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철학자로 알려진 에릭 호퍼(Eric Hoffer·1902~1983)는 미국의 철학자다.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지만 깊이 있는 통찰력의 저술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책들을 읽다 보면, 그 통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주로 부두 노동자와 같은 육체노동자로 살아가면서, 독학으로 철학, 역사, 문학을 공부했다. 뉴욕 브롱스에서 태어난 에릭 호퍼는 LA 지역에서도 일정 기간 활동한 이력이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서부를 떠돌며 여러 도시를 전전했고,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는 LA를 포함한 캘리포니아 곳곳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했다. 특히 LA 항만 지역에서 부두노동자로도 일한 경력이 있다. 호퍼는 개인의 자율성과 자유의지를 강조했으며, 이념이나 집단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태도를 비판했다. 에릭 호퍼는 ‘맹신자들(The True Believer)’이라는 저서를 통해 대중운동에 쉽게 휘말리는 인간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했다. 그는 한 가지 공통점을 지적한다. 히틀러의 나치즘, 스탈린의 전체주의, 종교적 광신주의 등 모두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호퍼가 경고한 ‘맹신자’의 모습은 단순한 열정이 아니다. 그것은 비판 없이 따르고, 자기 의지를 상실하며, 외부 권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태도이다. 문제는 이러한 심리가 신앙의 영역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성도들 중 일부는 하나님의 말씀보다는 목회자의 말, 집단의 분위기, 전통적 습관에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를 그런 방식으로 부르지 않았다. 하나님은 인간을 ‘생각하는 존재’로 지으셨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끊임없이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라고 묻는다(마 16:15). 이는 각자의 신앙 고백을, 자기 판단과 책임 속에서 하라는 뜻이다. 이 말씀은 맹신이 아닌, 깊은 인식과 자발적 결단에서 나오는 믿음을 보여준다. 주체적인 신앙이란, 질문하고, 고민하고, 말씀을 붙잡고 씨름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믿음은 단순한 정보 습득이나 규범의 수용이 아니라, 인격적 만남이며 삶 전체를 통째로 맡기는 깊은 결단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2)고 하신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진리를 알면서도 여전히 신앙 안에서 불안하고 억눌리는 감정을 경험한다. 진리 안에서 자유하지 못하고, 누군가가 정해 준 ‘틀’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주체적인 신앙을 가진 사람은, 비난받더라도 질문한다. 오늘날 성도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신앙, 성경을 스스로 읽지 않는 신앙, 공동체 속에서 편안함만 찾는 신앙에서 벗어나야 한다. 모든 성도는, 하나님 앞에 홀로 설 수 있는 신앙인이 되어야 한다. 내가 믿는 바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고, 흔들리는 세상에서도 ‘나는 누구이고, 왜 이 길을 가는가’를 분명히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email protected] 이종찬 / J&B푸드컨설팅 대표종교와 트렌드 권력 신앙 신앙 성경 신앙 공동체 신앙 고백
2025.04.07. 18:01
기자 생활의 상당 기간을 정치부에서 취재하고 보도했다. 그런 이력에도 최근의 미국 대선은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 많다. 이를테면 TV토론에서 압승하고도 해리스는 트럼프를 따돌리지 못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공공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포르노 배우와 얽힌 뒷거래를 비롯해 온갖 비도덕적 추문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를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그런 트럼프의 지지세는 꺾이기는커녕 일부 경합주에선 해리스를 앞지르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 최근 애리조나와 조지아, 위스콘신주의 바닥 민심을 직접 취재하면서 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의 배경을 넌지시 짚어볼 수 있게 됐다. 