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타운 시니어 & 커뮤니티 센터(이하 시니어센터) 신영신 이사장은 도약의 디딤돌을 쌓기 시작한 첫 주자로 평가된다. 시니어센터가 LA시에게 받은 건립 지원 융자금 190만 달러를 모두 상환한 이후 취임, 본격적으로 센터 활동을 확장 및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주(衣食住)’는 신 이사장의 핵심 어젠다였다. 수많은 옷을 기부받아 시니어들에게 나누고, 무료 점심 도시락 배식도 처음 시작했다. 변호사들과 협력해 한인 노인 아파트 건설 방안도 물색했다. 시니어센터가 내달 1일부터 이사장 일원 체제에서 회장, 이사장 이원 체제로 전환된다. 이현옥 신임 회장이 센터 사무 운영과 대외활동을 도맡고, 신 이사장은 한발 뒤로 물러나 이사회 운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본지는 지난 27일 신 이사장을 만나 지난 2년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2년간 사령탑을 맡았는데. “아직 시니어센터에는 필요한 게 많다. 그러나 기틀을 잡고 한 단계씩 발전해나가고 있는 모습들을 목격할 수 있어 감동과 뿌듯함을 느낀다.” -그동안 시니어센터에 가장 큰 변화는. “시니어 수가 늘었고 이에 시니어센터 위상도 함께 높아졌다. 취임 전보다 30% 가량 증가했다. 시니어들이 집에만 있지 않고 밖으로 나와 활기찬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다. 그 결과, 시니어센터가 주관하는 강좌 수가 39개에서 49개로 확대되기도 했다.” -수강생 급증 비결은. “각 수업을 이끄는 강사들의 노력과 헌신이다. 모두 자원봉사자다. 시니어들을 한 시간 가르치기 위해 왕복 두 시간 거리에서 오는 강사도 있다. 그들의 봉사 정신이 있었기에 수업들을 유지하고, 수준을 향상할 수 있었다.” -파트너십도 확대했는데. “LA한인상공회의소, LA시 노인국, USC 등 유수 기관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오로지 시니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상공회의소가 소유하고 있는 다울정의 위탁 운영을 맡아 시설을 정돈하고 시니어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지금은 시니어들이 담소를 나누고, 점심 도시락을 함께 먹고, 야외 수업까지 진행되는 등 시니어들이 가장 애용하는 장소가 됐다. USC와는 파트너십을 맺어 내년 6월까지 건강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시니어센터가 석학들 연구에 참여했다는 것은 한 단계 성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무료 점심 도시락을 처음 시작했는데. “제이미 파체코-오로스코 LA시 노인국장이 지난 2023년 8월에 시니어센터를 찾았다. 그와 면담 당시, 단도직입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노인국장은 현금 직접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대신, 식사 지원 업체를 연결해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LA시 식사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업체로부터 점심 도시락을 제공받기 시작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처음에 200개로 시작했는데 시니어들 입맛에 안 맞고 수준도 낮았다. 게다가 예산 등 복합적인 문제로 수량도 줄었다. 변동성이 좀 있었다. 그래서 내달 1일 재개되는 점심 도시락은 신경을 좀 더 썼다.” -본업을 살려 시니어들에게 의류 나눔도 했다. “이사장이 되기 전, 자바 시장에 있는 한 업체가 익명으로 시니어센터에 티셔츠 1000벌을 기부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래서 취임 이후 의류협회와 주변 의류업계 종사자들에게 시니어들을 위해 의류 기부를 요청했다. 그 결과 옷이 1만 벌 이상 모였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기대하지 않았던 감동의 순간이 정말 많았다. 그래도 한순간을 꼽아야 한다면 시니어센터 하모니카반이 프로 아이스하키팀 LA 킹스 무대 위에 올라 미국 국가를 연주했을 때다. 중앙일보를 비롯한 전국 주류 언론사도 연이어 보도하고, 전 세계적으로 시니어센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덕분에 30~40명 수준이던 하모니카반 수강생이 이번에 80명으로 급증했다.” -운영 기금 약정 프로그램은. “하기환 초대 이사장이 제안한 기금 약정 프로그램(매년 1만 달러씩, 10년간 총 10만 달러)을 처음 시작했을 때 참여자가 14명이었는데 지금은 17명으로 늘었다. 시니어센터 비전에 동참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앞으로 계획은. “이사장으로서 이사회 운영에 집중하려고 한다. 최근 정관이 수정되면서 이사회 정원이 50명에서 100명으로 늘었는데 이사 수를 더 늘릴 생각이다. 이사장 취임 당시 이사가 22명이었는데 지금은 39명이다. 이사회 평균 나이도 70대에서 50대로 크게 젊어졌다. 한인 사회를 이끌어갈 차세대들이 더 동참해주면 좋겠다. 직간접적으로 센터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좋은 뜻에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사로 영입할 계획이다.” - 한인 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은. “LA 한인타운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고 있는 것 같다. 시니어센터의 활기찬 분위기와 환경이 한인타운에도 잘 적용돼 한인 사회와 시니어센터가 동반 성장하길 기대한다.” 김경준 기자신영신 감동 시니어센터 프로그램 이하 시니어센터 신영신 이사장
