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콘신 밀워키에서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남가주 출신 한인 연방의원들이 엇갈린 행보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선거의 꽃’으로 여겨지는 전당대회는 주별로 대의원들이 집결하면서 연방 상하원 의원들이 총 집결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선 후보의 면면도 보고 관련 참모들과의 네트워킹도 집중되는 시기인 탓이다. 민주당이 적극적 탈환 대상으로 보고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가주 40지구와 45지구에서 오는 11월 3선을 노리고 있는 영 김 의원과 미셸 스틸 의원은 트럼프 대선 후보 옹립에 대한 온도차이를 역력히 내보였다. 스틸 의원 측은 전당대회 참석을 위해 밀워키로 날아갔으며 내부적으로 마련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실 측은 “스틸 의원은 가주 대의원 자격으로 17일(수)부터 밀워키 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따로 맡은 역할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반면 영 김 의원 측은 전당대회 일정에 불참한다고 알려왔다. 김 의원은 트럼프 암살 기도 직후 “평화로운 정치 활동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미국 역사 248년 동안 희망이 됐다”며 “폭력과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의원 측은 이전에 정해진 지역구 활동으로 밀워키에 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이민자 출신 유권자가 많고 다양한 소수계 커뮤니티에서 득표 작업을 해야하는 두 후보의 입장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공개 지지 활동과 관련 공약 설파가 오히려 득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정책 방향과 리더십을 칭송해온 스틸 의원과 달리 김 의원은 정치적 거리 두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한편 가주 내 11명의 공화당 출신 연방하원의원들은 이번주 대부분 지역구 내 활동을 하거나 밀워키에 가더라도 공개적 발언은 자제하고 있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전당대회 지역구 전당대회 참석 지역구 활동 공화당 전당대회
2024.07.16. 21:33
공화당 전당대회(RNC)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러닝메이트(Running Mate•부통령 후보)를 마침내 공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스콘신 주 밀워키서 열리고 있는 RNC 첫날인 지난 15일 오하이오 주 연방상원의원 JD 밴스(39)를 자신과 함께 11월 대선에 출마할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러스트 벨트’ 백인 빈곤층 출신인 밴스는 어렸을 적 가난에 시달리고 마약에 중독된 홀어머니가 아닌 외갓집 조부모의 보살핌을 받았다. 태어날 때 성이 보우맨이었던 그는 외조부모의 성을 따라 밴스로 개명했다. 오하이오 주 소도시 미들타운 태생의 밴스는 켄터키 주 산골 마을 등을 오가며 지내다가 해병대에 입대, 지난 2005년 이라크에 파병됐다. 군에서 처음 삶의 목적을 갖게 됐다는 그는 이후 2009년 오하이오 스테이트 대학을 졸업하고, 예일대 법대를 나왔다. 지난 2016년 출간돼 2020년 영화로도 제작된 자전적 소설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 저자인 그는 법대 졸업 후 개인 변호사와 벤처 캐피탈 기업을 거쳐 지난 2021년 처음 연방상원 선거에 출마했다. 공화당 후보 여론조사서 3~4위권에 머무르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개 지지를 선언하고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단숨에 선두로 뛰어오른 그는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율 53%대47%로 꺾고 연방상원에 당선됐다. 지난 1974년 존 글렌 이후 처음 오하이오 주에서 아무런 정치 경험 없이 연방상원에 당선된 첫번째 인물이었다. 일리노이 주 공화당 소속 7지구 중앙위원 마크 호스티는 "밴스가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 출신이라는 점이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밴스는 선거 캠페인에 더 많은 에너지를 가져올 것이고, 그를 통해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스웨스턴대학 마이클 앨런 교수는 "트럼프는 밴스 지명을 통해 노동자 계층 유권자에게 크게 어필했고, 밴스가 트럼프는 물론 조 바이든보다 훨씬 어리다는 부분도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부의장인 일리노이 주 드메트라 디몬테는 "주지사 중 한 명을 지명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밴스 지명이 다소 놀랍긴 하지만, 또 한편으론 그의 장점들을 모두 고려했을 때 그렇게 놀라운 선택은 아니다"며 "밴스는 굉장히 충성스럽고,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Kevin Rho 기자일리노이 공화당 공화당 후보 부통령 후보 공화당 전당대회
