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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새 결심이 떠오른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그 순간의 체험은 한 번뿐이다. 세상의 모든 비밀은 0과 1 사이에 있다. 0은 텅 빈 상태여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고 1은 꽉 채워져서 만족한 상태이다. 나도 새해부터는 0.6만 일하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평생을 full time도 모자라 over time까지 해야만 마음이 편안했고 아이들도 학교 다닐 때 만점 플러스 보너스까지 받아오라고 다그치곤 했었다. 오늘 한 지인이 “정명숙 씨. 이제 쉬엄쉬엄 살아요” 해서 “네. 저 이제 0.6만 일할 거예요” 했더니 정말 잘 생각했다고 반가워했다. 내심 이렇게 결정을 해놓고도 새해가 가까워져 오니 ‘내가 정말 잘한 결정일까? 이렇게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데.’ 하며 반신반의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생각해 보니 나는 다르게 사는 방법을 모른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삶 말고는 그리고 멈출 수가 없었다. ‘사피엔스’의 저자이며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신작 ‘멈출 수 없는 우리’를 출간했다. ‘지구 위의 어떤 동물도 인간을 멈출 수 없을 만큼 우리 힘은 강력합니다. 우리는 자신을 멈출 수 없습니다. - 챗 GPT 같은 새로운 AI 등장에 우려를 드러내고 AI 같은 강력한 도구가 나왔을 때 그 안전을 점검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AI가 교육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며 과거에 우리는 정보를 얻고 모아왔습니다. 지금은 그 정보가 믿을만한 것인지, 믿을만한 소스에서 나온 것인지, 음모론이나 가짜 뉴스에서 나온 것인지 가려내는 능력이 그리고 조각 정보를 모아서 세상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어떻게 변화가 이루어졌는지 공부하는 것입니다.’라고 서술했다.     다른 어떤 경험도 독서를 대신할 수 없다. 얄팍한 정보를 유튜브에서 얻어 논리적으로 반박을 해보면 바로 바닥이 보인다. 지식과 경험은 천천히 근육처럼 키워진다. 지식은 독서에서 얻고 경험은 몸을 통해 체화된다. 육체적 노화는 피할 수 없어도 정신적 노화만큼은 피하고 싶다. 정신에 꾸준히 지적 자극과 간접 체험을 제공함으로 정신적 노화만큼은 속도를 줄이고 싶다. 내가 병원 일을 멈출 수 없었던 진정한 이유도 이런 지적 자극과 critical thinking 능력을 잃지 않을까 하는 겁이 나서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보며 의학적으로 그들이 어떻게 병을 얻었으며 그 병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어떻게 치료에 임하는지 태도들도 다 다르다. 또 인간적으로 환자들이 가족과 맺고 있는 관계를 통해서도 내가 접하는 경험은 너무나 귀하고 값지다. 환자마다, 가족마다 또 의사마다 병을 다루는 자세가 다르고 그로 인한 결과 또한 너무나 다르다. 항상 진중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중환자실은 내 적성에 맞았다.     이제 슬로 다운할 타이밍이다. 나의 졸저 ‘잘 죽는 법’은 결국 잘 죽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이다. 노년에 접어드니 여기저기서 슬픈 소식들이 들려온다. 그중에는 돌연사와 같은 사고사도 있고 투병 중인 지인들도 많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숫자 1을 향해, 생의 마침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 보자고 다짐해 본다. 우리는 울면서 태어났지만 웃으면서 죽을 수 있을까. ‘나는 왜 이렇지?’ 보다 ‘나는 행운아야’ 하는 태도가 훨씬 죽을 때 웃음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은 되돌아가지 않는다. 시간은 앞으로만 직진하는 일방통행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우리는 0으로 태어나서 1을 향해 끝없이 전진해야만 하는 특권(?)이 주어졌다. 우리는 울면서 태어나 주위 사람들을 웃게 했고 웃으면서 죽을 때 주위 사람들은 울 것이다.     희망찬 새해가 밝아온다. 2024년은 갑진년, 용의 해다. 용의 기운이 피어오른다. 새해에는 용의 기운을 받아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한 해로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모든 독자에게 바랍니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결심 정신적 노화 조각 정보 thinking 능력

