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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눈치없는 민주당…더 파래진 ‘빅 애플’

Los Angeles

2025.11.23 17:00 2025.11.2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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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열 사회부장

장열 사회부장

큰일이다. 눈치 없는 민주당 얘기다.
 
‘빅애플(뉴욕의 별칭)’이 어떤 곳인가. 이변이 없는 한 원래부터 파란 깃발만 꼽으면 승기를 잡는 도시다. 그런 곳에서 민주당 명함을 판 조란 맘다니가 시장직에 올랐다.
 
언뜻 보면 당연한 일인데, 이면에는 케케묵은 민주당의 현실이 있다. 맘다니는 자신을 ‘민주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고 지칭한다. 표현만 그럴듯 할뿐 사실상 사회주의를 포장한 말이다.
 
그는 당선 연설에서 “인류에게 더 나은 날의 새벽이 밝아올 것”이라고 외쳤다. 미국 사회주의의 대부격인 유진 데브스(1855~1926)의 발언을 대놓고 인용할 정도다.
 
그에게 무릎을 꿇은 건 민주당 내 정치 거물인 앤드루 쿠오모다. 뉴욕에서 쿠오모 가문이 차지하는 상징성은 남다르다. 일례로 지난 2017년에 완공된 다리의 명칭도 ‘마리오 쿠오모’다. 뉴욕 주지사를 세 차례 연임한 앤드루 쿠오모의 아버지 이름이다.
 
언론이나 정치 평론가들은 맘다니의 승리를 곧 트럼프의 패배로 해석했다. 정말 그런가.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관전자에 가까웠다. 맘다니 현상이 두드러질 때부터 “이대로 가면 맘다니가 이길 텐데”라고 말해왔다. 트럼프도 감지한 흐름을 민주당의 기득권만 몰랐던 셈이다.
 
지난 2월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지지율 33%의 쿠오모, 1%의 맘다니는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았다. 아니 그때까지만 해도 다윗에 비유하는것 조차 과분할 만큼 맘다니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런 맘다니가 경선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뒤집어버렸다. 뉴욕의 정치 명문가 출신 쿠오모로서는 풋내기로 여긴 맘다니에게 따라잡힌 것이 자존심에 상처였을 터다.
 
결국 민주당 간판을 떼고 무소속으로 나온 쿠오모가 고작 유권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사회주의자 맘다니는 안 된다”가 전부였다. 마치 지난 대선 때 특별한 어젠다도 없이 트럼프 발목만 잡으러 다니던 민주당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애초부터 뉴욕 시장 선거는 트럼프와 맘다니의 구도가 아닌, 민주당 내 기득권과 이단아 간의 대결이었다.
 
맘다니는 그들이 내심 바라던 후보가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뉴욕타임스는 선거 다음 날 “맘다니의 승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The odds are that Mamdani’s victory is actually less significant than you think)”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며칠 뒤에는 “맘다니는 민주당의 미래가 아니다(Mamdani Isn’t the Future of the Democrats)”라며 승리를 평가 절하했다.  
 
민주당 내 기득권층은 그런 맘다니를 돕자니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외면하기도 곤란한 상황에 놓인 듯 보인다.  
 
뉴욕의 캐시 호컬(민주당) 주지사는 맘다니가 내건 시내 버스 무료 운행 정책,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수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뉴욕은 더욱 급격한 좌회전을 선택했다. 맘다니의 승리에는 변할 생각이 없는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고가 담겨있다. ‘빅애플’의 사과밭은 본래부터 파랬다. 표심이 맘다니에게 쏠린 건 반(反)트럼프 정서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바뀌지 않는 민주당에 대한 반발이 근저에 깔려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하다. 어젠다는 지난 대선 패배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표심을 읽기보다 트럼프를 향한 손가락질에만 바쁘다. 현 정권하에 보내야 할 시간은 아직 3년이나 남아 있다. 이런 식이라면 트럼프의 꽁무니만 좇다가 시간을 허비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진작 눈치를 챘어야 했다. 지난 2016년 민주 사회주의자라고 자처한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킬 때부터 조짐은 있었다. 구태의연한 민주당에 대해 유권자들의 싫증이 본격적으로 표출된 건 그때부터다.
 
샌더스는 지난 6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때 카멀라 해리스가 (맘다니처럼) 저렇게 선거 캠페인을 했다면 지금 대통령이 돼 있었을 것”이라며 쓴소리를 남겼다.
 
파란 뉴욕에서 민주당 시장의 탄생을 트럼프와 결부시켜 의미를 둘 필요가 있나. 정작 심각한 건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되는 민주당의 기득권층이다.

장열 /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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