2025.06.29. 20:38
이달 중순 우리 가족은 미주중앙일보 창간 50주년 축하 행사로 열린 팝페라 그룹 ‘라 포엠’의 공연을 보기 위해 LA를 방문했다. 집에서 LA로 향하는 길의 운전대는 아직은 방향 감각이 좋고 길눈이 밝은 내가 잡았다. 처음 찾아가는 LA다운타운의 빌딩 숲을 바라보며 복잡한 110번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브로드웨이 길로 향했다. 그런데 로컬 도로에 들어서니 물통과 밀대를 든 건장한 체격의 흑인 7명이 신호 대기 중인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유리창을 닦으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오래전 문학 행사를 마치고 늦은 밤 귀가 중 LA한인타운 웨스턴 길에서 흑인 2명이 내게 차 유리창을 닦으라고 강요하던 무서운 기억이 떠올랐다. 다행히 신호등은 곧 바뀌었고 나는 ‘사양한다’는 신호를 보내며 아무일 없이 그곳을 지날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사이 LA를 비롯한 미국 대도시에 홈리스가 부쩍 늘었다는 소식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이 나라가 어떻게 될지 한숨만 나오는 요즘이다. 공연 시간 훨씬 전에 도착한 덕에 공연장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고층 빌딩이 어찌나 많은지 넓은 브로드웨이 길이 마치 골목처럼 보였다. 공연장은 너무나 우아하고 정교한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공연장은 1919년 찰리 채플린 등이 만들었다는 유명한 ‘유나이티드(The United) 극장’. 아직 유럽 여행은 못 해 봤지만, 유럽의 유명한 극장 같았다. 공연장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사진을 찍으면서도 행복했다. ‘라 포엠(La Poem)’은 한국의 ‘일디보’ 같은 성악도 네 사람이 결성한 팝페라 그룹. LA에 오기 전 워싱턴DC와 댈러스에서 공연을 마쳐 얼마나 피곤했을까마는, 그들이 열창하는 팝페라는 고풍스러운 극장을 우렁차게 휘감았다. 극장 직원들도 홀에 서 있던 바텐더들도 모두 놀라는 표정으로 듣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왠지 나도 어깨가 으쓱해졌다. 스피커 음향도 정말 최고였다. ‘라 포엠’ 멤버들의 의상 또한 요란하거나 천박하지 않고, 세련되고 멋졌다. 한국어와 영어, 또 외국어로 부르는 노래들도 지루하지 않았다. 곡마다 자연스러운 대화로 소개하는 ‘라 포엠’의 공연은 최고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이 멀어 우리 가족은 인근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그 시간 역시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는 의미 있는 것이었다. 이 행사를 완벽하게 준비한 주최 측과 무대 뒤에서 묵묵히 수고한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최미자 / 수필가열린 광장 감동 공연 공연장 근처 공연 시간 la 공연
2024.10.30. 19:39
그레그 크웨다르 감독이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연기를 가르쳤던 경험과 살인죄 누명을 쓰고 25년간 억울한 감옥 생활을 해야 했던 어느 한 예술가의 실화를 토대로, 연극과 같은 예술 프로그램이 재소자들의 재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감동을 생생하게 전하는 영화. 지난 7월 개봉 이래 꾸준히 오스카상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싱싱(Sing Sing)’은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의 클리셰와는 거리가 멀다. 콘크리트와 철조망으로 화면을 채우는 대신, 실화를 바탕으로 실제 교도소에서 촬영됐고 연출, 각본은 물론 스태프들이 교도소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는 실제 교도소 수감 생활 중 RTA에 참여했던 비전문 배우 13명이 출연한다. RTA란 Rehabilitation Through the Arts, 즉 ‘예술을 통한 재활 프로그램’을 뜻한다. 영화는 RTA 참여자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예술 프로그램의 치유 기능을 강조한다. 죽음의 방식조차도 우리의 생각과 많이 다를 만큼 거친 삶을 살아온 남성들이 자신의 영혼을 드러내고 약한 모습을 고백함으로 변화에 이르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위압적 마초 문화에 젖어 평생을 범죄의 언저리에서 살아왔던 수감자들이 연기에 몰입한다. 그들은 RTA에 참여하면서 셰익스피어 희곡, 드라마, 코미디를 통해 삶의 목적, 멘토링, 공동체 의식과 접하게 된다. 