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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먼지는 불사조

New York

2025.09.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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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 집에 살고 있다
 
초대한 적도 허락한 적도 없는데
 
분명 불청객이 살고 있다
 
열심히 문단속하며 조심하며 살아왔는데
 
내 살림보다 더 큰 살림을 차리고 살고 있다
 
나름 쓸고 닦고 정돈하며 살고 있는데
 
이 친구는 마치 주인인 양 내 집 전체를  점령하고 있다
 
이 친구는 세상의 이치를 득도한 양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고도
 
어디든 착륙할 수 있다
 
천장에 매달린 전구 속에도
 
벽에 걸려있는 액자 안에도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선물 세트 안에도 비집고 들어간다
 
하강밖에 모르는 물보다
 
재주가 많은 이 친구는  
 
날기도 오르기도 뛰어내리기도
 
스미기도 풀어 놓기도 하는 초능력자다
 
지하실 천장에 살림을 차리고 살던 거미가
 
“너 왜 내 집을 부수고 야단이니?”
 
나를 노려본다
 
내 집이 내 집이 아니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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