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사진)가 지난 16일, 모든 민주당 의원들과 노동 단체들이 지지한 친노동조합 법안에 대해 예고한 대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결정은 주지사와 민주당 핵심 지지층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2026년 주민투표 전쟁의 서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덴버 포스트가 보도했다. 폴리스 주지사실은 주상원법안 5(Senate Bill 5)에 대한 거부 결정을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지 10일 후인 16일 오후에 발표했다. 그는 거부권 행사 서한에서 노동과 기업 양측이 동의할 경우에 한해 주의 ‘노동 평화법’(Labor Peace Act) 개정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주상원법안 5는 노동조합 결성 과정에서 요구되는 두 번째 투표 절차를 폐지하려는 법안이었다. 이 절차는 콜로라도 고유의 규정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사용자와 노조비 징수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75%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추가 투표를 요구한다. 이 법안은 민주당의 로버트 로드리게즈, 제시 대니얼슨 주상원의원과 하비에르 매브리, 제니퍼 베이컨 주하원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콜로라도 노동조합 지도부는 이날 공동 성명을 통해 주지사의 거부권 행사를 “모욕적인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SEIU 로컬 105 지부장인 스테파니 펠릭스-소위는 성명에서 “폴리스 주지사는 80년 된 반노조법을 보호하는 길을 택했다. 이는 콜로라도 노동자들의 권리를 외면한 결정이다. 이제 폴리스 주지사는 노동자의 자유를 약화시키고 기업 권력을 옹호하는 ‘노동권 제한’(right-to-work) 정책을 지지하는 유일한 민주당 주지사가 됐다. 간호사, 청소노동자, 돌봄노동자, 서비스직 종사자들은 이 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거부권은 예견된 일이었다. 폴리스는 수개월 전부터 기업계가 동의하지 않는 한 이 법안을 거부할 것이라고 사적으로 밝혀왔으며 법안 통과 직후에도 기자들에게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지난 15일 콜로라도 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 법안에 서명한다면 정치적으로 자살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기 마지막 며칠간 진행된 노동계·재계·주지사실 간의 조율 협상은 결국 결렬됐다. 재계는 폴리스가 제안한 최종 절충안을 거부했고, 그 안을 수용했던 노동계는 폴리스가 여기에 식당 종업원 임금 삭감이나 차터 스쿨 확대 같은 우선 과제를 끼워 넣으려 하자 반발했다. 로렌 퍼먼 콜로라도 상공회의소 회장은 16일 성명을 통해 “폴리스의 거부권 행사에 박수를 보낸다. 재계는 진정성 있게 협상에 임했다. 이 법안은 콜로라도의 비즈니스 환경을 위협할 수 있었다. 지금은 경쟁력 있는 경제를 조성해야 할 시기다. 우리는 기업인들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선택하는 주가 되기를 원한다. 이 법안 거부는 콜로라도를 타주와 차별화하는 독특한 노동법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수개월간 민주당 의원들과 노동조합들은 폴리스를 압박하기 위한 공개 캠페인을 벌여왔다. 여기에는 5명의 전 연방노동부 장관들이 서명한 법안 지지 서한도 포함됐다. 노동계는 오랫동안 두 번째 투표 절차가 불필요한 정부 개입이며 콜로라도를 사실상 ‘노동권 제한’ 주의 약한 형태로 만든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계약에 대해 보다 쉽게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 자유시장 옹호 성향의 폴리스 주지사는 이례적으로 기업 규제를 지지했다. 그는 노동법이 수십 년간 효과적으로 작동해왔으며 노조비 공제에 대해선 노동자들의 자율적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록 폴리스는 서한에서 노동조합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법안 거부는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의원들과의 불협화음을 노출시키는 한편, 노동계와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노동단체는 2018년 주지사 선거 당시 조직노동 지지를 약속했던 폴리스가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판해왔다. 1년 전에도 폴리스는 다른 친노조 법안들을 거부해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한 항의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한 폴리스의 거부가 이 논쟁의 끝은 아니다. 노동계는 그가 퇴임하는 마지막 해인 2026년에 다시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며 필요하다면 후임 주지사가 취임하는 2027년에도 다시 추진할 방침이다. 한편 재계는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자유주의 성향의 인디펜던스 연구소 소속 활동가인 존 칼다라는 노동권 제한법 도입을 위한 주민발의안을 제안했으며 이 역시 서명운동 승인을 받은 상태다. 이은혜 기자노동조합 주지사 친노동조합 법안 폴리스 주지사실 콜로라도 노동조합
