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학] '순간적 참사' 남성의 생존율 높은 까닭은?
타이태닉호와 루시태니아호 참사 비교
순식간에 분비 되는 아드레날린이 생존 본능 작동
시간 지나면 이성적 사고 돌아와 여성·어린이 배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는 대형 재앙과 관련해 남성의 생존율이 여성보다 꼭 높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스위스와 호주 공동 연구팀은 최근 미국의 학술원회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남성의 생존 본능이 위기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과 호주 퀸즈랜드 대학 연구팀은 약 100년 전 대서양에서 침몰한 두 척의 대형 선박의 생존자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두 척의 배 가운데 하나는 영화로도 잘 알려진 타이태닉(Titanic)호였으며 다른 하나는 독일군의 어뢰 공격으로 파괴된 루시태니아(Lusitania) 호였다.
1912년과 1915년에 침몰된 이들 두 선박은 항해 당시 각각 2207명 1949명의 승객을 태우고 있었다. 사고 원인은 빙산과 충돌(타이태닉) 어뢰 공격(루시태니아)으로 전혀 달랐지만 승선자들의 생존율은 각각 68.7%와 67.3%로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
그러나 생존율을 제외한 생존자들의 면면은 두 선박의 침몰 사건에서 전적으로 다르게 나타났다.
타이태닉 호의 경우 여성의 생존율이 남성보다 53% 가량 높았다. 반면 루시태니아 호에서는 여성이 생존율이 남성보다 1.1 % 가량 낮았다.
어린이들의 생존율 또한 두 선박에서 차이가 상당히 컸다. 타이태닉 호의 경우 어린이 생존율이 어른보다 14.8% 가량 높았던데 비해 루시태니아 호에서는 반대로 어른보다 5.3% 가량 낮았다.
이 같이 현저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먼저 승객의 입선 특성 즉 1등 객실 손님이냐 3등 객실 손님이냐 등에 따라 생존율에 차이가 났다. 갑판에서 제일 아래쪽에 위치한 3등 객실의 승객이 위쪽의 고급 객실의 승객보다 바다로 탈출하기 어려운 탓에 희생이 더 컸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인 요인을 제외할 경우 남녀 간 또 성인과 어린이 간의 생존율 차이를 결정짓는 핵심은 대체로 남성들의 생존 본능이었다. 위기에 몰렸을 경우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다.
아드레날린은 급속히 분비되지만 그만큼 빨리 분해되는 특성이 있다. 다시 말해 아드레날린은 짧은 시간 동안에 생존 본능을 작동시키는 가장 결정적인 호르몬이라는 뜻이다. 남녀가 똑같이 아드레날린의 지배를 받는다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근육 등을 갖고 있는 남성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연구팀은 루시태니아 호에 승선해 있던 남성들의 생존율이 타이태닉 호에 비해 월등했던 것은 루시태니아 호가 '순식간'에 침몰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타이태닉 호는 빙산과 부딪힌 후 침몰하기 까지 2시간 40분이 걸린 데 비해 루시태니아 호는 18분에 불과했다. 루시태니아 호에 탔던 남성들은 달리 생각할 겨를도 없이 생존 본능 즉 아드레날린의 지시에 충실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반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타이태닉 호에서는 적지 않은 남성 승객들이 여성과 어린이들을 우선 구난 보트에 태우는 등 희생 정신을 발휘했다. 생물학적으로 볼때 급격하게 분비된 아드레날린이 다 분해되고 나서 한 차원 높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이 때문에 여성과 아이들을 먼저 대피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대형 사고에는 여러 요인이 관계돼 있지만 재난을 당했을 때 사람들의 대응 심리나 구조물 등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다면 손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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