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다. 눈치 없는 민주당 얘기다. ‘빅애플(뉴욕의 별칭)’이 어떤 곳인가. 이변이 없는 한 원래부터 파란 깃발만 꼽으면 승기를 잡는 도시다. 그런 곳에서 민주당 명함을 판 조란 맘다니가 시장직에 올랐다. 언뜻 보면 당연한 일인데, 이면에는 케케묵은 민주당의 현실이 있다. 맘다니는 자신을 ‘민주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고 지칭한다. 표현만 그럴듯 할뿐 사실상 사회주의를 포장한 말이다. 그는 당선 연설에서 “인류에게 더 나은 날의 새벽이 밝아올 것”이라고 외쳤다. 미국 사회주의의 대부격인 유진 데브스(1855~1926)의 발언을 대놓고 인용할 정도다. 그에게 무릎을 꿇은 건 민주당 내 정치 거물인 앤드루 쿠오모다. 뉴욕에서 쿠오모 가문이 차지하는 상징성은 남다르다. 일례로 지난 2017년에 완공된 다리의 명칭도 ‘마리오 쿠오모’다. 뉴욕 주지사를 세 차례 연임한 앤드루 쿠오모의 아버지 이름이다. 언론이나 정치 평론가들은 맘다니의 승리를 곧 트럼프의 패배로 해석했다. 정말 그런가.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관전자에 가까웠다. 맘다니 현상이 두드러질 때부터 “이대로 가면 맘다니가 이길 텐데”라고 말해왔다. 트럼프도 감지한 흐름을 민주당의 기득권만 몰랐던 셈이다. 지난 2월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지지율 33%의 쿠오모, 1%의 맘다니는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았다. 아니 그때까지만 해도 다윗에 비유하는것 조차 과분할 만큼 맘다니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런 맘다니가 경선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뒤집어버렸다. 뉴욕의 정치 명문가 출신 쿠오모로서는 풋내기로 여긴 맘다니에게 따라잡힌 것이 자존심에 상처였을 터다. 결국 민주당 간판을 떼고 무소속으로 나온 쿠오모가 고작 유권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사회주의자 맘다니는 안 된다”가 전부였다. 마치 지난 대선 때 특별한 어젠다도 없이 트럼프 발목만 잡으러 다니던 민주당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애초부터 뉴욕 시장 선거는 트럼프와 맘다니의 구도가 아닌, 민주당 내 기득권과 이단아 간의 대결이었다. 맘다니는 그들이 내심 바라던 후보가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뉴욕타임스는 선거 다음 날 “맘다니의 승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The odds are that Mamdani’s victory is actually less significant than you think)”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며칠 뒤에는 “맘다니는 민주당의 미래가 아니다(Mamdani Isn’t the Future of the Democrats)”라며 승리를 평가 절하했다. 민주당 내 기득권층은 그런 맘다니를 돕자니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외면하기도 곤란한 상황에 놓인 듯 보인다. 뉴욕의 캐시 호컬(민주당) 주지사는 맘다니가 내건 시내 버스 무료 운행 정책,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뉴욕은 더욱 급격한 좌회전을 선택했다. 맘다니의 승리에는 변할 생각이 없는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고가 담겨있다. ‘빅애플’의 사과밭은 본래부터 파랬다. 표심이 맘다니에게 쏠린 건 반(反)트럼프 정서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바뀌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반발이 근저에 깔려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하다. 어젠다는 지난 대선 패배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표심을 읽기보다 트럼프를 향한 손가락질에만 바쁘다. 현 정권하에 보내야 할 시간은 아직 3년이나 남아 있다. 이런 식이라면 트럼프의 꽁무니만 좇다가 시간을 허비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진작 눈치를 챘어야 했다. 지난 2016년 민주 사회주의자라고 자처한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킬 때부터 조짐은 있었다. 구태의연한 민주당에 대해 유권자들의 싫증이 본격적으로 표출된 건 그때부터다. 샌더스는 지난 6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때 카멀라 해리스가 (맘다니처럼) 저렇게 선거 캠페인을 했다면 지금 대통령이 돼 있었을 것”이라며 쓴소리를 남겼다. 파란 뉴욕에서 민주당 시장의 탄생을 트럼프와 결부시켜 의미를 둘 필요가 있나. 정작 심각한 건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되는 민주당의 기득권층이다. 장열 / 사회부장중앙칼럼 애플 민주당 민주당 대선 민주당 명함 민주당 간판
2025.11.23. 18:00
