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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험’ 구매에는 지갑을 여는 이유

우리는 왜 ‘보이지 않는 것’에 점점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것일까. 최근 LA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카페 문화’를 취재하며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은 듯하다.     K카페를 찾는 고객들은 단순히 음료를 마시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그들은 공간의 분위기를 느끼고, 사진을 남기고, 친구와 시간을 함께하는 ‘경험’ 자체에 더 큰 가치를 뒀다. 특정한 콘셉트의 카페를 찾기 위해 제법 먼 거리에서 오는 고객도 있을 정도였다. 그들에게는 비용이나 시간보다 그곳에서 보내는 순간이 더 중요해 보였다.   고물가 시대에 소비는 분명 더 신중해졌다. 외식 횟수를 줄이고 장을 볼 때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이제 보편적인 일이다. 하지만 여행, 공연 및 전시회 관람 같은 체험에는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연다. 생활비는 아끼면서도 여행과 체험에는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삶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처럼 보인다. 과거에는 무엇을 소유했는지가 개인의 안정과 성공을 설명했다면, 지금은 어떤 순간을 살아봤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 낡거나 사라지지만 경험은 기억으로 남아 생각과 선택에 영향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MZ세대에게 경험은 자기표현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어디를 가봤고, 무엇을 느꼈는지가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언어가 된다. 여행지에서의 순간이나 문화 공간에서의 체험은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되고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며 또 다른 소비를 만들어낸다. 경험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사회적 소통의 수단이 되는 셈이다.   K카페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방문객은 “이곳에 설치된 영수증 사진기와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료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의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독특한 체험 요소, 그리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를 특별한 경험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카페는 단순히 음료를 소비하는 장소에서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경험 소비는 시야를 넓히는 과정이기도 하다. 낯선 도시를 걷고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순간 우리는 세상을 조금 다르게 이해하게 된다. 영상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세계가 몸의 감각으로 다가오고 삶에 대한 생각도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이런 경험은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사고의 범위를 넓히는 역할을 한다.   이런 변화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영향이 크다. 많은 여행객의 이동은 항공과 숙박뿐 아니라 음식, 쇼핑 등 산업 전반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또한 다양한 공연이나 문화 이벤트가 열리는 도시도 관람객 유입으로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많은 도시와 기업이 이제는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경제가 제품 중심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험에 돈을 쓴다는 것은 낭비와 절약의 문제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현재의 시간을 더 밀도 있게 보내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투자한다는 것은 현재의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물건의 효용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지만 경험은 기억과 이야기로 남는다. 그리고 그 경험은 또 다른 선택을 만들고 새로운 길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계산기를 두드리다가도 어느 순간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낯선 공간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송영채 /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경험 구매 경험 소비 k카페 문화 문화 공간

2026.03.2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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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연말 쇼핑, 가성비보다 ‘기억비’

농장에서 허브 오일 만들기 워크숍, 티벳 발마사지 체험, 헌팅턴 로즈가든 티타임, 도예 스튜디오 워크숍, 그래피티 클래스, 요세미티 상공 스카이다이빙, 개인 다이닝룸에서 아프리카 요리 체험…. 다가오는 할러데이 시즌 이런 체험 활동을 감사 선물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으면 어떨까.   최근 LA타임스는 ‘기억에 남을 경험형 선물’을 제안했다. ‘물건이 아닌 경험을 선물하자’는 관점에서 선정된 이 목록들은 받는 사람이 직접 체험하고 기억할 수 있는 활동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할러데이 시즌을 앞두고 실제 소비의 흐름이 ‘물건에서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는 선물의 가치를 가격이 아닌 기억·체험·관계로 평가를 매긴다. 단순한 문화적 변화가 아니라 소비의 정체성이 물질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기업들도 이런 소비의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한국 1세대 가치투자가인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설립자는 인터뷰에서 기업을 보는 관점 중 하나로 소유의 소비에서 경험의 소비로 이동을 만드는 기업을 언급했다.     최근 소매업체들은 소비자를 구매자가 아닌 경험의 참여자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의 조기 돌입, 자체 체험형 콘텐츠 개발, 프리미엄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층 유입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자 행동 연구에서도 경험 소비가 개인의 만족도, 충성도, 브랜드 연결성을 강화하는 데 더 유의미한 효과를 가진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소비자가 ‘어디에서, 무엇을, 어떤 이유로’ 소비하는가가 기업의 명운을 가르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가치 소비도 두드러지고 있다. 월마트의 저소득층 고객은 눈에 띄게 지출을 줄였지만 중·상위 소득층 소비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 TJ맥스, 로스 등 할인점 업체는 가치 소비 흐름과 맞물려 주가가 급등했다.   최근 소비의 또 다른 추세는 첨단 기술보다 실제 소비자의 지갑이 움직이는 속도가 경제의 현주소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열풍이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실제 경제 체온은 월마트·갭·TJ맥스·타깃 등 대형 소매업체 실적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가 “경제를 움직이는 건 결국 ‘요가 팬츠와 치즈버거’”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가운데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용 감소로 저소득층 소비가 줄어드는 반면 부유층 소비는 유지되면서 ‘투 스피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이 스테이크 대신 햄버거를 고르는 식으로 소비 방식을 바꾸며 지출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고소득층을 겨냥한 브랜드들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마이클 코어스와 지미추 브랜드를 보유한 카프리 홀딩스는 이달 초 기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버버리·LVMH 등 유럽 럭셔리 기업들도 잇따라 판매 호조를 발표했다.   물가 상승, 고용 불안, 관세 부담 등 복합적 압력이 소비 심리를 약화하고 있지만 어떤 형태든 소비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대신 소비자는 더 신중해졌고 가성비 또는 의미, 가격 대비 가치와 경험의 질을 중심으로 선택을 재편하고 있을 뿐이다.   다가오는 할러데이 시즌은 경제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다. 과연 소비자는 다시 지갑을 열 것인가, 아니면 허리띠 졸라매기가 일상화될 것인가.   기업은 가격만 낮추는 전략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삶에 의미를 제공하는 경험 설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소비자는 물질보다 경험을 원하고 그 경험이 브랜드 충성도를 더욱 강화하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곳에 소비가 집중될 것은 분명하다. 할러데이 시즌 우리는 무엇을 소비해야 할까.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칼럼 가성비보 기억비 소비자층 유입 소비자 행동 경험 소비

2025.11.2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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