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21.사진)의 아버지 이우근 씨(53)는 최근 달력을 보다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2월16일에 동그라미를 치고 '인생역전'이라고 적어 놓았기 때문이다. 캐나다로 떠난 딸이 남긴 '각오의 메시지'였다. 16일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 선수가 기대한 '인생역전'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
이상화가 각오한 대로 금메달을 따내자 이상화 선수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 김인순 씨(49)는 "토리노대회 때의 한을 오늘에야…"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빠 이상준 씨(24)도 "내 몫까지 탄다더니 결국은 금메달까지 땄다"며 기뻐했다.
오빠 이 씨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다. 동생에게 스케이트를 가르친 사람도 그였다. 이 선수는 은석초등학교 1학년 때 스케이트에 빠져 "나도 스케이트 선수를 시켜 달라"고 부모를 졸랐다. 고교 교직원이던 아버지 이 씨는 둘씩이나 스케이트를 시킬 형편이 안 돼 오빠에게 스케이트를 포기하라고 설득했다.
중학교 때 운동을 그만둔 오빠 이 씨는 "동생을 원망한 적도 많았다"면서 "동생도 미안했는지 '늘 오빠 몫까지 타고 있다'고 말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 씨 부부는 이 선수를 외국에 전지훈련을 보내기 위해 은행에서 700만 원을 빌리기도 했고 집 지하에 옷 공장을 차려 부업을 하며 뒷바라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