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맨디 무어 (Mandy Moore)가 이튼 화재로 전소된 시댁에 택배를 배달한 아마존을 강하게 비판했다. 2월 11일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무어는 "더 잘해야 하지 않나요, 아마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집에 택배를 놓고 가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었나요?"라며 "이곳은 제 시부모님의 집입니다"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이튼 화재로 파괴된 주택 앞에 홀로 놓여있는 택배 상자가 보인다. 이에 아마존 대변인 스티브 켈리는 PEOPLE을 통해 "무어 씨에게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해 사과했으며, 조사를 위해 시부모님의 추가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수주간 남부 캘리포니아의 배달 담당자들에게 산불 피해 지역, 특히 파손된 주택의 경우 배달 시 신중을 기하라고 지시했으나, 이번 건에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I 생성 기사배우 화재 배달 담당자들 이튼 화재 택배 상자
2025.02.12. 14:03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LA한국문화원에 자리한 ‘세종학당’에는 영어권 주민들이 모여 ‘가나다라’를 배운다. 이들은 한국어 입문반,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 총 6개 반에서 각자 실력에 맞춰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을 깨치고 있다. 세종학당이 LA에 문을 연 지는 10년이 넘었다. 팬데믹 이후 눈에 띄는 변화도 생겼다. 세종학당 입문반 문의가 급증했다. 세종학당 측은 수요가 많아 대기자 명단까지 생겼다고 귀띔한다. 대학생과 직장인인 이들은 바쁘다. 그럼에도 한국어를 배우려 기쁜 마음으로 세종학당 문을 두드린다고 한다. 세종학당 측은 10여 년 전 미국에 불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 ‘한류’가 한국어 수강생 증가의 일등공신이라고 전했다. ▶한국 문화 애정, 한국어 배움으로 LA한국문화원에서 시작한 세종학당은 초창기 1~2개 반이었다면, 2024년 12월 기준 6개 반, 한 해 동안 총 996명이 등록해 한국어를 배웠다. 이는 2023년 728명보다 37%나 늘었다. 미주 지역 세종학당도 미국에만 13개소, 남미와 북미 포함 총 34개소가 운영 중이다. 현재 한국어 수업은 LA한국문화원 대면수업 외에 온라인 한국어 수업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한국어 수요에 맞춰 내실을 강화했다. 지난 10여 년간 수강생 유형도 달라졌다. 초창기 ‘K팝’을 좋아하는 젊은층 위주였다. 현재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보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중장년층도 많아졌다. LA 소재 미국 거점 세종학당 안형미 소장은 “한국어 수강생이 증가한 가장 큰 요인은 ‘한국 문화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사회에서 K팝, 드라마, 영화 인기에 입어 최근에는 한국 음식 관심도 높아졌다고 한다. 한국 문화를 듣고 보고, 한국 음식을 맛볼수록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를 직접 체험하려는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어, 고마워요” “교수님께, 한국어를 가르쳐 주셔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국어 수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제 기대를 뛰어넘었어요. 이제는 제가 한국 드라마를 듣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요. TV 한국어 자막도 읽습니다. 제가 보는 한국 드라마 농담 일부의 맥락, 문화적 이해가 더 커져서 기쁩니다.” LA시티 칼리지(LACC) 한국어반 수강생 리사 피츠가 최근 한국어반 교수진에 보낸 편지 내용이다. 피츠는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한국 정서를 파악하게 된 결실을 가장 반겼다. 한국어 배움 열기는 한국어 프로그램(디렉터 미키 홍 교수) 인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LACC는 지난 1999년 한국어반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수강생은 15~20명이 전부. 2024년 현재 한 학기 수강생은 총 250명으로 한국어반은 수준별로 총 11개 반이나 된다. 수업 내용도 한국어 초중급부터 한국 문화, 한국 영화 이해, 한국 현대사회 등 한국 역사와 문화 전반을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영어권에서 한국 대중문화는 소수만 즐기는 오타쿠 범주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여러 인종, 다양한 연령대 사이에서 폭넓은 관심을 받게 됐다고 한다. 자연스레 한국어 배우기로 이어지고 있다. ▶뿌리 깊은 한국어 교육 2023년 10월 6일 LA시의회는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제정하는 선포식을 진행했다. 같은 시기 LACC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졌다. 사실 미국 한국어 교육 및 한국 문화 알리기는 120년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처음 도착했던 한인 이민선조 102명 등 일제강점기 한인 이민선조 7000여 명은 하와이, LA, 샌프란시스코 등 미전역으로 흩어져 터전을 일궜다. 그들은 고된 노동에도 학교부터 세워 2세, 3세 한국어 교육에 전념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2차 한인 이민 물결도 다르지 않았다. 한인 1세대는 남가주 한국학원 등 한인 정착 도시마다 주말 한국학교를 세워 차세대 한국어 교육에 앞장섰다. 특히 한인 부모 사이에서도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미국에서 자라는 아이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키운다’는 공감대가 단단해졌다. 주말 한국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한 한인 2~3세들은 “한국어를 배우게 해준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다. 한국어 구사 능력은 사회생활에서도 경쟁력을 키워준다”고 입을 모은다. 미주한국학교총연합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 지역에만 주말 한국학교 350여곳(학생 8700명 이상)이 운영되고 있다. 주말 한국학교는 지역사회 교육자, 교회 자원봉사자가 중심이 돼 운영된다. 이들은 여러 어려움 속에도 한국어 수요 급증을 기뻐하고 있다. 백기환 회장은 “미국과 세계에서 한국 문화가 관심을 끌면서 차세대들 역시 한국어를 배우며 자긍심을 느낀다. 역대급 시너지 효과다. 한국학교에서 차세대와 타인종 청소년들이 어우러지며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즐기고 이해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규학교 한국어반 인기 LA한국교육원은 초·중·고 정규학교 한국어반을 지원하고 있다. 