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추리소설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두 가지는 영화와 추리소설이었다. 그리고 그 두 가지의 로망이 완벽하게 녹아든 작품이 바로 1978년작 ‘나일강의 죽음(Death on the Nile)’이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한 편의 살인 미스터리이자, 이집트 문명의 경이로움이 넘치는 명작이었다. 그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어린 시절, 3년간 살았던 아프리카 말라위 교외의 자동차 극장 ‘카무비(Drive-in Theater)’에서였다. 일주일에 한 번, 온 가족이 자동차 안에 옹기종기 앉아 팝콘을 나눠 먹으며 하늘 아래 스크린을 바라보던 그 시간은 내 삶의 가장 빛나는 기억 중 하나였다. 도시의 불빛도, 거창한 시설도 없었지만 스크린 속 세계는 내게 무한한 상상력과 감정을 선물했다. ▶나일강 크루즈: 움직이는 문명의 강 ‘나일강의 죽음’의 주요 무대는 룩소르에서 아스완까지 이어지는 나일강이다. 증기선 크루즈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심리극은 긴장감과 함께 고대 유적의 비경을 배경으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수십 년이 지난 뒤, 나는 영화 속 장면을 따라 실제로 나일강 크루즈에 올랐다. 갑판 위에 서서 바라본 풍경은 영화보다도 훨씬 생생했다. 이집트의 태양 아래 반짝이는 강물, 강둑을 따라 늘어선 야자수와 무너진 신전의 기둥, 저 멀리서 밀려오는 사막의 모래바람까지. 이곳은 살아 있는 역사이자 감성의 공간이었다. “People have the same hopes, fears, and loves wherever they are.” “어디에 있든 사람들의 희망과 두려움, 사랑은 같지요.” ▶필라이 신전: 여신 이시스의 마지막 안식처 아스완 근처의 섬에 자리한 필라이 신전은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실루엣으로 여행자를 압도한다. 필라이 신전은 고대 이집트에서 이시스 여신을 모시던 가장 성스러운 장소 중 하나로, 나일강 수위 상승으로 인해 유네스코가 신전을 통째로 다른 섬으로 옮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고고학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영화 속에서도 인상적으로 등장했던 이 신전은 과거와 현재가 마주보는 듯한 고요한 울림이 있다. 나는 천천히 기둥 사이를 거닐며 신화와 역사, 그리고 영화적 상상을 한데 껴안았다. ▶아부심벨: 람세스 2세의 영원한 자화상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은 아부심벨은 실로 경이로운 장소였다. 람세스 2세가 자신의 위대함과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건설한 이 신전은 두 개의 거대한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 대신전은 태양신 라-호루아크티와 람세스 2세 자신을 숭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특히 매년 2월과 10월 두 차례, 태양빛이 신전 깊숙이 들어와 내부 신상 네 개 중 세 개만을 밝히는 천문학적 설계는 고대 이집트 과학과 종교가 결합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The past is never dead. It's not even past.” “과거는 결코 죽지 않는다. 사실 과거는 아직도 현재에 살아있다.” 아부심벨에 서 있는 순간, 나는 수천 년을 뛰어넘는 왕의 숨결과 인간의 집착을 함께 느꼈다. ▶아스완과 룩소르: 문명의 시작과 끝 아스완은 이집트 남부의 평온한 도시다. 향신료 시장에서는 계피와 커민 향이 풍기고, 전통 찻집에서는 민트티 한 잔이 여행자의 피로를 녹인다. 영화 속 긴장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던 장면들이 현실의 거리와 겹쳐지며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반면 룩소르는 이집트 문명의 진정한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카르나크 신전 입구에 늘어선 양 머리 스핑크스들, 기둥마다 새겨진 신들의 이야기, 그리고 나일강 건너편의 '왕가의 계곡'은 무려 60개가 넘는 파라오의 무덤이 모여 있는 고대의 영묘다. 투탕카멘의 무덤이 발굴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마치 고대 파피루스에 적힌 대서사시를 읽는 듯했다. ▶밤의 나일강: 별빛과 사색의 강 밤이 되면 크루즈는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영화 속 살롱에서는 음모와 모임이 벌어졌지만, 현실의 밤은 고요하다. 잔잔한 물결 위로 별빛이 반짝이고, 갑판 위로 스치는 바람은 사막에서 온 듯 따스하다. 그 순간, 나는 다시 어린 시절의 카무비로 돌아간다. 