주 상원에서 재기를 노리는 최석호(37지구) 전 의원은 현역인 조시 뉴먼 의원에 맞서 결승 진출을 전망하고 있다. 어바인 교육위원에서 시의회, 시장, 주하원을 거치며 쉼없이 달려온 최 후보는 공화당 간판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결전을 펼쳐야 한다. 게다가 37지구는 데이브 민 후보가 활동하다가 연방하원 출마로 공석이 되어있으며 다른 지역구의 현역 의원인 조시 뉴먼 의원이 현역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활동하는 곳이다. 최 후보는 특히 민 의원이 떠난 가주 의회에서 한인 1세가 대변할 필요가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한인사회의 이해 요구, 한국 정부와 업계, 가주 정부와의 교류 등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최 후보의 상원 입성은 여러 측면에서 한인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가주 상원에는 또다른 한인 주자가 뛰고 있다. LA북쪽 라크레센타의 상원 25지구에 출마한 최태호(민주) 후보가 주인공이다. 그의 이름이 낯익은 이유는 그가 벌써 세 번째 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2008년에는 공화당 간판으로 2016년에는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한 바 있다. 1973년 미국에 유학 온 그는 1976년부터 25년간 패서디나에서 자영업을 하면서 각종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온 이력을 갖고 있다. KYCC 건축·모금위원장을 시작으로 패서디나 시의 인간관계위원회 위원, 시장 자문위원, 경찰 자문위원을 지냈다. 또 1989년에는 한미공화당 협회를 창설하고 공화당 중앙위원을 거쳤으며, 2004년에는 부시 대통령 한인 후원회장을 역임하며 활발한 정치활동과 지역봉사 활동을 펼쳤다. 기금 모금 경험이 많고 정계와 한인사회에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그는 현실 정치 감각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후보는 미국에 와 서툰 영어로 이만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부탁을 받을 때마다 거절하지 않는 태도와 항상 성실하게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평소 밝힌다. 그는 “당선된다면 많은 경험을 통해 배운 노하우를 자라나는 정치계 지망생들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싶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항상 그렇지만 쉽지 않은다. 현재 지역구에는 군소후보들이 적지 않다. 엘리자베스 알러스 크레센타 밸리 타운 시의원(공화), 샌드라 아멘타 로즈미드 시의원(민주), 샤샤 르네 페레즈 알함브라 부시장(민주) 등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지역구는 현역 앤서니 포르탄티노 의원(민주)이 애덤 쉬프 연방 상원 후보가 남긴 연방 하원 의석에 출마해 무주공산인 상태다. 득표활동이 치열해지고 있는 주 하원 지역구들에도 한인 청년 후보들이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비영리 단체 출신인 한인 존 이 후보(민주)가 54지구에서 올해 초부터 득표 활동에 나섰다. 현재 LA웍스(Walks) 사무국장인 이 후보는 LA한인타운에서 자라났으며 미시간대(정치학·러시아학)와 조지타운대 대학원(러시아학·외교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미국 폐협회, 한인타운청소년회관(KYCC), 한미민주당협회(KADC) 등에서 활동해왔다. 54지구는 현재 미겔 산티아고 의원이 활동 중인데 그가 최근 내년에 LA시의회(14지구) 케빈 드레온 현역에 맞서 출마를 선언해 54지구는 사실상 무주공산이 된 상태다. 스패니시도 유창한 이 후보는 “54지구에 포함된 한인타운은 환경, 거리, 안전 등에서 문제가 산재한데 주 하원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세입자 보호와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는 정책들을 펼쳐 지역구의 서민들을 돕고 싶다”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54지구는 2021년 기준으로 라티노 30%, 백인 29%, 흑인 25%, 아시안 13%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아시안 중 절반가량이 한인이다. UCLA 법대 강사 출신이자 군검사 경력을 가진 에드 한 후보의 주 하원 44지구에 출마해 LA 북쪽 지역 주민들의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한인사회 언론인 출신 한우성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그의 부친이다. 부모와 함께 2살 때 미국에 온 한 후보는 라크레센터에서 자라 펜실베이니아대와 뉴욕대 법대를 졸업했다. 한때 초등학교 교사로도 일한 바 있는 한 후보는 변호사로 로펌을 거쳐 법관 서기로 일하다 LA에 정착했다. 2018년부터는 공군 법무관(예비군 대위)으로 복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UCLA 법대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아내 엘렌씨도 현재 고등학교 교감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배운 것들과 받아온 혜택을 돌려주고 싶다”고 출마의 변을 내놓는다. 한 후보의 도전은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44지구는 버뱅크와 라크라센터를 중심으로 24만 여명의 등록 유권자가 있으며 이중 아시아계가 2만5000여 명이고 한인 유권자는 71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유권자 중 45%가 백인이며 42%가 라틴계로 구성돼 있다. 현직에 있는 로라 프라이드먼 의원은 연방 상원 출마를 선언한 애덤 쉬프의 현 연방 하원 지역구(30지구 버뱅크)에 출마한 상태다. 경쟁후보로는 현직 글렌데일 시의원, 버뱅크 부시장 등 민주당에서만 무려 7명의 후보가 대거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짝수 지역구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LA시에서는 12지구에 특별선거로 당선 뒤 재선된 존 이 의원이 세 번째 선거에 나선다. 현재 세레나 오버스타인 후보가 등록을 마친 상태로 유력한 경쟁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레이스 유 후보가 세 번째 도전에 나선 10지구에는 임명직 헤더 허트 의원, 레지나 존스-소여 주 하원의원, 오라 바스케스 전 LA커미셔너, 에디 엔더슨 목사 등이 있다. 유 후보가 도전한 10지구는 후보 본인의 세 번째 도전도 의미가 있지만 미국 내 가장 큰 한인사회가 속한 시 지역구에서 한인 후보가 당선되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도 갖는다. LA카운티 수피리어 법원에서는 제이콥 리 판사가 39호, 마크 김 판사가 46호, 로렌스 조 판사가 67호, 조재길 전 시장의 장남 토니 조 판사가 85호, 지아 김 판사가 105호, 앤드루 김 판사가 167호, 미셸 안 판사가 79호 법정에 각각 출마했다. OC에서는조셉 강 판사가 카운티 수리피어 법원 12호, 리처드 이 판사가 15호 법정에 각각 출마 등록을 마쳤다. 최인성 기자정치력 시의회 연방하원 출마 상원 25지구 민주당 간판