한인 청소년에게 뿌리교육과 자부심 고취를, 영어권 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큰 교육 방향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 인기가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한국어반 개설’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정규학교 한국어반 인기 요인은 단연 한국 대중문화다. 특히 한글은 한자를 사용하는 아시아권 언어와 달리 단 몇 시간 만에 배울 수 있어 학생들이 어려워하지 않는다. 정규학교 한국어반 개설을 지원하는 LA한국교육원은 정규학교가 한국어반 신설 시 3년 동안 최대 3만 달러(한국어반 최소 1개 학급, 학생 20명 이상)를 지원한다. 지원 조건으로 영어권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함께 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규학교 내 눈에 띄는 변화는 한국어반을 개설한 학교 내 한국어반 학급수 증가다. LA한국교육원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네바다, 뉴멕시코 지역 초·중·고 정규학교 한국어반은 82개 학교로 학생은 총 8785명이다. 미전역에서는 2023년 기준 217개 정규학교에서 총 2만5000명 이상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강전훈 교육원장은 “한인 청소년이 모국어와 영어를 함께 배우면 창의력, 사고력 등 전반적인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며 “이제 한인 청소년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필수가 됐다. 한인 차세대들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전통, 문화, 한국인의 지혜를 더 많이 배우도록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김형재 기자한국어 열풍 배우 한국 한국어 수강생 한국어 수업 한국어 수요
2024.12.31. 18:05
그를 예전에 한국에선 ‘아랑 드롱’이라고 불렀다. ‘아랑 드롱처럼 잘 생겼다’나 ‘한국의 아랑 드롱’ 같은 말은 그의 영화를 동시대 극장가에서 본 적 없는 아이들도 무슨 말인지 또렷이 알았다. ‘아랑 드롱’은 미남의 대명사였고, 그는 곧 ‘세기의 미남’이었다. 이달 중순 별세한 배우 알랭 들롱 얘기다. 개인적으로 그의 외모에 감탄한 건. 뒤늦게 TV에서 본 영화 덕분이다. 제목도 줄거리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마지막에 그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영화였다. 추정컨대 시몬 시뇨레와 함께 나온 ‘미망인’(1971, 원제 Le Veuve Coderc) 아닐까 싶은데, 확실하지 않다. 사실 그가 마지막에 총에 맞아 죽는 영화는 한둘이 아니다. ‘암흑가의 세 사람’(1970, 원제 Le Cercle Rouge)도 그렇다. 이 영화에서 그는 5년 만에 감옥에서 나와 탈주범, 전직 경찰과 손잡고 보석상을 터는 역할이다. 얼굴에 콧수염을 붙였지만, 미남인 줄 몰라보긴 힘들다. 더구나 그의 ‘바바리 코트’ 차림은 극 중 상황을 모르면 패션 화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물론 ‘태양은 가득히’(1960, 원제 Plein soleil)를 보지 않고 ‘아랑 드롱’을 말하기는 힘들다. 당시 25세의 그는 잘 생긴 외모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청년이 아니라 부잣집 아들의 가난한 친구 톰 리플리로 나온다. 말이 좋아 친구지, 부잣집 아들 필립은 톰을 하인 대하듯 한다. 톰은 요트 위에서 필립을 죽이고, 그의 서명과 편지를 위조하고, 아슬아슬한 순간들을 넘기고, 결국 바라던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듯 보인다. 그 다음의 마지막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톰의 거짓말과 살인은 이제 막 탄로가 났는데, 톰 자신은 이를 모른 채 이제껏 보여준 적 없는 환한 미소를 짓는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와 전혀 다른 결말이다. 덕분에 그 미소는 일그러진 청춘의 욕망을 응축한 듯 보인다. “눈빛은 그 사람의 영혼을 나타내는 것”. 그가 1996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시 내한 목적은 그의 이름을 딴 코냑과 향수 홍보였으니, 한국 영화계와의 접점이라면 2007년 칸영화제를 꼽게 된다.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 당시 시상자가 바로 그였다. 지금 찾아보니 당시 기사에 ‘세기의 미남’이란 말을 쓰긴 했지만, 사실 그의 삶에 대해 잘 몰랐다. 스타의 언행이 실시간 전파되는 요즘 같은 시대를 거쳐왔다면, 그처럼 ‘세기의 미남’으로 기억이 봉인되는 배우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사족으로 덧붙이면 ‘리플리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거짓말을 거듭하다 스스로 사실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을 가리킨다는데, ‘태양은 가득히’에는 이런 묘사가 없다. 의심스러우면 찾아보시길. OTT에 알랭 들롱의 출연작이 여러 편이다. 이후남 한국 문화선임기자영화몽상 미남 배우 미남 배우 한국 영화계 배우 알랭
2024.09.02. 16:35
풀러턴 은혜한인교회 부설 은혜평생교육대학(이하 은평대, 학장 한기홍 담임목사)이 내달 4일(수) 시작할 가을 학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가을 학기는 이날부터 11월 13일까지 총 11주 동안 매주 수요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교회 내 비전센터에서 진행된다. 이성춘 교무처장은 “은평대에선 새로운 취미를 배우고 즐기며 벗도 사귈 수 있다”라며 등록을 권유했다. 은평대 측은 가을 학기에 총 17개 과목을 제공한다. 수강생은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컴퓨터 ▶수채화 ▶사군자 ▶캘리그래피 ▶색소폰 ▶키보드 ▶드럼 ▶크로마하프 ▶우쿨렐레 ▶성경 생활영어 ▶기타 ▶건강(라인) 댄스 ▶합창(노래 교실) ▶탁구 ▶골프 중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우쿨렐레 과목 최진희 강사는 “우쿨렐레는 현이 4개라 상대적으로 배우기 쉽고 가격이 저렴한 데다 휴대가 간편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색소폰 과목 담당 김성규 강사는 “수강생 중 초보자와 경험자 비율은 반반”이라며 “한 학기 동안 열심히 배우면 간단한 곡은 연주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성경 생활영어 과목을 맡고 있는 문종철 강사는 “성경과 생활영어를 함께 배우면 선교에도 도움이 된다. 수강생들의 반응도 좋다”고 전했다. 서성남 학감은 “적당한 강사를 찾으면 최근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AI 강좌를 추가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강생들은 학기 마지막 주에 종강 발표회와 작품 전시회를 연다. 서 학감은 “새로운 취미를 즐기고 친목을 다지기 위해 학기 중이나 학기를 마친 뒤 모임을 갖는 수강생도 많다”고 말했다. 수강생 다수는 시니어지만, 연령 제한은 따로 없다. 은혜한인교회 교인 여부, 기독교인 여부 등에 관계 없이 누구나 등록할 수 있다. 등록금은 점심과 간식을 포함, 200달러다. 첫째 주와 마지막 주엔 한식 뷔페가 제공된다. 은평대 측은 오는 21일(수)엔 오전 10시~11시30분, 일요일인 25일과 내달 1일엔 오전 10시30분~정오, 교회 본당인 비전센터에서 사전 등록을 접수한다. 문의는 이성춘 교무처장(714-863-7373)이나 서성남 학감(714-496-1646)에게 하면 된다. 임상환 기자취미 배우 우쿨렐레 과목 성경 생활영어 가을 학기
