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북가주 븃 카운티에서 발생한 캠프 파이어는 패러다이스 마을의 95%를 태웠다. 산불이 사실상 마을 하나를 태운 일은 처음이었고 그만큼 충격이 컸다. 7년이 채 되지 않아 LA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산불이 나도 가주의 잘 훈련된 소방관이 주택가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예전 같지 않다. 1990년대 이후 가주 주택의 40%는 산불의 위험에 노출됐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다. 주거지의 확대와 기후 변화, 산불의 양상은 소방 시스템의 역량을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이번 산불에서 홀로 살아남은 주택이 내화 물질 등 방화 설비를 갖췄다고 화제가 됐지만 모든 주택이 그렇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큰돈 들이지 않고 화재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주변의 모든 나무를 베어내고 자갈로 둘러싸는 것이 산불 대비는 아니라고 말한다. 아무리 잘 준비해도 산불은 불가항력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불길을 옮기는 요소를 최소화해 참사의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화재에 강한 주택으로 만드는 핵심이다. 전문가들이 우선 꼽는 것은 방어 공간이다. 이 개념은 가주 소방당국이 산불 발생 시 주택을 방어하는 구역을 설정하기 위해 만든 개념으로 대부분의 주에서 채택한 방어 개념이다. 방어 공간의 유용성은 2022년 마리포사 카운티에서 발생한 오크 파이어에서 증명됐다. 당시 방어 공간을 확보한 주택은 그렇지 않은 주택보다 생존율이 6배 더 높았다. 콜로라도주는 이미 이를 법제화해 HOA(Home Owners Association, 주택소유자협회)가 산불이 번질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규정을 만들 수 없게 했다. HOA는 나무 울타리나 데크 설치를 의무화할 수 없고 마당에는 식물이나 나무뿌리 덮개 설치만 규정에 넣을 수 있도록 했다. 방어 공간 개념을 주택에 적용하면 불똥이 날아왔을 때 불이 붙을 수 있는 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집이나 별채의 5피트 안에서 가연성 물질을 제거하고 불씨가 지붕과 크롤스페이스의 통풍구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불이 집으로 옮겨붙는 가장 큰 원인은 불씨다. '비즈니스와 주택 안전 보험 연구소'의 로이 라이트 최고경영자(CEO)는 “불씨는 엄지손가락이나 손바닥 정도 크기로 1마일에서 2마일까지 날아간다”고 말한다. 불씨 중 하나만 집 근처에 떨어져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불씨로 인한 화재를 막는 데 가장 유용한 방법은 집 주변 5피트 경계에 가연성 물질을 없애는 것이다. 집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60%~90%는 5피트 이내에서 발생한다. 5피트 이내의 가연성 물질 제거 방법은 다음과 같다. ▶불이 지붕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지붕선 근처의 나무를 자른다. ▶마른 잎이 모이는 바닥을 깨끗하게 관리하고 홈통을 덮개로 덮어 잎이 들어오지 않게 한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치운다. ▶지하 공간에 불씨가 들어오지 않게 덮개가 있는 통풍구를 설치한다. ▶나무 울타리가 집에 닿지 않도록 한다. 팰리세이즈 파이어의 경우 집들이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울타리가 불을 확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땔감 역할을 하는 가연성 도어매트와 현관의 빗자루, 가연성 실외 가구를 없앤다. ▶집 벽의 아랫부분 6인치를 벽돌이나 콘크리트 등 불연성 재료로 한다. 터마이트도 막으면서 불에도 강하다. 5피트 밖에 있는 나무는 그늘을 만들고 땅의 수분을 유지하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하지만 키가 큰 식물과 떨어트리는 것이 좋다. 땅에 가까운 가지는 자르고 떨어진 잎과 가지, 타기 쉬운 물건을 치워 불이 올라오지 않게 한다. 특히 사이프러스와 대나무는 쉽게 불이 붙는다. 화재 전문가들은 집에서 5~30피트 떨어진 지역을 1구역으로 부른다. 이 구역 내에서 잔디밭은 괜찮지만 자갈이나 벽돌로 통로를 만들면 불이 번지는 위험을 줄인다. 또 울타리와 창고, 야외용 가구, 놀이 시설 주변에 가연성 물건이 있으면 치운다. 프로판 저장 탱크는 집에서 최소 10피트 밖에 둔다. 장작 등 나뭇더미는 방향과 상관없이 집에서 10피트 이상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집에서 30~100피트 떨어진 곳은 2구역으로 화재 방어 구역 밖으로 여긴다. 이 구역에서는 마른 풀과 식물을 없앤다. 식물을 심으면 불이 잘 안 붙는 종이 좋다. 2구역 밖에 있는 3구역은 접근로다. 불씨가 떨어져도 주민과 소방관, 응급팀이 오가는 지역으로 화재 위험이 낮은 대신 동선을 막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거라지도 신경 써야 한다. 대피할 때 거라지 문을 열어 놓았다가 불이 쉽게 옮겨붙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해 전기가 끊기면 거라지 문을 열거나 닫을 수 없다. 북가주 마린 카운티 소방국의 산불 전문가 토드 랜도는 “전기가 차단돼 문을 열지 못해 거라지 안에서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말한다. 전기가 끊기면 대피할 때 거라지 문을 닫기 어렵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별도의 배터리에 연결해 놓는 것도 방법이다. 안유회 객원기자물건 나뭇가지 가연성 물질 방어 공간 화재 가능성
