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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 같은 차, 다른 페달

젊은 날의 결혼 생활은 내가 그려 두었던 풍경과 사뭇 달랐다. 햇살이 쏟아지는 탄탄대로일 줄 알았으나, 막상 들어선 길은 짙은 안개가 깔린 미로에 가까웠다. 어떤 날은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는 듯 위태로웠고, 또 어떤 날은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걷는 것처럼 막막했다. 그 긴 터널을 지나며 사랑이 반드시 온기만을 품은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서늘한 계절을 통과해 우리는 어느덧 ‘함께 살아낸 세월’이라는 정거장 앞에 서 있었다.   남편은 마음을 말로 꺼내놓는 일이 지독히 서툰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말 대신 소리 없는 손길로 사랑을 표현했다. 아침마다 식탁 위에 놓여 있던 따뜻한 차 한 잔, 헐거워진 문손잡이를 말없이 고쳐 놓던 투박한 손, 개스 스토브를 반짝이게 닦아 놓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앉아 있는 모습…. 그 조용한 행동들이야말로 그의 언어였고, 가족을 지키려는 한 사람의 평생의 문법이었다.   말이 닿지 않아 서로 먼 섬처럼 느껴지던 날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사랑이란 이해받는 기쁨만이 아니라, 이해받지 못하는 고독까지 품고 건너가는 여정임을 배워야 했다.   그런데도 나는 그의 기척을 지팡이 삼아 하루를 버텼다. 다정한 말이 없어도, 같은 공기 속에 그가 숨 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안도하며 살았다. 마치 칠흑 같은 밤길을 달릴 때 앞이 보이지 않아도, 발밑의 도로가 이어져 있음을 믿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보이지 않는 신뢰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제 그의 손등에는 굵은 핏줄이 드러나고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지도를 그린다. 그 거칠어진 손을 잡고 있노라면 문득 명치 끝이 아릿하다. 이 손과 발이 우리 가족을 위해 얼마나 많은 바람을 막아내고,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짊어졌을까. 그의 늙어감은 더는 슬픔이나 두려움이 아니다. 그것은 고개를 숙이게 하는 경건한 존경이며, 마음 깊이 새겨진 감사다.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서로의 낡아짐을 외면하지 않고, 그 속에서 삶의 진실을 함께 발견해가는 성스러운 일임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같은 차에 올라 서로 다른 페달을 밟으며 여기까지 왔다. 나는 조급한 마음에 자주 가속 페달을 밟았고, 그는 삶이 흔들릴 때마다 브레이크를 밟아 균형을 잡았다. 속도를 맞추지 못해 덜컹거리던 순간도 있었지만, 누군가 제때 멈추어 주지 않았다면 이 긴 길을 완주하지 못했을 것이다. 서로의 역할이 달랐기에 우리는 비로소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었다.   언젠가 이 여정도 멈출 날이 오겠지만, 그때 나는 담담히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그때는 참 외로웠지만, 돌이켜보니 그 모든 시간이 당신 덕분에 따뜻했습니다.”    아직 우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속도는 느려졌지만, 우리가 향하는 풍경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나는 여전히 설레는 마음으로 가속 페달을 밟고, 그는 곁에서 말없이 브레이크 위에 발을 올린 채 나를 지킨다.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우리는 오늘도 서로의 호흡에 발을 맞추며 생의 아름다운 길 위를 달리고 있다.  엄영아 / 수필가이아침에 페달 가속 페달 개스 스토브 결혼 생활

2026.04.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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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개스 스토브 설치 임대아파트 의무화 추진