2024.08.08. 20:00
지난 주말 한국 유명 뮤지컬 배우 카이의 LA공연에 다녀왔다. 집에서 공연장까지 거리가 있어 이른 점심을 먹고 넉넉히 시간을 잡고 출발했다. 그런데 속도가 느렸다. 교통상황을 보니 샌디에이고 북쪽 고속도로가 빨갛다. 다른 길로 갔지만 막히는 건 마찬가지였다. 발을 동동 구르며 4시간이나 걸려 공연장인 샌타모니카의 ‘더 브로드 스테이지(The Broad Stage)’에 도착했다. 가슴이 설렜다. 피아노 하나만 있는 무대를 바라보며, 딸이 어머니날 선물로 준 티켓의 좌석을 찾아 남편이랑 앉았다. 장거리 여행으로 속이 불편하기까지 했지만 피아니스트 조재철의 팬텀 오브 오페라 서곡 연주가 이를 날려버렸다.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리며 살 것 같았다. 클래식으로만 익숙했던 것과 달리 또 다른 모습의 피아노 연주다. 이어 기다렸던 카이가 무대에 등장했다. 피아노 곁에 선 그는 무척 키가 크다고 느껴졌다. 1부는 영어 가사로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들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미국 소프라노 가수 캐런 팍스의 독창 ‘카르멘’ 을 듣고 난 후, 두 사람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와 팬텀 오브 오페라를 듀엣으로 부르며 1부를 마쳤다. 카이는 2부에선 하얀 정장에 파란 색의 화려한 무늬가 있는 의상으로 갈아입고 등장했다. 그리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겸손하게 말했다. 믿음이 가는 그의 성품에 다른 청중들도 매료되었으리라. 카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들을 온몸으로 불렀다. 한국에서 만든 창작 뮤지컬도 소개하며 4곡을 불렀다. 우리보다 앞 좌석에 앉았던 딸은 카이가 앙코르로 부른 3곡 중에 안중근 의사의 장부가를 부를 때는 눈에 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이민생활의 불편함 가운데 하나가 한국말로 하는 뮤지컬을 마음껏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가끔 영어로 하는 뮤지컬 관람으로 갈증을 풀곤 한다. 그런데 한국어로 뮤지컬 음악을 듣는 이 편안함이란…. 카이도 LA에서 한인들을 만나니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다고 말했다. 카이(정기열)는 며칠 전 뉴욕 카네기 홀 공연을 시작으로 세계 투어를 진행 중이다. 그는 데뷔 후, 16년 동안 온갖 어려움을 잘 헤쳐 나왔듯이 앞으로도 잘해 나가리라 믿는다. 그리고 품격 있고 특별한 문화행사를 창간 5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미주중앙일보에도 감사를 드린다. 최미자 / 수필가열린광장 뮤지컬 배우 뮤지컬 배우 창작 뮤지컬 뮤지컬 음악
2024.05.13. 18:15
나고 자라면서 제일 많이 하는 일은 무얼까요? 그것은 아마도 배움이 아닐까 합니다. 집에서 어른께 배우고, 학교에서 선생님께 배웁니다. 학교라는 곳은 아예 배우는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 말고도 하는 게 많지만 어쨌든 학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배움입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과 뛰어노는 게 좋았는데 돌이켜 보면 그것도 모두 배움이었습니다. 놀면서 배우는 것도 참 많습니다. 질서를 배우고, 순서를 배우고, 양보를 배웁니다. 배움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한 사람이 참 많습니다. 배움은 중요하기도 하지만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중요하기에 거기에 쓰는 시간이 많겠지만, 즐겁지 않았다면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논어가 학으로 시작한다든지, 종교의 지도자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배움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논어에서 학을 기쁨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즐겁지 않은 일을 배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배움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문득 한 표현에 마음이 갔습니다. 그건 바로 ‘보고 배우다’라는 말입니다. 배움의 기본은 선생님이 하는 것을 보는 겁니다. 선생님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배우는 것의 시작입니다. 서당에서 훈장님이 천자문이나 사서삼경을 읽으면 아이들은 그대로 따라서 읽습니다. 반복해서 읽고 해석하는 것이 예전 교육의 핵심이었습니다. 어쩌면 예체능은 더 그러하였을 겁니다. 선생님이 보인 시범을 학생들이 따라 하는 게 교육의 주요 방법입니다. 우리가 보고 배우는 존재는 선생님만이 아닙니다. 본다는 의미에서 부모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선생님입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자주 보는 사람이 바로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행동이나 말투는 무의식중에 자식에게 전해집니다. 부모가 말을 함부로 하는데 자식이 고운 말을 쓰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부모가 행동거지가 올바르지 않은데, 자식의 몸가짐이 바른 것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부모의 걸음걸이도 따라 합니다. 부모가 뒷짐을 지고 걷는 버릇이 있으면 아이도 어느새 뒷짐을 집니다. 종종은 기울어진 어깨마저 비슷해서 깜짝 놀라고 맙니다. 아마도 부모의 뒤를 따라 걸으며 무의식중에 그 모습을 따라 하였기 때문일 겁니다. 스승이나 부모의 뒤를 따른다는 말도 단순한 비유 표현이 아니라 실제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좀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말은 따라 함에도 예의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 노릇이 어려운 것은 무의식중에도 전해지는 것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자식을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 부모에게 무엇을 보고 배웠겠냐는 질책은 참으로 무서운 말입니다. 무엇을 가르쳐서 배운 것이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가르친 것이 아니라 내가 가만히 있어도 자식이 배운다는 점이 두려운 점입니다. 그래서 자식을 키우면서 부모도 성장하게 됩니다. 