2024.07.16. 13:25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최근 유세 중 총격 피습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건재한 모습을 보인 데 이어, 이틀 만에 이어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식후보로 지명되자 ‘트럼프 대세론’은 갈수록 힘을 받는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세운 국경봉쇄와 최대추방 등 강경 이민정책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더욱 커진 만큼, 한인 커뮤니티도 술렁이고 있다. 공화당은 15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전국에서 모인 대의원들이 주마다 돌아가며 공개 투표하고, 지지 후보 이름을 불렀는데 플로리다주 투표 때 과반 득표를 넘기며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2016년, 2020년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공화당의 얼굴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오는 18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J D 밴스(공화·오하이오) 연방상원의원을 지명했다. 초선인 밴스 의원은 올해 39세로, 1952년 이래 최연소 부통령 후보다. 오하이오주 남부 가난한 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변호사, 벤처캐피털 기업인을 거쳐 연방상원의원까지 올라간 인물이다. 자신의 이야기와 러스트벨트(Rust Belt·제조업 쇠퇴 지역) 미국인들의 상실감을 파고든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전국적 유명 인사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파란불이 켜지면서 그의 공약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반영한 ‘2024 정강정책’을 확정했다. ‘미국 우선주의: 상식으로의 복귀’라는 제목의 이 정책은 총 10챕터로 구성됐다. ▶국경봉쇄 및 이주민 침입 차단 ▶물가 잡기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 건설 ▶아메리칸 드림 회복 ▶불공정 무역으로부터 노동자와 농부 보호 ▶노인 보호 ▶젊은이를 위한 일자리 창출 ▶힘을 통한 평화로의 복귀 등이 포함됐다. 초강경 이민정책을 내세운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민정책이 한인 커뮤니티 등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남부 국경을 넘는 한인이 많지는 않지만, 불법 이민자 추적과 추방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경제 분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집권 당시 추진했던 제조업 강화와 대규모 감세 혜택을 추진할 전망이다. 소셜시큐리티와 메디케어 등 대표적 복지 프로그램은 줄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낙태 문제에 대해서는 각 주에 위임하겠다는 입장이다. 〉〉 관계기사 3·6면, 한국판 관련기사 뉴욕일원 정치인도 일제히 트럼프 암살 시도 성토 총 못쏴 사격팀 떨어진 범인, 인기 총기 유튜브 옷입고 범행 “가족 지키려 몸 날렸다” 피격 희생자는 50세 전직 의용소방대장 피격 뒤 미 국채금리 뛰었다, 커지는 ‘트럼플레이션’ 우려 트럼프, 연설문 새로 썼다 "통합 강조"…"OK 알리려고 손 번쩍"(종합) 김은별 기자최대추방 국경봉쇄 공화당 대선후보 공화당 전당대회 트럼프 대세론
2024.07.15. 21:12