수색, 보안 검사, 야간 봉쇄 등 감옥의 폐쇄적 일상의 지루함에서 잠시나마 해방되어 궁극적으로 사회가 원하는 커뮤니티 지향의 사람으로 변화해 간다. 수치심과 죄책감이 가득한 곳, 한때는 말하는 것조차 금지됐던 뉴욕 주 최고 보안 등급의 감옥소 싱싱. 이야기의 중심에는 두 남자가 있다. 존 디바인 G. 위트필드(콜맨 도밍고)와 클레런스 매클린. (재소자 매클린이 스스로 자신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디바인 G.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살인죄로 기소되어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하나님이 자기를 이곳에 보낸 이유가 있다고 믿으며 기독교 신앙에 매달린다. DJ와 배우 경력이 있는 그는 연극, 음악, 춤, 시각 예술 등을 활용해 수감자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RTA를 창안해 낸다. 그는 예술이 재활과 개인적 성장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조용한 가운데 RTA를 야심 차게 밀고 나가는 디바인 G.는 미래를 포기하고 살아가는 동료 수감자들에게 교도소 벽 너머의 삶을 보게 한다. 그리고 교도소 내 변호사로 일하며 도서관에서 법을 공부하고 다른 수감자의 법적 소송을 돕는다. 디바인 G.의 리더십은 극단에 갱 멤버 매클린이 합류하면서 도전을 받는다. 무장 강도로 싱싱에 들어온 그는 감옥에서도 여전히 마약을 거래한다. 그가 우연히 RTA를 접하게 되고 연기에 입문한다. 감옥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인 그에게 연기 연습은 마이크 타이슨이 발레 연습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점차 RTA를 통해 감정을 제어하는 방법을 배우고 무대 위에서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매클린, 어느덧 무대 위의 자연스러운 배우가 되어 있다. 그는 디바인G.와 교류하며 그의 진정성에 감화되고 결국 RTA를 통해 갱스터의 정체성을 벗어내고 새사람이 된다. 상반된 두 남자 디바인 G와 매클린, 대립에서 시작된 이들 사이에 우정이 싹튼다. 이들의 브로맨스는 이후 매클린이 이 영화의 작가 중 한 명으로 극본에 참여하는 일로 이어진다. 그동안 연습했던 시간여행 뮤지컬 코미디 ‘Breakin’ the Mummy’s Code’의 공연 날이 임박해 오자 무대에 오르기를 겁내 하는 터프가이들은 순진하고 귀여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 디바인 G.는 공연을 위해 자신의 사면 심사를 연기한다. RTA의 참된 의미는 공연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중요한 건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치유의 순간들이다. 강함만이 생존의 수단이던 그들에게서 인간의 부드러운 본성을 찾아내는 일이다. 절망 속에서 수감자들은 인생의 새로운 목적과 자아를 찾는 험난한 여정을 함께 공유한다. 영화는 다수의 실제 수감자들을 캐스팅하여 진정성과 극적인 연대감의 효과를 끌어내는 데 성공한다. 평생 폭력을 휘두르던 범죄자들이 그들의 실제 삶을 연기한다. 영화 ‘싱싱’은 연극을 통해 ‘감옥 속의 청중’과 직접 대화하고 그들의 앞날에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싱싱’은 콜맨 도밍고의 탁월한 연기력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는 영화다. 지난해 ‘러스틴’으로 오스카상 남우주연 후보에 올랐던 그는 올해에도 ‘싱싱’에서의 감동적인 연기로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될 것이 분명하다. 한편 타임지는 그를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선정했다. 억울한 옥살이 25년,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글을 쓰고 연극에 대한 정열을 불태웠던 디바인 G.는 결국 무죄 판결을 받고 감옥에서 풀려난다. 그리고 이후에도 교도소 개혁과 수감자 재활을 위한 노력을 지속, RTA 프로그램은 뉴욕 주 전역의 교정시설로 확장됐다. 주립 교도소의 재범률이 평균 60%로 추산되는 것에 반해 RTA를 경험한 수감자들의 재범률은 2%에 불과한 통계가 프로그램의 실효를 입증한다. 그는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고 그중 일곱 권이 각색되어 영화로 만들어졌다. 출판 관련 상도 다섯 차례 수상했다. 수치심과 죄책감은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 수치심과 죄책감이 생각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행동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예술은 절망에 빠져 있는 자들을 설득하고 희망을 제시하는 힘을 지녔다. 가장 암울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제시하는 영화 ‘싱싱’에 담긴 메시지다. 김 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승리 감동 예술 프로그램 교도소 재소자들 교도소 재활
2024.10.23. 17:49
