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울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울려고 하던 참이었다.” 이 문장의 ‘그렇지 않아도’는 적절할까? 아니면 ‘그러지 않아도’여야 할까? ‘그렇다’도, ‘그러다’도 앞의 말을 대신한다. ‘그렇다’는 ‘상태(어떠함)’를 가리키고, ‘그러다’는 ‘행동(움직임)’을 대신 나타낸다. 울라고 한 것은 ‘움직임’이다. ‘그러지’로 받는 게 더 적절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아도’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는 그가 울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울려고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린다. 움직임이 아니라 어떤 상태였다는 것을 대신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어서 여기서는 ‘그렇지 않아도’도 자연스럽게 읽힌다. “나는 울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울어 버렸다.” 이 문장에서는 ‘그렇지’라고 하면 어색하다. 여기서는 ‘울었다’는 행동을 대신하는 말 ‘그러지’가 와야 어울린다. “네가 그러니까 나도 그러지.” “갈래? 그래, 가자.”가 맞는 표현이다. “배가 고팠다. 그렇지 않아도 밥을 먹었을 것이다.” 이 문장에서는 ‘그러지’가 어색하다. 배가 고픈 상태를 받는 말 ‘그렇지’가 와야 자연스럽다. ‘그렇지 않아도’는 문장을 시작할 때도 자주 보인다. 말로 할 때는 ‘그렇잖아도’로 흔히 줄여 쓴다. “그렇잖아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그렇잖아도 한번 가려고 했어”…. 어떤 상태나 상황을 생각하고 쓴 표현들이다. 앞의 동작을 대신할 때는 ‘그러지 않아도’, 상태나 성질, 모양 등을 대신하거나 어떤 상황을 염두에 뒀을 때는 ‘그렇지 않아도’가 어울린다.우리말 바루기 구별 성질 모양
2025.06.30. 18:44
‘물총 들고 은행 강도짓’ ‘물총 들고 은행 강도질’. 누구는 ‘강도짓’이라고 했고, 누구는 ‘강도질’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강도짓’이 어색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틀렸다고까지 말한다. 반대로 자연스럽다는 사람도 있다. 국어사전들도 그렇다. 어떤 사전은 ‘강도짓’이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강도짓’을 표제어로 올리지 않았다. ‘강도질’만 표제어로 올렸다. 어떤 사전은 ‘강도질’ ‘강도짓’을 둘 다 실었다. ‘강도짓’도 꽤 쓰이는 현실을 반영했다. ‘짓’이 붙은 말들은 대개 동작이 한 번이어도 된다. 반드시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손짓’은 한 번만 움직여도 된다. 동작을 여러 번 해야 완료되는 게 아니다. 눈짓, 날갯짓, 몸짓, 어깻짓 같은 동작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손을 대서 잘 매만지는 일”인 ‘손질’은 반복적이다. 어느 정도 반복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손질’이 된다. ‘바느질’ ‘다림질’ ‘부채질’ ‘양치질’ ‘되새김질’ ‘뜀박질’ 같은 말들에도 반복성이 있다. ‘싸움질’이나 ‘자랑질’ 같은 말들도 일회적인 동작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반복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이런 흐름에서 ‘도둑질’도 ‘도둑짓’이라고 하지 않는다. ‘강도짓’보다 ‘강도질’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되겠다. 그런데 딴짓, 망나니짓, 여우짓, 허튼짓 같은 말들도 보인다. 일회적인 동작이 아닌 말들이다.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반드시는 아니다. 그래도 일회적이냐, 반복적이냐로 ‘짓’과 ‘질’을 어느 정도는 구별할 수 있다.우리말 바루기 구별 은행 강도짓 은행 강도질 망나니짓 여우짓
2025.06.15. 12:22
중국의 영향이 크다는 한국과 과학적 근거를 대라는 중국. 미세먼지가 한반도의 숨통을 죄면서 책임 소재를 놓고 한·중 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과 공동 조사에 나서겠다는 발표엔 “기어코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가”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매체의 주장을 옮길 때 “중국에~”가 아니라 “중국에게~”로 써야 되지 않냐고 묻는 이가 많다. 실제로 입말에서 “중국에게 큰소리 못 치는 이유가 뭔가” “중국에게 묻고 싶다”와 같이 종종 사용하지만 모두 ‘중국에’로 고쳐야 바르다. 체언에 따라 ‘에게’와 ‘에’를 구분해 써야 한다. ‘에게’는 감정이 있는 사람이나 동물을 나타내는 말(유정물) 뒤에 붙는다. “지인들에게 이곳을 소풍 장소로 꼭 추천하고 싶어요” “고양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용품입니다”처럼 사용한다. 감정이 없는 식물이나 무생물을 나타내는 말(무정물) 뒤엔 ‘에게’가 아닌 ‘에’가 붙는다. “미세먼지가 자동차에게 미치는 영향” “화분에게 물을 주면 안 되나요?” “세상에게 도전하라”와 같이 쓰면 어색하다. ‘자동차에’ ‘화분에’ ‘세상에’로 고쳐야 바르다. 동화나 시 등에서는 “심술쟁이 바람이 해님에게 말을 걸었어요” “나무에게 길을 묻는 이”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화자가 무생물이나 식물을 의인화한 경우라면 ‘에게’를 붙일 수 있다. 신문이나 방송 등의 매체에서 기사 제목을 달 때 글자 수를 줄이기 위해 임의로 ‘에게’가 올 자리에 ‘에’를 쓰기도 한다. “대통령에 듣는다” “신임 당 대표에 묻는다”와 같은 식으로 표현하는 일이 잦지만 원칙에는 어긋나는 방법이다. 정리하면 무정물 뒤에는 ‘에’를, 유정물 뒤에는 ‘에게’를 쓰는 게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이다. 더 구어적인 표현으로는 ‘한테’가 있다. ‘에게’를 ‘한테’로 대체할 수 있으나 “상품의 파손 여부를 택배회사한테 알려야 한다”처럼 무정물 뒤의 ‘에’ 대신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우리말 바루기 조사 구별 공동 조사 책임 소재 과학적 근거
