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어린이들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프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공감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조언하셨을까. 대종사께서는 사랑 때문에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을 괴로워하거나, 본인이 해야 할 일에 지장을 주는 것을 애착이라 하며 사랑과 애착을 구분하였다. 모든 생령이 한 기운, 모두가 부처, 자비심을 가르치고 배우는 불교 입장에서 가자지구 어린이들을 보며 대자대비심을 내는 것은 자연스러움을 넘어 진리적으로도 바람직한 모습이다. 다만, 그 마음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본인 일에 지장을 받는다면 이는 부처님 가르침에 벗어난다. 낮에 직장에서 동료와 갈등이 있었다면, 아무리 반가운 친구와의 저녁 식사 자리도 편치 않다. 고통의 주된 원인은 특정한 사건 자체라기보다는 그 일에 대한 착심 때문으로 봐야한다. 집착은 무조건 도외시해야 하는 것인가? 중학생 시절, 버스 안에서 어느 고등학생 누나가 과제를 잃어버려 울던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바느질 관련한 과제였던 것 같았는데, 들어보니 과제에 대한 걱정보다는 수일에 걸친 본인의 정성에 대한 아쉬움 때문인 것 같았다. 그땐 ‘운다고 달라질 게 있나’ 싶었지만, 그 일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과연 설교나 칼럼 원고를 잃어버린다면 그 소녀처럼 한참을 서럽게 울만큼 치열하게 매사에 정성을 들여왔나 하는 성찰을 하게 된다. 착심을 놓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매사에 담백하게 임할 것을 당부한다. ‘담백’을 거리를 두고 사랑하고, 대충 정성을 들이라는 말로 오해하면 안 된다.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온 정성을 다해 과제에 임하되, 착 없이 하라는 말이다. 대종사께서는 무관사(無關事)에 동하지 말라고도 하셨다. 나와 크게 관계없는 일에 마음을 과히 쓰지 말라는 뜻이다. 일체 생령이 한 기운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 불교에서, 그것도 ‘사람’에 대한 연민을 무관사라 할 수 있을까?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기보다 ‘감당할 수 없는 일에 정신기운을 소모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비록 미국에 살지만, 가끔은 한국 정치에 관심이 간다. 원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속상하기도 하고, 정부 정책이 마음에 안 들면 마음이 편치 않다. 정치적 견해를 갖는 일은 여론 형성을 통한 정치참여라는 점에서 현대 민주주의에서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하지만, 며칠 밤잠을 설친다고 대통령이나 정책이 바뀔 리가 없는데 그로 인해 내일에 지장을 준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자녀의 일이나, 친구, 후배의 일도 마찬가지이다. 관심과 집착은 구분해야 한다. 수행의 궁극 목적은 시끄러운 도시 한복판과 스트레스로 가득한 직장 관계에서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조용한 곳에서조차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시끄럽고 스트레스가 많은 곳에서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고, 바른 판단을 할 리가 만무하다. 쿠션 위 명상이 중요한 이유다. 가자지구 어린이 때문에 고민하는 수행자에게 좀 더 폼 나고 근사한 조언을 하고 싶지만, 수행이 깊지 못한 탓인지 쿠션 위의 명상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나보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사랑 집착 사랑 때문 가자지구 어린이들 마음 때문
2025.07.28. 17:39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전자레인지를 사오셨다. 병에 든 음료수를 데우려고 뚜껑을 닫은 채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스위치를 눌렀다. "펑!" 소리와 함께 음료수는 물론 전자레인지도 산산 조각이 났다. 전자레인지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사용법에 익숙지 않았던 탓이다.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설명서를 통해 사용법을 공부해야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원리에 맞게 사용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날 수밖에없다. 마음도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내 마음 나도 몰라'가 제목인 가요가 있다. '내 마음'이라고들 하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또한 우리의 마음이다. 마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더 있다. 첫째, 마음은 행불행을 좌우한다. 팬데믹 시기에 한국에 갈 일이 생겼다. 비행기를 타고 보니 옆의 한 좌석이 비었다. '아, 편하게 갈 수 있겠구나!' 생각에 행복했던 마음도 잠시.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대부분 누워 가고 있었다. 행복했던 마음은 순식간에 불평으로 바뀌었다. 옆의 한 좌석이 비었다는 물리적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비교하는 마음 때문에 행복은 순식간에 불평으로 바뀐 것이다. 대종사께서는, "마음이 선하면 모든 선이 이에 따라 일어나고, 마음이 악하면 모든 악이 이에 따라 일어나나니, 그러므로 마음은 모든 선악의 근본이 된다." 하셨다. 모든 것(행복과 불행)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일체유심조'가 불법의 핵심인 이유이다. 둘째, 마음은 늘 사용한다. 7~8년 전에 샤워꼭지가 고장이 났다. 부품만 간단히 교체하면 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복잡했다. 겨우 고치긴 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고쳤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샤워꼭지 수리하는 법은 몰라도 치명적이지 않다. 왜냐면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은 하루에 몇 시간이나 사용할까? 수면 중에도 무의식이 작용한다고는 하지만, 수면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16시간은 사용한다. '마음 사용하는 법'은 일생에 샤워꼭지 고치는 법과는 달리 모르면 피해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잘 알면 이익도 그만큼 크다는 말이 된다. 셋째,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칼이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돈, 지식, 권력은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마찬가지이다. 돈, 지식, 권력이 있는 사람이 훌륭한 일도 많이 하지만, 나쁜 일로 뉴스와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사람도 그들이다. "이 세상에서 어떠한 공부가 제일 근본 되는 공부입니까?" 제자의 질문에 대종사께서는, "마음공부가 제일 근본 되는 공부이다. 마음공부는 모든 공부의 기본이니, 마음공부가 없으면 모든 공부가 다 바른 활용을 얻지 못할 것이다." 하셨다. 마음공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우리가 애써 얻은 재주와 능력도 무용지물일 뿐 아니라 개인은 물론 인류에게 해악만 끼치게 된다. 내 마음이지만 마음의 주인이 되지 못해 늘 희로애락에 끌려다닌다. 마음을 제대로 '공부' 해서 희로애락을 부려 쓰는 진정한 마음의 주인이 되자. [email protected]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마음 공부 마음 때문 지식 권력 제일 근본
2024.01.08. 1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