'남가주 밀알 선교단'이 주최하는 2024 밀알의 밤이 오는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 동안 '위로(이사야서 40:1)'를 주제로 진행된다. 한국의 유명 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 공연 기획자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하림'을 게스트로 초청해 멋진 공연과 함께 그의 인생과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하림은 1996년 '벤(VEN)'이라는 3인조 남성 그룹으로 데뷔하였고 2001년 윤종신의 도움으로 1집 '다중 인격자'를 발표했다. 이후 '출국', '난치병',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현재는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공연 기획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림은 신실한 크리스천으로도 유명하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찬양, 간증 콘서트는 물론, CCM 피처링에도 적극 참여하며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밀알의 밤은 하림의 진솔한 삶의 나눔이 가득할 예정이다. 한편, 남가주 밀알 선교단에서는 매년 가을 밀알의 밤을 개최하며 미주 동포들에게 작은 위로와 휴식을 안겨주고 있다. 밀알의 밤은 또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학업에 열중하는 장애인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 재원 마련을 위한 축복의 통로 역할도 담당한다. 이번 밀알의 밤을 통해 모금된 수익금 전액 역시 장애인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되며, 장소와 일시는 아래와 같다. 10월 4일(금) 7시 30분, ANC 온누리 교회 10월 5일(토) 저녁 6시, 감사 한인 교회 10월 6일(일) 저녁 6시, 얼바인 온누리 교회 ▶문의:(213)368-2611 ▶상품 살펴보기: hotdeal.koreadaily.com핫딜 커밍순 감동
2024.09.29. 18:00
요즘 핫하다는 SNS Short 비디오를 보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사고 순간을 모은 것인데,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온전했을까 걱정하게 하는 자극적인 내용이었다. 사람의 말초적 흥미를 자극해 3초 안에 시선을 잡지 못하면, 대중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세상인데, 시 낭송회라니…. 미주 시학이라는 단체의 이벤트 초대를 받고 처음 든 생각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궁금해졌다. 카밀월드에 미주 시학 가상 전시관을 준비해 준 적이 있다. 처음엔, 하얀 백지에 ‘시’만 달랑 프린트해서 전시관을 만들었는데, 미주 시학의 정한옥 대표가 시화전처럼 그림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림이요?” 처음엔 손사래를 치며 “그런 건 작가님들이 해주셔야지 우리 회사는 못합니다”라고 거절했다. 그런데 그날 밤 곰곰이 생각해 보니, AI(인공지능)로 만들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미주 시학 2024년 가상 전시관이 탄생했다. 전시관을 통해, 미주 시학에 기부도 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시는 디지털 컬렉터블(Digital Collectible)로 구매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LA 한국교육원에서 미주 시학의 제15호 출판 기념회 워크숍 및 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축사를 위해 참석한 오석환 시인은 올해 배정웅 문학상을 받은 강남옥 시인의 ‘이사간다 _ 오래된 의자 네 개’라는 작품을 소개했다.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종달새’로 영미 문학상을 받은 린다 도브 작가의 시낭송과 시상식이 진행됐다. 작년 배정웅 문학상 수상자 이용언 시인의 작품 ‘고전’ 시 낭독도 있었다. 이렇게 시인이 직접 자기 시를 읽는 시낭송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 계속 시 낭독이 이어졌다. 전시관을 준비하면서, 이미 읽어본 시들이었지만 작가들이 직접 낭독할 때 느낌은 또 달랐다. 시 낭독을 위해 캐나다와 알래스카에서 온 작가들도 있었다. 모임과 작품에 대한 작가들의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참석 등록을 할 때 이름표를 달아 주셨던 분이 시낭송을 하기도 했다. 모두 십시일반으로 만들어가는 멋진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 브레이크 후에는, 린다 도브 시인이 20세기 중엽 스페인의 가장 슬픈 시들에 관해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런 멋진 모임을 15년이나 지속하고 있다는 것에 감동했다. 내년에는 더 큰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니 벌써 기대가 된다. 아무도 모르게 예쁜 꽃밭을 가꾸고 있는 이웃을 발견한 것 같은 감사한 오후였다. 허수정 / Ohhh 대표열린 광장 낭송회 감동 미주 시학 가상 전시관 문학상 시상식
2024.07.17. 19:11