2025.01.29. 17:49
저가 제품 전문 체인점인 99센트 온리가 최근 전 매장의 문을 닫겠다며 폐업을 선언했다. 패밀리 달러는 8000여 개 매장 가운데 1000여 곳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두 체인점은 경영에 문제가 있었다. 99센트 온리는 매장 평균 크기가 2만 스퀘어피트로 운영비용이 많이 들었고 제품의 마진이 낮았다. 패밀리 달러는 매장 관리 부실과 과도한 확장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쥐가 들끓는 창고에 보관한 제품을 판매했다가 제품 안전표준 위반 혐의로 4160만 달러의 벌금 처분도 받았다. 그렇다고 내부 문제가 다는 아니다. 폐업까지 이른 데는 경영 외적인 요인도 있다. 두 회사가 내놓은 최대 악재는 인플레이션과 소매 절도였다.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타격을 받았고 소매점 절도로 손실이 커졌다. 이들 악재는 최근 소매점이 전반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임금 상승과 공급 불안, 유가 상승은 당장 해결되기 쉽지 않다. 저가 매장이 저가 제품을 팔기 어려우니 힘들 수밖에 없다. 99센트 온리는 이미 지난해 99센트 이하 제품이 절반 아래로 줄었다. 경제 수치로 보면 고용도 뜨겁고 소비도 뜨거운 호시절이지만 체감은 그렇지 않다. 99센트 온리의 파산은 통계와 현실이 다른, 뜨거운 아이스크림 같은 경제 상황의 무시할 수 없는 단면이다. 금리 인하는커녕 다시 금리 인상이 거론될 정도로 인플레이션은 아직 꺾일 기미가 안 보인다. 여전히 불안한 중동 정세는 개스값을 흔들고 떨어질 줄 모르는 부동산은 렌트비를 떠받들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99센트 온리의 파산은 싼 물건이 사라지는 인플레이션 시대의 첫 번째 확증일 수 있다. 싼 물건이 사라지면 인플레이션은 가계를 더 조일 것이다. NBC4 방송의 현장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딸기 한 팩, 멜론, 감자 3파운드, 토티야 한 팩, 우유 1갤런의 가격을 비교할 때 99센트 온리는 11.39달러, 랄프스는 17.96달러였다. 제일 싼 가격대가 사라지면 더 많은 돈을 낼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저소득층이 맥도널드 대신 집에서 요리해 먹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맥도널드의 이언 보든 최고 재무책임자가 투자자 회의에서 한 말이다. “지금은 어려운 소비자 환경이다. 많은 소비자가 인플레이션과 높은 이자율, 줄어드는 저축을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맥도널드에서 버거는 예사로 8달러를 넘고 세트 메뉴는 10달러를 넘는다. 꼭 맥도널드만은 아니다. 종류에 상관없이 패스트푸드 식당에 가보면 부담 없이 먹던 음식이 사라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싼 것이 사라지는 현상은 중산층 제품으로도 이미 번졌다. 100온스에서 92온스로 줄었는데 가격이 오른 세제, 4분의 1온스가 줄었는데 가격이 오른 비누가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면 쓸 만한데 싼 물건의 시대는 다시 돌아올까. 연방정부와 함께 기업이 중국을 벗어나 공급망을 다시 만들려는 노력이 완결되기 전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공급망 재편으로 중국산 소비는 확실히 줄었다. 1인당 수입품 지출액의 25%를 차지했던 중국산은 16.6%로 줄었다. 하지만 전 세계 물가를 안정시키던 중국의 역할을 멕시코와 베트남, 태국 등이 대체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테무와 쉬인이 중국산 저가품의 새로운 상징이 된 것은 이것과 맞물린다. 두 회사의 제품이 이토록 인기를 끄는 것은 소비자의 구매력이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론 수입사가 팔던 방식이 중국 회사가 직접 파는, 중국 제품이 도매에서 소매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공급망 재편과 인플레이션 시대의 합작품이다. “지금 경기는 좋다. 차와 집을 살 일이 없다면.” 모든 것이 가격에 반영되는 시장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지적한 말이다. 하긴 지금 차와 집만큼 싼 것이 없는 상품이 또 있을까.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물건 인플레이션 시대 소비자 입장 제품 안전표준
2024.04.23. 19:31