2025.05.28. 11:24
최근 미국 노동조합의 힘이 더 강력해졌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급여 및 복지 향상, 근무 환경 개선 등의 요구를 협상을 통해 얻으려고 하지만 종종 파업에 나서기도 한다. 요즘은 협상 조건에 인공지능(AI)과 신기술 사용 등이 새롭게 추가되고 있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노조 단체는 지난 9월 ‘영화 및 텔레비전 프로듀서 연합(AMPTP)’과 잠재적 합의를 끌어낸 ‘미국작가협회(WGA)’, 아직 파업 중인 ‘배우와 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전미자동차노조(UAW)’, ‘카이저 퍼머넌트병원 노조연합(CKPU)’ 등이다. 이외에도 지난 여름 조용히 협상을 완료한 ‘할리우드 감독조합(DGA)’, UPS 소속의 ‘팀스터 유니언’, 서부 항구의 ‘국제화물처리 및 창고 노동조합(ILWU)’ 등이 있다. AI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도전과 기회를 주고 있다. 높은 생산성, 혁신, 경제 성장 등의 기대감과 함께 편리함도 제공한다. 그러나 신기술 도입 및 업무의 자동화로 인해 노동자들은 작업 대체, 이직, 권리 침해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AI 사용의 공정성 확립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이 원하는 미래는 AI와 함께 생산성을 향상하고 시대적 도전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가 148일의 파업을 중단하고 AMPTP와 스트리밍 회사들과 맺은 WGA의 잠정 협상문에 들어 있다. 협상안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노사관계’의 모델로 언급되고 있다. 노동법에 따르면 기술 사용 결정은 경영 권한에 속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WGA는 협상 초기에는 AI에 관한 협상을 숙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AI에 대해 논의조차 거부하는 스튜디오들의 태도에 문제의 심각성을 간파하고 작가들의 존재적 위기를 깨달았다. 인간의 창조성을 두고 예술가와 로봇이 싸울 수 있는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AI 사용 지침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반면 스튜디오 측은 AI 작품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스튜디오는 일반적으로 고용한 작가들의 작품 저작권을 소유하는데 AI는 작가가 아니어서 저작권이 없다. 협상에 따르면, AI는 대본 작성 및 개작을 할 수 없다. 스튜디오는 AI를 사용할 수 없지만, 작가는 AI를 사용할 수 있다. AI가 생성한 자료가 작품에 사용될 경우 스튜디오는 작가에게 알려야 하며 해당 작품의 크레딧은 마무리한 작가 몫이 된다. 또한 스튜디오 마음대로 작가의 작품으로 AI를 훈련할 수 없다. 노조 합의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동 글쓰기로 스튜디오의 저작권 문제도 해결해 윈윈의 결과로 평가받았다. 이 계약은 AI도 노사 협상 대상이 된다는 새로운 전례를 만들었고, 이 전례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 지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 한다. 지난 7월 작가들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63년 만에 동시 파업을 감행한 SAG-AFTRA는 아직 협상 중이다. 배우조합은 임금 및 재방송료 인상, 시청률에 기반한 스트리밍 보너스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AI가 배우를 대체할 수 있는 문제에 맞서 배우의 이미지와 목소리를 보호하려고 한다. WGA의 합의문이 SAG-AFTRA협상의 가이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가 하면 UAW 파업 이유 중 하나는 내연자동차에서 전기자동차로의 시대적 전환이다. 포드의 최고경영자 짐 팔리는 전기차 생산은 내연자동차에 비해 노동력은 40% 덜 필요하고, 생산 과정은 30% 더 간단하다고 한다. 협상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예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GM의 전기차 베터리 공장 노동자들의 UAW노조 가입이 허용됐다. 급격한 기술변화 시대에 노동조합은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했다. 파업과 같은 집단 협상이 때로는 목표 달성을 위해 크게 효과적일 수 있다. 이번 노조가 얻은 결과물은 조합원뿐 아니라 다른 직종 근로자의 작업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 레지나기고 인공지능 노동조합 방송인 노동조합 창고 노동조합 최근 노동조합
2023.10.10. 20:03
