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글의 창제 정신을 기리는 한글날이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 체계를 넘어 민족 정체성과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되새기는 날이기도 하다. 한글은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 각지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LA에서도 K팝과 K뷰티 등 한류 문화의 확산과 맞물려 한글이 주류 사회 속에 스며드는 모습이 뚜렷하다. 한글의 독특한 디자인과 상징성을 브랜드 전략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상품 로고나 패키지에 한글을 접목해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한국 문화와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장식 효과를 넘어, 소비자들에게 한글을 한국적 정체성의 상징으로 각인시키고 있다. ‘K컬처’ 열풍과 맞물려 한글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LA 한인 업소들도 느는 추세다. 한인타운 6가의 커피숍 ‘카페 로프트(Cafe Loft)’는 브랜드 로고와 상품에 한글 자음 ‘ㄹㅍㅌ’을 과감히 적용했다. 단순한 자음 배열이지만 특유의 조형미와 간결함으로 감각적인 이미지를 창출했다. 타인종 고객에게는 신선한 시각적 경험을, 한인 고객에게는 문화적 자부심을 심어주는 ‘브랜드 감성’ 효과다. 카페 로프트의 세미 최 대표는 “매주 토요일 카페에서 열리는 한국어 언어 교환 모임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한글 디자인 자체가 고객의 흥미를 끌고, 동시에 한인타운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브랜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렌지카운티 풀러턴의 ‘나성술컴퍼니(NASUNG SOOL Co.)’는 한글을 브랜드 중심에 세운 대표적인 사례다. 나성은 LA의 한자 표기지만 한글로 사용하면 또 다른 감성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판매 주류인 ‘소주’와 ‘막걸리’를 라벨에 한글 그대로 표기했다. 로고 또한 영어 ‘NASUNG’과 자음 ‘ㄴㅅ’을 함께 사용한다. 한국 전통주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고, 전통을 계승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전략이다. 하이랜드파크의 ‘모두(Modu)’ 카페 역시 한국어 단어를 그대로 브랜드명으로 삼았다. 로고는 자음 ‘ㅁㄷ’으로 단순화해 시각적 인상을 강화했다. 짧고 발음하기 쉬운 이름은 외국인 고객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고, 동시에 “모두의 균형과 디테일을 담는다”는 카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모두 카페의 장윤지 매니저는 "글자가 알파벳 'OC'와 비슷하다며 의미를 물어보는 손님이 많다. 손님과 '스몰토크'가 되는 것 그 자체로도 마케팅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곳을 방문한 고객 앤젤라(33)씨는 "타인종 가게는 맛은 좋아도 이름을 기억하기 어려운 적이 많았다"라며 "'모두'는 기억하기도 쉽고 로고로써도 귀엽다"고 말했다. K-감성을 전하다 - 영어 속에 담긴 한글 LA지역 한인들이 운영하는 커피 브랜드들이 한글을 단순히 표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어가 가진 정서와 의미를 영어로 옮겨 브랜드화하는 새로운 전략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한국적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영어권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방식으로 시장에서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는 한인들에게는 자부심과 색다른 표현방식으로 다가오는 장점이 있다. 실버레이크에 자리한 카페 ‘Gonggan’은 이름 자체로 철학을 나타냈다. 단순한 ‘스페이스(space)’가 아닌, 사람과 감정이 머무는 여백을 뜻하는 단어 ‘공간’을 그대로 영어 표기로 옮겨 사용했다. 업체는 소개에서 “삶의 빈 공간을 채우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한국어의 미묘한 뉘앙스를 영어 표기로 담아내면서 오히려 외국인 고객들에게 브랜드 철학을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체는 메뉴 역시 흑임자 라떼, 제주 녹차 등 한국적인 요소가 가미된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온도를 뜻하는 단어를 그대로 옮긴 ‘Ondo Coffee’는 세련된 음차 표기로 커피의 경험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이름만으로 커피 한 잔이 주는 온기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Moim Coffee’는 한글 단어 ‘모임’을 발음 그대로 영어로 표기해 커뮤니티와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카페는 소개글에서 커피를 만드는 이들부터 고객까지 함께하는 문화적 공간이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단순한 번역 대신 원어 발음을 유지한 이름은 타인종 