2023.12.29. 18:10

[부동산 가이드] 새해 결심-내집 마련

어김없이 새해가 돌아왔다. 매년 맞이하는 새해이지만 팬데믹을 거쳐 일상으로 돌아와 맞이하는 만큼 마음의 각오가 예년과 다르다. 새해 첫날 많은 사람이 새해 계획을 세우고 결심을 한다. 가장 많이 결심하는 것은 운동을 시작하는 것과 살을 빼는 것이다.     하지만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내 집 마련을 결심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물론 작년 이맘때에 내 집 마련을 위해 작심을 했지만, 아직도 이 계획을 이루지 못한 분들이 많이 있다. 조사에 의하면 2021년 기준, 가주에서 100만 달러가 넘는 집이 173만채라고 한다. 미국에서 100만 달러 넘는 전체 주택 중 가주가 41%를 차지한다고 하니 가주의 주택 가격은 타주에 비해 넘사벽이다. 그 뒤로 하와이, 워싱턴 DC, 뉴욕주라고 한다. 집 가격 폭등과 급격한 이자율 상승이 2022년 내 집 마련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새해를 맞아 다시 계획한 내 집 마련 정말 이룰 수 있을까?   첫째, 내 집 마련의 가장 큰 관건은 이자율 향방이다. 2022년 초 3%의 모기지 이자율이 급격히 올라 1년 사이에 두배인 6%를 넘어섰다. 바이어들이 내 집 마련을 포기하거나 미룬 가장 큰 이유이다. 많은 전문가는 올해 모기지 이자율이 당장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다만 하반기나 2024년에는 4% 중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모기지 이자율이 올해 5% 이하로 머문다면 가격이 급격히 오르거나 떨어지지 않는 예상 가능한 시장이 된다.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서 쇼핑을 보류했던 바이어 입장에서는 주택 구매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점보론의 경우는 컨퍼밍론보다 이자율이 낮은 5% 중반이므로 융자 전문가와 미리 상담해 둔다.   둘째, 매물 수는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커 바이어에게는 최선보다 차선의 집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근 10개월 내내 부동산 거래 수가 줄어들었다. 주택 가격과 모기지 이자율 상승이 주된 이유이지만 시장에 나온 매물 수 또한 점점 줄어든 것도 바이어에게는 쉽지 않은 시장이다. 그만큼 최선을 찾을 선택지가 줄어든 셈이다. 그래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여도 매물 부족으로 바이어가 유리한 바이어스 마켓으로 바로 전환되지 않을 것이다.     전국 부동산 협회 수석분석가 로렌스 윤에 따르면 2022년에 비해 약 6.8%가 떨어진 478만채의 기존 주택이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가격은 지역에 따라 소폭 내리거나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므로 가격, 학군, 위치 등 모두 내가 100% 원하는 최선의 집을 찾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현명한 내 집 마련 요령은 우선순위를 두어 100% 만족하지 않더라도 내가 필요한 시점에 사는 것이다. 가령 자녀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어 좋은 학군으로 이사해야 한다면 최우선순위를 집의 상태나 가격보다 학군의 위치를 보고 집을 사는 요령이 필요하다.   ▶문의 : (818) 439-8949 이상규 / 뉴스타부동산 발렌시아 명예부회장부동산 가이드 새해 결심 새해 결심 새해 계획 모기지 이자율