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가다듬게 되는 겁니다. 부모는 본보기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몇 년째 경기민요를 배우고 있습니다. 경기민요의 높고 세밀한 음이 배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락과 감정을 좇아 가면서 조금씩 다듬어 가고 있습니다. 민요를 배우는 경우는 그야말로 보고 따라 하고, 듣고 따라 하는 겁니다. 선생님이 앞에서 노래하면 그대로 따라 하게 됩니다. 한 구절을 여러 번 반복해서 따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민요를 습득하게 되는 겁니다. 잘 보고 따라 하는 게 바로 배움인 것입니다. 최근에 민요 배우는 모습을 녹음하여 부모님께 들려드렸더니 이제 좀 들어줄 만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성장하였나 봅니다. 보고 배우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앞으로 더 성장해갈 저의 모습이 저 역시 기대가 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배우 부모 노릇 년째 경기민요 예전 교육
2023.11.12. 17:08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죽음… 그렇게 죽음을 맞을 수 있다면…. “고(故) 윤정희, 딸 바이올린 2시간 반 연주 속 눈감았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진하게 했다. 남편 백건우 씨의 말도 무척 짠하다. “병석의 엄마를 위로하기 위해 진희는 간병 중에 자주 바이올린을 켰다. 마지막 날 아침에도 ‘보칼리제’를 포함해 두 시간 반 넘게 많은 곡을 연주했다.” “사람이 나중에 먹는 것도, 말하는 것도 잊어버리지만 듣는 것은 끝까지 살아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옆에서 좋은 말해 주고 대화하고, 또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마지막 세월을 치매로 고생하고, 가족 사이의 돈을 둘러싼 구설에 시달리기도 한 고인을 생각하면 한층 더 짠해진다. 죽음 앞의 어머니, 요단강을 건너는 어머니를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딸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속으로 속으로 아프게 울고 또 흐느꼈겠지…. 어머니는 편안하게 웃으며 강을 건넜겠지…. 지난 1월 타계한 배우 윤정희 씨는 올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공로상을 받았다. 개막식에서 딸 백진희 씨가 어머니를 대신해 상을 받았고, 바이올린 독주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를 연주했다고 한다. 말 없는 가운데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원래 피아노 반주가 있는 곡이지만 진희 혼자 연주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내 개인적 생각이지만, 최고의 스타로 인기를 누린 한국 여배우 중 예술가의 품격을 지키려 노력한 배우는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예술가다운 품위나 자부심을 지킨 사람은 더욱 드물다. 지난날 한국 영화계는 오랫동안 연기자를 예술가로 존중하기보다는 돈벌이의 수단으로 마구 소비해왔다. 그런 점에서 윤정희 배우는 귀한 존재다. 물론 윤정희도 젊은 시절 문희, 남정임과 함께 60, 70년대 여자 배우 트로이카로 굉장한 인기를 누리면서 겹치기 출연을 거듭하며 스스로를 낭비했다. 출연작이 무려 300여 편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 겹치기 출연은 인기의 척도였다. 잠잘 시간도 제대로 없는 살인적 겹치기 출연에, 필름을 아껴가며 찍어야 하고, 후시녹음으로 성우들의 목소리에 기대는 환경에서는 천하 없는 천재라도 예술가의 수준과 품격을 지키기 어렵다. 불가능하다. 솔직하게 고백하면, 나는 윤정희 씨가 나온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다. 그 당시 ‘먹물’들은 ‘국산’영화를 우습게 여기고, 물 건너온 서양 영화 꽁무니만 따라다녔다. 나도 그랬다. 부끄럽다. 그래서 윤정희 씨가 출연한 영화로 기억에 남아있는 작품은 ‘내시’, ‘장군의 수염’, ‘독 짓는 늙은이’, ‘안개’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 ‘시’ 정도다.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시’는 배우 윤정희의 예술가적 면모와 품격을 소중하게 살린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윤정희는 칸영화제에 처음 초청돼 단아한 한복 차림으로 레드카펫에 올랐고, 유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관심을 모았다. 영화 ‘시’의 주인공 미자는 알츠하이머를 앓으며 아름다운 시를 쓰는 인물이다. 배우 윤정희도 같은 병과 싸우다 세상을 떠났고, 본명이 손미자다. 이창동 감독에 따르면, 영화 촬영 중 병이 시작된 것 같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거의 모든 장면에, 모든 커트에 예술가답게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연기자의 가장 큰 행복은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역을 맡아 좋은 사람들과 영화를 만드는 일이다. 배우 윤정희는 행복한 예술가였다. “영화인의 인생을 이 작품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시’는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에요.” 남편 백건우 씨의 말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윤정희 배우 배우 윤정희 한국 여배우 한국영화 공로상
2023.11.02. 19:16
오랜 파업으로 배우들의 소득이 줄자 맞춤형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카메오에 가입자가 급증했다. CBS뉴스에 따르면, 7월 14일에 시작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파업 이후 8월 중순 기준으로 2400명의 유명인들이 카메오에 새로 가입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137%나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카메오는 배우를 포함한 유명인들이 팬들의 요청에 맞춰 동영상 인사나 메시지를 제작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동영상을 만들고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결혼식, 기념일 및 기타 행사를 위한 30초 이상의 맞춤형 비디오를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다. 카메오에는 약 5만 명이 넘는 연예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평균 비디오 거래가는 약 80달러다. 가격의 25%는 수수료다. 비디오 판매를 통한 수입 일부는 배우 조합 회원들에게 건강 보험 및 연금 혜택으로 주어진다.