영화 속 살인 사건 대신, 내 삶의 감정과 기억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깨닫는다. 진짜 미스터리는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포와로 스타일의 인삿말로 떠나는 여행 “사랑하는 여행자 여러분, 이제 나일강의 미스터리를 따라 인생의 한 페이지를 쓰러 떠나보실까요? 수천 년을 흐른 문명과 한 편의 영화처럼 낭만적인 밤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지금, '당신만의 추리소설'을 시작해보세요.” ▶여행 팁 푸른투어와 함께하는 '왕의 귀환 고대문명의 이집트 일주 10일'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닙니다. 카이로, 룩소르, 에드푸, 콤옴보, 아스완 등 이집트를 대표하는 유적지들을 모두 포함한 프리미엄 일정. 나일강 위 5스타 디럭스 크루즈에서의 3박과 전 일정 5성급 호텔 숙박으로 구성되어 있어, 고대 문명과 영화적 감성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정입니다. 영화 같은 이집트, 영화 같은 인생의 한 장면을 푸른투어와 함께 완성해보세요. ▶문의: (213) 739-2222 ▶웹사이트: www.prttour.com ━ 박태준 이사 푸른투어 서부본부의 박태준 이사는 25년째 여행 현장을 누비며 가이드, 해외 인솔자, 상품기획자, 여행컨설턴트로 활동해 온 여행 전문가다. 다년간의 현장 경험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여행은 물론 미국 전역과 해외를 아우르는 고품격 여행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 나일강 미스터리 나일강 크루즈 나일강 수위 이집트 문명
2025.10.30. 20:54
인류 역사 속 찬란한 문명의 흔적을 직접 마주하고 싶은 여행자라면, 이집트와 요르단만큼 매혹적인 목적지도 드물다. 광활한 사막을 가로질러 흐르는 6650km의 나일강, 신비로운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그리고 붉은 사암으로 빚어진 요르단 페트라까지. 대표적인 명소들만 나열해도 이곳을 여행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여기에 이집트의 생명줄이라 불리는 나일강을 따라 즐기는 디럭스 크루즈는 여행의 품격과 가치를 한층 더 높여준다. 신화의 바탕이자 이집트인들의 삶의 터전인 나일강을 따라 고대 유적과 강변의 자연경관을 여유롭게 둘러보는 크루즈 여행은, 이집트를 가장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여행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북적이는 수만 톤, 수십만 톤 급의 대형 선박과 달리 나일강 크루즈는 적당한 규모로 설계되어 마치 고급 호텔에 머무르는 듯한 편안함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아스완에서 출발해 콤옴보와 에드푸를 거쳐 룩소에 이르는 여정 동안 크루즈는 한가로운 휴양과 역사 탐방을 동시에 선사한다. 선상에서는 바에 들러 맥주를 즐기거나 상갑판의 수영장에서 일광욕을 하며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강 위를 유유히 흐르기 때문에 뱃멀미 걱정도 없고, 느릿하게 흘러가는 강물처럼 마음마저 평온해진다. 백미는 해 질 무렵이다. 갑판 위에서 차 한 잔을 들고 강 서편을 바라보면 대추야자의 역광 실루엣이 눈앞에 펼쳐진다. 거기다 황톳빛 사막 너머로 붉은 태양이 천천히 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나일강을 중심으로 해가 뜨는 오른쪽은 살아 있는 생명을, 반대편 해가 지는 쪽은 죽은 자를 위한 장소로 여겼다고 한다. 이런 역사적 의미를 느끼며 강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나일강을 본 사람은 다시 나일강으로 돌아온다’는 말처럼 여행자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나일강 크루즈는 일반 오션 크루즈와 달리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길고 뜨거운 이집트의 낮을 편안하게 즐기는 최적의 방법이기도 하다. 강 위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여행자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라 고대 문명의 숨결을 온전히 체험하는 관찰자가 된다. 나일강 위에서의 시간은 마치 파라오의 땅으로 흘러드는 듯한 찬란한 시간 여행, 진정한 타임머신 경험을 선사한다. 여행은 이집트의 관문, 카이로에서 시작된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그 크기만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밑변 한 변의 길이가 231m, 높이 146m, 아파트 50층에 맞먹는 높이를 가진 거대한 돌 구조물이다. 피라미드 앞에 서면 누구나 인간의 손으로 어떻게 이런 건축물이 가능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그 옆에는 사자의 몸에 인간의 얼굴을 가진 스핑크스가 세 명의 왕 무덤을 지키고 있다. 