2025.05.11. 16:13
대입 에세이는 UC계열 지원서의 2개의 에세이와 사립대학이 채택하고 있는 '공통 지원서' (Common Application)의 1개 에세이가 필요하다. 또한 대부분 사립대학은 추가 서류(supplement)로 에세이를 요구한다. 많은 학생의 학업 성적과 특별활동 등으로는 선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에세이에서 차별성을 보여야 할 지 모른다. 자신을 잘 표현하는 기회로 생각하여 설득력 있게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 스스로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학생의 배경, 가정환경, 성격 등을 가장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에세이다. ▶평범한 에세이 입학사정관은 특별한 학생을 찾고 있다. 그런데 이미 지원서에서 쓴 내용을 나열하면 평범한 에세이가 된다. 눈길을 끌 수가 없다. 그렇다고 불필요한 미사여구를 쓰는 것도 좋지 않다. 단어수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간단 명료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흐름을 구사해야 한다. 물론 평범하지 않은 에세이를 쓴다고 자신의 치부를 공개하면서 멋대로 좋게 변명할 필요도 없다. 또한 한인 이민 가정에 많이 쓰는 주제가 이민와서 고생한 얘기라고 한다. 미국 가정이 상당수가 이민 가정인데 좀 지루한 내용이 될 것이다. 교회, 봉사활동 등 스포츠 활동하다가 느낀 감동 같은 주제는 평범한 에세이가 되기 쉽다. ▶철자와 문법, 어휘 에세이를 한번에 쭉 쓰는 학생은 없겠지만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철자법과 문법, 어휘가 맞지 않는 에세이다. 내용과 토픽에 상관없이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에세이로 몇 번에 걸쳐 리뷰 작업으로 실수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또한 에세이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주위의 성인과 함께 리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관성이 있어야 교사와 카운슬러의 추천서가 전달된 상태인데 이 내용과 너무 동떨어진 앞뒤가 맞지 않는 에세이는 좋지 않다. 지원서에 나타난 성격이나 취향은 보수적일 정도인데 에세이는 도전적이거나 너무 어른스러울 수가 있다. 이거 누가 쓴 거야 하고 의심할 수 있다. 자신과 맞는 일관성 있는 에세이여야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가치 있는 에세이 에세이에는 헌신과 노력이 보여야 한다. 밴드나 연극, 스포츠 활동에 대해서 에세이를 쓰면서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애착이 있었는지 보다는 어떤 노력과 헌신이 있는지 보여 주는게 낫다. 또한 용기가 보이면 좋다. 만약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었는데 이를 얘기할 수 있는 용기도 시선을 끌 수 있다. 아울러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를 통한 내면적 인격적 성장을 보여줄 수 있다. 돋보이는 에세이는 겸손과 지혜가 보이면 좋다. 고교생은 성인이 아니어서 모르는 것이 많다. 배우려는 자세, 학생이 갖춰야 할 미덕으로서의 겸손이 보이면 된다. 또 미국 대학은 단순히 똑똑한 사람보다는 현명한 사람을 원한다. 현명함이나 지혜로움이 보이는 에세이가 되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김상범 교육 컨설턴트는 "입학 사정관이 매년 수만장 이상의 지원서와 그것의 2배에 달하는 에세이를 읽게 된다"면서 "500자 안에서 남과 차별되는 에세이를 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정말 많이 생각하고 느끼고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좋은 에세이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 명문대 진학 에세이 작성 1. 전략적으로 사고하라=창의적인 재능을 강조할 수 있고 중요한 과외 활동이나 취미를 내세울 수 있고 인격을 형성시킨 순간이나 삶의 한 측면에 대해 이야기 할 수도 있다. 2. 되돌아 보라=마음 속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다. 자신이 경험한 일을 시작부터 그대로 서술하는 것보다 경험이 자신에게 의미하는 바를 설명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변화해서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는가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3. 