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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함께 붙어 있어야 할’ 존재들

관계의 한계에 도달한 커플의 결여된 정신적, 신체적 밀착성. 그들에게 세포까지 붙어 버리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시각 효과에서 독창적 재능을 보여온 마이클 생크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 ‘투게더’는 미국의 대표적 독립영화제 선댄스 영화제에서 호러 장르와 코미디, 로맨스를 독특하게 결합한 시도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고 개봉 전부터 화제작으로 관심을 모았다.     개봉 후에도 로튼 토마토 100%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투게더’는 특별히 인간의 신체를 혐오스럽게 묘사, 공포를 유발하는 ‘바디 호러’ 장르로 구분된다. 교통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고 살아가던 여성이 기이한 욕망에 사로잡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티탄’이 바디 호러의 대표 작품이다. 프랑스의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2021년 작으로 그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투게더’는 단순히 피를 흘리거나 잔인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서로의 몸이 점점 붙어버리는 기이한 현상으로 신체의 온전함과 순수함이 위협받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는 신체의 변형을 극대화하여 커플의 몸 안에 끔찍한 것이 숨겨져 있는 듯한 표현으로 불쾌감과 불안감을 자극한다.   생크스 감독은 기존의 공포 영화 방식에 로맨스가 가미된 ‘투게더’에서 사랑과 정체성, 상호 의존성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그의 표현 방식이 충격적이다.     팀(데이브 프랑코)과 밀리(엘리슨 브리)는 10년 차 커플이다. 그들의 관계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지 오래다.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교사 밀리는 일에 몰두하는 타입이다.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의 팀은 수입이 늘 불안한 작곡가다. 상대적으로 그의 자존감이 많이 상해 있다.     밀리가 외딴 시골에 새 직장을 얻어 팀과 함께 이사한다. 그곳으로의 이사는 두 사람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지만 그들의 갈등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이미 10년을 함께 살아온 두 사람에게는 서로에게 기대는 상호 의존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새로운 동네의 주변을 하이킹하던 중, 팀과 밀리는 불길한 느낌의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동굴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웅덩이의 물을 마신다. 다음날 두 사람의 다리가 약간 붙어 있는 것을 알게 되지만 사소한 일로 여긴다.     동굴 사건 이후 초자연적이고 끔찍한 변형이 연이어 일어난다. 두 사람은 기이하고 불안한 신체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그들의 몸이 기괴한 방식으로 합쳐진다. 처음에는 다리가 붙는 정도로 시작하다 점점 더 심화하여 간다. 떨어져 있을수록 고통이 심해져 둘은 가까이 있어야만 한다.     동굴에서 자신들과 비슷한 일을 겪은 다른 커플들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과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교사 제이미가 등장하면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팀은 밀리에게 자신들이 사라진 커플들처럼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상황은 빠르게 악화한다.     팀은 최근 커플 사이의 친밀감 부족에도 불구하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밀리에게 이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 그들의 몸은 기괴한 방식으로 합쳐지고, 분리하려고 시도하면 엄청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필사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육체의 결합은 점점 더 강렬해진다.     팀과 밀리는 이 기이한 현상의 해답을 찾기 위해 동굴의 불길한 역사를 파헤친다. 그리고 동굴이 있는 자리가 버려진 교회 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밀리는 동굴에서 실종된 커플들이 융합되는 과정을 하나의 의식처럼 묘사한 테이프를 발견, 그들이 앞서 겪었던 끔찍한 결과를 목격한다.     