고객들에게 이색적인 매력과 한국어 단어가 가진 의미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브랜드명 하나로도 공간이 지닌 정체성과 철학을 충분히 드러내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글을 영어로 옮긴 브랜드 이름은 문화 간 소통의 창구이자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도구”라며 “LA의 카페와 소규모 브랜드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한글의 깊은 의미를 알리고, 새로운 소비자들과 교감하면서 한글의 문화적 가치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 가치와 신뢰감 전달이 과제 특히 한글을 브랜딩에 활용한 업소들은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도 쉽게 발음할 수 있는 명칭을 택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한글 특유의 부드러운 리듬감과 함축적 의미가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브랜드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글은 이제 단순한 문자를 넘어 K브랜드의 가치와 신뢰를 표현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글 마케팅의 성공 요인으로 “문화적 정체성 강조, 시각적 차별성, 감성적 연대감, 글로벌 현지화 전략의 병행”을 꼽는다. 한글의 독창적 디자인은 제품과 공간에 트렌디한 감성을 불어넣고, 한인 소비자에게는 친밀감을, 타인종 고객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정서적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 창제 당시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쓰도록 만든 문자’라는 정신에서 출발한 한글은 오늘날 LA 현장에서 그 정신을 확장하며 세계 소비자와 소통하는 새로운 문화 언어로 기능하고 있다. 우훈식 기자브랜드 한글 한글 자음 브랜드 로고 브랜드 전략
2025.10.05. 18:57
“디자인을 통해 사람과 브랜드를 잇고 싶습니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현정(26·사진) 디자이너는 브랜드의 본질을 시각 언어로 풀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명문 예술 대학인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VA)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졸업 후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2x4’의 브랜딩 팀에서 글로벌 브랜드 및 문화 기관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x4’는 프라다, 샤넬, 현대자동차, MoMA 등과 협업하며 브랜드 전략부터 그래픽, 공간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이 디자이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개발부터 이벤트, 전시 디자인까지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시각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기억에 남는 브랜드 경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iGuzzini’의 리브랜딩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디자이너는 디자인 시스템, 타이포그래피, 컬러 전략, 사진 아트 디렉션 전반을 새롭게 정립하며 브랜드의 시각적 표현을 강화했다. 그는 “브랜드의 유산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리브랜딩은 올해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공개돼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디자이너는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 위치한 ‘스너그 하버 문화센터&식물원(Snug Harbor Cultural Center&Botanical Garden)’ 리브랜딩도 맡았다. 이곳은 19세기 선원 요양소로 시작해 현재는 박물관, 극장, 정원 등을 아우르는 뉴욕 최대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한 곳이다. 이 디자이너는 “방문객들이 공간을 더 쉽게 이해하고, 장소가 가진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깊이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디자이너는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그는 프라다의 글로벌 문화 프로젝트 ‘프라다 모드(Prada Mode)’의 서울·LA·아부다비 행사에서는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맡아,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시각적 경험을 선보이기도 했다. 현재 이 디자이너는 2x4에서 글로벌 브랜드 및 문화 기관과의 협업을 이어가며, 브랜드와 사람을 더욱 깊이 연결하는 독창적인 디자인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는 “디자인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사람과 브랜드를 잇는 다리”라며 “브랜드를 넘어, 문화를 움직이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강한길 기자디자이너 게시판 글로벌 브랜드 브랜드 전략 브랜드 경험
