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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향기] 불교의 세가지 보물

Los Angeles

2010.03.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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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익/태고사를 돕는 사람들 대표
안 그래도 돈에 눈 먼 도굴꾼들이 몰래 밤중에 연장을 써서 오래 된 탑을 마구 헤집거나 면도날로 절의 탱화를 감쪽같이 도려 가곤 하는 세상인데 불교에 세 가지 보물이 있다고 이리 함부로 내뱉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너무 거창한 보물이라서 훔쳐 가기도 쉽지 않고 설사 훔쳤더라도 장물로 잡아 주는 곳도 돈으로 바꿔 주는 곳도 없으니 다행이다. 도대체 무슨 보밴고 하니 부처님과 부처님이 밝히신 진리 그리고 부처님을 따르는 무리다. 세상에 아무리 큰 도적이 있더라도 이 셋 가운데 어느 하나를 감당할 엄두도 못 낼 것이다.

흔히들 불 법 승 삼보라고 하는데 붓다 다르마 상가라고도 한다. 불자란 이 삼보를 받들어 따르고 기리며 힘모아 이를 지켜 내는 이들이다.

그리고 불교에서 이 삼보를 빼면 남는 것이 없다. 사찰도 마찬가지다. 혹시 이 세 가지 보물 외의 것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면 다 군더더기요 일시적인 방편들이며 차마 내치지 못해 맞아들인 손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불이란 부처님인데 역사적 인물인 싯다르타 태자가 오랜 수행 끝에 성불하여 되신 석가모니 부처님이시다. 그 후 이 분의 화신으로 중생을 때맞추어 건지기 위한 방편과 역할 분담으로 여러 부처님들이 생겨나 모셔졌다.

이론상으로는 우리 중생 모두가 부처의 씨앗을 품은 잠재적인 부처들이다. 그러니 탱화나 불단에 모셔진 부처님 상이 여기저기 많아 좀 어지럽더라도 위화감만 가지지 말고 연유를 알아보고 이해를 해 가는 것이 좋다. 중생이 많은 만큼 그 중생의 마음이 여러 갈래인 만큼 그 마음을 가라앉히고 달래 줄 부처님의 얼굴이 많을 수도 있지 않겠나. 결국은 한 부처님의 여러 모습일 뿐이며 하나가 여럿이요 여럿이 하나임을 알 날이 있으리라.

그리고 불교에서 법이란 검사가 사람 잡아넣기 전에 한 번 씩 짚어 봐야 하는 그런 법조문이 아니다. 부처님이 이 세상의 참 모습과 그 변해 가는 이치로서 밝히신 불교의 핵심 진리를 말한다.

글로 써 놓으면 경전 속에 숨어 있는 다르마요 깊은 수행 끝에 어느 순간 머릿속에서 만나면 확철대오 깨달음이다. 하기야 불교의 모든 것이 다 이 법을 깨닫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승인데 본래는 상가라고 하여 부처님을 따르는 남녀 출가 수행자 집단 즉 비구와 비구니들의 공동체를 가리켰다. 그러다 후대에 와서 특히 대승불교가 퍼져나감에 따라 일부에서는 재가 남녀 신도인 우바새 우바이까지를 포함한 사부대중 모두를 상가라고 일컫기도 했다.

어쨌든 이 세 가지 보물을 간직하고 있어야 불교지 이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 버렸거나 가짜배기를 갖다 놓고 있다면 문제다. 다행히 한국 불교는 오랜 핍박과 모멸 속에서 끊어질듯 지워질듯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온갖 방편으로 이 보물들을 지켜 왔고 그 인적 물적 중심 되는 보금자리가 산중 유명 사찰들이다.

양산의 통도사는 그 옛날 바다를 건너온 부처님의 진신 사리가 모셔진 불보 사찰이다. 법보도 승보도 다 잘 보존 되었지만 특히 불보에 방점이 쳐진 대가람이다. 마찬가지로 합천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모신 법보 사찰이다. 그리고 순천의 송광사는 승보 사찰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진 이래 한 번도 끊임없이 승가의 전통을 면면히 이어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세 가지 보물이 다 반도의 남쪽에 치우쳐 자리잡았는데 분단의 현실을 볼 때 참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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