뉴욕에 살고 있는 올해 77세의 에드워드 콕스는 닉슨 전 대통령의 사위다. 프린스턴대와 하버드 법대를 졸업한 콕스는 1971년 닉슨 대통령의 장녀 패트리샤 닉슨과 결혼했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경제 관련 고위직을 역임했고 유명 로펌에서 국제무역 관련 업무로 명성을 날렸다. 오랜 기간 뉴욕주립대학의 이사로 뉴욕주 대학 공교육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다. 중도보수주의의 정통 공화당원인 그는 조지 파타키가 1996년부터 뉴욕주지사 3선에 성공하는 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는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했지만 정작 자신이 선출직에 나서지는 않았다. 콕스는 2008년 대선에서는 존 매케인 캠프의 핵심 역할을 했다. 당시 필자는 뉴욕 한인사회에 오바마 캠프 관계자와 매케인 캠프 관계자를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했는데 매케인 측을 대표해 참석한 인물이 콕스였다. 이런 인연 덕분에 그해 미니애폴리스에서 개최된 공화당 전당대회에 VIP로 초대되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아시아계는 공화당과 더 잘 맞는다는 주장을 하면서 필자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콕스는 2008년부터 뉴욕주의 공화당을 이끌어오다가 2015년 중반부터 등장한 트럼프계와의 갈등으로 2019년 의장직을 내려놓았다. 그러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다시 적극적으로 참여해 뉴욕의 ‘레드 웨이브(Red Wave)’란 성과를 냈다. ‘청년공화당클럽(Young Republic Club)’이라는 단체가 있다. 젊은 보수주의자들의 정계 진출 관문이다. 대학캠퍼스의 공화당원들이 사회로 나오면 자연스럽게 이리로 모인다. 2000년대 초반 공화당의 스타 정치인으로 등장한 에릭 캔터,폴 라이언, 캐빈 매카시가 모두 여기 출신이다. 그런데 트럼프 등장 이후 지금은 극단주의적인 극우 청년들의 집합체가 되었다. 트럼프 정치에 열광하는 극우파 청년들이 중심인 ‘터닝포인트유에스에이(Turning Point U.S.A)’에 관한 신문기사를 본 사람이라면 이 클럽의 성격과 분위기를 금방 짐작할 것이다. 각 주의 청년공화당클럽은 독립적으로 활동한다. 그중에서 가장 극우적인 클럽이 뉴욕시 맨해튼을 근거지로 하는 ‘뉴욕청년공화당클럽(New York Young Republic Club)’이다. 올해 30세의 가빈 왁스라는 인물이 4년째 회장이다. 왁스의 친구인 비시 부라라는 인물이 2인자다. 트럼프정치 바람을 타고 정치활동에 나선 왁스는 강제접촉, 성적 학대 혐의로 형사 고발된 상태이고 부라는 마약 소지 등 중범죄 관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둘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뉴욕 제3지역구 연방하원선거를 겨냥해 성공을 거뒀다. 껄렁껄렁한 극우 청년들을 자원봉사자로 모집, 가가호호 방문해 표를 모았다. 뉴욕시의 좌파정치 흐름을 우려하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색깔 논쟁을 이슈화했다. 2018년 소수계 저소득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경선에서 거물을 무너뜨린 좌파정치의 상징 AOC(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의 역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그렇게 당선된 인물이 조지 산토스다. 산토스의 선거운동을 주도한 부라는 곧바로 산토스의 워싱턴 사무실 비서실장으로 올라앉았다. 그런데 당선 후 산토스는 학력도 경력도 출신도 모든 것이 허위인 것으로 탄로가 났다.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한 가짜 정치인으로 뉴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산토스가 바로 이들이 만들어 낸 정치인이다. 금요일이던 지난 3일 밤, 맨해튼 다운타운의 리틀 이탈리아에 있는 지하 술집에는 300여명이 넘는 MZ세대와 그에 인접한 세대의 공화당원들이 모였다. 뉴욕 청년공화당클럽이 후원하는 행사였다. 맥주잔을 들고 시가를 피우는 사람들이 건물 주변과 입구에서 떠들썩했다. 어깨와 다리에 그려진 문신과 ‘MAGA’라고 쓰여진 붉은 모자를 쓴 긴 턱수염의 사람들 모습이 마치 2021년 1월6일 트럼프의 명령을 받고 연방의사당을 향해 몰려가던 군중들을 연상케 한다. 지하 술집의 한복판 의자엔 선거판에서 악마의 화신으로 악명이 높은 로저 스톤도 보인다. 그리고 그다음 월요일, 수백 명의 공화당원은 알바니 공항 메리어트 호텔에 모여서 만장일치로 콕스를 뉴욕주 공화당의장으로 복귀시켰다. 공화당은 급진적인 우파들로 인해 마치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폭력을 불사하는 ‘프라우드 보이스’같은 구렁텅이에 빠졌다. 트럼프로부터 공화당을 회복시킬 리더십을 다시 콕스에게 쥐여주려고 지역 내 160여개 카운티 가운데 120개 카운티 공화당 의장들이 모인 것이다. 한편에서는 트럼프 정치의 전투적인 모델을 따르고 있고, 또 한편에서는 재정적 보수주의와 사회문제엔 온건한 노선의 록펠러 공화주의자를 따르고 있음이 보인다. 공화당이 이제 정상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나마 다행이다. 김동석 / 한인유권자연대 대표워싱턴 읽기 공화당 정상 공화당 전당대회 기간 뉴욕주립대학 뉴욕주지사 3선
2023.03.21. 20:17