최대 규모 서비스 노조의 가입 대상자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노조 가입을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책전문매체 ‘일리노이폴러시(IP)’는 연방 노동부 최신 보고서를 인용, “‘북미 서비스 노조 헬스케어 일리노이-인디애나-미주리-캔자스 지부(SEIUHCII)’ 가입 대상자의 최소 3분의 1 이상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며 “노조 지도부가 노조비를 적합한 목적에 의미있게 사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조합원이 적지 않은 듯하다”고 최근 보도했다. 그러면서 “SEIUHCII가 노조 본래 목적에 쓴 노조비는 총지출의 22% 미만”이라고 전했다. IP는 “SEIUHCII 웹사이트는 일리노이 인디애나 미주리 캔자스 4개 주의 서비스 관련 노동자 9만1000여 명을 대표한다고 소개하고 있으나 최근 연방 노동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SEIUHCII 조합원은 6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며 “그들이 대표성을 갖는 근로자 가운데 최소 3만1000명이 노조 가입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IP는 “SEIUHCII의 지출 관행이 조합원 이탈에 빌미를 제공했을 수 있다”고 추정하면서 각 조합원은 연 264달러~1260달러의 노조비를 급여에서 일괄공제한다고 전했다. 연방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SEIUHCII가 지난해 거둔 노조비는 3450만 달러, SEIUHCII가 보고한 2022년 총지출은 4700만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이 조합원 대표성을 위한 활동에 사용한 돈은 1000만 달러, 총지출의 22%에 못 미친다. 지난해 SEIUHCII에 속한 개인비서의 시간당 급여는 17.25달러, 일부 카운티 어린이 보육교사의 일당은 33.91달러였다. 그러나 노조 간부들은 10명 모두가 최소 1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챙겼다. IP는 “노조가 근로자를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노조 가입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강조했다. 서비스업 노동조합 노조 가입 가입 대상자 가입 거부
2023.06.18. 17:38
40년을 넘게 이어온 동남부 최대 이민사회 봉사단체 팬아시안커뮤니티센터(CPACS)의 직원들이 CPACS 노동자연합조직위원회(CWUOC)를 결성하기 위해 전국노동관계위원회에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CWUO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제부터 스타벅스 노동조합(SEIU) 계열사인 남부지역 노동자연합의 회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선거를 통해 경영진과 노조를 인정하라는 교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CWUOC가 매니저 직급이 아닌 직원들이 주도하는 단체라고 설명했다. CWUOC 측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된 배경에 저임금, 임금 불평등, 재정 질문 후 받게 된 회사 내 보복, 코로나19팬데믹 기간 동안 안전하지 않은 근무환경 등이 있다고 설명하며 "센터는 재정관리 부실에 대해 여러 연방 및 주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내부 조사 결과 직원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센터의 리더십이 최근 바뀌었음에도 불구, 직원들의 처우에 관해서는 변함이 없다며 "직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근무 시간표 변경, 협박, 차별, 부서 강제 이동 등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함으로써 직원 복지를 증진하고 공식적인 발언권 및 조직의 형평성 보장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윤지아 기자노동조합 결성 노동조합 결성 스타벅스 노동조합 봉사단체 팬아시안커뮤니티센터
2023.03.15. 15:30
필자의 이민생활 초기였던 1988년만 해도 한국 소식을 실시간으로 듣기 어려웠다. 당시 한국은 통일 문제와 노조 관련 이슈들로 시끄러울 때였다. 그 당시 이곳에서도 사회변혁을 고민했던 젊은이들은 한국의 상황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청년기에 들어선 필자 역시 한반도 통일과 노동자 권리에 대해 다소 빨간(?)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만난 또래들과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LA한인타운의 한 교회로 향했다. 그날 우리가 그 교회로 갔던 이유는 한국에서 상영 금지된 ‘파업전야’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지금 보면 그 영화가 상영금지라는 게 코미디라고 웃어 넘길 정도지만 당시 기준으론 체제에 위협을 준다고 느낄 수 있는 반자본가적인 영화다. 영화 스토리는 뻔했다. 지금 기억이 나는 것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인간적 권리를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마지막 수단인 파업을 강행한다는 줄거리였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노조파괴 전문가로 ‘재미동포’가 등장하는 웃긴 설정. 영화는 노동자들이 손에 연장을 들고 뛰어나가고 웅장한 전투적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막을 내린다. 청년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할만했다. 그 당시 필자는 노동자는 약자로 착취당한다고 믿으며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자 옆쪽의 한 무리 청년 중 한명이 “김윤상?” 하고 물어오는 거였다. 중3 때 필자가 반장을 할 때 부반장이었던 친구였는데 중3을 마칠 무렵 미국에 이민을 간다고 해 잊혀졌던 친구였다. UC버클리에 다니고 있던 그 친구는 같은 학교의 1.5세 한인대학생그룹과 함께 온 것이었다. 