2023.01.04. 17:42

[중앙 칼럼] 결심하기 딱 좋은 새해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을 원작으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2007년 영화 ‘더 미스트’는 충격적인 반전 결말로 기억된다. 안개에 휩싸인 소도시에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나타나고 마켓에 갇힌 주민들이 겪는 공포 스릴러다. 마켓 밖은 괴물들로 위협하고, 안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이들이 늘어나면서 주인공 일행은 차를 타고 탈출을 결심한다. 그렇게 달리던 차는 개스가 떨어져 멈추고 절망한 일행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러나 총알이 부족해 홀로 남은 주인공은 곧 안개가 걷히고 괴물들이 사라진 뒤 나타난 구조대 앞에서 오열한다.   보통 영화에서 주인공이 어떤 결심을 하고 행동에 옮기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 과정이 험난해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지만 결국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클리셰를 뒤집었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펩시, 내 전투기 내놔’도 흥미롭다. 미스트와 전혀 결이 다르지만, 주인공의 결심이 해피엔딩이 아닌 점은 비슷하다.   1995년 코카콜라와 경쟁하던 펩시는 700만 펩시 포인트를 모으면 해병대가 운영하는 수직이착륙 전투기 AV-8B 해리어Ⅱ를 경품으로 준다고 광고한다. 모두가 흘려 봤지만, 대학생 존 레너드는 등반하며 알게 된 사업가 토드 호프먼과 의기투합해 전투기를 받아내기로 한다.   펩시 12캔에 5포인트, 700만 포인트에는 840만 달러가 필요하다. 전투기 가격은 3000만 달러 이상으로 최소 2160만 달러의 차익을 낼 수 있다. 여기에 1포인트를 10센트에 살 수 있는 규정의 허점을 발견하고 이들은 ‘단돈’ 70만 달러 체크를 보내며 전투기를 달라고 요구했다.   ‘레너드 대 펩시코’ 사건으로 비화한 양측의 법정공방은 결국 펩시의 승리로 끝난다. 단순한 광고를 위한 과장된 선전인데 실제 전투기를 경품으로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었다.   새해 결심을 하는 이들이 많다. 결심은 과거의 거울이기도 하다. 후회, 회한, 결핍, 걱정을 새해라는 새로운 타임라인에 맞춰 결심으로 리셋한다. ‘자기계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일 카네기는 저서 ‘걱정하기 그만두고 살기 시작하는 법(1948)’을 통해 결심하는 순간 걱정의 50%는 사라지고, 그 결심을 실행하면 나머지 걱정의 40%가 더 없어진다고 했다.     물론 잘못된 결심은 미스트의 결말처럼 새드엔딩을 낳기도 한다. 실천한다고 모든 게 잘 된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오늘에 충실하자는 뜻 아닐까. 카네기의 말처럼 확실한 건 오늘이고, 현명한 사람은 매일매일 새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대기업 펩시와 제대로 싸워 패배한 호프먼은 결심과 실천에 관한 울림 있는 한마디를 전한다. 뇌종양을 극복하고 등반에 성공한 뒤 정상에서 그는 말한다. “오해의 소지가 분명한 광고를 해줘서 고마워, 펩시. 소송에서 안 졌다면 나는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거야.”   하나 더 좋은 소식을 전하자면 올해는 특히 새롭게 결심하고 실천하기에 더없이 좋은 한 해라는 점이다. 한국의 행정 기본법이 오는 6월 28일 자로 일부 개정돼 나이 기준이 ‘만 나이’로 바뀌어 통일되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1살이 되는 괴상한 방식을 끝내는 것으로 누구나 1~2살은 더 젊어지게 된다. 물론 나이는 숫자일 뿐이지만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새로 결심하고 실천하기 더없이 좋은 2023년 계묘년이 되리라 기대한다. 류정일 / 사회부장중앙 칼럼 결심 새해 새해 결심 수직이착륙 전투기 대기업 펩시

2023.01.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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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버나디노 카운티의 ‘헤어질 결심’

