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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보청기

Los Angeles

2025.07.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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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 소리도 아주 크게
 
가까운 소리는 더 크게
 
알 수 없는 합성어 되어
 
낡은 고막을 두드린다
 
정다운 이야기도 변질되어
 
세상에 없는 언어가 되고
 
갑자기 톤이 높아진 아내소리에
 
때론 경기를 일으키지만
 
참으면 복이 온다는 어릴적
 
어머니 말씀을 떠올린다
 
 
 
그러나 보청기를 빼면
 
세상이 확 달라진다
 
갑자기 찾아온 천년의 고요
 
깊은 산 암자의 뒤뜰 같다
 
돌아보면 독립기념일 밤도
 
섣달 그믐밤 총소리 폭죽소리
 
요란했던 깊은 밤 고이 잠든 것도
 
보청기를 뺀 덕이었다
 
 
 
눈만 뜨면 세상은 시끄러워
 
상품선전 정치선전
 
이곳저곳 사건 사고 소식들
 
귀가 아파 보청기를 뽑으면
 
잠시 편안한 휴식이 찾아온다
 
이만큼 세월 지내고 보니
 
들으려 애쓴 보청기 시간보다
 
뽑아버린 답답한 자유시간이
 
더 아늑하고 소중했던 것 같다
 
외로운 내 영혼과 만날 수도 있어서

강언덕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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