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갈라니스에 따르면 “여름에는 가입자가 감소하는게 일반적이지만 SAG-AFTRA 파업 이후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가입자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배우 조합 회장 프랜드레셔 뿐만 아니라 앨리사 밀라노, 브라이언 콕스, 크리스 우드도 가입했다. 프랜드레셔의 인사말은 1500달러,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일라이자 우드는 340달러, 해리포터에 나오는 드레이크 말포이 배우 톰 펠턴의 메세지는 559달러다. 일부 배우는 6주 동안 2만5000달러를 벌기도 했다. 카메오를 사용하려면 원하는 유명인을 선택하고, 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원하는지 요청한 뒤 돈을 지불한다. 그러면 그들이 요청을 검토하고 수락한 뒤 7일 안에 영상을 녹화해서 보내준다. 한편, CBS뉴스는 파업으로 인해 인기 영화와 TV 시리즈에서도 알려진 배우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웨이터, 바텐더, 승무원과 같은 부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하은 기자카메오 배우 줄자 카메오 소득 줄자 가입자 증가
2023.09.25. 18:22
LA시의회가 올해 전체 정원의 절반에 가까운 7명의 새내기 의원들로 채워진 가운데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 이달초 여름 휴회에 들어갔던 의회는 내일(1일)부터 회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추문과 부패 등 스캔들이 끊이지 않았던 시의회라 새로 취임한 시의원들이 시정을 개혁하고 구태를 청산할 수 있을지 시민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보궐선거를 통해 의석을 확보한 유니세스 헤르난데스(1지구), 케이티 야로슬라브스키(5지구), 트레이시 파크(11지구), 휴고 소토-마르티네즈(13지구), 팀 맥오스커(15지구), 이맬다 패디야(6지구·보궐)이다. 여기에 부패 혐의로 물러난 마크 리들리-토마스의 대행으로 의원직에 임명된 헤더 허트(10지구)가 새로운 얼굴이다. 이들의 당선 과정은 기존 권력의 부패와 퇴각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특히 헤르난데스와 소토-마르티네즈는 노동과 시민운동을 하던 ‘아웃사이더’여서 정책적인 변화가 예상되며, 새 얼굴들이 대부분 초선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2013년에도 유사한 변화를 통해 길 세디요, 밥 블루멘필드, 누리 마르티네즈, 펠리프 푸엔테스, 커렌 프라이스, 마이크 보닌, 미치 오페럴 등이 등장했지만 여론은 이들이 이끈 시의회에 실망한 상태다. 부패 탓이다. 마크 리들리-토마스, 호세 후이자 의원의 추문이 이어졌고, 인종 비하 녹취 사건이 지난해 벌어져 시의회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시의회를 새롭게 이끌어갈 신진들이 기억할 것은 무엇일까. LA타임스는 30일 전직 시의원들이 보내는 조언을 보도하며 새로운 비전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케이티 야로슬라브스키의 시아버지인 제브 야로슬라브스키 전 시의원은 “정객이 아닌 리더가 되라”고 충고했다. 그는 “신진들은 거울을 보며 내가 의원직을 잃어도 될 만큼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며 “시민들은 그들의 이해요구를 위해 충분히 계산된 도전에 나서는 의원들을 존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경관 출신으로 2001년부터 12년 동안 시의원을 지낸 드니스 자인은 신임 패디야 의원에게 “의원의 삶은 커뮤니티가 필요로 하는 현안들 그 자체가 된다”며 “보다 정직하고 더 많은 시민들을 대변하기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 내일부터 시의회는 현재 부패 혐의를 받고 불출석 중인 커렌 프라이스를 제외한 14명의 의원이 출석해 회기를 시작한다.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배우 용감 선배들 조언 케이티 야로슬라브스키 추문과 부패
2023.07.30. 19:41
태국 대표 아티스트 아포 낫타윈(Apo Nattawin Wattanagitiphat)과 마일 팍품 (Mile Phakphum Romsaithong)의 주연인 영화 MANSUANG이 2023년 8월 24일 전세계 극장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라마3세 시대를 기반으로 한 미스테리 수사극으로 지난 칸 영화제에서 예고편으로 먼저 소개되고 많은 찬사를 받았다. 이번 영화는 그들의 소속사인 Be On cloud의 첫번째 제작 영화로 태국의 라마 3세 시대와 아름다움을 모두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최근에는 태국 문화부 후원을 받게되는 영화 중 하나로 지정되기도 했다. 태국의 유망주 아포 낫타윈과 마일 팍품은 2022년에 많은 활약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고 특히 2023년에는 세계적인 브랜드 Dior의 태국 하우스 앰버서더로 임명됐다. 한국의 차은우와 디올 패션쇼에서 깜짝 조우로 해외 언론 및 한국과 해외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관계자는 “아포 낫타윈과 마일 팍품은 태국에서 활동하는 배우, 가수, 모델로 한국에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두 배우의 한국 팬(MileApo사랑해_KRFC)들은 LED 광고, 생일 서포트 등과 함께 태국과 한국의 강릉산불 지원, 수재민 돕기, 노숙자 지원, 유니세프 기부 등 나눔 활동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영화 MANSUANG의 개봉과 함께 두 사람의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된다. 이동희 기자 ([email protected])태국 배우 태국 하우스 태국 문화부 태국 대표
2023.07.28. 0:30
존경할 이가 자꾸 늘어난다. 스승이 많아지는 셈이니 반갑고 즐겁고 고맙다. 이번에는 원로배우 이순재 선생이다. 88세의 나이로 지난 6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열연하여 큰 울림을 주었다. 이 공연을 계기로 최고령에 리어왕을 연기한 배우로 기네스북에 등재를 신청했다고 한다. 연극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바로 실감하겠지만,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저 구순을 바라보는 노배우가 무대에 서서 주인공을 연기했다는 정도의 일이 아니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하는 대작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시적 언어가 품은 향취와 문학적 진수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원작을 각색하거나 압축하지 않고 무대에 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공연시간이 무려 3시간 20분에 달한다. 배우들의 대사량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특히 리어왕 역의 대사량은 살인적인데, 구순을 앞둔 노배우가 그 많은 대사를 몽땅 다 외워서 연기했다는 이야기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존경스럽다. 