필자는 동네 칼리지에 다니던 이민 1세, 1.5세 친구들과 함께였다.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버클리 청년들과 필자 친구들중 지금 노동운동을 하거나 사회변혁 운동에 뛰어든 사람은 한명도 없다. 모두 학업을 잘 마치고 지금은 자본주의를 최대한 만끽하면서 살아간다. 그렇다고 35년 전 우리가 갖고 있었던 노동자와 사회변혁에 대한 생각이 결코 잘못이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한국은 산업화의 모순이 극을 향해 달릴 때였고 산업현장의 최일선에 있던 노동자들은 분명히 착취당하고 있었고,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노조가 필요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노동자의 삶은 나아졌고 노동자의 권리도 상상 이상으로 향상됐다. 악덕 고용주의 비율도 현저히 줄었다. 노조도 힘이 과해지면 부작용을 낳는다. 경영환경과 수익창출에 마이너스를 주는 건 공멸하는 것임에도 사상적인 것에 함몰된 노조 활동은 노조의 필요성에 의문도 갖게 한다. 노조의 경영권 참여는 아니라고 본다. 노조는 존재 이유는 정치투쟁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 향상에 있다. 미국의 경우 노조가 아니더라도 2인 이상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보호해 주는 법과 그걸 맡아 집행하는 기관이 있다. 이 기관을 NLRB라고 부르는데 가끔 관련 케이스들을 맡을 때가 있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도 있지만 법을 악용하는 노동자도 있다. 얼마 전 의뢰인의 사업장에 NLRB 케이스가 들어왔다. 확인해 보니 고발 내용의 90%가 사실과 맞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법을 해석하는 NLRB도 사실관계가 너무 틀리기 때문에 증거 부족으로 케이스를 기각시켰다. 노동자는 항상 착취당하고 고용주는 항상 악덕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킬 뿐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김윤상 / 변호사중앙시론 노동조합 존재 노동자 권리 노조파괴 전문가 사회변혁 운동
2023.03.07. 21:23
필자의 이민생활 초기였던 1988년만 해도 한국 소식을 실시간으로 듣기 어려웠다. 당시 한국은 통일 문제와 노조 관련 이슈들로 시끄러울 때였다. 그 당시 이곳에서도 사회변혁을 고민했던 젊은이들은 한국의 상황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청년기에 들어선 필자 역시 한반도 통일과 노동자 권리에 대해 다소 빨간(?)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만난 또래들과 지금은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LA한인타운의 한 교회로 향했다. 그날 우리가 그 교회로 갔던 이유는 한국에서 상영 금지된 ‘파업전야’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지금 보면 그 영화가 상영금지라는 게 코미디라고 웃어 넘길 정도지만 당시 기준으론 체제에 위협을 준다고 느낄 수 있는 반자본가적인 영화다. 영화 스토리는 뻔했다. 지금 기억이 나는 것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인간적 권리를 위해 노조를 결성하고 마지막 수단인 파업을 강행한다는 줄거리였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노조파괴 전문가로 ‘재미동포’가 등장하는 웃긴 설정. 영화는 노동자들이 손에 연장을 들고 뛰어나가고 웅장한 전투적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막을 내린다. 청년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할만했다. 그 당시 필자는 노동자는 약자로 착취당한다고 믿으며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자 옆쪽의 한 무리 청년 중 한명이 “김윤상?” 하고 물어오는 거였다. 중3 때 필자가 반장을 할 때 부반장이었던 친구였는데 중3을 마칠 무렵 미국에 이민을 간다고 해 잊혀졌던 친구였다. UC버클리에 다니고 있던 그 친구는 같은 학교의 1.5세 한인대학생그룹과 함께 온 것이었다. 필자는 동네 칼리지에 다니던 이민 1세, 1.5세 친구들과 함께였다.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버클리 청년들과 필자 친구들중 지금 노동운동을 하거나 사회변혁 운동에 뛰어든 사람은 한명도 없다. 모두 학업을 잘 마치고 지금은 자본주의를 최대한 만끽하면서 살아간다. 그렇다고 35년 전 우리가 갖고 있었던 노동자와 사회변혁에 대한 생각이 결코 잘못이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한국은 산업화의 모순이 극을 향해 달릴 때였고 산업현장의 최일선에 있던 노동자들은 분명히 착취당하고 있었고,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노조가 필요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노동자의 삶은 나아졌고 노동자의 권리도 상상 이상으로 향상됐다. 악덕 고용주의 비율도 현저히 줄었다. 노조도 힘이 과해지면 부작용을 낳는다. 경영환경과 수익창출에 마이너스를 주는 건 공멸하는 것임에도 사상적인 것에 함몰된 노조 활동은 노조의 필요성에 의문도 갖게 한다. 노조의 경영권 참여는 아니라고 본다. 노조는 존재 이유는 정치투쟁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 향상에 있다. 미국의 경우 노조가 아니더라도 2인 이상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보호해 주는 법과 그걸 맡아 집행하는 기관이 있다. 이 기관을 NLRB라고 부르는데 가끔 관련 케이스들을 맡을 때가 있다.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도 있지만 법을 악용하는 노동자도 있다. 얼마 전 의뢰인의 사업장에 NLRB 케이스가 들어왔다. 확인해 보니 고발 내용의 90%가 사실과 맞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법을 해석하는 NLRB도 사실관계가 너무 틀리기 때문에 증거 부족으로 케이스를 기각시켰다. 노동자는 항상 착취당하고 고용주는 항상 악덕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킬 뿐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김윤상 / 변호사중앙시론 노동조합 존재 노동자 권리 노조파괴 전문가 사회변혁 운동