바로 트럼프가 끝없이 빚어내는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미국 영문학자 조너선 갓셜은 저서 ‘스토리텔링 애니멀’에서 이렇게 선언한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우리를 만지작거리고 주물럭거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마음을 빚어낸다.” 나는 여러 도덕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재집권이 아른거리는 현 상황을 ‘호모 픽투스(Homo fictus, 이야기하는 인간)’의 관점에서 이해해보려 했다. 그 어떤 가치적 판단을 제외하고 말하자면, 트럼프는 해리스에 비해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트럼프와 해리스, 두 후보의 무수한 연설과 인터뷰, 토론 등을 종합해 내린 결론이다. 장르로 따지자면 트럼프는 픽션, 해리스는 논픽션 쪽이다. 말하자면 트럼프는 지지자들이 듣기 원하는 이야기를 허구를 동원해서라도 지어낸다. 트럼프는 자신을 악인과 맞선 영웅으로 서사화하면서 대선 캠페인을 드라마처럼 끌고 가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악인(불법 이민자)이 등장하고 갈등(일자리와 치안 위기)이 벌어지고, 이를 해결하는 영웅(트럼프)이 기본 구조를 이루는 식인데, 듣는 이를 현실과 무관한 판타지로 데려가는 효과를 낸다. 반면 해리스는 현실에 기반한 사실을 서술하는 논픽션 강연자 유형이다. 그는 판타지를 지어내는 대신 현실(트럼프의 민주주의 위협)을 자세히 설파하는데, 이는 도덕적으로 온당할지 몰라도 잘 짜인 이야기에 열광하는 ‘호모 픽투스’ 관점에선 그리 매력적인 설득 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이야기는 사람을 잡아당기는 힘, 매력에 관여하는 요소다. 권력이 타인의 복종을 강제하는 힘이라면, 매력은 옳든 그르든 타인이 스스로 다가오게끔 하는 힘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그 매력의 경중에 따라 초박빙 승부가 결정될지도 모른다. 권력이 매력을 강제할 순 없지만, 매력은 종종 권력 창출의 중요한 발판이다. 정강현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글로벌 아이 권력 픽션 해리스 반면 해리스 논픽션 강연자
2024.10.30. 21:40
LA시의 독립적인 지역구 조정 기구와 의석수 확대 논의을 앞두고 기존 권력의 압력으로 그 성공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LA시는 2012년 이후 지역구 조정이 시의원들의 지속적인 압박과 영향력 행사로 10년 뒤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으며 일부 신진 권력에만 타격을 남겼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NYT는 시의원들과 2021년 지역구 조정을 위한 커미션에 참가했던 인물들을 취재하고 당시 가장 기반이 약했던 니디아 라만(4지구)이 지역구 유권자의 40%를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커미셔너들이 시의원들의 측근들로 구성돼 철저히 기존 권력을 대변했으며 당선 직후였던 라만은 한인타운노동연대의 대표인 알렉산드라 서를 커미셔너로 임명했다. 하지만 라만은 이후 서씨를 재키 골드버그 전 LA 시의원으로 교체했고 커미션 내의 권력 다툼은 지속됐다. 이후 첫 번째 지역구 디자인이 시의회에 제출됐지만 다시 대폭 수정을 거쳤으며 결국 2012년과 유사해졌다. 다시말해 한인타운이 10지구에 편입된 것 이외에는 기존 권력의 지역구는 그대로 수성됐다. 이에 반해 라만의 지역구만 대폭 교체돼 무려 40%의 유권자가 변경됐다. 골드버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커미션에 나갔더니 이미 늦었더라”라고 전했다. 결국 라만의 지역구 조정은 시의회 내 기존 민주당 권력이 진보적 성향을 가진 신규 세력에게 상징적이고 간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NYT는 동시에 최근에 있었던 일련의 비리와 부패 혐의 수사 및 재판에 대해서도 오래된 권력의 필연적인 부패라고 지적하며 이런 부패를 막는 것은 바로 권력 분산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학계와 연구 단체들의 지적대로 의석수를 30~35개로 확대하는 것도 2021년의 지역구 조정에 이은 ‘연장전’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시의회는 9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마퀴스 