'푸른 용의 해'인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이맘때쯤이면 많은 이들이 다양한 새해 계획을 세운다. 금주와 다이어트부터 여행, 이사, 창업 등 다양한 계획을 구상하는데 여기에 주택 관련 계획도 빼놓을 수 없다. 내 집 장만, 이사 같은 굵직굵직한 것에서 대청소, 지붕 수리 등 다양한 계획을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과 비용은 한정돼 있어 원하는 모든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너무 무리한 계획은 오히려 작심삼일로 끝날 수도 있다. 실천 가능하면서도 올 연말 한해를 뒤돌아 봤을 때 뿌듯해 할만한 주택 관련해 새해 결심 또는 계획에 포함시키면 좋은 것들을 알아봤다. ▶집 청소 매년 새해 결심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집 청소. 이는 대청소일 수도 있고 매일 혹은 주중 청소 계획일 수도 있다. 매년 계절별로 혹은 매일 청소를 하는데도 1년이 지나고 나면 집안은 불어난 물건들로 가득하다. 더욱이 연말연시가 지난면 각종 쇼핑 아이템과 선물들로 집안은 더 복잡해진다. 청소 전문가들은 집안의 묵은 먼지를 털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기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과 입지 않는 옷을 버리거나 기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리의 여왕'으로 유명한 곤도 마리에는 '청소는 설레지 않는 물건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말한다. '비싸게 주고 사서', '언젠가는 입을 것 같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1년 넘게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은 과감하게 버리도록 하자. 또 매일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주방 카운터나 베드룸, 거실에 나와 있다면 이 역시도 정리하면 훨씬 집 안이 넓고 깨끗해진다. ▶주택 안전 눈에 보이는 물건뿐만 아니라 주택 안전 문제도 점검해야 한다. 화재부터 실내 공기 오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단 가장 먼저 한국에서도 한때 큰 사회적 이슈가 됐던 라돈(radon) 수치부터 확인하자. 무색, 무취의 가스인 라돈은 폐암 유발 물질로 알려져 있는데 연방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매년 약 2만1000명이 라돈에 노출돼 폐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EPA에 따르면 15가구 중 1가구는 이 라돈 수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라돈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테스터(radon test kits)는 홈디포, 로우스(Lowe's), 아마존 등에서 10~20달러 안팎에 구입할 수 있다. 또 화재 감지기와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 또는 점검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겨울철엔 굴뚝이나 히터 통풍구가 막힐 경우 일산화탄소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배터리가 방전됐다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또 세탁건조기 덕트 청소도 중요하다. 건조 후 남은 섬유 보풀들이 세탁건조기와 연결된 덕트에 쌓이면 화재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연방소방청에 따르면 건조기 내 남는 옷감 보풀은 가연성이 매우 높아 연간 1만5000건 이상의 화재 원인이 된다고 한다. 또 1978년 이전에 건축됐거나 그 이후 리모델링을 하지 않는 집이라면 납 페인트(lead paint)와 석면 바닥재 테스트를 해 볼 필요가 있다. 납과 석면은 독성 물질이어서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 이를 제거할 시에는 유해 성분이 공기 중으로 방출되지 않게 처리해야 하므로 전문업체에 의뢰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 친환경, 절전형 주택이라고 하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거나 절전형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것 등을 가장 많이 떠올리지만 이외에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사용하지 않는 전기 끄기, LED 전구 교체, 빨래를 건조기가 아닌 건조대에 말리기, 외출 시 히터 온도 55도로 낮추기, 사용하지 않는 멀티탭 전원 끄기, 정원에 퇴비 주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리모델링 새해 계획에서 빠지지 않는 것중 하나가 가족과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이를 위해 주방이나 거실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주방 리모델링은 캐비닛과 카운터를 업그레이드하면 가장 효과가 크다. 또 정원 데크, 야외 주방 등을 설치하면 언제든 가족, 친구들과 BBQ 파티를 즐길 수 있어 만족도가 크다. 이외에도 가사일을 보다 더 편리하게 해주는 스마트 가전제품부터 온도 조절 및 잠금장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마트홈 시스템 설치 등도 생활을 한층 더 편리하게 해준다. 