뉴욕시가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 유치를 위한 경쟁에 나섰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과 뉴욕시 정치인들은 26일 원 밴더빌트 전망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 유치를 위한 경쟁에 나서 입찰제안서를 제출한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아담스 시장은 “뉴욕시가 전당대회를 위한 최적의 장소”라면서, 뉴욕시가 팬데믹 회복과 범죄 문제 해결 등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시 측은 전당대회 주 개최장소로 매디슨스퀘어가든을, 보조장소로 재비츠센터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2016년에도 뉴욕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나섰지만 필라델피아에 패한 바 있다. 뉴욕시에서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후보로 지명된 1992년에 전당대회를 개최했었다. 2004년에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2024년 여름 나흘간의 일정으로 열릴 예정이다. 2024년 전당대회 유치 입찰에 나선 도시는 뉴욕시 외에도 애틀랜타, 시카고, 휴스턴 등이다. 장은주 기자전당대회 민주당 민주당 전당대회 전당대회 유치 공화당 전당대회
2022.05.27. 20:22
━ 남기고 싶은 이야기 〈제 6화〉 '한인 정치' 물꼬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 〈15〉밥 돌 돌풍에도 백악관 탈환 실패 뚜렷한 메시지 못 내고 공격 집중도 떨어져 클린턴, 간결하고 힘 있는 ‘경제 이슈’ 성공 1996년 8월.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정치인으로서 내게 뼈아픈 기억이다. 미리 축포를 터트리면 안 된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모양이다. 그해 전당대회는 공화당 역사상 처음으로 샌디에이고에서 열렸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여자 문제로 이미지가 많이 구겨졌던 상황이었다. 1992년에 당연히 재선될 줄 알았던 조지 H. W. 부시가 클린턴에게 일격을 당해 충격에 휩싸였던 공화당이었다. 백악관 재점령을 위해 절치부심이었다. 당내 경선에서 상원 원내대표인 밥 돌 의원이 연전연승을 거두며 공화당 대선주자가 됐다. 공화당원들은 결집했다. 클린턴에 대한 복수 일념에 불탔다. 밥 돌은 누가 봐도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인물이었다. 클린턴처럼 도덕적으로 흠이 많은 인물이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출신이라는 메리트까지 있었다. 그의 부인인 엘리자베스 돌 역시 노동장관과 교통장관을 지낸 유명 정치인이었다. 정치 경험이 전무했던 힐러리 여사보다 여러모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 부부 금실도 좋기로 소문났다. 당내에서는 밥 돌이 클린턴의 재선 가도를 막을 수 있는 최고의 적격자라고 판단했다. 부통령으로 지명된 잭 캠프도 정치권에 널리 알려진 거물이었다. 캠프는 프로풋볼(NFL) 쿼터백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었다. 당시 클린턴은 복잡한 여자관계를 비롯해 게이와 레즈비언의 입대 허용 뜻을 밝혀 큰 논란이 됐다. 그의 지지율도 흔들렸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역사적인 대패를 당하자 대다수 논객은 클린턴이 단임 대통령으로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폴라 존스가 클린턴에게 성희롱당했다는 주장이 1994년에 수면 위로 오르면서 클린턴 사생활이 본격적으로 타깃이 됐다. 공화당은 ‘도덕적인 후보’와 ‘그렇지 못한 대통령’ 대결 구도를 잡았다. 전당대회장 분위기도 4년 전 텍사스 때보다 뜨거웠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모였고 샌디에이고 도시 전체도 축제 분위기였다. 대통령 후보 지명대회가 아니라 마치 밥 돌 대통령 당선 축하파티를 보는 듯했다. 그만큼 당원들은 자신 있었다. 현직 의원은 언제고 전당대회장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나는 들어가서 캘리포니아주 대의원들과 악수를 하고 식사도 같이했다. 모두가 이념이 같은 공화당이라 무척 친절했다. 당시 한미의원친선협회의 한국 국회의원 대표인 오세웅 의원도 함께 들어갈 수 있도록 주최 측에 부탁했다. 오 의원은 이런 축제 분위기를 신기해하며 놀라는 표정이었다. 한국에서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초대받았다는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귀국한 다음 한국 신문에도 대서특필되고 국회 안에서 입지도 강해진다고 했다. 앞으로 사흘 동안 무얼 할 것이냐 물었더니 이곳 한인 동창, 친지들과 매일 골프 약속이 있다고 했다. 