본색을 드러내는 제이미는 밀리가 팀과의 융합 과정을 완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밀리는 탈출하여 심하게 다친 팀과 재회한다. 끔찍한 절망의 순간, 팀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팔을 그녀의 상처에 융합시킨다.     이제 융합은 더는 불가피함을 받아들인 팀과 밀리는 기괴한 인간의 형태, 단일한 중성적 존재로 완전히 합쳐짐으로 그들의 신체적 변형을 완료한다. 팀과 밀리의 부모들이 그들을 방문한다. 부모들은 그들의 새롭고 불안한 버전에 어떻게 반응할까.     결론 부에 부모들의 등장으로 초현실적 영화의 논리가 느슨해진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러나 ‘투게더’는 독창성이라는 측면에서 모든 결점을 극복한다. 기존의 호러 장르와 차별화된 스토리텔링과 비주얼은 영화가 지닌 최대 장점이다.     생크스 감독은 남녀 커플의 불안전한 관계에 융합의 가장 끔찍한 방식을 동원한다. 기이하고 무서운 초자연적 힘을 개입시킴으로 관객을 웃기고, 놀라게 하고, 감동하게 한다.       장편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효율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생각할 거리를 주는 사랑, 슬픔, 인간관계에 대한 탐구가 담겨있는 호러 영화다. 바보 같지만, 영리하게 만들어진 영화다. 호러의 형식을 빌린 로맨스, 너무 나간 상상력, 그 뒤틀림에 코미디가 있다.     팀과 밀리의 상호 의존과 융합은 영화가 던지는 은유적이면서도 강렬한 메타포다. 그들의 이전 관계에 내재하여 있던 불안과 분노가 끔찍한 신체 변화로 나타난다. 각자의 개별적 정체성은 사라지고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커플의 심리적 상호 의존이 육체 융합이라는 형태로 귀결된다.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영화는 신체적 묘사로 극단적 친밀감을 불러온다.     관계는 ‘나’를 잃어버리고 ‘너’를 받아들이는 연속적 과정이다. 나의 주장이 강해지면 너를 받아들일 공간이 작아진다. 불편해진 관계는 서서히 깨어지기 시작한다. ‘투게더’는 헌신의 어둡고 불편한 측면을 부각하면서 커플의 상호 의존성을 세포 결합이라는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완전체’를 재창출해 낸다.     팀과 밀리를 연기한 데이브 프랑코와 엘리슨 브리는 실제로 부부 사이다. 커플의 초자연적 여정이 진정성 있게 전달되는 이유일 것이다. 유머러스하면서도 강렬한 부부의 케미 연기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시너지로 작용한다. 부부는 이래저래 ‘함께 붙어 있어야 할’ 존재들이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부부 존재 대표적 독립영화제 그해 칸영화제 공포 영화

2025.07.30.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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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의 시대 어두운 내면을 엿듣는 예리한 귀

현대 영화사의 걸작들인 ‘대부’, ‘대부2’, ‘지옥의 묵시록’ 등을 감독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1974년 ‘대부’의 차기작으로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을 발표했다. 영화는 그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상 작품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코폴라의 다른 대작들에 비해 비교적 생소한 이 영화는 ‘대부 1’(1972)과 ‘대부 2’(1974) 사이에 발표됐다. ‘대부’ 시리즈에 비하면 캐스팅, 제작비 면에서 규모가 작은 영화로 보일지 모르지만 무너지는 미국의 도덕에 들이대는 코폴라의 칼날이 예사롭지 않다. 코폴라와 주연 배우 진 해크먼은 추후 이 영화를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밝힌 바 있다.     코폴라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지속적으로 재편집하는 완벽주의자로 정평이 나있다. 오늘날 여러 버전의 ‘대부’ 시리즈와 ‘지옥의 묵시록’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러나 코폴라는 1974년 개봉한 이래 50주년이 되는 오늘까지 이 영화만큼은 손을 대지 않았다. 그 스스로도 완벽한 영화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멀리 떨어진 곳, 방해 전파와 소음 속 낯선 이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이 직업인 도청 전문가 해리 콜(진 해크먼).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거주지를 옮긴 그는 자신의 존재를 철저히 숨기며 고립된 ‘감시자’의 삶을 살고 있다. 수줍은 성격의 해리는 필연적으로 외롭고  우울하다. 뉴욕에서 있었던 불행한 일이 아직도 그의 잠재 심리 안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혼자 아파트에 있을 때만 색소폰을 연주하는 해리의 연락처를 누구도 알지 못한다. 