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설치미술가 황란 작가가 맨해튼에서 매혹적인 매화 작품 개인전을 진행한다. 전시 제목은 〈Ran Hwang: Evanescence and Regeneration(덧없이 지고 새로이 피어나다)〉이며, 존재의 덧없음과 함께 삶과 죽음, 소멸과 재생과 같은 순환적 주제를 보여준다. 전시는 10월 15일부터 12월 7일까지 맨해튼 레일라 헬러 갤러리(Leila Heller Gallery·Ground Level, 22 E 80th St, New York, NY 10075)에서 진행된다. 황 작가는 단추와 비즈를 꽂은 핀에 수만 번의 망치질을 한 후, 나무나 플렉시글라스에 입체적으로 고정시켜 피워낸 매화를 표현했다. 한편 황란 작가는 보스턴의 Mass MoCA, 싱가포르의 에르메스 재단,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2004년 뉴욕 알재단 제1회 금상과 2015 폴록 크란스너 재단 그란트를 수상했다. 윤지혜 기자 [email protected]매혹 매화 매화 작품 전시 제목 뉴욕 알재단
2024.10.22. 17:42
매화 한 가지에 새 달이 돋아오니 달에게 물은 말이 매화 흥미 네 아느냐 차라리 내 네 몸 되면 가지가지 돋으리 -동유록(東遊錄) 봄의 전령 매화 긴 겨울을 견뎌 넘긴 사람들에게 봄이 주는 기쁨 가운데 하나가 매화를 만나는 것이다. 그 기다림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차라리 내가 네 몸이 되겠다고 했을까? 매화나무 가지에 달이 걸리자 마치 한 송이 매화가 핀 듯하다. 달에게 물어본다. ‘매화의 흥을 네 아느냐?’ 남녘에서부터 매화가 만개하기 시작해 봄이 왔음을 온 세상에 알리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이신 중봉 성파 대종사의 동안거 해제 법어에도 매화가 등장한다. 즉 “자장매 더욱 붉고 찬 소나무 푸르네!” 자장매는 종정께서 계신 양산 통도사에 있는 매화나무다. 신라 시대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사찰 매화로는 선암사 선암매, 백양사 고불매, 화엄사 홍매화와 더불어 4대 천왕이라 일컫는데, 그 가운데서도 통도사 자장매를 으뜸으로 친다. 유자효 / 한국시인협회장시조가 있는 아침 매화 미상 매화나무 가지 전령 매화 사찰 매화
2024.03.08. 22:48
두꺼운 껍질로 감싸는 달뜨는 숨결. 아린 가슴을 휘도는 화개장 육자배기 가락 따라 섬진강물은 무심하게 옷고름을 풀고 총구멍을 피하지 못한 목숨들을 쓸어안은 지리산 골짜기 연곡사 운판 소리에 마음 달래다 단풍 질 때마다 한 번씩 불을 뿜는 속앓이를 한단다 철없이 헤실거리면 못쓴다 목질 안의 해묵은 침묵에 귀 기울이라고 맑은 빛으로 속을 다지라고 어른다 여린 봉오리 첫 상면에 천지사방은 우는 듯 웃는 듯 맞이할 것이니라 권정순 / 시인시 섬진강 매화 화개장 육자배기 지리산 골짜기
2023.06.01. 19:52
장독대 옆 매화 꽃 오는 길은 음률과 리듬을 버무린 바람이 먼저 오나 보다 갑옷 같은 표피 아래 깊게 숨겨 놓아도 비단 안개 휘감기면 혼의 비밀 장소 되어 그리움으로 감겨온다 오며 가며 휘어진 가지 흔들어 숨겨진 내음 살아내라고 좁쌀 알갱이로 피운 숨이 잠들지 않고 꾸는 꿈으로 노년의 오후가 꼼지락거린다 잔설 찌꺼기 지워지는 날 소로 길 가로지르듯 연초록 꿈 닮은 향기로 온기 품은 바람 품으로 해찰 말고 오려무나 박선원 / 시인·뉴저지글마당 매화 좁쌀 알갱이로 잔설 찌꺼기 표피 아래
2023.03.10. 17:29