일찍 시작하라=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록 자신을 더욱 진솔하게 반영할 수 있다.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초고를 쓴 상태에서 교정 볼 시간도 넉넉히 가지는 것이 좋다. 4. 친구 가족 선생님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내라. 5. 진부한 상투어는 피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라=에세이 자체의 주제 뿐 아니라 글 속에 담긴 이미지에도 적용된다. 승리의 기쁨이나 패배의 고통을 다루는 것이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지만 좀 더 독창적이어야 하며 기억에 남을 만한 이야기여야 한다. 6. 기발한 방법은 함부로 사용하지 마라=기발한 방법으로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을 하려면 아주 잘해야 한다. 에세이를 돋보이게 하려고 뭔가를 고안하는 시도는 삼가하라. 7. 의미를 모르는 단어는 사용하지 마라=현란한 단어 실력을 자랑할 곳은 SAT다. 에세이에는 짧은 단어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는데 더 나을 수 있다. 8. 에세이의 기본 취지에 집중하라=입학 사정관이 에세이를 읽는데는 몇 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야기의 규모를 적당히 유지해야 한다. 9. 시작부터 강한 인상을 주라=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작 부분이다. 입학사정관은 학생이 어떤 인물인가를 파악하려고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시작부터 읽는 사람의 관심을 사로 잡고 쉽게 시작하여 계속 읽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10. 결론이 중요하다. 11. 너무 진지해지지 않도록 하라=재미있는 사람이라면 유머를 사용하라. 세련된 유머라면 사정관을 미소 짓게 할 것이며 손해가 될 건 없다. 12. 철저하게 교정하고 교정해서 완벽을 기하라. ━ 신입생을 위한 몇가지 조언 대학 신입생은 집을 멀리 떠나 생활하게 되는 극적인 상황이다. 신입생이 대학과 대학 생활에 대해서 알아야 할 몇 가지 조언을 소개한다. ▶수업은 빠지지 마라=고교와 달리 대학 교수는 한 과목을 30~40번을 강의한다. 그래서 만약 몇 번이라도 빠지면 중요한 것을 빼먹을 수 있다. 빠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라. ▶더 많이 공부해라=공부는 성실하게 해라. 교수나 TA는 과제나 논문 마감일을 알려줄 수는 있다. 하지만 기한이 넘도록 제출하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지 않는다. 공부는 혼자 해나가야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수업 준비에 학부생은 주 평균 15시간을 사용한다. 그런데 실제 교수는 수업 1시간당 2시간의 준비를 요구한다. 다시 말해서 수업시간이 주당 15시간이면 30시간은 예습에 써야 한다. 그러면 수업시간을 포함해 1주에 45시간을 공부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1주일 내내 공부한다고 쳐도 하루에 4시간은 예습에 할애해야 한다. ▶시험은 샘플링이다=학부의 시험은 포괄적이지 않다. 수업 시간에 다룬 모든 토픽과 문제를 다루지는 않는다. 대신 대표적인 몇 가지를 선택해 시험에 반영한다. 교수에 따라서는 몇 가지 이슈에 대해서 심층적인 면을 보고자 한다. 시험을 준비하려면 겉핥기식으로 모든 것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중요 포인트를 상세하게 공부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더 좋은 전략이다. ▶대학 논문은 고교 리포트보다 월등해야 한다=대학 과제 및 논문은 분석과 리서치를 요구한다. 어떤 이슈를 나눠 스스로의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물론 자료와 기타 사용된 학술적 근거를 갖고 있어야 된다. 고교시절의 과제보다 훨씬 세밀해야 하고 위키피디아가 보여주는 요약, 구글 검색결과, 신문 잡지보다 훨씬 나아야 한다. ▶신입생 때 전공을 정하지 마라=대학이 오리엔테이션에서 전공을 정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는 사실 학생들이 바로 공부에 몰입하기를 바라고 학사 일정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프리메드나 음악, 외국어 같은 것은 빨리 전공을 결정하는 것은 좋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아니다. 전공과 관련된 몇 개의 수업을 들어보고 결정하라. 학위를 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유 중 하나는 잘못된 전공을 선택하고 다른 것을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10~12코스는 이렇게 쓰인다. ▶교수는 학생의 성공을 원한다=교수직은 대형 강의실에서 강의하거나 연구실에서 연구만하는 그런 직업이 아니다. 학생이 공부를 잘하도록 자신의 시간을 투자한다. 논문 작성 준비나 시험 준비를 돕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한 학기에 한번은 교수를 방문하는 계획을 세워라. 교수가 연구실에 있을때 찾아가라. 장병희 기자이야기 구별 에세이 입학사정관 대입 에세이 에세이 자체
2022.12.11.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