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전체

최신기사

[K컬처에 빠지다] 물려받은 한(恨)에서 피어난 공감

한국인에게는 ‘한(恨)’이 있다고 한다. 한국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는 나라이지만, 한을 품게된 역사가 있다. 수세기 동안 이어진 외세 침략, 20세기 일제 강점기의 굴욕이 있었다. 또 제2차 세계대전의 고통과 한국전쟁으로 인한 200만 명의 사망자 발생, 남북 분단의 아픔과 이산가족의 계속되는 이별도 한에 쌓였다. 이후 1950년대 세계 최하위권이었던 GDP와 1인당 소득의 빈곤, 그리고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이어진 군부 독재의 아픔까지 DNA는 한을 기억하게 했다.   한국인들은 외국인이 한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며, 심지어 한국인들조차 말만으로는 한을 정확히 정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외국인인 필자는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한에 대한 정의가 아닌,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고자 한다.     한이란, ‘민족적 원형(archetype)’, 곧 공동의 아픔이 집단 의식 속에 켜켜이 쌓인 채 무언의 탄식으로 스며든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한국인의 본능을 이끌고, 그들의 영혼에 깊이를 더하며, 희망을 갈망하게 만든다.   한은 한국의 예술과 문화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표현되어 왔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지닌 공감과 관대함이라는 국민적 성향 속에서도 드러난다.   나는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으며, 늘 한결같이 느끼는 인상이 있다. 마치 온 나라 사람들이 나에게 저녁을 사주고 싶어 하고, 친구를 소개해주고 싶어 한다.     한국에서 흔한 인사말 중 하나가 “밥 먹었어요?”다. 미국의 “How are you?”만큼 일상적인 표현이다.     물론 한국인이 나에게 정말 내가 밥을 먹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미국인들이 “어떻게 지내요?”라고 물을 때처럼 관용적 표현이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인사말에 담긴 아름다움과, 불과 수십 년 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나라에서 비롯된 깊은 역사적 맥락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한국은 단기간에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다. 기적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그들이 함께 겪었던 배고픔과 고통을 통해 배운 공감의 마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내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 중 일부는 거리의 악사로 세계를 여행하던 시절에서 비롯되었다. 도쿄의 거리에는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노점상들이 있었다. 내 기억에 그중 약 1% 정도가 한국인이었다. 어느 날 저녁, 신주쿠에서 차량 한 대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고 도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인 피해자가 길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을 때,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들은 한국인 노점상들이었다. 우리가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무렵, 그들은 이미 출혈을 멈추게 하고, 구급차를 부르며, 주변 행인들이 피해자를 해치지 않도록 길을 막고 있었다.   물론 단 하나의 사례만으로는 아무것도 입증되지 않는다. 만약 내가 그런 장면을 단 한 번만 목격했다면,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낼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낯선 한국인들이 위급한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그리고 효과적으로 돕는 모습을 여러 차례 경험해 왔다.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부모와 조부모, 그리고 수많은 선조들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반사적인 행동처럼 보였다. 침략한 적은 없지만 끊임없이 침략을 받아온 역사 속에서 서로를 도우며 살아남아야 했던 경험들이 지금의 한국인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내 아버지는 목사였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았지만, 미시간 주 잉스터(Inkster)에서의 나의 어린 시절은 문화와 연민으로 가득 찼다. 우리 동네는 빈곤율이 높지만, 사람들 간의 돌봄과 배려는 그보다 더 컸다. 우리는 친구나 이웃을 돕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게 바로 잉스터의 사랑이야.”   서로의 고난에서 비롯된 공감은,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한 이후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자녀들은 이러한 가치를 배우며 자라왔고, 우리 모두는 ‘한’이라는 독특한 한국 정신이 가르쳐준 교훈과 가치를 배울 수 있다.   (이 글의 일부는 곧 출간될 로버트 털리의 회고록 『잉크타운(Inktown)』에서 발췌했습니다.)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이메일([email protected])  로버트 털리 / 코리안아트 소사이어티 회장K컬처에 빠지다 공감 한은 한국 한국 정신 세계 최빈국