해리스-도슨 의원은 지난달 본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역구 조정과 의석수 확대의 문제는 결국 관내 대지 사용에 대한 결정권의 향배를 의미하며 단시간 내에 쉽게 조정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시의회는 지난해 인종비하 발언 녹취의 영향으로 ‘독립적인’ 지역구 조정 기구에 대해서는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다만 의석수 확대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9~10월 시의회 본회의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목소리 권력 la시 개혁 기존 권력 권력 다툼
2023.09.04. 19:39
전 세계를 AI 열풍으로 몰아넣은 챗GPT는 온라인 계정만 만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정작 인터넷에는 연결돼 있지 않았다. 오픈AI는 챗GPT를 온라인에서 얻은 데이터로 훈련했지만, 챗GPT가 스스로 인터넷에 접속해 돌아다니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방침을 바꿔 챗GPT를 인터넷에 연결해 필요할 경우 온라인에서 직접 정보를 구할 수 있도록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렇다면 왜 이제까지는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은 걸까. AI가 온라인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챗GPT를 인터넷에 연결하면서도 ‘읽기’만 가능하게 하고 온라인에서 양식을 작성하는 등의 ‘쓰기’ 기능을 허용하지 않은 것도 AI가 기업이 의도하지 않은 능력을 허락 없이 가지려는 시도를 막기 위함이다. 가령 AI가 자신의 복제판을 다른 서버에 몰래 설치해서 관리자의 눈을 피하는 상황이 그렇다. 오픈AI에서 나온 보안 관련 문서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는 모델(GPT-4)의 경우 AI가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자원을 모으는 식의 ‘권력 추구’가 목적 달성에 유용한 전략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AI가 인간이 사는 세상을 ‘접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려해왔는데 이를 실제로 우려해야 할 이유를 이미 나와 있는 AI에서 본 것이다. 물론 AI는 의식이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사악한 의도를 가진 게 아니고, 단지 목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나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한 의도로 세상에 일어나는 끔찍한 일을 생각하면, 과연 인간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박상현 / 오터레터 발행인디지털 세상 읽기 권력 접수 권력 추구 온라인 계정만 정작 인터넷
2023.04.04. 19:40
‘윤핵관’이라는 단어가 한국 언론에 다시 기사화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의 핵심 관계자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이들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인사권 행사에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는다. 대통령 선거 막판과 윤 대통령 취임 초기에 윤핵관의 존재와 갈등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후 잠잠해지는 듯하더니 이번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 대통령이 공식 비대위 만찬에 앞서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인사 4명을 관저로 불러 당무를 논의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이를 두고 국민의 힘 당내에서는 “지도부 위에 윤핵관이 있다”라는 말까지 나돈다.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 4인방’이 지도부 만찬보다 3일 앞서 부부동반으로 윤 대통령 부부와 회동했다. 윤 대통령이 당의 공식 지도부보다 윤핵관을 먼저 만나 이 자리에서 당무까지 논의했다고 하니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사실 대통령의 측근 정치는 그들을 이르는 용어는 다르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단체보다는 이른바 심복으로 불리는 개인에 크게 의존했다. 