높이 20m, 길이 60m의 거대한 석회암 덩어리를 통째로 조각한 스핑크스의 얼굴 너비만 4~6m다. 비록 코를 잃었지만, 여전히 위엄은 압도적이다. 밤이 되면 조명과 영상이 더해져 스핑크스가 말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카이로에서는 또한 고고학 박물관과 구 카이로 예수님 피난교회, 유대 회당까지 둘러볼 수 있다. 사진으로만 접했던 유적들이 직접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여행자의 마음은 경이와 감동으로 가득 찬다. 나일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룩소가 기다린다. 이 도시는 신왕국 시대 파라오들의 무덤과 신전이 집약된 ‘야외 박물관’으로 통한다. 왕들의 계곡에서는 투트모스 3세, 세티 1세, 투탕카멘 등의 암굴묘를 볼 수 있다. 깎아지른 암벽 속에 조심스레 자리한 무덤들은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그 모습이 온전히 남아 있다. 카르낙 신전과 룩소 신전에서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신앙과 생활, 그리고 건축술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카르낙 신전은 10개의 탑문과 거대한 오벨리스크, 수백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대공간이 압권이다. 그 규모와 정교함을 직접 마주하면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결코 전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룩소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아스완이다. 아스완 하이댐과 미완성 오벨리스크는 이집트 남부의 랜드마크다. 나일강을 따라 펼쳐지는 유적지들은 크루즈에서 내려서도, 선상에서 바라보며 느껴도 충분히 장엄하다. 람세스 2세의 신전과 네페르타리 여왕의 소신전은 사랑과 권력, 신앙이 만들어낸 고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집트 북부의 알렉산드리아는 고대 문명과 현대적 감각이 공존하는 도시다. BC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이 세운 도시로, 클레오파트라 여왕의 마지막 무대이기도 하다. 로마 원형극장, 카이트 베이 요세, 도서관 유적 등을 둘러보며, 지중해 바람을 맞으며 역사 속 인물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여행의 마지막 여정은 요르단 페트라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배경이자, 실존 역사 속 ‘알 카즈네’ 신전이 장엄하게 자리한다. 시크라 불리는 붉은 협곡 사이로 걸음을 옮기면, 갑자기 나타나는 알 카즈네의 장엄함에 숨이 멎는다. 높이 45m, 전면의 35m 돌기둥과 정교한 조각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낸 예술의 극치다. 해 질 녘 붉은 사암이 황금빛으로 변할 때, 이곳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한 편의 시처럼 마음속에 새겨진다. 모세의 샘과 느보산 전망대에서는 성서 속 장면을 떠올리며 인생을 되돌아보는 사색의 순간도 가질 수 있다. 나일강의 물결을 따라, 룩소와 아스완의 신전을 지나며 크루즈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사막의 열기를 피해 쾌적하게 이동하고 매일 밤 편안한 선상에서 휴식하는 여행은 단순히 ‘본다’는 차원을 넘어, 고대 문명을 체험하고 그 안에 녹아드는 여정이다. 페트라의 붉은 사암, 알렉산드리아의 지중해 바람, 카이로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그리고 나일강 크루즈의 여유와 안락함까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파라오의 시대와 성서의 현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이 여행은 여행자들에게 깊은 경외와 감동을 허락할 것이다. ▶여행팁 ‘US아주투어’는 나일강 크루즈와 카이로 5성 힐튼 호텔 숙박으로 차별화를 이룬 ‘이집트·요르단(12일)’ 여행상품을 출시하고 모객에 나서고 있다. 파라오의 시대와 성서의 현장을 동시에 체험하는 이번 여행은 오는 11월 9일과 2026년 2월 16일에 출발하며, 전 일정 입장료가 포함돼 있다. 더 자세한 내용 및 예약 문의는 전화로 가능하다. ▶문의: (213)388-4000 ━ ▶박평식 대표 US아주투어의 박평식 대표는 40여 년째 투어에 동행해 고객들을 모시며 역사와 인문학 강의를 펼치는 명품 관광 이야기꾼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고객들에게 한층 풍성하고 의미 있는 여행 경험을 선사한다.요르단 이집트 나일강 크루즈 고대 이집트인들 시간 여행
2025.09.18.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