더구나 리어왕 역은 절대 군주에서 정신을 놓은 미친 노인으로 전락하는 폭넓은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고 끝까지 이끌어가야 한다. 엄청난 체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젊은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순재 주연의 ‘리어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공연되었는데 전회차 전석 매진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며 호평받았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연출하는 등 누구보다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쉼 없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배우 이순재는 대한민국 연기 역사의 산증인이다. 서울대 철학과 재학 중에 서울대 연극반을 재건해 활동하며, 1956년 유진 오닐의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이후 67년째 쉴 틈 없이 연기해왔다. 그동안 출연한 영화도 100편 이상, 연극도 100편 이상이고,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제14대 국회의원도 지냈다. 평균 시청률이 59.6%에 달했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버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야동 순재’라는 별명을 얻으며 열연해 큰 인기를 얻으며 대중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국민배우’다. 이순재 선생은 젊은 세대들로부터도 진정한 어른으로 평가받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후배들이 그를 존경하는 까닭은 완벽한 자기 관리와 완성을 향한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모범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이 먹었다고 주저앉아 대우나 받으려는 것은 늙어 보이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순재의 후배 사랑도 각별하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연예계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는 그는 “젊은 세대가 희망을 가지고 전진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역설한다. 한국 연극계에 이런 스승들이 계시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지난 2018년 요란했던 ‘미투 운동’으로 지도적 어른 여러 명이 날아간 뒤라 더욱 귀하게 빛난다. 이순재 선생보다 한 살 어린 연기자 신구 선생도 꾸준히 무대에 서며 모범을 보여 정말 고맙다. 이런 어른들 덕에 한국 연극이 튼튼하다. 명배우 이순재 선생이 열연하는 ‘리어왕’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 간접적으로라도 가르침을 얻을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다. 내가 제일 배우고 싶은 것은 완성을 향한 열정과 노력이다. 연기에 대한, 작품에 대한 그의 열정은 그 누구보다 젊고 강하다. 존경스럽다. “완성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완성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기에 꾸준히 계속 노력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장소현 / 극작가·시인문화산책 이순재 배우 원로배우 이순재 이순재 선생 이순재 주연
2023.06.29. 18:44
배우 박상원이 LA에서 연 사진작품 초대전은 여러 면에서 묵직하게 가득 찬 느낌을 준다. 전시장을 가득채운 60여점의 대표작과 신작이 압도적이다. 연기자의 작품답게 연극적이고 시적(詩的) 울림이 크고, 연극 특유의 입체적 깊이도 만만치 않다. 연극과 사진을 조화시킨 배우 특유의 작품이 주는 매력이 즐겁다. 우선 흑백 위주의 큰 화면이 주는 안정감이 믿음직스럽다. 편하고 예쁘장한 사진이 아니어서 좋다. 개성적 화면을 통해 작가가 낮은 목소리로 걸어오는 진지하고 철학적인 대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악기 소리로 치자면, 바이올린보다는 첼로나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저음이 전시장을 감싼다. 우리 악기로 비유하면, 가야금보다 거문고 소리에 가깝다. 소리도 소리지만, 작가가 올곧게 이야기하려는 삶의 냄새가 반갑다. 한 작가가 자기 색채를 선명하고 고집스레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끈기도 필요하고, 작가의 철학적 신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작가 박상원의 경우, 연극적 시선과 에너지가 그런 힘의 근본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것을 ‘연극적 상상 창조적 망상’이라고 요약한다. 더 적극적으로는 ‘사진은 또 다른 연기’라고 말한다. “나에게 사진은 어쩌면 연기입니다. 찡그리고 바라보는 또 하나의 장면인 것입니다. 그 속에서 혼자 소리로 노는 것입니다. 사진적 상상과 창조적 망상으로 혼돈스럽게 뛰어노는 것입니다.” 흔히 사진을 일컬어 ‘결정적 순간의 포착’이라고 말한다. 배우 박상원의 사진은 거기에 더해 ‘극적 순간’이라는 입체적 긴장감을 갖는다. 사진작가들이 말하는 ‘조형적 순간’ 포착을 넘어서 이야기의 줄거리 연결, 시간의 흐름을 포함하는 것이다. 연극적 표현의 강점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배우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사진은 여백의 미를 가진 일상적인 사진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소리가 멈추어 있는 동영상의 일시정지 모습에 가깝습니다. 그 속에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또 다른 느낌의 동영상을 상상으로 이어갑니다.” 화가들 중에 연극 활동을 경험한 작가들이 더러 있는데, 그들의 작품을 보면, 이야기의 입체감과 생각의 깊이를 매우 중요하게 드러낸다. 무대 위에서 하나의 인물이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하려면 깊이 있는 관찰과 입체적 분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관객의 시선도 적극적으로 배려해야 한다. 그래서, 그림을 통해 보는 이들에게 말을 걸게 된다. 예를 들어 황창배, 임옥상, 민정기, 김병종 같은 화가들의 작품이 그렇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의 생각은 어떠시냐고 묻는다. 박상원의 사진도 그렇다. 박상원의 경우 연극과 사진은 바람직한 조화를 이루며, 강력한 상승효과를 빚어낸다. 전시회의 전체 제목인 모놀로그(A Monologue), 장면(A Scene) 등은 연극의 핵심을 이루는 중요한 용어들이다. 박상원의 사진작품에는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눈발이 휘날리고, 꽃이 만발한 자연의 연극적 장면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어쩌다 사람이 나와도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찌 보면, 무대장치처럼 보인다. 연극이 시작되기 직전의 팽팽 긴장감이 가득한 무대…. 곧바로 배우가 등장해서 연기를 시작할 것 같다.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을 향해 말을 걸고 대화를 이어갈 것이다. 그 배우는 바로 작가 박상원 자신이다. 물론, 사진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뛰어들어 ‘창조적 망상’을 발휘하며, 자연과 하나로 어우러져 연기를 할 수 있다.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첫 사랑을 만날 수도 있고,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이별의 아픔을 노래할 수도 있다. 그런 어울림의 마당이 펼쳐지기를 작가는 희망한다. 그 희망이 사진의 매력으로 이어진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극작가문화산책 박상원 배우 배우 박상원 연극적 표현 연극적 시선