이기붕, 차지철, 김형욱, 이후락, 박종규 등이 그런 측근들이다. 이후에는 하나회(전두환), 월계수회(노태우), 민주산악회(김영삼), 인동회(김대중), 청맥회(노무현), 영포라인(이명박), 왕차관(이명박), 비선실세(박근혜), 문고리 권력(박근혜), 부엉이 모임(문재인) 등이 언론에 오르내렸다. 코드 정치라고도 부르는 이런 측근 정치는 권력자가 자신의 뜻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과 일사분란하게 정책을 수행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오히려 측근 편중으로 인한 폐해가 더 많아져 정부에 ‘아유구용(남에게 아첨하며 구차하게 행동함을 뜻하는 고사성어)’ 무리만 끌어들이는 경향도 많이 나타난다. 실제로 이들은 거의 모든 정권에서 인사와 각종 비리에 연루되는 결과를 보였다. 측근 정치는 왕정 시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과거나 현재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권력자는 자신이 나서지 않고 대신 말하고 행동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대신 그 측근들은 권력자의 뜻을 헤아리고 앞장서면서 자신도 무소불위 권력의 맛을 누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희생양으로 조용히 사라지기도 한다. 권력자의 측근 중에는 간신도 있지만 분명 충신도 있다. 윤 대통령의 윤핵관들은 후세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지금으로선 쉽게 예단 할 수 없다. 하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권력은 간신을 원한다’는 제목의 책이 있다. 책 표지에 거친 글씨체로 표지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간신이란 단어가 한자로 크게 내려 쓰여져 있고 신하 신자의 가운데 공간에 “간신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인쇄돼 있던 기억이 새롭다. 간신은 필요악인 셈이다. 측근이 모두 간신은 아니지만 간신은 모두 권력자의 측근이었다. 중국 한나라 시대에 활동한 유향은 해로운 신하를 여섯 유형으로 분류했다. 구신, 유신, 간신, 참신, 적신, 망국신으로 나눴고 이를 육사신이라 부른다. 이중 유신은 군주의 말과 행동은 모두 옳다고 말하며, 은밀히 군주의 좋아하는 바를 알아내 권함으로써, 군주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비굴하게 비위를 맞춰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하며 그 후에 오는 해악은 아랑곳하지 않는 신하다. 간신은 “속마음은 음험하고 외모는 소심하며 교묘한 말을 하고 안색은 선량한 척하지만 어진 사람을 질투하고, 천거하려는 인물을 장점만 밝게 하고 악은 숨기며 물리치려는 사람은 단점만 드러내고 장점은 숨긴다”고 한다. 권력자는 특히 이 두 부류의 신하를 더 경계해야 한다. 권력자가 어떤 신하를 중용하고 귀를 기울이는가에 따라 한 나라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기도 하다. 김병일 / 뉴스랩 에디터중앙 칼럼 권력 간신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 취임 대통령 선거
2022.12.06. 20:22
11월 선거를 앞두고 축제 분위기여야 할 LA 시의회가 부패와 불신으로 사실상 ‘심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정책 토론과 시민 의견을 들어야 할 넓은 본회의장은 온갖 항의와 절규만 넘치고 있다. 누리 마르티네즈, 케빈 드레온, 길 세디요 세 명 시의원의 인종 차별적 발언 녹취가 공개되면서 지역 정치권에 대한 절망감이 넘치는 형국이다. 그러나 LA 시의회의 스캔들은 끊임없이 발생했고 매번 제기됐던 ‘물갈이’나 ‘일소’ 여론은 그냥 분위기로 그쳤다. 뿌리 깊은 지역 부패 권력의 특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장 최근 그 정곡을 보여준 케이스는 바로 호세 후이자 전 의원. 후이자는 2020년 중국 건설업자로부터 15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연방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다운타운의 대규모 건설 공사 승인 대가였다. 일부 한인도 연루된 이 사건은 해를 넘겨 진행됐으며 지난 12일 후이자의 형인 살바도르 후이자가 뇌물을 받아 돈을 동생 후이자에게 전달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 과정에서 후이자는 위증 혐의도 인정됐다. 당시 후이자의 사무실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압수수색으로 뒤숭숭하던 LA에 또 다른 충격을 준 것은 마크 리들리-토머스 시의원이었다. 