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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사는 일

New York

2025.09.0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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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수 없는 날갯짓으로 꽃술을 밟았지
 
꿀샘에 발자국 하나 남겨보지 못하고
 
 
 
꽃길에도 태풍은 지나가  
 
가림 없는 강둑은 찢겨나가고 끊긴 다리는  
 
더욱 외로워  
 
문득 쓸쓸하다 느껴지는 것도
 
이래 변해가는 것들이 많아서이지
 
 
 
아직도 내일은 낯선 길
 
알려고 애쓰는 일도 생소한 외로움이고
 
사는 일에 눈물이 있어 다행이지
 
울 수도 없었다면  
 
나는 벌써 타버렸을 거야
 
 
 
그 외로움으로 그림을 그려 봐
 
계절이 없는 회전문도 그려 넣고
 
사방으로 통하는 길도 내어 보고  
 
벽도 무너지면 길이 돼
 
 
 
밀물과 썰물을 껴안은 바다가 잠잘 날  
 
있던가
 
다는 깨닫지 못해도  
 
순리가 사는 길이지 싶어
 
 
 
그림자가 길어진 오후에도 바람은 불어
 
너무 애쓰지 마 사는 일에

손정아 / 시인·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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