가끔 사는 게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한다. 인생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살게 된다. 무의미하게 사는 것만큼 지루한 인생은 없다. 사는 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단념 하면 아무 것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포기하고 애착을 갖지 않는 삶은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인생은 감동하고, 감동시키는 자가 승리한다. 심장 박동을 치열하게 뛰게 하는 것은 용기와 감동이다. 감동은 떨림이다. 감동은 어떤 난관과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타인과 세계를 끌어안는 힘이다. 감동과 울림, 떨림이 없는 일상은 맹목적인 반복일 뿐이다. 별 거 아닌 인생을 별나게 사는 사람은 심장이 뛰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캄캄한 밤 반짝이는 별을 헤고, 떠오르는 햇살이 어둠을 지우기 시작하면 희망이란 단어를 가슴에 품는다. 단 하루도 같은 색깔의 물감을 풀지 않는 하늘은 곁을 지나간 수 없는 얼굴들을 파노라마로 펼친다. 새벽달 머리에 이고 영롱하게 맺힌 이슬은 여린 풀잎 사이를 빙그르르 돌며 땅으로 떨어진다. 제일 먼저 손 내미는 바람과 악수하고, 여린 잎새 바르르 떠는 풀잎에 인사하며, 그저께부터 짚을 물어 둥지 만들고 알을 품는 어미새를 지켜본다. 살아 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 이유 없이 목숨줄 견디는 것은 없다. .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중략) /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중략) 내 가슴이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도 소중하다. 너를 기다리는 나는, 네가 오지 못해도 너에게로 간다. 기다림의 끈을 묵으면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생명 같은 의미가 되고 꽃이 되고 지친 삶의 매듭을 푸는 열쇠가 된다. 누구인가를 기다리고, 무엇인가 열심히 추구하는 삶은 지루하지 않다. 기다림은 희망의 젖줄이다. 희망은 가슴을 벅차게 한다. 가슴 속에 소용돌이 치는 불꽃을 간직한 사람은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다. 요즘 자주 눈물을 흘린다. 눈에 밟히면 마음도 변한다. 꼭꼭 숨겨두고 빗장을 채우고 막아둔 감정의 댐이 무너지고 있는 걸까. 황무지처럼 메말랐던 생의 바다에 단비가 조금씩 내린다. 밤이면 먼 바다가 뒤척이는 아픈 소리가 들린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부터 귀가 밝아지고 가슴이 쿵쿵거리며 뛴다. 나이 들었다고 포기하고, 사는 게 힘들다고 탄식하고, 이제 다 살았다고 체념하면 죽음은 물안개처럼 발등을 적시고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끝이 어딘지 마지막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 모르는 것을 미리 짐작하고 두려워하는 건 바보짓이다. 감동은 가슴 떨리는 파도의 아우성이다. ‘임은 뭍같이 까딱 않아도’ 산산조각이 난 사랑을 붙들고 바위는 파도가 흐느끼는 심장의 소리를 듣는다. 밋밋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신바람 나는 도약을 꿈꾸는 일은 얼마나 아찔한 반전인가. 떨림과 감동, 변신 없이 두 손 놓고 떠밀려 갈 수는 없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감동 심장 감동 심장 감동 변신 가슴 애리
2024.07.09. 13:34
1890년 9월 캘리포니아의 첫 국립공원이자 미국에서 두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 세코이아 국립공원이다. 이후 1940년 바로 옆 킹스캐년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게 되는데 2차 세계대전 중 경제적인 이유로 1943년부터 두 국립공원을 같이 관리하게 되면서 '세코이아 & 킹스캐년국립공원(Sequoia & Kings Canyon National Parks)'으로 부르게 된다. 이 국립공원은 산세가 아름답고 가파르며 깊은 협곡, 강, 넓은 초원, 종유석 동굴 등이 있어 산행이나 하이커들의 파라다이스라 할 수 있다. 미국 48개 주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제외한 내륙)에서 가장 높은 산인 휘트니 산(1만4494피트)이 국립공원 동쪽에 접경하고 있는데 정상까지 2~3일 정도면 오를 수 있어 많은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 국립공원을 찾는 목적 중 하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갖고 있는 생명체(The largest living things on earth)인 '세코이아 트리'가 있기 때문이다. 나무에 터널을 만들어 자동차들이 통과할 수 있는 사진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나무 하나로 5개의 방이 있는 집 40채 정도를 지을 수 있는 크기라고 한다. 세코이아 국립공원과 킹스캐년 국립공원에는 이런 거목들이 산재한 숲이 여러 곳 있다. 