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성조기를 기둥에 꽂았다 가슴이 뭉클, 감사합니다. 한 마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대들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세계지도에 자취를 감추었으리라 1945년 8월 14일 조국은 메말라 껍질만 남았다 죽을 고생 지은 농사 일본 군량미로 살강 위 놓인 놋그릇 일본군 포탄 원료로 초등학교 2학년생 내 여름방학 숙제는 목화대껍질 칡넝쿨 껍질 3킬로그램 갖다 바치는 것 자원이 모자란 일본군 군복을 짓기 위해서 학교선 한국말 하면 회초리 매질 우리 고유의 성씨도 일본어로 다 바뀌고 민족 말살정책이었다 긴긴 여름 매미들도 배가 고픈지 하루 종일 끈질기게 울어대고 배고픈 아기는 크게 울 힘도 없었다 생각할수록 아슬아슬하다 백척간두에 한 발 차이로 살아남은 기적 수천 년간 강대국에 시달려 온 민족 강인한 끈기로 지켜온 희망의 나라 오늘따라 힘겹게 살다간 조상들이 우릴 지켜준 미국 국민들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강언덕 / 시인문예마당 광복절 광복절 아침 목화대껍질 칡넝쿨 여름방학 숙제
2025.08.28. 19:49
다시 광복절이다. 광복(光復), 밝은 세상을 다시 찾았다는 뜻이다. 밝고 맑던 나라를 어둠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은 자는 누구인가. 일본이다. 일제 36년, 그 어둠으로부터 벗어난 지 78년, 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광복절을 맞은 감회는 해마다 새롭고 비장하다. 우리는 일제 강점기에 겪은 수난의 역사를 잊지 않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고난을 견디다 못해 정든 땅을 떠나 국경을 넘었다, 뜻있는 사람들은 독립을 위해 국내외서 목숨 걸고 싸웠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이들에게 도움을 준 이도 독립군 못지않게 애쓴 사람들이다. 그 반대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도 있었다. 일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일신의 영달을 위해 살았던 사람들이다. 해방된 나라에서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울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그것을 감추고 싶은 쪽에 의해 좌절되었다. 그들은 해방 된 나라에서도 대를 이어 떵떵거리며 살아가게 된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세월이 흘러갔다. 그 사이 푸른 싹이 돋아나 ‘민족문제연구소’라는 민간단체가 엄청난 어려움을 극복하고 2009년 ‘친일인명사전’를 펴내게 된다. 사회 각 분야의 기라성(?) 같은 인물 4776명의 이름이 사전에 올랐다. 해방 64년이 지난 때였다. 이 일이 한국사회에 던진 파장은 컸다. 역사는 무섭다는 것을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살아온 행적은 언젠가는 반드시 누군가에 의해 평가 받게 된다는, 그래서 함부로 살면 안 되겠다는 각성을 하게 해 준 말없는 경고가 되었다. 혹자는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 역사라고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다. 부끄러운 역사를 부끄러워하고, 공과 과를 있는 그대로 알리면 된다. 평가는 다음 사람의 몫이다. 미당 서정주 선생은 ‘한국의 시성’이라고 불리는 분이다. 그의 기념관에는 명성에 걸맞게 ‘국화 옆에서’를 비롯해 많은 시가 걸려있었다. 그런데 많은 작품과 함께 ‘마쓰이 히데오! / 그대는 우리의 오장(伍長), 우리의 자랑. /...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 몸뚱이로 내려쳐서 깨었는가...’ 라고 읊은 ‘마쓰이 히데오 오장 송가’ 등의 친일 작품들도 전시됐다. 또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 ... /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라는 내용의 ‘전두환 대통령 탄신58회 축시’ 도 보였다. 장례식장에 잘난 자식만 세울 수 없듯이, 시인의 공(功) 과(過)를 보는 이가 평가하도록, 숨기고 싶은 작품까지 함께 전시한 기념관측의 처사가 돋보였다. 훗날, 어떤 이가 왜 친일을 하게 되었냐고 미당에게 물었더니, “일본이 그리 쉽게 망할지 알았남” 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광복절 아침에 역사를 다시 생각한다. 역사는 무섭다. 무서워야 한다. 그래야 통한의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걱정이다. 지금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나 않을까 조마조마 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이가 나 혼자만일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정찬열 / 시인이 아침에 광복절 역사 역사가 되풀이 광복절 아침 마쓰이 히데오
2023.08.14.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