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 오뙤르, 어워드. 이 세 단어 중에서 인터내셔널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나라의 장벽을 점점 더 높이 쌓아올리는 요즘 세계 정치인들과 다르게, 외국 영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박찬욱 감독이 트로피를 안고 한국어로 수상소감을 말하자, 사바나에서 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불과 두 달 전, 사바나 인근 현대차 메타플랜트 부지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한국인 구금사태를 고려할 때 상징적 장면이다. 지난 25일 조지아주에서 열린 제28회 사바나 칼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SCAD) 영화제 첫 날, 박 감독은 신작 ‘어쩔수가없다’로 국제 오뙤르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영화계에서 독보적 세계를 구축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박 감독은 “외국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저희 같은 한국의 예술가들에게 좋은 일이지만, 그것은 또 여러분에게 좋은 일이기도 하다”며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어떤 일에 기뻐하고, 어떤 일에 슬퍼하는지 안다는 것은 생각의 깊이와 비전의 너비를 크게 만들어주는 일이다. 외국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지, 어떤 면에서는 여러분과 얼마나 비슷한지 확인하면서 사고의 깊이를 늘려가길 바란다”고 했다. 영화는 실직 후 재취업을 위해 몸부림치는 평범한 회사원 가장 만수(이병헌)의 행적을 따라간다. 박 감독은 시상식 후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한국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했다. 그는 “한국어로는 짧은 한단어로 통용되는 ‘가장'(家長)이 영어로 표현하려면 ‘헤드 오브 패밀리’(Head of family)라는 몇 개 단어로 표현된다. 한국은 가부장제 성격이 강하게 남아 있어 가장이 느끼는 책임감, 압박감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주인공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저지른 행동이 오히려 가족을 붕괴시킨다는 거대한 패러독스 스토리 속에서 묘사된 부조리함, 연민, 유머는 세계 어느 도시든 비슷하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SCAD 영화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학 주관 영화제로 매년 10월 사바나 캠퍼스에서 개최된다. 올해 수상자로는 스파이크 리 감독, 오스카 아이작, 브랜든 프레이져,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이 꼽혔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구금사태 박찬욱 구금사태 사바나 박찬욱 감독 나라 문화
2025.10.27. 14:22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316명이 귀국한 뒤 이들이 겪은 구금시설 내 인권 침해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16일 한국 정부는 이민 당국의 인권 침해 가능성에 대해 기업과 합동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관련 소송이 제기된다면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테네시주에서 비슷한 대규모 불체자 구금사태 때 117만달러 배상 판결이 나온 사례가 있어 ‘거액’의 배상금 합의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애틀랜타의 이민법 전문 찰스 쿡 변호사는 17일 화상 인터뷰에서 “손해배상 소송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민영교도소의 열악한 환경 문제를 ICE(이민세관집행국)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고, 또 요원들의 인종차별 고의성을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서 한국인 14명과 히스패닉계 구금자 등을 대리했다. 쿡 변호사는 “매일 이민자들을 상담하며 체포와 구금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봐왔기 때문에 한국인들 증언의 사실성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구금자들은 미란다원칙 미고지, 의료지원 미비, 모욕적 대우, 비위생적 환경 등의 위법 정황을 토로한 바 있다. 다만 그는 “민영 시설의 잘못을 ICE에 따질 수 없다”며 “사립 교도소들은 끔찍한 환경과 음식, 외부 소통 차단을 통해 운영 비용을 낮추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려면 의도적인 인권침해가 자행됐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연방공무원이 헌법조항을 위반할 시 금전적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연방 대법원의 비벤스 청구(Bivens Claim)도 고의성 요건이 성립돼야 한다. 쿡 변호사는 현재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고의적 인종차별에 대해 원고에 까다로운 입증 책임을 떠넘길 것으로 봤다. 그는 “남미계 불법노동자를 체포하러 출동한 현장에서 300여명의 한국인을 구금하기로 판단한 것은 매우 부당하지만, 단기비자(B1) 관련 이민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민당국 요원들이 지식부족으로 잘못 결정한 실수”라고 규정했다. 이번 구금사태와 유사한 사례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이민당국이 테네시주 육류가공 공장에서 라틴계 노동자 104명을 체포한 경우다. 국토안보부(DHS)는 체포 과정에서 있었던 과도한 폭력 사용에 대해 집단 소송 합의금으로 2023년 117만5000달러를 배상했다. 쿡 변호사는 당시 합의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을 부각시키고 싶었던 바이든 행정부가 정치적으로 해결한 소송이었다”고 해석했다. 그는 “워싱턴 DC의 허가 없이 ICE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뤄진 급습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의회가 이민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지금, 특정 유형 노동자들을 위한 비자를 신설하는 것도 쉽지 않아보인다.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의 사과를 받아낸 것이 한국이 거둔 가장 큰 승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쿡 변호사는 에모리대 법학과 겸임교수로 전국이민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냈다. 이민법 관련 집단소송 전문가로 지난 4월 전국 133명의 유학생 비자 취소 무효화 소송을 맡기도 했다. 이번 구금사태와 관련, AP, 로이터,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ICE 체포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비판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조지아주 구금사태 한국인 317명 손해배상 소송 애틀랜타 이민법
2025.09.17. 14:50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급습 작전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지 한인 하청 건설사 5곳의 데스크톱, 노트북, 고용 문서 등을 대량 압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일 조지아주 남부 연방법원에 제출된 수색영장 증거물 목록에 따르면, 이민당국은 불법 고용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 아메리카 외에도 비욘드 아이언 컨스트럭션, 스틸 브라더스 디벨롭먼트, 중원, 케이엔솔, 웰린스의 고용 확인서류(I-9) 등 업무 자료를 압수했다. 조지아 국무부에 제출된 법인 등록증을 살펴보면 이들 회사는 모두 한인 대표가 설립한 현지 건설사다. 이들은 주로 금호타이어, SK배터리 등 조지아주 한국기업 공장 건설 하청을 맡았다. 이민당국은 지난 4일 오전 9시35분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문서 상자 6개, 노트북 2대, 중원에서 문서 가방 1개, 데스크톱 1대, 노트북 3대, 34기가 이동식 저장 장치 1개, 네트워크 저장 장치(NAS) 1개, 웰린스에서 노트북 1대, 케이엔솔에서 문서 가방 2개, 노트북 1대 등을 가져갔다. 영장 사본은 현대엔지니어링 프로젝트 매니저에게 건넸다.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이 현지 한인업체들과 함께 불법 고용을 저질렀다고 본 것이다. 스티븐 슈랭크 HSI 조지아·앨라배마주 담당 특별수사관은 단속 다음날인 5일 기자회견에서 현대차 공장 불법 고용 관행 배경엔 광범위한 하청기업 네트워크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색 대상 기업 중 비욘드 아이언 컨스트럭션사와 스틸 브라더스 디벨롭먼트사는 지난 3월 배터리 합작공장 40대 한인 인부 사망사고에 대해 산업안전보건청(OSHA) 조사를 받기도 했다. 장채원 기자 [email protected]구금사태 압수수색 하청기업 네트워크 데스크톱 노트북 한국기업 건설
2025.09.11.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