특히 이 공원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갖고 있는 '셔먼 장군 나무(General Sherman Tree)'가 자이언트 포레스트라 부르는 숲에 위치하고 있는데 키가 275피트, 지름 37피트, 나무 둘레 103피트의 거목인데 나이가 약 2300~2700년 정도라 한다. 세코이아 나무들이 군집한 자이언트 포레스트는 하늘을 덮고 있는 거목들 때문에 햇볕조차 새어들지 않는 숲인데 숲의 정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산책을 하다 보면 산소통 안으로 들어온 것 같은 신선함을 느낄 것 이다. 198번 하이웨이로 진입해 '자이언트 포레스트 박물관'에 들려 이 지역에 관한 정보와 원주민들이 살던 모습을 비롯해 세코이아 나무에 관한 정보 및 산행 지도를 구하면 여행이 훨씬 즐거워 질 것이다. 또 박물관 옆에 위치한 모로락(Moro Rock)에 올라 눈 아래 펼쳐지는 파노라마 장관을 가슴에 담는 것도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이다. 참고로 198번 프리웨이는 22피트 이상의 차량은 통과할 수 없으므로 대형 차량은 프레즈노에서 들어오는 180번 프리웨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 국립공원까지는 LA에서 약 250마일가량으로 오전에 출발하면 오후에 도착할 수 있어 하루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지만 2~3일의 여정으로 떠나면 더 뜻깊은 추억이 될 것이다. 이곳까지 갔다면 킹스캐년 국립공원의 '그랜드 트리 그로브'에서 하이킹하는 것과 깎아지른 협곡 아래 줌발트 초원(Zumwalt Meadows)도 꼭 들러보길 추천한다. 더 자세 정보는 세코이아 킹스 국립공원 웹사이트(nps.gov/seki)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호영 / 삼호관광 가이드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대자연 감동 국립공원 웹사이트 국립공원 동쪽 자이언트 포레스트
2024.02.29. 17:48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과 LA뮤직센터(대표 레이첼 무어)가 공동주최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하모니 포 더 퓨쳐’ 음악회가 지난 11일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만석을 이룬 이번 음악회에서 명창 왕기철의 판소리와 국립전통예고의 판굿,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수석무용수인 서희와 안주원의 발레 등 수준 높은 K아티스트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특히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며 LA 한인과 현지인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 조수미씨는 LA에서 음악 공부하는 학생들 지원을 위한 장학금을 LA뮤직센터에 전달했다. [LA한국문화원 제공]조수미 감동 소프라노 조수미씨 조수미 la 이날 조수미씨
2023.08.13. 20:00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과장되지 않은 감동을 선사하는 곳은 단연 캐나다 로키 산맥이다. 북미 대륙의 등뼈 역할을 하고 있는 로키산맥은 미국의 뉴멕시코 주에서 캐나다 알버타 주와 브리티시 주까지 연결된 약 2700마일 길이의 북미 대륙에서는 가장 긴 산맥이지만 캐나다 로키에 더 많은 감동의 장소들이 산재해 있어 이곳을 찾는 이유다. 그러나 이곳은 겨울 내내 눈에 덮여 있다가 매년 5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품을 열고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매년 5월 중순 출발하는 삼호관광의 '캐나다 로키산맥 5일'은 서부 캐나다의 아름다운 도시 밴쿠버와 밴쿠버 섬, 빅토리아 시와 로키산맥의 비경들을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일정이다. ▶컬럼비아 아이스 필드 설상차 재스퍼 국립공원에 거대한 얼음 평원이 위치하고 있는데 이를 '컬럼비아 대빙원'이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갈라져 흐르는 아싸바스카 빙하(Athabasca Glacier)위에 특수 설상차를 운영하는 회사가 부르스터(Brewster’s Ice Age Adventure)인데 1939년에 착공한 관광도로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컬럼비아 빙원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설상차를 타고 왕복 약 5km 되는 곳 얼음 밭 한가운데에 발을 디디게 되는데 발을 디디는 곳의 얼음의 두께만도 약 300m정도다. 캐나다 로키산맥 관광 시 빼놓으면 안되는 중요 관광지다. 오가는 길에 곰이나 산 양,엘크 등 야생 동물들을 만나는 신나는 경험은 보너스다. ▶레이크 루이스 캐나다 국립공원은 1885년도 밴프 국립공원이 처음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그곳에 위치한 세계적인 비경 중 한 곳인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는 깎아지른 듯한 3464m 빅토리아 산에 얹혀있는 빙하가 녹아 형성된 에메랄드 빛 호수지만 호반에 위치한 호텔 샤토 레이크 루이스(Chateau Lake Louise)와 더글러스퍼 숲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온 듯 하다. 