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당] 먼지는 불사조
누군가 내 집에 살고 있다 초대한 적도 허락한 적도 없는데 분명 불청객이 살고 있다 열심히 문단속하며 조심하며 살아왔는데 내 살림보다 더 큰 살림을 차리고 살고 있다 나름 쓸고 닦고 정돈하며 살고 있는데 이 친구는 마치 주인인 양 내 집 전체를 점령하고 있다 이 친구는 세상의 이치를 득도한 양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어디든 착륙할 수 있다 천장에 매달린 전구 속에도 벽에 걸려있는 액자 안에도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선물 세트 안에도 비집고 들어간다 하강밖에 모르는 물보다 재주가 많은 이 친구는 날기도 오르기도 뛰어내리기도 스미기도 풀어 놓기도 하는 초능력자다 지하실 천장에 살림을 차리고 살던 거미가 “너 왜 내 집을 부수고 야단이니?” 나를 노려본다 내 집이 내 집이 아니다 정명숙 / 시인글마당 불사조 지하실 천장
2025.09.04.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