캘리포니아 의회가 임대 아파트에 냉장고와 개스 스토브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티나 맥키너 가주 하원의원은 지난달 27일 ‘AB 628’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2026년 1월 1일부터 체결되는 모든 신규 임대계약에서 집주인이 냉장고와 조리용 스토브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법상 가주에서는 냉장고나 스토브를 제공하는 것이 법적 의무는 아니다. 이에 따라 일부 세입자들은 임대 후 중고 가전제품을 사거나 임시 조리기구를 사용하는 등 불편을 겪어 왔다.   맥키너 의원은 “냉장고와 스토브는 사치가 아닌, 현대 생활에 필수품”이라고 강조했다   법안은 당초 ‘최근 10년 이내 생산된 제품’이라는 조건을 포함했으나, 가주 아파트협회(California Apartment Association)의 반발로 해당 조항은 삭제됐다. 현재 법안은 ‘작동할 수 있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의 냉장고와 스토브 제공만을 규정하고 있다. 단, 일부 예외도 적용된다.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영구 지원 주택 ▶공용 주방을 사용하는 싱글룸 형태의 주택 ▶레지덴셜 호텔 ▶공동 주방을 갖춘 노인 주거시설 등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강한길 기자아파트 냉장고 개스 스토브 임대 아파트 조리용 스토브 미주중앙일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미국 LA뉴스 LA중앙일보 강한길

2025.04.07. 20:42

LG전자 미국법인 잇단 집단소송 피소

한국 유명 대기업의 미국법인을 대상으로 잇따라 집단소송이 제기됐다.   연방법원 가주 동부 지법에 따르면 최근 LG전자 미국법인이 제품 결함, 오염물질 배출 등의 이유로 피소됐다. 이와 관련, 연방법원에 접수된 집단소송은 총 2건이다.   먼저, LG 냉장고에 대한 결함과 관련한 문제다. 가주 지역에 사는 제프 헤네펜트(담당 변호사 트렌튼 카시마)가 소비자들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원고는 지난 2021년 9월 제빙기 등의 기능을 갖춘 LG 냉장고(모델명 LRSOS2706S)를 1838달러에 샀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냉장고 구매 후 2개월 뒤 제빙기가 고장 나면서 소음이 발생했고 물이 냉동실로 흘러 들어가 얼어붙기 시작했다”며 “이후 LG 측의 지시대로 했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기술자가 와서 부품을 교체했지만, 일시적일 뿐 결함 문제는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보증 기간이었다.   원고 측은 “LG는 곧 보증 기간이 만료될 것이라며 이후 수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연장 보증을 구매해야 한다기에 392달러를 냈다”며 “이후 회로 기판인 ‘머더보드’까지 교체했지만, 문제는 계속됐다”고 전했다.   소장에 명시된 피해 기간을 살펴보면 냉장고 구매 후 1년 넘게 고장이 반복됐던 셈이다.   현재 원고 측은 해당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배심원 재판을 요청한 상태다.   LG전자 미국법인은 개스 스토브 문제로도 피소됐다.   이 집단 소송 역시 연방법원 가주 동부 지법에 접수됐으며 가주 지역에 사는 샌드라 셰르자이가 제기했다. 이 소송은 한인 크리스틴 조 변호사가 맡고 있다.   셰르자이는 지난 2022년 10월 LG의 개스 스토브(모델명 LRGL5825F)를 샀다.     소장에서 원고 측은 가정용 개스스토브에서 각종 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오염 물질 배출과 관련한 연구 결과를 설명하면서 “피고는 오염 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소비자에게 알렸어야 했다”며 “개스스토브가 인체에 유해한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은 알지 못하고 있으며 포장이나 라벨에도 이점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소송은 각 주의 소비자 보호 법령 위반과 관련해 제기됐다. 가주를 비롯한 코네티컷, 일리노이, 메릴랜드, 미주리, 뉴욕주의 소비자들이 포함된다.   원고 측은 법원에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며 배심원 재판을 요청했다.   한편, 이번 집단 소송과 관련, 본지는 LG 미국법인 측에 입장을 듣기 위해 이메일을 보냈지만 19일 현재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장열 기자ㆍ[email protected] 미국 집단소송 제기 전자 법인 개스 스토브

2023.07.1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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