저녁마다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스케줄도 꽉 차 있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식이라면 몰라도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공화당 또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같이 빙빙 돌다 한인들과 함께 골프 라운딩이나 하고 간다니. 마음이 좀 그랬다. 쓸데없이 그 많은 공금을 써 가면서 올 필요가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전당대회는 화끈하고 좋았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우리가 자만했다. 전당대회 때 이미 대통령이 된 것처럼 너무 흥분했다. 무엇보다 공화당은 국민을 향한 뚜렷한 메시지가 없었다. 반면 클린턴은 4년 전과 같은 메시지로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여러분, 4년 전 부시 행정부 때보다 여러분의 경제 사정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앞으로 4년간 저와 한 번 더 가겠습니까? 아니면 공화당의 돌 후보를 붙잡고 4년 전 어려웠던 부시 시절로 돌아가겠습니까?” 클린턴의 메시지는 간결하면서 힘이 있었다. 공화당은 오로지 도덕만 내세웠다. 그렇다고 밥 돌 의원이 토론 때 클린턴의 사생활을 공략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건 클린턴 사생활 문제라면서 언급을 피했다. 특히 클린턴 정부 시절 경제가 호황이었다. 경제만 튼튼하다면 그깟 여자 문제야 대수가 아니지. 대선 때 마치 국민이 우리에게 그렇게 외친 듯했다. 96년 대선에서 클린턴은 선거인단 379명을 확보하며 159명에 그친 돌에 압승을 거뒀다. 샌디에이고 얘기를 하다 보니 그 지역 출신으로 한때 인기가 대단했던 듀크 커닝햄이 떠오른다. 그는 나와 같은 시기에 연방 하원에 진출했다. 커닝햄은 해군 전투기 조종사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베트콩의 미그기를 격추한 전쟁 영웅이다. 나와는 각별한 친구 사이였다. 성격도 원만해서 주위에 친구가 많았다. 커닝햄은 자신의 지역구인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많은 역할을 떠맡았다. 그중 하나는 캘리포니아 출신 공화당 의원들을 특별 만찬에 초대하는 일이었다. 그는 워싱턴에 있을 때 포토맥 강에 매달아 놓은 집같이 생긴 보트(House Boat)에서 거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베트남전 영웅이 2006년 3월 3일, 8년 4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죄목은 최소 240만 달러의 뇌물수수와 탈세 등이었다. 커닝햄은 64세 나이에 8년 형을 선고받아 72살이 되어서야 출옥했다. 샌디에이고는 분명 멋진 도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게 좋은 추억을 준 곳은 아니다. 전당대회 때 우리(공화당원들)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그 결과 민주당 정권을 4년 더 내줬다. ━ 나를 가장 많이 챙겨준 그분이 그립다 밥 돌 의원을 보내며 의원 시절, 연방상원에서 나를 가장 많이 챙겨주셨던 분이 밥 돌 의원님이었습니다. 상원의원 중 제가 가장 많이 만난 분입니다. 저를 특별하게 여겨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저를 두고 “공화당에서 유일한 한인이자 아시안 의원”이라고 여기저기 동료 의원들에게 소개해줬던 게 엊그제 같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셨던 그분은 이탈리아 전장에서 오른팔을 다치셔서 움직이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실물로 보면 정말 잘 생겼습니다. 유머 감각이 뛰어났고 농담하는 것을 대단히 좋아했던 분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 정치인 중 한 분이고, 1996년에는 정말 밥 돌 의원이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남기고’ 시리즈를 하면서 여러 한국 대통령들께서 돌아가시더니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 후보가 눈을 감았다는 소식에 착잡합니다. 세월 무상입니다. 돌 의원님, 1990년대 당시 연방의회에서 부족했던 저를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돌 의원님의 안식을 기원하며, 유가족에게도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원용석 기자김창준 클린턴 도덕성 공화당 전당대회 전당대회장 분위기 공화당 대선주자 남기고 싶은 이야기
2021.12.08. 1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