만약 장기 여행이나 외출이 잦다면 차고 외벽이나 현관에 스마트 센서와 방범카메라 등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만약 새해 계획 중 운동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면 홈짐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남는 침실이 있거나 지하실이 있다면 이를 수리 또는 개조해서 홈짐을 만들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택 리모델링을 계획한다면 대략적인 예산 및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또 제한된 예산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처럼 적잖은 비용을 들여 리모델링을 할 수도 있지만 가구 재배치나 식물 등을 이용해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겠다. 또 러그나 쿠션, 주방 러너 혹은 식탁보를 교체하면 집안 분위기 전환에 효과적이다. 이주현 객원기자물건 석면바닥재 새해 계획 세탁건조기 덕트 일산화탄소 감지기
2024.01.03. 18:00
유치원 아동이 물어뜯고 발로차고 물건을 던지는 과격한 행동을 해도 앞으로 휴원이나 퇴학 조치를 할 수 없다. 아동의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수업이나 프로그램에서 제외하는 조치도 앞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유치원마다 아동들의 행동 교육 문제에 대한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이는 캘리포니아 주가 제정한 취학 전 아동의 퇴학을 금지하는 법(AB2806)에 따른 것으로, 심지어 유치원은 학생이 과격하게 행동한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조기 퇴소를 요구하거나 설득하는 게 금지된다. 새 법은 지난해 제정됐지만 팬데믹으로 문을 닫았던 학교들이 대면 수업으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9월 말 새 학년이 시작된 후 가주 교육부가 웹사이트에 관련법을 안내하면서 내용이 공개됐다. 새 법은 올해 말까지 관련 부처에서 시행안을 발표하면 내년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가주 교육부는 최근에 팬데믹 기간 동안 정신 건강에 문제가 발생한 아동들에 대한 교육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유치원이나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공지를 발송하는 등 대대적으로 홍보도 시작했다. 새 법은 2014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작한 ‘헤드 스타트 프로그램’이 유치원 강제 퇴학을 금지하는 캠페인을 시작한 후 전국에서 일어난 붐과 맞물려 추진됐다. 당시 진행된 캠페인의 주요 타깃은 저소득층 지역의 흑인 아동들이지만 점차 캠페인이 확대되면서 미국 내 다른 29개 주에서 유치원 강제 퇴소 금지법을 속속 도입했다. 다우니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한인 원장은 “3~4세 아동의 행동을 지적하고 가르치려면 말만으로는 쉽지 않다”며 “이전에는 과격한 행동을 하면 주의를 주기 위해 수업에서 제외하거나 따로 공부하게 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고 전했다. 풀러턴에 있는 또 다른 한인 유치원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전후로 보면 학생들의 주의가 많이 산만해지고 행동도 거칠어졌다. 물건을 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동도 늘었다”며 “이들을 다른 아이들과 함께 가르치면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다치는 등 위험에 처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전했다. 가주 교육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학교에서 있는 시간의 25% 이상을 사무실이나 교실 밖으로 내보내면 ‘교내 정학’에 해당한다. 또한 프로그램 당일 하루 또는 일부에서 제외할 경우도 정학으로 분리된다. 한편 지난달 미국소아과학회는 유치원 강제 퇴소 경험이 평생에 걸쳐 해를 끼칠 수 있고 유색인종의 아이들, 장애를 가진 아이들, 저소득층 아동이나 학대 및 방임 등으로 부정적인 어린 시절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장연화 기자 [email protected]물건 퇴학 차고 물건 교육부 웹사이트 유치원 아동
2023.12.04. 20:24
범죄가 점점 집단화하고 대범해지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11일 새벽 버뱅크에서는 최소 10명의 절도 용의자들이 픽업트럭을 이용해 업소 출입문을 부수고 물건을 훔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날 사건은 오전 1시 30분경 3500 매그놀리아 불러바드에 위치한 고급 의류 전문점 '매그놀리아 파크'에서 일어났다. 감시 카메라에 찍힌 녹화 영상을 보면 최소 10명 정도 되는 용의자들은 픽업트럭을 후진해 업소 출입문을 부순 뒤 가게 안에 있는 물건을 훔쳐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용의자들은 도로와 업소 출입문 사이에 있던 대형 콘크리트 의자와 쓰레기통을 옮기고 대형 나무도 거의 넘어뜨리려 하는 등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모습을 보였다. 용의자들은 약 10분 정도 진행된 약탈 시간에 후디와 모자를 포함한 의류 제품 약 7만 달러 상당의 상품을 훔쳐 갔다. 범행 후 용의자들은 여러 대의 차량에 나눠타고 도주했고 업소 출입문을 부수는데 사용했던 픽업트럭은 도주 과정에서 버렸다. 픽업트럭은 이후 도난 차량으로 드러났다. 김병일 기자트럭 물건 업소 출입문 절도 용의자들 매그놀리아 파크
