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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정말 중요한 것들

프리웨이 출구 쪽 신호 앞에 잠시 멈춰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쾅, 쾅” 하는 소리가 났다. 두 번 이상 부딪히는 소리로 보아 3중 추돌쯤 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앞차와 거리를 충분히 두고 있던 터라 사고는 내 차에서 멈췄다. 정차 중이어서 충격이 크지 않아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곧 짜증이 몰려왔다. 이 사고로 은행 상담 예약이 무산된 것도 불편했고, 뒤차의 과실이 명백하다 해도 보험사에 보고하고 처리하는 일은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시 뒤차 운전자의 행동은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했다. 내 뒤차의 운전자는 그 뒤차에 받혀 내 차를 들이받은 사람이었다. 그 역시 피해자였음에도 그는 자기 몸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자마자 사고 관련자들의 건강 상태를 살폈다. 나는 차를 보았고, 그는 사람을 보았던 것이다.   요즘 BTS는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오랜 준비 끝에 세계무대에 다시 섰고, 멕시코에서는 수많은 팬들이 광장에 모여 그들을 기다리는 장면이 전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많은 한국인이 자부심을 느꼈다. 국위 선양, 문화 강국, 경제적 파급 효과 같은 말들이 댓글을 장식했다. 그 성취를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한 댓글들 사이에 유독 한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뭐가 중요하냐. 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데. 다들 즐거웠으면 좋겠다.” 이 댓글 앞에 필자는 한참을 멈추어 읽고 또 읽었다. 경제적 이익과 국위 선양에 가려 BTS 혹은 음악이 갖는 본질적인 의미를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래전 북한산을 오르던 때의 일도 가끔 생각난다. 다람쥐 한 마리가 지나갔다. 옆을 지나던 두 중년 남성이 말했다. “저 꼬리가 꽤 비싸다던데, 얼마나 할까” 당시에는 불교 공부를 하기 전이라 그 마음을 정확히 가늠하지 못했으나, 삭막한 우리들의 모습에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   일상은 그렇다 치고, 참과 진실을 추구하는 종교는 어떨까. 많은 종교가 성전을 확대하고 신도를 늘리는 일에 정성을 쏟는다. 신도들이 잘 신앙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좋은 시설을 갖추는 일도 필요하고, 성자들의 가르침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려는 노력도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성전이나 신도를 통해 교세를 확장하는 것은 성자의 가르침을 바르고 효과적으로 전하려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 종교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성직자들 또한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왜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까. 불교에서는 그 뿌리를 무지와 집착에서 찾는다. 무지는 단순히 지식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무엇이 근본이고 무엇이 부수적인 것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근본을 보지 못하니 엉뚱한 것에 붙들리고, 붙들릴수록 더 어리석어지는 것이다.   수행은 정말 중요한 것을 보기 위한 공부다. 차보다 사람을, 효과보다 기쁨을, 값보다 생명을, 교세보다 가르침을 먼저 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는 일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말한다. “마음으로 보아야 제대로 보인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가히 법문이 아닐 수 없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교무 / Won Meditation Center삶의 향기 종교가 성전 경제적 파급 불교 공부

2026.05.18. 18:16

[삶의 향기] 누구나 행할 수 있는 것이 큰 도(道)

종교의 정의는 학자들의 정리된 것들에서부터 종교인들의 직관적인 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크게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절대자와의 관계’를 전제로 한 릴리전(Religion)이고 다른 하나는 ‘근본이 되는 가르침’이란 의미의 종교(宗敎)이다. 전자에는 유대 그리스도교 전통의 종교들이 해당되고, 후자에는 불교와 도교 등이 해당된다. 물론 불교 신앙의 대상인 ‘청정법신불’을 기독교의 신(God)과 비슷한 개념으로 본다면 불교 역시 릴리전이 될 수도 있겠지만, 보통은 구분을 한다.   어느 경우가 되었든 종교는 인간 삶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룬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 고통의 원인과 해결방법 등 주로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의 문제이다. 특정인들만 배워야 하고, 배울 수 있는 법학, 의학, 물리학과는 피학습자의 범위, 선택과 필수의 문제 등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종교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은 특정인만 배워야 하는 것이거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각국에서 의무교육 기간과 과정을 규정하듯 인간 삶의 근본적인 문제들은 누구나 의무적으로 배워야 한다. 종교의 가르침과 관련해서 ‘유무식 남녀 노소 귀천을 막론하고’라는 구절이 자주 등장하고, 신학교나 불교대학에서 ‘설교는 중학교 2학년 수준에 맞게 준비해야한다’고 가르치는 이유이다.   유튜브 방송에서 유명 스님이 불법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쉬운 거라고 설명을 하니, 진행자가 묻는다. “그럼 불교 공부를 오랜 기간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 용맹정진이나, 과거 부처님이 500생을 닦았다는 말은 무슨 말인가?”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태권도를 배우러 가면 지도자가 발차기 요령을 가르쳐 준다. 구분 동작도 보여주며 차근차근 설명을 해준다. 한두 번 들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도자가 경험이 많다면 더 쉽게 이해 될 것이다. 문제는 이해한다고 해서 바로 발차기를 제대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수십 번 수백 번 연습을 해야 조금 흉내를 낼 수 있게 되고,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는 실전에서 정확한 발차기를 하려면 그 이상의 연습이 필요하다.     스포츠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노래 같은 분야에서도 ‘힘을 빼는 것’은 전가의 보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완벽하게 힘을 빼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가수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고, 운동 분야에서도 은퇴를 할 때나 되어야 비로소 힘 빼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진리를 이해하는 것 또한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관념과 습관 때문에 쉽다고만 하기 어렵지만, 불법이 쉽다는 말은 이해가 쉽다는 말이지, 그것이 수행자의 삶과 하나가 되는 것도 쉽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불교의 수행이라고 하는 ‘삼학’은 마음을 맑히고, 지혜를 얻어서, 바른 실행을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아는 것과 실행이 모두 중요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실행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최근 개발되어 놀라운 검색 능력을 과시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쳇지피티(ChatGPT)를 보노라면 실행의 중요성은 지식의 그것과는 가히 비교하기 어려워 보인다.   [email protected]  양은철 / 교무·원불교 미주서부훈련원삶의 향기 의무교육 기간 불교 신앙 불교 공부

2024.11.2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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