2023.05.04. 20:17
한국계 흑인 혼혈 배우 타티 가브리엘(사진)이 연기를 하게 된 것은 “한국인 어머니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브리엘은 최근 넷플릭스의 신작 드라마 ‘칼레이도스코프(Kaleidoscope)’에서 ‘김한나’ 역할을 맡았다. 가브리엘은 온라인 매체 모치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인 엄마 때문에 어릴 때부터 젓가락질과 김치를 먹으면서 자랐다”며 “엄마는 내가 연기를 하길 원했다. 그래서 나에게 예술은 삶과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브리엘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나고 자랐다. 이후 조지아주 애틀랜타 지역 스펠만 칼리지에 입학했다. 그는 “가장 자유로운 주에서 정반대의 환경으로 가게 됐다”며 “거기서 처음으로 차별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모든 사람의 마음이 열려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가브리엘은 결국 대학을 중퇴하고 어머니의 권유대로 배우가 되기로 결정했다. 그는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정확하게 반영하려면 작품에도 유색인종이 포함돼야 한다”며 “더 많은 소수계가 캐스팅돼야 한다. 나는 연기를 위해 지금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타티 가브리엘은 할리우드 영화 ‘언차티드’에도 출연했었다. 이 영화는 지난해 한국에서 오프닝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장열 기자한국어 배우 혼혈 배우 한국인 어머니 타티 가브리엘
2023.01.05. 21:31
Bonnie is talking to her daughter Michelle at the dinner table… (보니가 저녁 식탁에서 딸 미셸과 이야기한다…) Bonnie: Did you finish your homework? 보니: 숙제 다 끝냈니? Michelle: Yes I did. It was a snap. 미셸: 예 다 했어요. 아주 쉬웠어요. Bonnie: What did you do after school today? 보니: 오늘 학교 끝나고 뭐했니? Michelle: I stopped by the music store. 미셸: 악기점에 잠시 들렸어요. Bonnie: Oh? What did you do there? 보니: 그래? 거기서 뭐했는데? Michelle: I’m thinking about taking up the saxophone. 미셸: 색서폰 배울까 생각중이거든요. Bonnie: The saxophone? What brought this on? 보니: 섹서폰? 왜 섹서폰 배울 생각이 들었는데? Michelle: One of my classmates was playing a CD during lunch and it just sounded great. 미셸: 같은 반 친구가 점심 시간에 CD를 틀었는데 소리가 멋져서요. Bonnie: Saxophones are expensive you know. 보니: 있잖아 섹서폰은 비싸다. Michelle: I can rent one for a while. 미셸: 잠시 대여할 수도 있어요. 기억할만한 표현 *(something) is a snap: (무엇이) 아주 쉽다. "The cake was a snap to make." (케익 만드는 건 아주 쉽습니다.) *stop by (a place): (어떤 곳에) 잠시 들르다. "I have to stop by the post office and buy some stamps." (우체국에 잠시 들려 우표를 좀 사야합니다.) *what brought this on?: (어떤 일이) 왜 그렇게 된 거야? "You're quitting your job? What brought this on?" (직장을 그만 뒀다고요? 왜 그만 뒀어요?) California International University www.ciula.edu (213)381-3710오늘의 생활영어 배우 saxophones are california international saxophone what
2022.11.06. 19:48
(It's almost sunset and Roberta and Kent are walking their dogs on the beach … ) (해질 무렵 로버타와 켄트가 해변에서 개를 산책시키고 있다…) Roberta: What new things do you want to do in this new year? 로버타: 새해에 해보고 싶은 거 있어? Kent: Well, I would like to take up the piano. 켄트: 글쎄, 피아노를 배울까 해. Roberta: Really? That’s great. I’d love to see you do that. 로버타: 진짜? 멋지다. 너 피아노 치는 거 볼 수 있겠네. Kent: And you? What do you want to do or change? 켄트: 넌? 뭐 해보거나 변화를 주고 싶은 거 있어? Roberta: Well, besides lose some weight I'd love to change jobs. 로버타: 글쎄, 살도 좀 빼고 직업을 바꿀까 봐. Kent: Go on. 켄트: 계속 해봐. Roberta: I know. I can take on more challenges. 로버타: 다른 걸 더 시도할 수도 있지. Kent: Do you want to work closer to home? 켄트: 집에서 가까운 직장 다니고 싶지 않아? Roberta: Yes, definitely. I'm tired of long bus and train rides. 로버타: 그럼 물론이지. 장거리 버스랑 전철 타고 출근하는데 지쳤어. Kent: Well, put your mind to it and it will happen. 켄트: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될 거야. ━ 기억할만한 표현 * go on: 이야기를 계속 해봐. "Go on. Tell me more about your plans for decorating the house." (계속해봐. 집안을 어떻게 더 꾸밀 건지 계획을 얘기해 줘.) * take on (something): (어떤 일을 책임감을 갖고) 맡다 하다. "I have to take on these dishes in the sink." (난 여기 싱크대에 있는 접시를 닦아야 해.) * put your mind to it: 어떤 일을 이루려 온 마음을 쏟다. "If you put your mind to it you can achieve almost anything."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이룰 수 있어.) 오늘의 생활영어 배우 kent are new year you want