샌버나디노 카운티가 가주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51번째 주가 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수 언론매체 보도에 따르면 샌버나디노 카운티는 가주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카운티 소속 공무원들에게 연구하도록 하는 주민투표안을 최근 승인했다.   가주와 일단 ‘헤어질 결심’을 했고, 앞으로 연구를 통해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샌버나디노 카운티는 공공 및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고 가주 재정이 공평하게 분배되는지 등을 조사해 분리안의 타당성을 검토하게 된다.   샌버나디노 카운티는 가주에서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다. 인구는 220만 명으로 캘리포니아 카운티 중 다섯 번째다.   샌버나디노 카운티의 분리 움직임은 경제적 문제 등 민생고와 가주 정부에 대한 지역 유권자들의 불만에서 비롯됐다.   샌버나디노 카운티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고물가 지역인 LA에 인접해 있어 생활비가 많이 들고 세금 부담도 크다.   가주는 진보의 아성으로 불리지만, 이 카운티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유권자가 많다는 것도 분리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론매체들은 일부 유권자들은 민주당이 오랫동안 지배해온 주의회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고 있으며, 치솟는 집값과 노숙자 및 범죄율 증가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매체들은 가주 입법부가 분리안 승인 권한을 갖고 있어 샌버나디노 카운티 분리가 실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가주의 170여 년 역사에서  지역별 정치적 성향과 경제적 불균형 해소 등의 명분을 내세워 길게 뻗은 형태의 가주를 남북으로 나누거나 해안 도시 지역과 내륙 지방을 분리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220여 차례에 걸친 가주 해체 시도는 주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카운티 결심 카운티 분리 캘리포니아 카운티 카운티 소속

2022.12.18. 20:15

[중국읽기] 중국이 먼저 한 ‘헤어질 결심’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먼저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달 초 미국 허드슨연구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존 리 고급 연구원은 ‘중국 특색의 디커플링’이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기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끼치는 위해를 인식하고 일부 첨단 산업에서부터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작했다.   중국은 자신이 피해자인 양 불만을 터뜨리지만, 사실 미국 경제와의 단절을 먼저 추진한 건 중국이며 그 역사 또한 더 오래됐다는 게 존 리의 분석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1979년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할 때부터 미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거나 글로벌 경제와의 통합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저 서방을 추월할 자신의 국력을 키우고자 중국이 필요로 하는 걸 미국이나 글로벌 경제로부터 얻으려 했을 뿐이란 것이다.   존 리에 따르면 시진핑 시기 중국의 목표는 중국 중심의 경제 질서를 유라시아와 서태평양에 구축한 뒤 중요 분야에서 미국을 축출하거나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게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전략이나 중국제조 2025, 쌍순환(雙循環) 정책 등이다. 이들 역내에서 중국이 제조과정과 공급사슬을 장악해야 하며 미국은 배제돼야 한다. 이게 ‘중국 특색의 디커플링’이란 것이다.   중국 특색의 디커플링은 미국이 유라시아와 서태평양에서 고립되고 궁극적으론 세계적인 파워를 잃는 걸 뜻한다. 그러고 보면 시진핑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왜 카자흐스탄을 선택했고, 이어 우즈베키스탄의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유라시아 대륙 12개 국가 정상과 회담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은 시 주석이 2013년 9월 ‘일로(一路, 육상 실크로드)’ 구상을 발표한 곳이다. 시 주석은 11월엔 인도네시아의 G20 정상회의와 태국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인도네시아는 시 주석이 2013년 10월 ‘일대(一帶,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밝힌 곳이다. 내년 2023년은 일대일로 전략 선포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미국은 일부 산업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구하고 있고, 중국은 유라시아와 서태평양에서 미국 축출이라는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다. 사이에 낀 우리로선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상황이다. 두 손의 떡을 다 먹긴커녕 둘 다 놓칠 위험도 있다. 쉽게 나올 해법이었다면 벌써 나왔을 것이다. 어려운 만큼 순간순간 상황을 보며 대처해 나가는 지혜가 절실하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중국읽기 중국 결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글로벌 경제

2022.09.26. 21:09

[중앙 칼럼] 새해 결심 1순위는 ‘정리하기’