2023.05.11. 14:04
Ally and Tom are talking about their car. (앨리와 톰이 차에 대해 말하고 있다.) Ally: I think our car is on its last legs. 앨리: 우리 차도 수명이 다 됐나 봐. Tom: You’re right. It's been acting up all winter. 톰: 맞아. 겨울 내내 속을 썩였어. Ally: When it broke down yesterday it was the last straw. 앨리: 어제도 고장이 났는데 더 이상은 안되겠어. Tom: The mechanic that looked at it said it would be expensive to repair. 톰: 정비사가 차를 보더니 수리비가 많이 나올 거래. Ally: That means we have a difficult decision. 앨리: 힘든 결정을 해야 된다는 말이네. Tom: Yeah. Do we spend money on our old car or buy another one? 톰: 응. 이 차를 고쳐야 하나 아니면 새로 사야 하나? Ally: Maybe we should start looking at used cars. 앨리: 중고차를 알아봐야 할 것 같아. Tom: Before we do that we should check our financial situation. 톰: 그러기 전에 재정 상태를 따져 봐야지. Ally: Then let’s do it now. 앨리: 그럼 지금 하자. Tom: Good idea. We need to make a decision soon. 톰: 그게 좋겠다. 빨리 결정해야 하니까. ━ 기억할만한 표현 *act up: 기계가 갑자기 오작동하다. "The photocopier has been acting up all day." (복사기가 하루 종일 말을 안들어요.) *break down: 고장 나다. "The elevator broke down so we walked up the stairs." (승강기가 고장 나서 계단으로 올라갔어요.) *the last straw: 더는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것. "Making me work on Friday was the last straw." (금요일에 일하라니 더는 못 참아요.)오늘의 생활영어 legs 물건 tom are acting up last straw
2022.12.18. 19:33
나는 집에서 다운 조끼를 입고 있다가 더우면 벗어서 의자에 깔고 앉는다. 방을 옮길 때도 끼고 다닌다. 잠자리에도 조끼를 앞으로 입고 껴안고 잔다. 지난밤 자다가 몸이 으스스했다. 내 가슴에 조끼가 없다. ‘그냥 자자’며 나를 다독였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일어났다. 다운 조끼를 찾아서 앞에 걸치고 부드러운 촉감을 만지다가 옛 생각에 빠졌다. 작은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부드러운 하늘색 담요를 항상 끼고 놀았다. 어딜 가든 그 담요를 질질 끌고 나가려고 했다. 담요는 색이 바래고 낡아졌다. 아무리 유사한 새것을 줘도 막무가내였다. 감추고 주고를 반복하다가 촉감이 같은 갈색 곰 인형을 사줬다. 한동안은 그 담요를 찾다가 포기했는지 곰 인형을 끼고 조용해졌다. 곰 인형도 낡고 더러워졌다. 삐져나온 속살 꿰매기를 서너 번. 더는 수리가 불가능해져 벽장 속에 감췄다. 아이는 찾고 나는 주기를 반복하다가 쓰레기통에 버렸다. 몇 날 며칠 쓰레기통을 뒤지며 곰 인형을 찾는 아이를 보며 무척 후회했다. 그 이후 곰 인형 대신인지 아이는 겨드랑이의 보드라운 살을 수시로 만졌다. “또 만져. 너 혹시 겨드랑이 만지작거리는 것이 엄마가 곰 인형을 버려서니?” “형이 하도 난리 쳐서 엄마가 형에게만 집중했잖아요. 그래서 나는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곰 인형하고 조용히 있었어요.” “저런 미안해라. 곰이 너무 낡아서 위생상 안 좋아서 버렸어. 엄마 아빠는 너를 형과 똑같이 사랑했잖아?” “네 알아요.” 아이의 말이 맞다. 큰아이는 수시로 먹겠다고 울며 내 곁을 떠나지 않아 키울 때 무척 힘들었다.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말라서 움푹 팬 내 쇄골도 잡고 매달렸다. 계속 뛰고 달리는 아이가 다칠까 봐 온 정신은 큰아이에게 있었다. 작은아이는 배 안에서 발길질도 하지 않고 얌전하더니 태어나서도 보채지 않았다. 아이가 보챈 것은 담요와 곰 인형을 감추고 주지 않았을 때뿐이다. 아이는 자라면서 소리 없이 움직이며 애교 섞인 유머로 집안 식구를 웃긴다. “엄마는 네가 화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어떻게 사람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니?” “엄마, 화를 내서 돈이 생겨요? 쓸데없이 왜 화를 내요.” 무언의 반항인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곰 인형 사줄게. 엄마를 용서해라.” “아니에요. 이젠 괜찮아요. 나이키(프렌치 불도그)가 있잖아요. 나이키는 예전에 내 곰을 닮았어요. 정말 사랑스러워요. 나는 나이키만 있으면 돼요.” 내가 다운 조끼를 입고 매만지며 자듯이 아이도 나이키를 배 위에 올려놓고 살살 만지면서 잔다. 그때 내가 왜 아이의 소중한 담요와 곰 인형을 버렸을까? 후회한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 잠을 설쳤다. 이수임 / 화가·맨해튼글마당 물건 집착 다운 조끼 엄마 아빠 하늘색 담요