진정으로 그를 사랑하는 여성과의 만남조차도 거리를 유지한 채 절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해리는 거금의 착수금을 받고 젊은 커플의 일상을 도청하라는 의뢰를 받는다.     샌프란시스코 공원에서 도청한 커플의 대화에는 이들이 불륜 관계이고 ‘그’가 그들을 죽일 것이라는 대목이 있다. 해리는 이들의 일상의 대화를 음모로 오인한다. 무고한 사람이 죽어야 했던 뉴욕에서의 일이 되풀이될 것 같은 불안이 그의 심리를 파고든다. (당대의 조연 배우이며 코폴라가 최애했던 로버트 듀발이 크레딧 없이 의뢰인 ‘그’를 연기한다.)   남의 대화를 엿들어야 하는 해리의 심리는 늘 양심과 충돌한다. 비극이 임박해 오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그는 의뢰인에게 테이프를 넘기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그의 ‘음모론’은 더욱 그를 고립시키고 동료,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고통의 당사자는 도청을 당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청 전문가로 자부해왔던 해리 자신이다.     해리는 결국 도청 테이프를 빼앗기게 되고 젊은 커플이 암살당하기 전 테이프 속에 담긴 그 누군가와 증거를 찾기 위해 호텔로 향한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정반대의 상황에 부딪힌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로 알았던 의뢰인이 피해자가 되어버린 기막힌 상황에 이르자 해리는 이제껏 자신을 지탱해주던 정체성에서 이탈해버린다.     극도의 불안 증세, 무력감과 절망감, 죄의식이 그를 조여온다. 그의 모든 것을 삼켜버린 편집광적 의심은 마침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광기를 유발하기에 이른다.     해리의 광기는 고독과 단절의 다른 모습이다. 영화는 해리가 누군가 자신을 도청하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미친 듯이 아파트 전체의 바닥을 뜯어내고 허탈감에 빠져 그나마 온전히 남아 있는 색소폰을 연주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컨버세이션’은 ‘워터게이트 도청 사건’의 수사 직전에 발표되었다. 영화가 발표된 1970년대는 베트남 전쟁과 반전운동, 흑인들의 민권운동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대였다. ‘차이나타운’(1974),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 ‘마라톤 맨’(1976), ‘블랙 선데이’(1977), ‘브라질에서 온 소년’(1978) 등 음모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이 시기에 쏟아져 나왔다.     코폴라 감독은 해리의 도청과 감시를 관음증의 한 형태로 표현한다. 철저히 단절된 상태에서 남을 엿보는 감시와 도청이 지속되는 동안 해리의 죄의식은 쌓여만 간다. 그 누구도 그를 도와줄 수 없다. 혼자만의 처절한 사투 끝에 반전의 결말은 충격과 고통 그 자체이다.   감독의 예리하고 냉소적인 관찰은 진 해크먼이라는 대배우의 대체불가 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해크먼은 관음에 대한 죄의식으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가운데 나락으로 빠져가는 해리의 어두운 심리를 스릴과 서스펜스로 묘사해낸다.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고 내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해크먼은 자신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이전 작품 ‘프렌치 커넥션’(1971)을 통해 각인시켰던 냉정하고 강직한 캐릭터를 이 영화에 그대로 가져온다. 두 인물 모두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가운데 스스로 조용히 무너져 내리는 안티 히어로들이다. 당시 44세의 해크먼은 노년에 접어들어 주연 못지않은 조연 연기로 더욱 그의 진가를 발휘했다. ‘수퍼맨’ 시리즈의 렉스 루터 역은 그가 연기한 대표적 악역이었다.   레인코트를 걸치고 철 지난 뿔테 안경 차림의 내성적인 해리는 사실 외향적인 성격의 해크먼과는 반대되는 인물이어서 연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엔딩의 색소폰 연주 장면을 위해 해크먼이 색소폰을 배웠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에는 메릴 스트립의 연인이었으며 고작 5편의 영화에 출연, 영화 5편이 모두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그중 3편이 작품상을 수상했던 존 카제일(‘대부’에서 마이클의 둘째 형 프레도 역), 젊은 시절의 해리슨 포드, 해크먼에 버금가는 연기파 배우 로버트 듀발 등이 모습을 보인다. 김정 영화평론가내면 음모 그해 칸영화제 현대 영화사 코폴라 감독

2024.09.1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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