유년 시절부터 유난히 손으로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했다. 할머니가 아끼던 자명종 시계, 라디오를 다 뜯어 놓질 않나 백색 유선 전화기를 전기 콘센트에 꽂아 날려버렸던 기억이 난다. 뜯어낸 부품들로는 로봇이나 자동차 모양의 장난감을 만들었다. 세상에 하나뿐이라는 애착이 가서 모아두기 시작했다. 구슬치기도 유리구슬 안에 있는 형형색색의 무늬가 좋아 놀이보다는 모으기에 열중했다.     실물을 그대로 축소한 장난감 프라모델도 조립해 만드는 즐거움에 색칠까지 할 수 있어 푹 빠졌다. 공부는 안 하고 프라모델만 만들어대니 부모님이 반길 리 없었다. 결국 동네 프라모델 전문점 아저씨에게 부탁해 하굣길에 가게에 들러 하나씩 만들고 보관했다. 가짓수가 늘면서 집으로 가져오는 프라모델이 많아져 디오라마를 만들었고 작품을 본 부모님이 대형 장식장을 주문해 거실에 멋지게 전시해 놓을 수 있었다.  고학년이 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차츰 애장품들로부터 멀어지게 됐다. 어느새 손때 묻은 장난감들은 모두 창고 신세로 전락했다.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볼 때마다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감동과 향수에 젖는다.     습성이 어딜 가겠는가. 지금도 가전용품이나 전기제품 등이 고장 나면 일단 뜯어 본다. 전문기술은 없지만 앰프, 커피 그라인더, 세라믹 히터, 선풍기부터 시작해 차 브레이크 패드, 음식분쇄기, 거라지 도어까지 수리해 봤다. 식구들이 핸디맨으로 전직하라고 할 정도다. 수리가 어려울 경우 재활용 부품들을 별도로 모아두는 데 종종 요긴하게 사용된다.     운동을 좋아해 각종 용품도 거라지에 쌓여있다. 문제는 중요한 물건은 백업용으로 중복 구매하기 때문에 고장이 나면 바로 대체 가능해 유용하지만 평소엔 그저 자리만 차지할 뿐이다. 이러니 집안이 물건들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조인스 파워 블로거로 활동할 때도 포스팅 유형을 분석한 결과 별명이 ‘수집 대마왕’이었다. 여기저기서 유용한 정보들을 찾아내 분야별로 모아둔 덕분에 매일 평균 2000명이 찾아오곤 했다.   얼마 전 한국에 있는 동생이 창고 정리하는데 내 물건이 한 트럭이라며 연락이 왔다. 순간 하나둘씩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흔들렸다. 고민 끝에 처분하라고 했더니 동생이 정말 그래도 되냐며 해가 서쪽에서 뜨겠단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는 곤도 마리에가 적잖은 영향을 줬다. 일본의 정리 수납 전문가로 넷플릭스에서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프로그램으로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다. 정리방법은 간단하다. 의류부터 시작해 책, 서류, 소품, 추억의 물건 순으로 물건을 만져서 설레지 않으면 미련 없이 정리하라는 것. 매몰찬 결단을 내려야 가능한 이야기로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수년째 새해 목표 중 하나가 ‘정리하기’가 됐다. 정리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버리는 것보다 다시 박스로 들어가는 것이 더 많다.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한 정리 역시 버릴까 말까 고민하느라 진척이 안 되고 있다. 시간 날 때마다 버리는데 수년간 먼지만 쌓여 이걸 왜 안 버렸나 싶을 물건들이 태반이다. 조금씩 빈 곳이 보이기 시작하니 섭섭하기 보다는 시원하긴 하다.   한 박스에서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받았던 톰보 색연필 세트가 나왔다. 알루미늄 케이스에 향기와 색상이 너무 고와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40년 넘게 보관해 왔다.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쓰라고 줬더니 아빠가 썼던 색연필이라며 엄청 기뻐한다.     수필가 이노우에 가즈코가 저서 ‘50세부터의 인생을 심플하게 하는 100가지 방법’을 통해 물건에 대한 집착과 미련을 버려야 삶이 풍요로워진다 했는데 올해도 ‘정리하기’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듯하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중앙 칼럼 새해 결심 장난감 프라모델 수년째 새해 동네 프라모델

2022.01.0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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