2023.02.22. 19:29
지난달, 한 코리안 바비큐 레스토랑 체인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이하 “노조”) 결성했다는 뉴스가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근로 인력에 비해 극소수의 노조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에게 노조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가 많지 않다. 미국에서 노조는 1930년부터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전체 근로자의 30% 이상이 가입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나 조합원의 숫자가 상당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에는 조합원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왔으며, 현재는 미국 근로자의 약 6% 정도만이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노조가 사양길을 걷고 있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먼저, 노조는 본래 1970년대 이전 미국에서 근로자 보호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때 가장 활발한 활동을 했다. 최저임금이나 종업원 상해 보상에 대한 법이 없었을 때, 차별금지법 등 다른 노동법 체계가 아직 미비했을 때 노조가 근로자의 권리를 위해 많은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많은 근로자의 권리와 혜택들이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정치와 입법체계로 앞으로 그런 법들이 더 많이 생겨날 전망이다. 최저임금 인상, 유급병가 의무화, 휴식시간 준수 기준, 또 최근에 실효된 퇴직연금 보장 등, 노조가 없이도 근로자들의 처우는 급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노조가 없이도 관련 노동법이나 회사와의 개인적인 협의에 따라 근로자들의 처우가 좋아질 수 있는데, 굳이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해 단체활동을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또한, 노조 결성 과정에서 직원들에게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고, 특히 노조 결성 후에는 노조에 적지 않은 회비를 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1인당 한 달에 50-150달러까지 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노조 가입을 원하든 원치 않든, 노조 결성이 된 회사의 해당 그룹 모든 근로자가 내야 하는 회비이고, 한 번 노조가 결성되면 보통 3년간 계약을 맺기 때문에 각 사람당 총 1,800달러 에서 5,400달러 정도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비용과 시간을 감수한다고 하더라도, 노조가 실제 그만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지는 보장되지 않는다. 실제 온라인에 노조에 대한 리뷰들을 읽어보면 회비에 비해 노조가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또한, 직원이 회사와의 개인적인 협의를 통해 더 나은 보상이나 혜택을 요구할 수 있는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지고, 제삼자인 노조를 통해 단체교섭을 해야 하므로, 커뮤니케이션 지연이나 의사결정 지연 등의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노조를 결성하게 되면 노조에 대응해야 하는 고용주의 시간과 비용 등 여러 가지 추가비용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업체 운영비용이 늘어나게 되고, 이에 따라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수 있다. 하지만 노동법을 제대로 지켜오지 않은 사업체에서 일해온 근로자들은 노조를 통한 협상이 개인적인 시정요구보다 효과적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위법 행위가 의도적이거나 오래됐을 경우 직원 개인의 시정요구가 크게 소용이 없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고용주들은 급변하는 노동법을 잘 파악하여 준수하고, 평소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 같다. ▶문의:(213)330-4487 박수영 / Fisher&Phillips 파트너 변호사노동법 노동조합 결성 노조 결성 노동조합 결성 노조 가입
2022.07.17.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