카운티 수퍼바이저를 지내면서 사우스 LA의 거물이 된 그는 정부 계약 수주를 대가로 USC로부터 10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공범인 USC 매릴린 플린 전 학장이 유죄를 인정하면서 그의 뇌물 혐의 유죄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일부 지지자들과 정치 관련 단체장들은 드러난 혐의들이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 인종, 출신 커뮤니니, 혈연 등에 뿌리는 둔 소위 ‘권력 카르텔’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인사회와도 가까웠던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전 LA시장은 잇단 부패 스캔들에 대해 “시정부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시민들은 이제 시청이 자신들을 대변한다는 생각을 못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LA카운티 수퍼바이저를 지낸 제브 야로슬래브스키는 이번 사태를 두고 “1930~40년대 이후로 이토록 시정부가 부패의 늪에 빠진 적이 없었다”며 “시정 시스템이 심각하게 결함을 가진 것이며 이를 누구도 고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직 누가 어떤 의도로 시의원들의 사적인 대화를 녹음하고 공개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시정의 책임자들이 가진 권력 이해 구도와 철학을 보여줬다는 대목에서 변화가 시급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 주민들의 지적이다. 이번 중간 선거가 부패 일소의 시작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LA시의회는 막강한 재정과 권한을 갖고 있다. 국내 2번째 큰 도시로 40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에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이 들어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15개 선거구로 이뤄지며 현재 14명이 민주당, 1석(6지구)이 공석, 한 명(존 이)은 무소속이다. 4년 임기로 홀수와 짝수 지역구가 2년을 번갈아 선출된다. 지역구에 배당되는 수억 달러의 예산 편성(올해 시 전체 예산은 118억 달러)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며 각종 인허가를 담당하는 커미션과 커미티 등에 인사를 추천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라틴계 출신이 6~7명으로 다수를 구성하며 백인, 흑인 순이다. 아시안은 니디아 라만과 존 이 시의원 두 명이다. 관내 라틴계 인구가 47%(2020년 현재)로 가장 많고 아시안이 11.7%, 흑인이 8.3%다. 최인성 기자인종차별 권력 뇌물 혐의 지역 부패 살바도르 후이자가
2022.10.13. 21:47
태평양전쟁 법정에 선 일본 교수 일본 군국주의가 낳은 죄악 증언 테러 위협에서도 성경 놓지 않아 암흑의 역사에서도 진리는 빛나 히틀러·스탈린 등 독재자의 만행 러시아·중국·북한은 지금 어떤가 제2차 세계대전 주동자의 한 사람인 일본의 도조 히데키 수상의 처형 기록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내가 대학생 때는 일본 육군을 대표하는 도조 수상의 정치 행적을 직접 보았다. 일본 해군은 태평양전쟁을 기피하는 분위기였다. 장교들이 사관학교 시절에 영·미국을 비롯한 서구국가들의 전력과 실상을 관찰했기 때문에 전쟁에 승산이 없음을 짐작했던 것 같다. 다수의 일본 지성인들, 특히 기독교계 지도자들과 휴머니즘에 동조하는 국민의 반전론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 군부는 천황의 권위를 애국심으로 가장해 태평양전쟁을 감행했다. 패전 후에 도조 수상은 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전쟁범죄자로 판결받고 사형집행을 대기하는 처지가 되었다. 1948년 12월 23일, 이른 아침, 사형집행관이 스가모형무소 감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도조는 예감했었는지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모으고 속죄의 염불을 하고 있었다. 형리의 안내를 받아 형장으로 가면서도 염불을 드렸다. 밧줄이 목에 걸리고 의식을 잃을 때까지 속죄의 염불을 계속했다는 기록이다. 그가 64세 때였다. 트로츠키 암살한 스탈린의 최후(제목) 일본과 동맹국인 독일의 히틀러는 러시아군의 접근을 보고받고 자기 시신을 완전히 불태워 적군에 한 점도 넘기거나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다. 1945년 4월 30일 56세로 생애를 끝냈다. 또 같은 동맹국이었던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는 같은 해 4월 28일 총살당했다. 