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보청기
먼 곳 소리도 아주 크게 가까운 소리는 더 크게 알 수 없는 합성어 되어 낡은 고막을 두드린다 정다운 이야기도 변질되어 세상에 없는 언어가 되고 갑자기 톤이 높아진 아내소리에 때론 경기를 일으키지만 참으면 복이 온다는 어릴적 어머니 말씀을 떠올린다 그러나 보청기를 빼면 세상이 확 달라진다 갑자기 찾아온 천년의 고요 깊은 산 암자의 뒤뜰 같다 돌아보면 독립기념일 밤도 섣달 그믐밤 총소리 폭죽소리 요란했던 깊은 밤 고이 잠든 것도 보청기를 뺀 덕이었다 눈만 뜨면 세상은 시끄러워 상품선전 정치선전 이곳저곳 사건 사고 소식들 귀가 아파 보청기를 뽑으면 잠시 편안한 휴식이 찾아온다 이만큼 세월 지내고 보니 들으려 애쓴 보청기 시간보다 뽑아버린 답답한 자유시간이 더 아늑하고 소중했던 것 같다 외로운 내 영혼과 만날 수도 있어서 강언덕 / 시인문예마당 보청기 보청기 시간 상품선전 정치선전 어머니 말씀
2025.07.10.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