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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금리·부동산이 엇갈린다…2025년 말 시장 진단

2025년의 마지막 달에 접어든 지금, 시장은 복잡한 신호들을 쏟아내고 있다. 주요 지수들은 여전히 역사적 고점 부근에서 움직이며 견고한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을 정교하게 들여다보면 투자자 심리, 금리 구조, 실물 경제의 흐름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모습이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표면적 가격은 평온하지만 내부에서 균열이 점차 넓어지는 국면이라 할 수 있다.   ▶주식시장   주식시장은 2025년 내내 기술혁신·AI·생성형 모델·반도체라는 서사를 앞세워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특히 다우지수는 지난 5년간 꾸준히 이어졌던 상승 채널의 상단부에 재차 접근해 있다. 이는 통상적으로 장기간 상승세가 마무리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위치다. 그러나 위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태도와 심리적 구성 변화다.   최근 몇 달 간 개인투자자 심리를 보여주는 AAII 설문에서 ‘베어(비관)’ 응답 비율이 급격히 감소해 연중 가장 낮은 수준에 도달했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심리 개선이 가격 급등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10월 말 이후 제한된 범위에서 움직여 왔고, 다우는 오히려 고점을 갱신하지 못한 상태인데도 투자자들은 비관적 전망을 빠르게 걷어내고 다시 낙관 쪽으로 이동했다.     이는 시장이 새로운 상승 동력을 확보했다기보다는 오히려 투자자들 내부에서 위험 신호를 경시하는 심리적 압축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 패턴이다.   레버리지 역시 시장의 취약성을 확대하는 요인이다. 지난 10월 뉴욕증권거래소(NYSE) 마진부채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히 주식을 빚내서 사는 수준을 넘어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자산 시장에서도 ‘레버리지를 통한 보유량 확대’라는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다.     일부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방식까지 활용해 왔다. 이러한 구조는 상승기에는 수익률을 폭발적으로 키우지만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는 순간 기하급수적인 손실로 돌아오는 이른바 이중 레버리지 구조의 위험을 품고 있다. 최근 특정 암호화폐 기업 주가 폭락과 대규모 청산 사례는 그러한 위험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리시장   금리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단기 금리와 장기 금리가 서로 다른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경기 둔화 신호로 인해 단기물 금리는 하향 압력을 크게 받았다.     그러나 장기물, 특히 10년물 국채금리는 4%대 중후반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미국과 주요국의 장기금리가 다시 한 번 ‘상향 리스크’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런 괴리는 첫째,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가 장기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지고 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장기 금리를 밀어 올리는 힘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둘째, 투자자들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위험자산 선호를 유지하면서 장기 국채에 대한 수요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인플레이션이 예전처럼 높지는 않지만 여전히 ‘쉽게 내려가지는 않는’ 구조적 비용 요인이 남아 있어 장기 금리 하락을 가로막고 있다.   이처럼 단기금리는 내려가고 장기금리는 버티거나 오르는 ‘비정상적 구조’는 경기 사이클 말기에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둔화를 반영해 금리가 내리지만, 구조적으로는 과도한 부채와 재정 부담이 장기 금리를 끌어올리며 수익률 곡선의 스티프닝(steepening) 현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과거 대형 침체 직전에도 나타났던 이 패턴은 지금이 단순한 소프트패치가 아니라 보다 큰 구조 변화 이전의 과도기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부동산·경제   주식시장과는 달리 실물 경제는 이미 둔화 흐름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을 나타내는 ISM 제조업지수는 9개월 연속 50 미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 부문이 이미 수축 국면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기업 구조조정도 증가하고 있는데, 민간 고용 데이터는 물류·운송·제조업에서 해고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은 구조적 위기에 가깝다. 코로나 이후 원격근무 확산과 사무실 수요 감소로 인해 주요 도시 공실률은 20%를 넘어섰고, 샌프란시스코처럼 기술기업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공실률이 27%에 이르렀다.     일부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CRE 시장을 구할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지만 실제 데이터는 오히려 CRE의 침체가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택 시장 역시 둔화되고 있다. 전국 도시의 절반 이상에서 집값이 하락 반전했으며 주택 차압 건수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적정 조정’이 아니라 팬데믹 이후 급등했던 자산가격이 본격적으로 정상화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여기에 중국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는 글로벌 수요 둔화를 가속하고 있다. 중국 주요 부동산 기업들의 채권 가격 하락과 디폴트 위험 증가는 세계 경제의 잠재적 리스크 요인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다.   이처럼 실물경제의 냉각은 주식시장에 아직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산가격에 점차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실물의 하락은 항상 금융보다 늦게 시작되지만 시작되고 나면 금융가격 조정폭은 더 크고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결론   2025년 12월 시장은 투자자에게 모순된 듯 보이지만 사실 매우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심리 과열과 레버리지 확대로 인해 취약해졌고, 장기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구조적 부담을 반영하고 있다. 실물 경제는 이미 둔화 국면으로 들어갔고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장기 리스크로 고착되고 있다.   이 모든 요소를 종합하면, 지금은 단기 상승을 쫓을 시점이 아니라 위험 관리 전략을 강화해야 하는 시기다. 유동성 확보, 포트폴리오 재조정, 단기채·현금 비중 확대, 테마형 과열 자산의 노출 축소 등 방어적 접근이 필요하다.     시장은 지금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압력을 축적하는 말기 국면’에 가까우며, 이러한 시기에는 작은 충격도 예상보다 큰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6년은 지금과 전혀 다른 시장 환경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소음을 좇는 단기 대응이 아니라, 변곡점을 준비하는 장기적 관점과 전략적 위치 선정이다. 냉정함과 인내심, 그리고 균형 잡힌 리스크 관리가 앞으로의 수익을 결정할 것이다.   켄 최 아피스 자산관리 대표 [email protected]월 자산 시장 리뷰 변곡점 위치 개인투자자 심리 장기간 상승세 암호자산 시장