2022.12.16. 17:33
(Nancy is talking to her husband David…) (낸시가 남편 데이비드에게 말한다…) Nancy: David, would you come in the kitchen please? 낸시: 데이비드, 부엌으로 좀 와 볼래요? David: (Walking in) What is it? 데이비드: (부엌으로 오며) 뭔데? Nancy: Would you keep an eye on the rice? 낸시: 밥하는 중인데 봐 줄래요? David: Where are you off to? 데이비드: 어디 가려고? Nancy: I’m going to Carol’s house across the street. 낸시: 길 건너 캐롤 집에 가려고. David: Why are you going there? 데이비드: 거긴 왜? Nancy: She has a chocolate cake recipe. I want to try tonight. 낸시: 초콜릿 케이크 레시피가 있어. 오늘 밤에 만들어 보려고. David: And while you’re there you’ll have some girl talk. 데이비드: 간 김에 수다도 떨려고 그러지. Nancy: How did you guess? 낸시: 왜 그렇게 생각해? David: Because you can just as easily call her on the phone and get her recipe. 데이비드: 그냥 전화해서 레시피를 받을 수도 있는데 굳이 가니까. ━ 기억할만한 표현 * where is (one) off to?: 어디 가는 거죠? "Where are you off to? You just got home five minutes ago." (어디 가려고? 집에 온 지 5분 밖에 안됐는데.) * girl talk: 여자들의 수다. "We stayed up late last night sharing girl talk." (어제 우린 밤 늦도록 수다를 떨었다.) * (one) can just as easily … : …해도 쉽고 빠르다. "Why drive to the market? You can just as easily walk." (왜 마켓에 차를 몰고 가? 걸어가도 되는데.)오늘의 생활영어 물건 신경 데이비드 부엌 남편 데이비드 girl talk
2022.10.11. 17:50
영상 물건
2022.04.14. 13:51
워싱턴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각종 마트와 그로서리 스토어 물품이 동나고 선반이 텅 비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작년과 달리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탓에 현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물건 부족사태의 첫번째 요인은 오미크론으로 인한 결근 때문인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주요 27개 식품 회사 이익단체인 소비자브랜드연합회(CBA)의 괴프 프리먼 회장은 “마트 직원 결근률이 작년 평균보다 30% 이상 많고 트럭운전사도 현재 8만명 이상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워싱턴지역 마트와 그로서리 스토어의 직원 결근률은 15%가 넘는다. 워싱턴지역의 한 그로서리 스토어 체인은 전체 직원 2500명 중 매일 평균적으로 300명 정도가 결근하고 있다. 전국그로서리연합회(NGA) 워싱턴 지부는 주정부와 연방정부에 각종 식료품 검사를 우선 순위 정책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정부 또한 오미크론 결근으로 인해 정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 오미크론이 크게 번지면서 식품 사재기 풍조가 만연화됐다. 업계 측은 화장지가 동이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재기 심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최근 화장지 매출액은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분기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 최근 2주 동안 워싱턴 등 동부와 중서부, 남부 지역에 이르는 장기 폭설 사태로 인해 직원 결근과 공장 가동 중단, 고속도로 등 인프라 마비 사태 등으로 연쇄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일 폭설 사태로 I-95 도로가 20시간 넘게 불통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워싱턴지역 식품회사 이익단체인 FMI의 덕 베이커 부회장은 “식품 물류가 대륙을 종단, 횡단하는 루트이기 때문에 어느 한 지역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하면 전국적인 마비 혹은 지연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연말 소비시즌에 물류 유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긴급 행정명령까지 발동했다. 그 덕에 사상 최대 규모의 소비판매가 이뤄지면서 재고가 동이 나고 연초부터 물건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것이다. 소매산업지도자연합회(RLIA)의 제시카 던커트 회장은 “업계가 넉넉한 재고를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급부족은 식품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식품 물가 상승률은 7%에 달해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쇠고기 등은 20%가 넘게 올랐다. 공급망 사태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식당을 기피하고 가정 내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식품은 식당 납품용과 그로서리 스토어 납품용이 구분돼 있어 단기간에 호환이 쉽지 않은 점도 공급난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마트 물건 워싱턴지역 마트 물건 부족사태 마트 직원