2025.07.09. 19:50

썸네일

[열린광장] 상실과 공감으로 시작한 새해

퍼시픽 팰리세이즈 화재에 이어 이튼과 헐스트 지역 산불 소식이 들린 아침, 친척으로부터 대피지시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행히 지금은 친지들도 집으로 돌아갔고 지난해 함께 봉사하던 동문회임원도 며칠 대피 후 귀가했다.   하지만 그 재난은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수만 명의 주민이 대피했고 피해 주민들은 집단적 우울(Collective Anxiety, Depression)을 경험하고 있다.   새해 벽두에 신년의 결심과 소망을 그려보던 예년의 그 여유를 갖지 못한 남가주의 정월 출발이다. 보도에 따르면 수십 년만의 대형 재난은 강풍과 가뭄이 주요 원인이라는데 재난과 상실이란 주제는 아직 훗날의 문제라 생각했던 무감각이 부끄럽다.     북극의 해빙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화보를 보고도 별다른 일 있겠나 싶었던 안일함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무엇보다 피해를 겪고 삶의 추억을 화재로 소실한 가정에 부드러운 위로의 마음으로 대해야겠다. 생업의 터전을 잃은 가정에도 실질적 도움을 전달해야겠다. 더 상실을 겪고 있는 가정의 슬픔을 축소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낙망하는 가정에 회복의 언어와 소망을 나눠야한다.     재난을 통해 겪게 되는 상실에 대처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나눈다.   먼저 카운티 혹은 주정부에서 경제적 행정적 도움, 임시대피처 및 운전면허 임시발급과 교통 무료카드 그리고 직장 휴무신청관련 서류 등 도움을 받자. 그리고 주변의 식품나눔 장소, 자녀들 무료상담 오피스, 인근 교회제공 식수 및 추위를 막는 외투 등을 지원하는 임시운용 핫라인을 활용해야한다.   상실 대처를 위해서는 상실의 종류를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각각 필요에 따른 대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적 상실은 현재 겪는 질병이 어떻게 나빠졌는지 혹은 처방약이 필요한지 혹은 통증이 있는지 혹은 자녀들이 어떻게 마음을 표현하는지 등 살펴보는데 집중하자. 특히 노년에 경험하는 재난은 상심과 불안이 급격히 커질 수 있으니 인근의 긴급치료소(Urgent Care) 또는 호스피스(Hospice Care)와 시니어케어(Senior Care) 상담을 받아 단기돌봄치료를 받을 수 있는가를 알아보자. 시니어케어는 임상적으론 건강상태와 돌봄필요성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주어진다.   심적상실은 어떻게 슬픈지 혹은 고독감의 정도는 어떤지 혹은 현재의 우울감이 견딜만한지 등 살펴봐야 한다.   주거지 상실은 인근 대피소 혹은 카운티 대피소 혹은 할인된 가격을 제공하는 호텔 혹은 친지들의 여력을 살펴보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지적 상실은 혼돈 혹은 일처리에 따른 판단력을 진단해야 한다. 일상적 생활 상실은 수면을 얼마나 하는지, 식욕은 어느 정도인지 혹은 휴식을 어느 정도 하면서 대처하고 있는지 등 살펴보는데 집중하자. 그리고 영적 상실은 현재의 아픔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 있는지, 회복될 것이란 믿음이 마음 깊은 곳에 있는지 혹은 자신의 정체성이 든든한지 등을 돌아봐야 한다.   영적 관점은 현재의 상실에 대처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성서에서는 소망을 다시 읽을 수 있다. ‘내가 주께 피하오니 나를 영원히 부끄럽게 하지 마시고… 나를 건지소서 내게 귀를 기울여 속히 건지시고 내게 견고한 바위와 구원하는 산성이 되소서.’   재난 중에 아파하는 주민의 상실과 동행하는 공감으로 시작해야 하는 새해이다. 함께 대처하며 다시 삶을 이전보다 견고하게 세워가는 풍성한 지혜와 축복을 기원한다. 김효남 / HCMA 임상목회교육 디렉터열린광장 상실 공감 주거지 상실 의학적 상실 상실 대처

2025.01.30. 19:07

썸네일

“공감하고 신뢰받는 한인시민사회 만들어 갈 것”