해발 5690피트에 위치한 관계로 매년 6월 초 정도가 되어야 호수가 녹지만 겨울에는 이곳에서 얼음조각 축제가 열리기도 하고 호수에 스케이트장이 만들어져 설국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이 호수의 원래 이름은 원주민 스토니 인디언들이 부르던 '작은 고기의 호수'였으나 당시 캐나다 총독 마르뀌스데 로네(Marquis de Lorne) 부인이며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 딸인 루이스 공주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리고 루이스 호수에서 3.5km 거리에 위치한 약 400m 높이의 산 위 산책로를 차로 오르면 '구름 속의 호수'라고 불리는 아그네스(Lake Agnes)가 나타난다. 산행 중 멋진 티하우스에서 마시는 한 잔의 차는 호수와 빙하와 숲이 녹은 향이 되어 두고두고 잊혀 지지 않는 시간이 될 것이다. 또 레이크 루이스 스키 케이블카를 타고 반대편 산 정상에서 조망하는 레이크 루이스의 모습이 감동으로 남을 것이다. 감동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감동이 찾아 오지 않는다. 감동을 찾아 자연 앞에 서는 순간, 자연은 수 만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정호영 / 삼호관광 가이드정호영의 바람으로 떠나는 숲 이야기 자연 감동 캐나다 로키산맥 레이크 루이스 루이스 호수
2023.04.06. 20:36
오랜 지인이 간암수술을 받고 집에서 요양중이라는 기별을 받고 LA행 460번 버스를 타고 가는데 USC입구부터 길이 막혀 몇 번을 돌고돌아 7가와 피게로아 부근에 힘겹게 도착했다. 곧바로 지하 메트로로 갈아타고 지인의 집을 방문했다. 혈색 좋고 당당했던 건강한 모습은 간 곳 없고 병약한 모습으로 변해 보는 마음이 애절하다. 간의 3분의 1을 절개한 대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위로의 말로 “하느님께 자네의 쾌유를 축수하겠네” 하고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웠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저 모습이 어쩌면 내일의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460번 남쪽 방면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서 1시간 30분을 기다렸지만, 버스는 오지 않았다. 뒤늦게 오늘이 LA마라톤이 열리는 날이라 버스 노선이 변경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노워크 행 메트로를 타려고 7가 지하에 있는 티켓 머신 앞으로 갔다. 티켓 구입을 위해 버튼을 눌렀는데 계속 ‘백(Back)’ 표시만 나와 당황하고 있는데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백인 중년신사의 도움으로 1.75달러 짜리 티켓을 뽑을 수 있었다. 고맙다고 2달러를 건냈더니 손사례를 치며 “괜찮다”며 인파 속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고희를 넘게 살면서 단돈 2달러에 이렇게 큰 감동을 받아 본 적이 있었던가? 그 신사가 사라진 그곳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손 잡아주는 따뜻한 선행을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옛글에 ‘少多明(소다명) 하니 使我久坐(사아구좌)’라는 말이 있다. 작은 창에서 비쳐오는 불빛이 밝고 따뜻해서 나로 하여금 오래도록 앉아있게 한다는 말이다. 원래 선행이란 크게 요란하게 하기보다 작은 불빛처럼 따스하게 비추어 그들의 마음속을 체온처럼 녹여주어야 감동이 오래 여운처럼 남는 법이다. 이산하 / 노워크독자 마당 감동 버스 노선 지하 메트로 티켓 머신
2022.10.19. 18:06
몸 불편한 주인 휠체어 미는 반려견…2000만이 감동했다 [영상] 몸이 불편한 주인의 휠체어를 밀고 길을 건너는 반려견의 영상이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는 멕시코의 에카테펙에서 휠체어에 탄 남성이 건널목으로 향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틱톡 게시자는 ‘휠체어를 미는 개’의 영상을 소개하며 해시태그에 “오늘 본 아름다운 것”,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써 소감을 남겼다. 영상을 보면 휠체어에 탄 남성은 손과 발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다. 남성의 휠체어를 움직인 것은 그의 반려견이었다. 반려견은 머리를 등받이 아래로 밀어 넣고 휠체어를 밀었다. 반려견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건널목 앞까지 방향을 바꿔가며 휠체어를 이동시켰다. 보행자 신호를 기다릴 땐 휠체어 앞으로 가 주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주인의 눈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주인 역시 불편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반려견에게 호응한다. 신호가 바뀌려 하자 반려견은 곧바로 휠체어 뒤로 돌아가 머리를 좌석 밑으로 넣고 휠체어를 밀었다. 이 영상은 조회수 2000만건을 넘어섰고 150만건의 ‘좋아요’를 받았다. 영상을 본 네티즌은 “인간에게 개는 정말 과분한 존재일지 모른다”, “전생에 엄마였나”, “충견”, “놀라운 영상이다”, “안쓰럽고 또 대견하다”, “무조건적인 사랑” 등 반응을 보였다. 디지털본부 뉴스랩영상 휠체어 감동
