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사는 일
나비는 수 없는 날갯짓으로 꽃술을 밟았지 꿀샘에 발자국 하나 남겨보지 못하고 꽃길에도 태풍은 지나가 가림 없는 강둑은 찢겨나가고 끊긴 다리는 더욱 외로워 문득 쓸쓸하다 느껴지는 것도 이래 변해가는 것들이 많아서이지 아직도 내일은 낯선 길 알려고 애쓰는 일도 생소한 외로움이고 사는 일에 눈물이 있어 다행이지 울 수도 없었다면 나는 벌써 타버렸을 거야 그 외로움으로 그림을 그려 봐 계절이 없는 회전문도 그려 넣고 사방으로 통하는 길도 내어 보고 벽도 무너지면 길이 돼 밀물과 썰물을 껴안은 바다가 잠잘 날 있던가 다는 깨닫지 못해도 순리가 사는 길이지 싶어 그림자가 길어진 오후에도 바람은 불어 너무 애쓰지 마 사는 일에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글마당 발자국 하나
2025.09.04.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