      메릴랜드 한인회가 제38대 한인회장 이・취임식을 갖고 재도약을 다짐했다.    안수화 신임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앞서 달려온 선배님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서로 공감하고 신뢰받는 한인시민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겠다”며 “아름다운 우리 문화를 주류사회와 공유함으로써 후손들에게 정체성으로 인한 방황없이 코리안아메리칸으로서 당당히 이 나라의 주인공으로 주권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안 회장은 “빛나는 이민역사와 유산을 만들어가야 할 사명을 갖고 한인사회와 함께 만들어가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협회기를 전달한 헬렌 원 제37대 회장은 이임사에서 “37대 한인회와 함께 한 모든 분들의 지원과 협력에 감사드리며 한인회장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38대 안수화 회장에게 양도한다”고 했다. 원 회장은 “한인회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더 큰 발전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과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히며 "새로운 회장단을 환영하고 지지하며 더욱 번청하는 한인회를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날 행사는 38대 이사장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서정일 미주한인회 총연합회장, 정우용 회장(메릴랜드교회협의회), 장영란 회장(메릴랜드시민협회), 장두석 회장(아리랑USA공동체) 등이 축사를, 한기덕 전 메릴랜드한인회 29대 회장이 격려사를 전하며 이어졌고, 신・구 회장에게 한인커뮤니티를 잘 이끌고 협력한 성과를 인정해 공로장(헬렌 원 37대 회장)과 공로패(안수화 신임회장) 등이 전달됐다.     한편 38대 한인회 수석부회장은 김영후, 이사장은 이세명 씨가 맡았다. 김영후 수석 부회장은 "38대 수석부회장으로써 IT와 차세대 분야에 주력해 안 회장님을 돕겠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백성옥 전 회장과 헬렌 원 회장 재임시, 코리안 페스티벌 한복체험관을 열어 주류사회에 한복의 우수성을 알리며 한국문화 홍보에 앞장선 바 있으며, 현재 메릴랜드시민협회 이사장, 메릴랜드교협 재정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한인시민사회 공감 한인회 수석부회장 안수화 신임회장 안수화 회장

2024.04.12. 14:52

썸네일

“공감과 화합이 중요”

      민주평통워싱턴협의회(회장 강창구)는 지난 19일 버지니아 페어팩스 ‘보울 아메리카’에서 평통위원및 버지니아, 메릴랜드 한인동포 6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동포사회 화합과 통일 공감대를 위한 민주평통 워싱턴 협의회(회장 강창구) 회장배 볼링대회를 성황리 개최했다.   김덕만 부회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된 행사는 강창구 회장의 시구로 시작해 더 많은 핀을 넘어뜨리기 위한 선수들의 열기와 함성이 대회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는 팀(3명)당 3게임으로 합산 점수로 핸디캡은 남자 10점, 여자 30점을 적용해 채점한 결과, 단체 1위와 개인1위 모두 워싱턴 및 미주 리그 선수들이 싹슬이 했다.     단체 및 개인(남.여) 순위에서 단체 1위는 한엽, 성유, 정 최,단체  2위 장희철, 장경애, 최은희, 단체 3위 곽근면,이진우 씨 등이 우승했으며 개인 남자 1위는 한엽, 2위 장희철, 3위 정종웅, 개인 여자 1위에 임화석, 오정화, 미셀 리가 입상했다.     강 회장은 “스포츠를 통한 통일의지와 통일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포사회와의 친목과 화합을 위한 취지로 대회를 열게됐다”며 “국가나 개인이나 남을 미워함은 옳지 않은것”이라고 화합을 강조했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공감 화합 친목과 화합 회장배 볼링대회 회장 강창구

