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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굿사마리탄

40여 년 전 미국에 이민을 와 LA한인타운에 있는 한인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을 시작했다. 미국에서의 첫 직장이었던 셈이다.     당시 경제적인 문제는 물론 초기 이민자로 정신적인 어려움도 컸다. 하지만 나에게 닥치는 순간들을 묵묵히 잘 받아들여야 했고 그것에 잘 적응해야만 했었다.   시간당 4달러50센트의 임금을 받으며 시작한 이민 생활이었다. 아파트 렌트비는 월 290달러. 힘들었지만 그래도 삶을 감사하며 잘 견뎌냈다.     그리고 지금도 존경하는 의사 선생님을 그 병원에서 만났다. 그의 삶 속에서 인격적인 진실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오래된 일이지만 그 선생님을 존경하게 된 일화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느 날 병원 문 앞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초라한 행색으로 봐 홈리스가 틀림 없었다. 그는 의식이 없었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은 바로 그를 X레이룸으로 옮긴 후 반듯하게 눕히고 CPR(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그리고 ‘마우스 투 마우스’로 공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다행히 호흡이 돌아왔고 그는 목숨을 건졌다.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그 누가 홈리스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댈 수가 있겠는가. 나는 깜짝 놀랐지만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분은 환자가 없는 시간에는 늘 성경책을 읽곤 했다. 그리고 LA한인타운과 가까운 굿사마리탄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찾아 진찰도 했다. 병원 직원들도 항상 인격적으로 대해 주시고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으셨다.  그런 점에서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며 더 열심히 일했던 기억이 난다.       성경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그 말씀대로 진실함이 몸에 밴 그분의 삶을 박수로 힘차게 응원하고 싶다.     이젠 팔순이 되셨을 덴데 어디에 계시든지 늘 강건하시기를 기원하고 싶다.  김선애·부에나파크독자 마당 한인 병원 병원 직원들 초기 이민자

2022.08.30. 18:39

[우리말 바루기] 희한한 존칭

 “다리를 펴고 누우실게요” “허리를 드실게요”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실게요”-. 며칠 전 허리가 아파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병원 직원들은 몹시 친절했다. 하지만 과공비례(過恭非禮)라고 했던가. 지나친 공손에서 오는 기형적 표현이 오히려 거부감이 들게 했다.   검사를 받고 치료하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이러한 높임말을 들어야 했다. ‘-ㄹ게요’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ㄹ게’에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요’가 붙은 것이다. 즉 ‘-ㄹ게요’는 내가 상대에게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공손하게 약속하는 말이다. “다시 연락할게요”는 내가 상대에게 연락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또 올게요” 역시 내가 다시 오겠다고 상대에게 공손히 약속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누우실게요”는 어떻게 되는 걸까. 우선 “누울게요”는 내가 눕겠다고 상대에게 공손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 ‘시’가 첨가된 누우실게요“는 어법상 성립하지도 않는다. 누우실게요”는 내가 눕겠다는 의지와 상대를 높이는 말이 결합한 희한한 표현이다.우리말 바루기 존칭 병원 직원들 기형적 표현

2021.12.0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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