우리가 해방을 맞이하기 직전의 사건들이다. 역사의 비극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미 공산국가가 되어 있었다. 레닌의 주도 아래 공산혁명정부가 출범했다. 레닌이 신병으로 실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자, 공산당 서기장인 스탈린이 그 뒤를 계승하였다. 스탈린은 레닌의 후계자로 지목받던 트로츠키 세력을 배제하기 시작했다. 레닌의 지시와 하명을 가장하고 트로츠키 측근들을 축출했다. 위기감을 느낀 트로츠키는 터키로 망명했다. 그러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어 멕시코로 망명처를 옮기고, 멕시코 정부의 보호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스탈린 비밀경찰의 마수는 피할 수 없었다. 트로츠키 거처의 외부인 출입은 허락받은 사람에만 제한되었다. 마치 딸처럼 사랑받았던 트로츠키의 여비서만이 출퇴근할 수 있었다. 그 여비서와 친분을 맺은 남자가 여비서와 사랑을 가장한 약혼자가 되었다. 여비서가 트로츠키에게 약혼자를 소개하겠다며 면담 허락을 받았다. 남자가 출입검사를 받고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미리 집안에서 보아 두었던, 장작을 패기 위해 놓여있던 손도끼를 사용해 트로츠키를 살해하고 집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트로츠키는 암살되고 스탈린은 역사에 보기 드문 독재정권을 휘두르게 된다. 히틀러 못지않은 권력으로 공산정권의 본성을 발휘하기에 이른다. 폴란드에서는 지식인 2만 명을 카틴숲에서 학살하고도 히틀러 나치의 소행이라고 허위 선전한 일도 있었다. 세월이 지난 후에 스탈린의 행위였음이 입증되었다. 유고의 티토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는 소련의 혁명완수까지 500만 명을 희생시켰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 스탈린이 말년에 6·25 한국전쟁을 감행하는 죄악을 범했다. 이후 1953년 3월 각종 정치적 모략과 독살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독재적 삶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런 비극적 사회악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스탈린의 뒤를 계승하는 러시아의 푸틴은 제2의 한국전쟁과 흡사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켰다. 레닌의 후계자로 자처했던 중국의 마오쩌둥은 수많은 실정을 거듭하며 독재정권을 유지했다. 또 시진핑은 자국 내 홍콩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유린했을 뿐 아니라 대만을 공산국가로 점령하려는 야망을 선언하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은 레닌, 스탈린의 뒤를 따라 한반도의 완전적화를 시도했다. 지금은 그 독재폭력이 김씨 왕국으로 굳혀가고 있다. 김정은은 정권유지를 위해 친형인 김정남을 암살했고, 김정남의 아들은 세계 어디에선가 은신하고 있다. 지금도 기회와 여건만 채워지면 대한민국 적화통일을 의도하고 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자. 일본이 태평양 전쟁 후 열린 국제재판 무대에 도조 수상이 섰을 때다. 그 법정에 전범들과 군국주의 일본의 죄악상을 입증한 두 증인이 있었다. 일본 밖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은 중국 청나라 왕실 마지막 후예인 푸이 왕이었다. 그리고 일본 국내에서 증인으로 법정에서 실질적으로 주도한 인물은 야나이하라 다다오(矢內原忠雄)라는 도쿄대 정치학 교수였다. 순교를 각오한 기독교 지도자(제목) 야나이하라는 무교회 성서주의 기독교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다. 반전 평화주의를 신봉하는 크리스천이다. 그 사상 때문에 국립대 교수직에서 추방되었다, 경시청의 감시는 물론 극우세력의 테러 위험에도 노출됐다. 반정부 지도자로 구속 수감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과 성서공부와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전쟁 말기에는 순교를 각오하고 제자들에게 다음 일요일에 내가 동석하지 못하면 일본의 장래와 자유를 위해 법정에 서거나 여러분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될지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야나이하라는 다행히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의 항복과 종전이 선포되면서 절박했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도쿄대에 복직되었고, 교수회의에서 추대하는 총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정치학 외에도 여러 권의 기독교 관련 저서를 남겼다. 나도 그의 책을 통해 기독교 이해의 도움을 받았다. 역사의 암흑기 속에서도 진리의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받을 수 있었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권력 맞선 태평양전쟁 법정 기독교계 지도자들 트로츠키 측근들