2022.01.12. 13:33
앨라배마주 중북부 블라운트 카운티 숲속에서 페덱스 수하물 수백개가 버려져 있어 셰리프국이 조사에 나섰다. 카운티 셰리프국은 이로 인해 450여명의 고객이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셰리프국은 해당 트럭 운전자를 찾아내 최소 여섯 차례 숲속에 수하물을 버렸음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페덱스 측은 지난달 29일 수하물 무단 폐기에 대한 유감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페이스북]페덱스 물건 페덱스 수하물 카운티 셰리프국 카운티 숲속
2021.11.30. 14:14
물류 대란으로 LA 앞바다에서 대기 중인 화물의 가치가 맥도널드의 연매출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내다 팔 상품을 제때 확보하기 힘들어진 관련 업체들은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물류 전문매체 ‘아메리칸 시퍼’는 22일 LA·롱비치항 앞바다에서 대기 중인 화물의 가치가 262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입항을 기다리는 화물선은 모두 85척으로 지난해 LA 항을 이용한 컨테이너선 화물의 가치는 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평균 4만3899달러였다. 아메리칸 시퍼는 “262억 달러 추정치는 맥도널드의 연간 매출과 비슷하고 아이슬란드의 국내총생산(GDP)보다 많다”며 “화물선의 평균 대기기간은 지난달 초보다 65% 길어진 13일”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LA 항의 24시간 가동을 결정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인 물류업체 ‘필릭스 로지스틱스’의 김병선 대표는 “직접 화물을 하역하는 LA항 터미널 하나에 컨테이너선이 최대 6척 댈 수 있지만, 인부가 부족해 현재 3척밖에 소화를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백악관은 주 방위군이나 해군 투입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21일 전했다. 또 이날 개빈 뉴섬 주지사는 주 정부 관련 기관에 항구 적체 문제에 관한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로컬 정부도 대책에 나서 롱비치 시는 22일 임시 행정명령을 발효해 한 번에 쌓을 수 있는 컨테이너 숫자를 기존 2개에서 최대 5개로 늘렸다. 넘치는 컨테이너들이 주거지까지 밀고 들어와 전복 사고가 일어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시 정부는 발표문을 통해 “화재 예방 조치가 충분히 취해진 경우 최대 5개의 컨테이너를 한 번에 쌓아 보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물류업체부터 판매업체까지 수출입과 소매 관련 모든 업종 관계자들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부산에서 LA까지 10~12일이 걸리는데 항만 병목 현상으로 상품을 수령하는데 추가로 20일이 더 소요된다”며 “한인 업체들이 지금 한국에 제품을 주문하면 6개월 후에나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LA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의 한 법인장도 “한국 본사에 요청하면 평균 두 달 걸렸던 운송 기간이 지금은 최대 넉 달까지로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물류업체 관계자는 “항만에서 최대 2만TEU 이상을 싣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대형 화물선을 우선 처리해준다는 루머까지 떠돈다”며 “100여개 컨테이너를 실은 중국 화물선이 5주 넘게 대기 중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제때 판매가 어렵게 되면서 수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식품류와 유통기한이 짧은 제품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가격 상승까지 더해져 한인마켓 등의 진열대가 비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비용은 더 들지만, 대안으로 하늘길을 대신 택하는 경우도 늘었다”며 “한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화물량이 이전과 비교해 1.5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류정일 기자주문 물건 한인 물류업체 컨테이너선 화물 컨테이너 숫자
