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빨간 글씨가 있는 날이 기다려 지는 것이 모든 이들의 마음이지만 월급쟁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것은 공휴일일 것이다.
공휴일이 다가오면 직원들이 신나게 회사 문앞에 "휴일에 쉽니다"라는 영어 문구의 싸인을 붙이는데 뭐라 지시할 필요도 없다. 다른 일에 이토록 적극적이라면 하는 생각이 들만큼…
하필이면 이런 날 6개월이고 1년이고 나타나지 않던 셀러나 바이어가 서류 픽업을 위해 공교롭게 들르기도 하고 급하게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아무리 손님이 2시에 약속을 하였어도 피치못할 사정으로 4시에 연락없이 오는 경우도 있고 이미 멀리서 출발하여 오느라 통보없이 찾아오는 일도 있다.
"영업 시간은 약속 시간"이다. 지난 달 한 사업체의 매매에 예기치못한 셀러의 행동으로 바이어가 소장을 보내는 일이 있었다. 테리야키를 메뉴로 하는 식당으로 주인인 셀러가 거의 업소에 나오지 못하는 사정으로 이미 에스크로가 열렸으니 어차피 매달 적자 운영이므로 종업원 다 쉬게 하고 매상 점검 후 가게의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누구나 사업체를 계약하고 나면 수없이 가게를 가보고 동네를 돌아보고 요리 조리로 알아 보는 것이 으례 바이어가 하는 일이라면 이미 마음이 떠났어도 평소대로 운영을 해야하는 것이 셀러의 의무이다.
"정상적 영업 시간"에 대한 조항은 에스크로 서류에도 정확하게 명시돼 있다. 셀러는 에스크로 기간내에 어떠한 눈에 띄는 변화나 수정도 인수인계가 끝날 때까지 바이어의 허락없이 할 수 없으며 이는 "권리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내용이다.
장비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기계와 장비 설비등은 있는 그대로 바이어가 인수 받는다 해도 작동에 하자가 없어야 하고 업그레이드나 보완을 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라고 봐야 한다. "AS-IS"이냐 "WORKING CONDITION"인가 하는 것이 결코 상반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바이어와 셀러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업장의 영업시간이 그대로여야 하고 기계도 정상적으로 작동이 돼야만 하는 것이지 그 어떤 변화나 비정상적인 탈바꿈이 있으면 클로징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바이어의 항의가 빗발치고 건물주의 질책으로 리스를 받는데에도 문제가 생기므로 급기야 가족이 총동원돼 다시 식당을 오픈하고 부랴 부랴 정상적인 영업을 하느라고 이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들이는 셀러를 보며 자칫 바이어까지 등을 돌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었다.
다행히 큰 포부를 가지고 식당을 키우고자 하는 바이어의 너그러운 마음과 건물주의 이해로 고비를 넘기기는 했지만 더 많은 수고와 비용을 들인 셀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