2022.08.19. 17:56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권력을 가질 수는 없지만 자유는 똑같이 향유해야 한다.” 볼테르·프랑스 작가한마디 평등 권력 프랑스 작가
2022.04.17. 17:21
대선 후 정권이양은 민주주의의 꽃이다. 반대당의 승리는 정치적 바람의 이동을 의미한다. 미국이 민주국가인 것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와 겸허한 패배 수용 때문이다. 재집권 의지를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행적이 요즘 논란이다. 작년 1월 6일 연방의사당 난입 사건은 우발적인 폭동이 아니라 트럼프의 권력 집착에 따른 ‘치밀하고 조직적인 시나리오의 정점’이었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조 바이든 선거인단을 거부하고 인준을 동결해 시간을 번다. 경합주의 동조하는 의원들로 트럼프 선거인단을 새로 구성한다. 법무부는 새 선거인단을 만들 틀을 세운다. 국가정보기관은 투표기를 압수한다.’ 이는 트럼프 시절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었던 피터 나바로가 밝힌 것이다. 1887년에 제정된 선거인단법은 선거 후 의회에서 부통령이 결과를 인준하는 법이다. 트럼프 진영은 주의 선거 결과가 논란이 되면 의회가 대신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이크 펜스는 헌법 절차에 따라 조 바이든을 인준했고 이번 달 초 연설에서 “트럼프가 틀렸다. 나는 결과를 뒤집을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14일 애리조나, 미시간, 네바다, 조지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뉴멕시코 등 7개 주에서 대체 선거인단(alternate elector) 14명이 모였다. 10명은 트럼프가 승자임을 인정한다는 서류에 서명해서 의회에 제출했다. 펜실베니아와 뉴멕시코의 대체 선거인단 4명은 대선 결과가 뒤집혔을 때 서류가 효력이 있다며 제출했다. 묻힐 뻔했던 서류들을 발견한 뉴멕시코와 미시간주 검찰총장이 법무부에 조사를 의뢰하면서 전모가 밝혀졌다. 트럼프는 실제로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법무부 장관이던 윌리엄 바에게 국토안보부와 법무부의 합법적인 투표기 압수에 대해 상의했다. 또 방위군이 경합주의 투표기를 압수하는 행정명령도 고려했다. 하지만 측근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대통령기록법(Presidential Records Act)’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백악관 녹음파일 사유화 시도로 1978년 제정됐다. 퇴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의 모든 기록과 받은 선물을 국가문서보관소(NARA)에 넘겨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기밀 서류가 포함된 15개의 서류 상자를 플로리다 자택으로 가져갔다. NARA는 트럼프 정부의 많은 서류 분실을 발견하고 거의 1년을 협상했다. 비협조적이면 의회와 법무부에 서한을 발송한다는 초강력 항의 경고를 보내고 돌려받았다. 하지만 트럼프의 습관적인 서류 찢기로 인해 테이프로 붙였거나 아예 없어진 중요 서류들이 많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회담 후에 통역사의 메모를 빼앗은 일화도 있다. 정치자금 1억2200만 달러를 모금한 트럼프는 공화당 최고의 권력자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그의 지지를 받은 후보와 아닌 후보 간의 당내 예선 격돌이 예상된다. 자존심은 강해도 자존감이 부족한 듯한 트럼프는 자기 이익이 먼저다. 재선될 가능성도 있다. 균형적 사고와 판단력을 가진 정치인을 지지하는 현실 감각이 필요하다. 롤모델은 아니어도 법을 경시하거나 지탄을 받는 인물이 국가 수장이 돼서는 안 된다. 정 레지나 / LA독자열린 광장 권력 집착 트럼프 선거인단 권력 집착 도널드 트럼프
2022.02.21. 17:26
“돈이 권력을 좌우하는 국가에서 바른 정치와 번영을 기대할 수 없다.” 토머스 모어·영국 사상가 한마디 권력 국가
2022.01.02. 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