2021.10.24. 21:00
눈을 뜨고 있어도 코 베어 간다는 말은 옛말이 아니다. 현재 진행형이다. 사기를 당하고 나니 황당했다. 에어프라이어(Air Fryer)로 혹독한 훈련을 했다. 10년 전쯤 한국 방문 시 동창들을 만났을 때 처음으로 에어프라이어에 대해 들었다. 닭튀김도 기름 한 방울이면 깊은 기름에 튀긴 맛이 난다고 친구는 자랑했다. 그 친구는 동기 중에서도 부자로 소문이 나 있었다. 좋다는 걸 알지만 비싸서 못산다고 말하는 친구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에어프라이어를 쓰는 사람이 내 주변에 많이 생겼다. 둘째 딸은 애용자다. 특히 먹다 남은 음식도 에어프라이어에 넣으면 다시 바삭바삭해져서 새로 튀긴 맛이 난다며 집안에 있어야 하는 필수 물건이란다. 칠순이 넘고 보니 있는 전자제품도 다 버리거나 기부할 때인데 무슨 새 제품을 사느냐고 나의 욕망을 가라 앉혔다. 그러던 어느 날 베드앤배스 상점에서 쿠폰이 왔다. 에어프라이어를 50%세일한다고 한다. 쿠폰을 잘라 핸드백에 넣고 다니면서 새 제품 사는 것을 꺼려하는 남편 설득하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설득이 싶지 않아 쿠폰 유효 기간이 지났다. 혹시나 하고 계속 인터넷으로 찾던 중 구글 광고에서 내가 찾던 똑같은 제품을 83.99달러에 판다고 한다. 회사에서 2주 만에 배달이 된다고 하기에 이번엔 놓치지 말자며 바로 페이팔로 계산을 했다. 그런데 2주가 지나도 배달이 되지 않았다. 궁금하고 의심이 생겨 페이팔에 연락하니 자기네 회사 웹사이트의 고객센터에 들어가 언제 배달이 될 수 있는지 묻어보라고 한다. 컴맹이나 다름없는 나보고 이런 어려운 일을 해결하란 말인가. 자식들에게 도움을 청할 처지가 아니다. 첫째는 멀리 살고 두 번째는 너무 바쁘다. 말만 꺼내도 신경질을 낼 테고 잔소리를 할 게 불보듯 뻔하다. 일단은 컴퓨터에 들어가 눈이 빠지도록 원하는 사이트를 찾고 또 찾아 왜 배달이 안 되고 있는지 이유를 알려달라고 올렸다. 그 쪽에서 온 대답은 의외였다. “무슨 소리냐. 우리는 벌써 7월1일 오후4시에 배달했다”는 답과 우체국 위치추적 번호가 따라왔다. 다음 날 아침 동네에서 제일 가까운 우체국으로 찾아갔는데 그곳에서 보는 업무가 아니라고 멀리 떨어져 있는 중앙 우체국으로 가라고 했다. 첫 번부터 헛수고, 자칭 경찰 노릇을 자처하고 이 사건을 수사하려는데 만만치 않을 성싶다. 중앙 우체국에 갔다. 유리창 앞에 앉아 있는 직원에게 편지를 보이니 창구직원은 힘이 빠졌는지 말도 안 하고 고개로만 저쪽으로 가란다. 사무실 뒤에 숨어있는 듯 작은 방에서 피곤해 보이는 백인 할아버지가 나를 쳐다본다. 한마디 말도 안 하고 자기 컴퓨터에 내가 내민 종이 속의 배달 트래킹 번호를 넣는다. 이런 일이 자주 있나 보다. 그가 하는 말은 물건이 배달이 되긴 했는데 배달 주소가 우리 집 주소가 아니란다. 트래킹 번호와 배달된 시간은 페이팔이 진술한 시간과 똑같다. 배달되었다는 그 집을 찾아갔다. 이건 마치 영화에 나오는 ‘추적’이다. 이 나이에 무슨 생뚱맞게 탐정 놀이람. GPS에 그 집 주소를 넣으니 우체국에서 배달된 집이 5분 거리다. 가서 주인이 없으면 어쩌나, 게이트가 있어 들어가 보지도 못하면 어쩌나, 별의별 생각으로 마음이 착잡했지만 일단 가까우니 닥쳐 보자 생각하고 찾아갔다. 좋은 동네에 잘 정리된 정원이며 예쁜 모양의 꽃들이 만발한 집 앞에 차는 멈추었다. 그 집 초인종을 눌렀더니 비단같이 윤기 나는 머리에 보라색 염색을 한 백인 할머니가 나왔다. 일단 인상이 좋아 보여 안심이 되었다. 내 말을 다 듣고 나더니 7월1일에 우편물을 받았고 위치추적번호도 맞다. 그러나 우편물은 에어프라이어가 아닌 자기 약이었단다. 백인 할머니는 친절하게도 내가 가지고 있던 종이 뒤에 자기 이름과 전화와 사인까지 해주면서 잘 찾기를 바란다고 한다. 그 종이를 들고 우체국으로 다시 돌아갔다. 조금 전 그 백인 할아버지가 있는 방으로 아무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들어갔다. 예기치 않은 손님의 두 번째 방문에 놀란 듯했으나 나의 집요함에 포기를 했는지 내 우편물 찾는데 협조를 했다. 그리고 그는 내가 사는 지역을 담당하는 우체국 수퍼바이저를 불렀다. 수퍼바이저가 하는 말이 우편 사기에 걸려든 것 같다고 했다. 요즘 그런 사기 사건이 빈번하다고 덧붙인다. 힘들게 경찰 노릇까지 하며 찾아낸 게 사기라니. 팔자에 없는 닭고기를 바삭하게 해 먹긴 틀렸다며 포기하고 집에 왔다. 상황 판단이 끝났으니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작 페이팔 웹사이트에 다시 들어가서 상황 설명을 해야 하는데 앞이 깜깜했다. 영어로 장편의 편지를 쓰는 일은 만만치 않다. 마침,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변호사를 하는 조카가 방문했다. 설명을 들은 그녀가 작성한 완벽한 편지를 페이팔에 보냈다. 조카는 파리에서 선교사 겸 변호사를 하고 있다. 일 년에 한 두 번 미국에 들어오는데 완전히 천사표 미스 다. 나를 위해 때맞춰 하나님이 보내주신 구세주였다. 2주가 지난 어느 날 페이팔에서 이메일이 왔다. 사기였으니 돈 낼 필요가 없다고 환불해 주었다. 아! 이게 미국이지. 내가 알고 있는 미국은 공정을 알고 지키는 나라이다. 사실, 돈을 잃어버린 것보다 공정이 무너진 듯해서 더 화가 났었는데 이제 편안히 잠잘 수 있을 것 같다. 올바른 사회에 살고 있다는 믿음이 생기니 든든하다. 나 때문에 이리저리 운전하고 위로해 주던 남편한테도 체면이 서는 밤이다. 이래서 세상은 살만 한가 보다. 그러나 다시는 이름 모르는 인터넷에다 주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김규련 / 수필가
2021.10.14.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