2023.12.31. 18:00
고등학교 시절, 정치사회 담당 교사는 “미국은 자유경쟁을 중시해 유권자들은 정당 한 곳에 권력을 몰아주지 않고 또 장기 집권도 허락하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선출되면 상원은 공화당이, 하원은 민주당이 집권하도록 해서, 서로 견제하게 한다는 것이다. 권력을 한 당에 몰아 주지 않고 양당간 경쟁을 끌어내 유권자의 권익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여대야소 또는 통합정부보다 여소야대를 더욱 선호한다. 권력 분산을 통해 위정자가 아닌 국민을 위한 국정을 원만하게 수행한 것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는 이런 권력 분산을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당 간판만 달면 동네 개도 당선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주지사와 주의원 대부분이 민주당 일색이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독주의 경향이 높다. 올해 예비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이변 없이 압승했다. 특히 강성진보로 분류되는 정치인 다수가 1위에 올랐다. 그들은 개솔린 가격 지원이나 민생과 치안 정책 등은 소홀한 반면 한 채당 80만 달러 이상을 들여 홈리스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주장해 대다수 유권자의 삶과 무관한 보여주기식 정치에 올인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다수의 한인 유권자들이 캘리포니아도 공화당으로 한 번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력이 일방적으로 한 쪽으로 쏠리니 균형된 정책과 입안이 나오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가주 정부는 팬데믹 위기에서도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757억 달러의 흑자에 이어 올해도 975억 달러의 예산 잉여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가구당 1100달러의 경기부양금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더욱 악화한 실물경제에도 속 시원한 지원책 하나 없다. 개스 가격은 6달러 중후반으로 치솟았고 물가는 41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는데 주정부와 주의원들은 주민들을 위한 정책 시행에 적극적이지 않다. 일례로 지난 3월 주지사는 가구당 차량 2대에 한해 최대 800달러까지 개스비를 지원하자고 했다. 이에 주의회는 개스를 이용하지 않는 전기차에도 지원금이 사용된다며 효율성을 들어 각을 세웠다. 일부 민주당 주의원은 소득 기준에 따라 납세자 1인당 200달러 세금크레딧 제공을 추진했다. 이번엔 가주 주지사가 가주세무국(FTB)을 거쳐야 해서 너무 오래 걸린다며 반대하고 있다. 가주 정치권의 행보를 보면서 주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장악한 주의회와 주지사가 서로 이견만 내세우며 주민들에게 정작 필요한 안건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지난 13일 의회는 3000억 달러의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개스비 지원은 빠졌다. 개스비 보조금 방식에 대한 견해차가 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15일이 지나도 예산이 통과되지 않으면 공무원들의 월급 지급이 정지되기 때문에 논란인 개스비 지원을 건너뛰고 의회가 서둘러 승인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누락 이유가 무엇이든지 개스비 지원이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다. 주지사는 30일까지 이 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 주지사와 의회가 개스비 보조를 확정할 시간은 아직 남았다. 더는 가주민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최대 흑자에도 민생을 돕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부터는 권력 분산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잡은 물고기한테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일본의 유명한 평론가였던 오야 소이치가 한 말이다. 가주 정치인들에겐 유권자가 잡아 놓은 물고기인가 보다. 하지만 이젠 때가 바뀌었다. 잡힌 물고기라도 먹이를 주지 않으면 달아나 버리거나 심하게 배가 고프면 주인을 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진성철 / 경제부 부장중앙 칼럼 물고기 주민 개스비 지원 개스비 보조금 민주당 간판
2022.06.26.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