━ 매화 옛 등걸에 매화(생몰연대 미상) 매화 옛 등걸에 춘절(春節)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병와가곡집 ━ 자존감 높았던 조선 기생들 매화는 명기(名妓) 구인(九人) 중의 한 사람으로 『해동가요』에 기록돼 있는 평양 기생이다. 유춘색이란 사람이 평양감사로 부임해와 매화와 가까이 지냈으나 나중에 춘설(春雪)이란 기생과 가까이하자 이를 원망하며 지었다는 유래가 전한다. 매화라는 자기 이름과 꽃의 이름을 이중의 뜻이 되게 한 중의법(重義法)이다. 또한 자신의 늙어진 몸과 고목이 된 매화라는 이중의 뜻을 실은 중의법이기도 하다. 춘절(봄철)과 연적(戀敵) 춘설의 이름을 초장과 종장에 배치한 것도 재미있다. 이 시조는 또한 옛날에 피었던 가지에 다시 꽃이 피듯이 한동안 안 오던 정든 이들이 올 듯도 하지만, 때아닌 봄눈이 어지럽게 흩날리듯 세상이 어지러우니 못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치적인 뜻으로도 풀이된다. 조선의 기생들은 신분 규제에서 벗어나 시인을 비롯해 뛰어난 예인(藝人)이 많았다. 명기의 자존심 또한 높았다. 송이(松伊)라는 기생이 역시 자신의 이름에 빗대 쓴 시조 한 수를 읽는다. 나는 깎아지른 절벽의 낙락장송이니 나무꾼의 낫 같은 것으로는 걸어볼 생각도 말라는 기개가 고고하기만 하다. 솔이 솔이라 하여 무슨 솔만 여기는다 천심(千尋) 절벽에 낙락장송 내 긔로다 길 아래 초동의 접낫이야 걸어볼 줄 있으랴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매화 조선 기생들 자기 이름 신분 규제
2022.12.22. 19:04
매화 옛 등걸에 춘절(春節)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병와가곡집 자존감 높았던 조선 기생들 매화는 명기(名妓) 구인(九人) 중의 한 사람으로 『해동가요』에 기록돼 있는 평양 기생이다. 유춘색이란 사람이 평양감사로 부임해와 매화와 가까이 지냈으나 나중에 춘설(春雪)이란 기생과 가까이하자 이를 원망하며 지었다는 유래가 전한다. 매화라는 자기 이름과 꽃의 이름을 이중의 뜻이 되게 한 중의법(重義法)이다. 또한 자신의 늙어진 몸과 고목이 된 매화라는 이중의 뜻을 실은 중의법이기도 하다. 춘절(봄철)과 연적(戀敵) 춘설의 이름을 초장과 종장에 배치한 것도 재미있다. 이 시조는 또한 옛날에 피었던 가지에 다시 꽃이 피듯이 한동안 안 오던 정든 이들이 올 듯도 하지만, 때아닌 봄눈이 어지럽게 흩날리듯 세상이 어지러우니 못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치적인 뜻으로도 풀이된다. 조선의 기생들은 신분 규제에서 벗어나 시인을 비롯해 뛰어난 예인(藝人)이 많았다. 명기의 자존심 또한 높았다. 유자효 /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매화 미상 조선 기생들 자기 이름 신분 규제
2022.02.20. 16:55
매화 옛 등걸에 춘절(春節)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병와가곡집 자존감 높았던 조선 기생들 매화는 명기(名妓) 구인(九人) 중의 한 사람으로 ‘해동가요’에 기록돼 있는 평양 기생이다. 유춘색이란 사람이 평양감사로 부임해와 매화와 가까이 지냈으나 나중에 춘설(春雪)이란 기생과 가까이하자 이를 원망하며 지었다는 유래가 전한다. 매화라는 자기 이름과 꽃의 이름을 이중의 뜻이 되게 한 중의법이다. 또한 자신의 늙어진 몸과 고목이 된 매화라는 이중의 뜻을 실은 중의법이기도 하다. 춘절(봄철)과 연적(戀敵) 춘설의 이름을 초장과 종장에 배치한 것도 재미있다. 이 시조는 또한 옛날에 피었던 가지에 다시 꽃이 피듯이 한동안 안 오던 정든 이들이 올 듯도 하지만, 때아닌 봄눈이 어지럽게 흩날리듯 세상이 어지러우니 못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치적인 뜻으로도 풀이된다. 조선의 기생들은 신분 규제에서 벗어나 시인을 비롯해 뛰어난 예인이 많았다. 명기의 자존심 또한 높았다. 송이(松伊)라는 기생이 역시 자신의 이름에 빗대 쓴 시조 한 수를 읽는다. 나는 깎아지른 절벽의 낙락장송이니 나무꾼의 낫 같은 것으로는 걸어볼 생각도 말라는 기개가 고고하기만 하다. 솔이 솔이라 하여 무슨 솔만 여기는다 천심(千尋) 절벽에 낙락장송 내 긔로다 길 아래 초동의 접낫이야 걸어볼 줄 있으랴 유자효 / 시인매화 미상 조선 기생들 자기 이름 신분 규제
2022.02.16. 1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