2022.08.05. 9:53
글을 쓰려고 컴퓨터를 켜고 ‘새 문서’ 창을 열기만 하면 바로 오래된 한 장면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 학교 가기 싫은 어느 날 시인 문병란 선생님 댁에 놀러 갔다. 문 선생님은 해직 교수이셨고, 나는 학교 가기 싫어하는 학생이었다. 둘 다 덩그러니 던져진 여유를 나눌 동료가 필요했다. 송창식의 ‘고래사냥’을 함께 들으면서 놀다가 회심의 질문을 했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처럼 글을 잘 쓸 수 있습니까?” 선생님께서 답하셨다. “글에 무엇인가를 많이 담으려고 애쓰지 말고, 빼려고 노력해봐라.” 글쓰기를 할 때 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은 고등학생이었던 당시의 나는 생전 처음 들어봤다. 내게는 의외였고 생경했고 어리둥절했다. 나를 어리둥절하게 한 의외의 내용에 무척이나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이 감동은 지금까지도 당시의 색깔과 무게를 지키며 내 안에 살고 있다. 나는 왜 감동했을까? 문 선생님의 빼기에 관한 그 말씀을 1년 후에 들었거나 1년 전에 들었어도 그날 그 시간의 감동처럼 선명하고 무거웠을까? 다른 사람에게 들었어도 내가 그때만큼 흔들렸을까? 턴테이블에서 송창식이 돌고 있지 않고, 마당 가운데로 햇볕이 널리 퍼져있지 않았어도 나는 떨렸을까? 학교를 빼먹은 불량기가 없었어도 그만큼 짜릿했을까? 하나의 감동이 찾아오기까지 수많은 진실이 수고를 아끼지 않고 모여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여기서 감동을 이루는 요소들 가운데 하나라도 빠진다면, 감동은 지금까지 나를 흔드는 힘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 그 시간에 나는 어떤 연유로 문 선생님께 글 잘 쓰는 비법을 묻고, 셀 수없이 많은 진실한 계기들이 한 점에 모여들어 감동으로 폭발하게 할 수 있었을까? 당시 나는 학교 공부는 싫었지만, 학교 담장 밖의 문장들에는 관심이 많았다. 몇 권의 시집을 읽었고, 헌책방에 가서 ‘사상계’를 몰래 사 읽었다. 나는 학교 담장을 넘나들며 문장에 눈을 뜨고 있었던 모양이다. 문장을 잘 세우고 싶다는 가당찮은 야망은 감히 내 의식의 표층으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심장을 끌어당기는 문장들이 어떻게 태어나는지를 궁금해한다는 것 정도는 나 자신에게 분명하였다. 당시의 나는 짜릿한 문장들이 태어나는 비밀을 알 필요가 있었다. 야망은 필요를 낳고, 필요는 자신을 감동의 길로 인도하는 교량이다. 나는 꿈이나 비전 등과 같은 점잖은 말 대신에 일부러 야망이라는 말을 쓴다. ‘야망’이라는 단어에서는 잘 훈련된 경주마의 거친 숨이 느껴진다. 정련된 훈련만 있고, 거친 숨이 없다면, 말은 결승점에 도달할 수 없다. 꿈을 꾸더라도 거친 숨을 쉴 수 있는 내면을 갖고 있어야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쉽게 지치지 않을 수 있다. 야망이 지배하면 당연히 필요가 생기고, 그 필요를 채우느라 지칠 새도 없고, 부패할 새도 없다. 야망이 없으면 쉽게 지치고 쉽게 부패한다. 물건이나 제도나 이념이나 철학 등은 다 문제를 해결한 결과이다. 막연한 것일지라도, 야망을 품은 사람은 문제를 발견하게 되어 있다. 언제나 야망을 채워줄 ‘필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요를 채워줄 문제가 행운처럼 눈에 들면, 그 사람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문제를 푸는 일에 자신의 전부를 던진다. 문제를 풀기 위해 문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은 우선 자기 자신을 감동시킨다.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감동하는 것, 이것이 승리하는 삶의 비결이다. 자신의 온(咸) 마음(心)이 다 반응하여 움직이는(動) 일이 일어나야 감동(感動)이라는 절차가 따라오는데, 자기 전체가 반응해서 자기 일로 받아들인 일은 안 할 도리도 없고 지칠 수도 없다. 지치지 않으니 멈추지 않을 수 있고, 멈추지 않으니 진부해지지 않는다. 삶의 생산자 위치에 서는 사람은 언제나 지치지 않고 진부해지지 않는다. 이쯤에서 우리는 쉽게 지치고 쉽게 부패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물건이 되었든, 이념이 되었든, 제도가 되었든,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들은 기실 다 감동의 산물이다. 삶에서 지치지도 않고 진부해지지도 않으면서 승리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우선 감동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도 자기 자신에게 감동할 줄 알아야 한다. 가장 먼저 자신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최진석 / 새말새몸짓 이사장기고 야망과 감동 야망과 필요 학교 담장 학교 공부
2022.07.03.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