간대 라이벌인 레터맨의 쇼를 홍보해주면서 일단 둘은 화해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레노의 출연은 '화해'보다는 '자기 PR' 성격이 짙다. 오브라이언을 밀어낸 뒤 언론과 팬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어 '화해'하는 제스추어를 취해야 예전의 '나이스 가이' 이미지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