2022.10.13. 20:00
자동차 사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할리우드 여배우 앤 헤이시(53)가 뇌사상태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헤이시의 한 가족 관계자는 연예전문 매체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헤이시가 전날 밤 공식적으로 뇌사상태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장기기증 등과 관련해 여전히 생명유지 장치가 작동하고 있고 헤이시의 심장도 뛰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앤 헤이시는 지난 5일 자신의 파란색 미니 쿠퍼를 몰다 LA 인근 마 시스타 지역의 한 주택을 들이받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후 헤이시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계속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로 지냈다. 일부 매체에서는 헤이시의 혈액 검사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이 성분이 사고 당시 헤이시가 마약을 한 상태였다는 것인지 아니면 사고 후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이 주입한 통증 완화 치료제의 일부 성분인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앤 헤이시는 드라마 '앨리 맥빌', '맨 인 트리스', '더 브레이브', 영화 '와일드 카드', '캣파이트', '오프닝 나이트', '더 베스트 오브 에너미즈' 등에 출연했다. 1990년대에 유명 토크쇼 MC이자 레즈비언 코미디언인 엘렌 드제너러스와 사귀고 동거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본인은 양성애자로 알려져 있다. 디지털본부 뉴스랩배우 뇌사 뇌사상태 판정 뇌사 판정 할리우드 여배우
2022.08.12. 11:50
온디맨드코리아(이하 ODK)에서 오리지널 제작을 위한 재능 있는 한인들을 모집한다. ODK(대표 차영준)는올가을에 론칭할 오리지널 시리즈 ‘쇼트콤’을 준비 중이며 이에 함께할 한인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 그리고 배우를 모집한다. 쇼트콤은 미국의 한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나 사건 그리고 일화 등이 소재가 되는 10분 내외의 짧은 콘텐츠다. 콘텐츠 제작에 관심 있는 한인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지역, 나이 그리고 학력 등 특별한 자격조건은 없다. 시나리오 부문의 경우 5~10분 분량의 작품을 위한 시나리오를 제출하면 되고 감독 및 배우 부문의 경우 포트폴리오 그리고 자기소개 영상 등을 제출하면 된다. 지원 마감은 오는 22일 자정까지다. ▶문의: 이메일([email protected]), 웹사이트(https://bit.ly/3OSyxO4)콘텐츠 배우 콘텐츠 제작 제작 콘텐츠 오리지널 제작
2022.07.11. 19:27
오늘(22일) 부에나 파크 소스몰 CGV(6940 Beach Blvd, Buena Park, CA 90621)에서 영화배우 장혁을 만날 수 있다. 이 행사는 그의 새 영화 '더 킬러:죽어도 되는 아이'를 홍보하고 장혁과 관객과의 만남을 위한 자리로 7시부터 시작이고 누구나 입장 가능하다. 이 영화는 오는 7월 13일 북미와 한국에서 동시 개봉 할 예정이다. 김수연 기자배우 장혁 영화배우 장혁 파크 cgv 레드 카펫
2022.06.22. 15:07
“어제에서 배우고, 오늘을 살며, 내일을 희망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론물리학자한마디 배우 희망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2022.03.13. 12:26
주연이든 조연이든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관한 한 메릴 스트리프는 난공불락이다. 수상 횟수는 3번(여우주연 2번, 여우조연 1번)이지만, 후보에 오른 횟수는 무려 21번(여우주연 17번, 여우조연 4번)이다. 그다음으로 많이 후보에 오른 배우가 캐서린 햅번(1907~2003)과 잭 니컬슨인데, 각각 12번으로 메릴 스트리프의 절반 정도다. 이어 베티 데이비스(1908~1989)와 로렌스 올리비에(1907~1989)가 10번, 그리고 스펜서 트레이시(1900~1967), 폴 뉴먼(1925~2008), 알 파치노, 덴절 워싱턴 등이 9번이다. 이중 덴절 워싱턴은 ‘맥베스의 비극’으로 다음달 시상식이 열리는 올해 아카데미 후보에 올라 개인 통산 7번째 남우주연상 후보가 됐다. 애플TV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곡이 바탕이다. 실제 영화 역시 연극적 분위기가 강하다. 배우들의 대사는 셰익스피어의 원문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문체이고, 배경은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한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하다. 특히 영화 속 실내 공간은 현대의 미니멀리즘 건축을 연상시킬 만큼 간결하고 단순하다. 동시에 할리우드 고전 흑백영화의 분위기가 강하게 묻어난다. 영화 자체를 흑백으로 촬영한 데다, 단순화한 공간에 강한 조명을 더해 흑과 백을, 빛과 그림자를 뚜렷하게 대비시킨다. 이 강렬한 명암은 자신이 왕이 될 것이란 세 마녀의 예언을 듣고 던컨 왕을 죽여 스스로 예언을 실현하지만, 광기와 죄책감에 스스로 파멸해가는 맥베스 부부의 비극에 더없이 어울린다. 감독은 조엘 코엔.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등 늘 동생 에단 코엔과 함께였던 그가 처음으로 혼자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와 거리가 있던 그를 ‘맥베스’로 안내한 사람은 그의 부인이자, 극 중 맥베스 부인 프란시스 맥도먼드다. 지난해 ‘노매드랜드’를 포함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세 번이나 받은 그의 출발도 연극무대였다. 셰익스피어에 친숙한 관객이라면 ‘오셀로’의 무어인 장군이라면 몰라도, ‘맥베스’의 스코틀랜드 왕을 덴절 워싱턴이 연기하는 것이 색다르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흑인 배우가 맥베스를 연기한 건 처음이란다. 한데 따지고 들면 맥도먼드도 스코틀랜드가 아니라 미국 일리노이 출신이다. 이 영화에선 맥베스의 몰락에 결정적인 인물 맥더프와 그 가족들 역시 흑인 배우들이 연기한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고전영화의 분위기로 새롭게 구현한 이 영화에는 새로운 발견도 있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닐까 의심할 만큼 기괴한 몸의 움직임과 함께 세 마녀를 연기한 배우 캐슬린 헌터다. 아카데미 후보 명단에는 없다. 물론 아카데미상이 언제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니다. 이후남 / 한국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J네트워크 맥베스 배우 맥베스 부인 아카데미 연기상 맥베스 부부
2022.02.15.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