2023.03.20. 14:44

썸네일

몰입하고 공감하는 시각적인 삶의 일기

지난주에 열린 LA 아트쇼에서 특별전시 작가로 선정되면서 집중 조명을 받은 김원숙 화가가 LA 한인타운 샤토갤러리(관장 수 박)에서 개인전 ‘기적의 날들’을 개최한다.     LA 아트쇼는 김원숙 작가에 대해 “신비롭고 생생한 풍경화를 그리는 화가이자 인간의 고난의 보편성에 대한 이야기꾼”이며 “한인 이민자로서 경험과 성찰적인 태도로 몰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시각적인 삶의 일기를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원숙 작가의 작품은 현실 세계와 환상, 꿈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단순한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동양화의 붓과 서양의 유화 기법을 결합해 우아한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여기에 신화적 이야기들을 더해 신비스러운 작가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수 박 샤토갤러리 관장은 “작가는 빛과 그림자, 아름다움과 위태로움, 명료함과 모호함, 자신감과 연약함,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균형을 추구한다”며 “뒤돌아보면 모두가 기적만 같은 삶에 대한 감사와, 그 삶이 무엇인가 보다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를 질문해 다른 관점의 상상 세계를 엿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주류 미술계에 널리 알려진 김원숙 작가는 1978년 ‘미국의 여성작가’에 선정됐고, 1995년 유엔은 작품 ‘보름달 여인’으로 창립 50주년 기념 우표를 발행했다. 또 김작가의 모교에 대한 공헌으로 일리노이 주립대학교의 예술대학이 ‘김원숙 예술대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게스트 큐레이터 그레이스 지가 기획한 이번 전시회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작품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전시회는 3월 11일부터 4월 8일까지 열리며 오프닝 리셉션은 3월 11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다.     ▶주소: 3130 Wilshire Blvd #104, LA     ▶문의: (213)277-1960 이은영 기자몰입 공감 김원숙 예술대학교 김원숙 화가 샤토갤러리 관장

2023.02.19. 19:08

[기자의 눈] '공감'은 정신의 심폐소생술

하버드대 임상심리학 교수 아서 P. 시아라미콜리 박사는 동생 데이비드가 마약과 범죄 등으로 수배되어 네덜란드로 도망쳤을 때 “그 마음을 이해하고 있으니 삶의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수차례 전화 통화로 대화한 끝에 마주한 것은 동생의 죽음이었다. 심리학을 공부하며 타인의 마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던 그에게 동생의 자살은 큰 충격이었다. ‘왜 동생의 징후를 알아채지 못했을까?’ ‘내가 어떤 말을 해줘야 위로가 됐을까?’ 그는 수많은 의문과 고뇌를 안고 평생 ‘공감’에 대해 연구했고, 다른 이들은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서 ‘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을 펴냈다.     모든 인간은 공감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타인을 공감하라’고 흔히 얘기하며, 사회 내에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마치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심리학자에게도 쉽지 않은 것이 바로 공감이다.     많은 이들이 공감에 대해 오해를 한다. 그저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아 그랬구나” “저런 힘들었겠네” 등의 말을 반복하는 것이 공감인 줄 알지만 이는 가장 간단한 수준의 ‘기계적 공감’에 불과하다. 이는 사회적 관계 속 학습된 결과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실제로 공감은 ‘이성의 영역’과 ‘감정의 영역’을 모두 사용해야 한다. 한국의 한 임상심리학자는 “상대방의 입장에 그의 감정이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이해’와 이해한 그의 감정이나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 그리고 이해하고 수용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공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중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으며 모두 고난도의 대인관계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에서 감정을 빼면 ‘이해’가 남고, 이성을 빼면 ‘동감’이 남는다. 동감은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보고 느끼는 것으로 연민이나 불쌍하다는 마음은 가지지만 그 사람의 시각과 감정까지 이해하는 노력은 부족하다. 반면 공감은 상대방의 처지에서 그의 시각과 느낌을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상력까지 필요하다.     이렇듯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공감을 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본능적으로 자신의 자아에 갇혀있는 인간으로서 타인을 자신처럼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공감이 가치 있는 이유는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을 만큼의 큰 능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저서 ‘당신이 옳다’를 집필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 공감은 정신적 심폐소생술(CPR)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사람에게 “요즘 마음이 어떠세요?”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큰 비밀을 털어놓게 하거나 삶을 바꾸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는 것이다.     공감은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 담요를 덮어주는 역할로, 고통 속에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는 사람에게 공감은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이해 받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은 게 인간이다. 그러한 자아를 내려놓고 먼저 손을 뻗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이해를 갈망하는 그 대상 역시 나에게 이해와 위로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평화는 힘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직 서로를 이해할 때만 가능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먼저 상대방의 처지에 서서 공감해보자. 그렇게 찾아온 평화는 비단 상대방에게만 유익한 일은 아닐 것이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심폐소생술 공감 정신적 심폐소생술 기계적 공감 반면 공감

2022.05.02. 17:01

썸네일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