2025.12.1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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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분열과 갈등 변곡점 된 연방대법원

지난 일을 쉽게 잊는 것이 사람인지라 요즘같이 미국의 분열과 갈등이 심화된 적이 없는 것만 같다. 최근 미국인의 85%가 국가의 향방에 대해 부정적이다.     2022년 대량 총기 살상사건이 하루 평균 1.7건 발생하는데도 110년된 뉴욕의 ‘총기은닉휴대 면허법’이 위헌이 됐다. 40년만에 폐지된 낙태권은 진보와 보수의 격돌장이 되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환경보호국(EPA)은 발전소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권이 없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지난 6월말 2주 사이에 쏟아진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분열과 갈등의 변곡점이 됐다. 보수 대법관이 과반수 이상인 대법원은 ‘선례 구속력의 원칙(stare decisis)’을 던지고 총기규제법, 낙태권, 환경법 등의 행정권을 연방정부에서 주 의회로 넘겼다. ‘권력 분리(Separation of Powers)’ 논리에 따라 연방 행정기관은 의회가 명확하게 준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진보적인 주는 더욱 진보적인 법을, 보수적인 주는 더욱 보수적인 법을 제정하는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정치적 성향이 같은 주들은 유사한 법을 경쟁하듯이 제정했다. 개인적으로 정치나 문화적 이념에 따른 삶을 추구하려면 본인에게 합당한 주를 선택해 거주해야 가능할 수 있게 됐다.     고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의 자리에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가 앉기 전에는 중도파 대법관의 목소리가 컸다. 대법원의 보수적 판결은 ‘헌법의 원래 의미와 뜻을 찾는 원론주의(originalism)’에 근거한다. 인공지능을 쓰는 21세기 사람들의 삶이 55명의 긴 머리 가발을 쓴 백인 남성들이 만든 1787년 헌법 문구의 해석에 따라 이리저리 요동친다.   헌법 문구는 짧고 모호해서 주관적, 이념적 해석이나 좌우 불균형적 판결도 합법이다.     또 헌법에는 여성, 교육, 건강, 환경 권리와 같은 21세기에 당연한 기본 권리와 민권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대법관의 평생 임기도 대법원이 정치화하는 이유가 된다.     10월에 대법원 새 회기가 시작되면 첨예한 이슈들을 심리할 것이다. 그 중 2건이 벌써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주 법정의 감시 없이 주 의회가 연방선거 투표법의 단독 권한을 갖는 것에 대한 심리와 대학 입학 시에 적용되는 ‘인종차별 철폐 조치(Affirmative Action)’의 심리다.     앨라바마 주 의회는 주 전체 인구의 27%를 차지하는 흑인 주민들을 7개 중 하나의 선거구로 통합하려고 하며, 노스캐롤라이나 주 의회는 대선과 연방 선거의 독자적인 권한을 얻으려 한다. 그리고 하버드와 노스캐롤리나 대학 입학 허가 심리를 통해 1978년 이래 입학 심사에서 특히 흑인과 라티노에게 혜택을 주던 공정입학법의 존폐가 결정될 것이다.     100년 래에 가장 보수적이라는 대법원의 힘을 이용해 정치적 입지를 견고히 하거나 지향하는 문화를 장착하려는 정치적 기류가 감돈다. 보수 대법관들은 이념적 잣대와 판단으로 심각한 오류라고 여겨지는 판례들을 급하게 뒤집었다.     역사적으로 국가의 갈등과 분열은 전쟁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외적 요인과 더불어 국가 흥망의 주요 원인이 됐다. 사회가 이념 갈등에 갇히고 불신과 대립에 함몰되면 국격을 잃고 국력은 쇠퇴한다.     정치적 양극화로 분열과 갈등이 심각한 때에 연방대법원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정치화는 위험하다.     연방대법원은 삼권분리 원칙에 입각한 사법기관으로 미국의 긍정적 미래에 일조하는 균형적인 판단 기준을 확립해주어야 한다. 정 레지나 / LA 독자기고 연방대법원 변곡점 보수 대법관 보수적 판결 중도파 대법관

2022.07.18.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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