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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정말 중요한 것들

Los Angeles

2026.05.1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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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웨이 출구 쪽 신호 앞에 잠시 멈춰 있었다. 갑자기 뒤에서 “쾅, 쾅” 하는 소리가 났다. 두 번 이상 부딪히는 소리로 보아 3중 추돌쯤 되는 것 같았다. 다행히 앞차와 거리를 충분히 두고 있던 터라 사고는 내 차에서 멈췄다. 정차 중이어서 충격이 크지 않아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곧 짜증이 몰려왔다. 이 사고로 은행 상담 예약이 무산된 것도 불편했고, 뒤차의 과실이 명백하다 해도 보험사에 보고하고 처리하는 일은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시 뒤차 운전자의 행동은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했다. 내 뒤차의 운전자는 그 뒤차에 받혀 내 차를 들이받은 사람이었다. 그 역시 피해자였음에도 그는 자기 몸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자마자 사고 관련자들의 건강 상태를 살폈다. 나는 차를 보았고, 그는 사람을 보았던 것이다.
 
요즘 BTS는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오랜 준비 끝에 세계무대에 다시 섰고, 멕시코에서는 수많은 팬들이 광장에 모여 그들을 기다리는 장면이 전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많은 한국인이 자부심을 느꼈다. 국위 선양, 문화 강국, 경제적 파급 효과 같은 말들이 댓글을 장식했다. 그 성취를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한 댓글들 사이에 유독 한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뭐가 중요하냐. 저 사람들이 행복해하는데. 다들 즐거웠으면 좋겠다.” 이 댓글 앞에 필자는 한참을 멈추어 읽고 또 읽었다. 경제적 이익과 국위 선양에 가려 BTS 혹은 음악이 갖는 본질적인 의미를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오래전 북한산을 오르던 때의 일도 가끔 생각난다. 다람쥐 한 마리가 지나갔다. 옆을 지나던 두 중년 남성이 말했다. “저 꼬리가 꽤 비싸다던데, 얼마나 할까” 당시에는 불교 공부를 하기 전이라 그 마음을 정확히 가늠하지 못했으나, 삭막한 우리들의 모습에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
 
일상은 그렇다 치고, 참과 진실을 추구하는 종교는 어떨까. 많은 종교가 성전을 확대하고 신도를 늘리는 일에 정성을 쏟는다. 신도들이 잘 신앙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좋은 시설을 갖추는 일도 필요하고, 성자들의 가르침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려는 노력도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성전이나 신도를 통해 교세를 확장하는 것은 성자의 가르침을 바르고 효과적으로 전하려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 종교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성직자들 또한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왜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까. 불교에서는 그 뿌리를 무지와 집착에서 찾는다. 무지는 단순히 지식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무엇이 근본이고 무엇이 부수적인 것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근본을 보지 못하니 엉뚱한 것에 붙들리고, 붙들릴수록 더 어리석어지는 것이다.
 
수행은 정말 중요한 것을 보기 위한 공부다. 차보다 사람을, 효과보다 기쁨을, 값보다 생명을, 교세보다 가르침을 먼저 볼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는 일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말한다. “마음으로 보아야 제대로 보인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가히 법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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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철 교무 / Won Meditation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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