2025.04.29. 18:47
기업이 생산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떻게 명명할 것인가 결정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지만 중요한 일이다. 여기서 기업 차원의 브랜드 명명 전략을 생각해 보자. 첫 번째는 개별 브랜드 전략이다. 펨퍼스(Pampers: 기저귀), 치어스 (Cheers: 세제), 샤민 (Charmin: 기저귀), 템팩스 (Tampax: 여성 생리용품) 등은 각각 다른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들 제품은 모두 185년 역사의 프록터&갬블(Procter & Gamble)사 제품이다. 제품 각각에 회사 이름 대신 독자적인 브랜드를 사용한 것이다. 두 번째는 기업 브랜드 전략이다. 1869년 설립된 하인즈(Heinz)는 케첩, 식초, 머스터드, 그레이비, 바비큐 소스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 하지만 하인즈는 모든 자사 제품에 ‘하인즈’라는 회사 이름을 사용한다. 세 번째는 앞의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하는 혼합형 전략이다.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의 시리얼 제품인 트릭스의 포장을 보면 중앙에는 ‘트릭스’라는 이름이, 그리고 왼쪽 상단에는 ‘제너럴 밀스’라는 기업 이름이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많은 기업이 필요에 따라 이들 세 가지 전략을 모두 사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의 경우 스마트폰 브랜드인 갤럭시는 혼합형 전략(삼성 갤럭시)도 사용하지만 세탁기, 냉장고, 마이크로 오븐 등은 삼성이라는 기업 브랜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현대차 그룹의 브랜드 전략을 분석해 보자. 현대자동차는 창립 50여년 만에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판매량 세계 3위로 부상한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이다. 또한 전기차와 수소차 부문에서 전망도 밝다. 현대자동차를 보면 혼합형과 개별 브랜드 전략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현대 쏘나타’, ‘기아 쏘렌토’ 등 기업 이름과 자동차 이름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혼합형 전략이다. 그리고 제네시스는 개별 브랜드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즉, 현대자동차 그룹은 현대, 기아 그리고 제네시스라는 세 가지 종류의 이름으로 다른 자동차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 그럼 현대차와 자동차 업계 1위인 도요타의 브랜드 전략을 비교 분석해 보자. 먼저 현대는 도요타보다 후발주자다. 또 자금력 면에서도 현대는 도요타에 비해 약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요타는 도요타와 렉서스 두 가지 브랜드지만 현대는 현대, 기아, 제네시스 3가지라는 차이점이 있다. 우선 후발 주자가 선두 주자와의 경쟁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전략의 효율성이다. 세 가지 브랜드를 가진 현대차가 두 가지 브랜드의 선두주자와 경쟁하려면 분명 효율성의 문제가 제기된다. 왜 효율성이 문제가 되는가? 하나의 브랜드를 경쟁력 있는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과 인적 자원이 요구된다. 따라서 두 가지 브랜드보다 세 가지 브랜드를 운영하는 작업은 더 힘들고 더 큰 비용과 인적 자원이 요구될 것이다. 더군다나 선두 주자가 더 막강한 자금력을 갖고 있다면 후발 주자에게 효율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또 다른 문제는 도요타의 두 가지 브랜드가 분명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들은 도요타와 렉서스 모델의 차이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반면 현대와 기아 간의 차이점은 상대적으로 분명하지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와 기아 두 브랜드를 차별화시키며 자체 시장을 확대하려면 심각한 효율성 문제가 제기된다. 예를 들어 등산할 때 두 가지 백팩 (backpack)을 어깨에 메고 올라간다면 정상 3분의 2지점 정도까지는 별문제 없이 다른 등산객과 비슷하게, 오히려 더 빨리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3분의 1을 올라가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앞서가는 경쟁자는 백팩을 하나만 갖고 올라가고 있다면 그를 추월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경쟁자를 추월하고 싶다면 백팩을 하나로 줄일 필요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현대와 기아 두 가지 브랜드를 하나로 줄여 수익성을 제고하면서 시장에서의 충격과 혼동도 최소화할 수 있을까? 방법은 여러 가지 있겠으나 그중 하나는 기아 브랜드를 현대의 종속 브랜드(sub-brand)로 만들어 고객들에게 기아 브랜드도 현대가 만든다는 사실을 고지하는 것이다. 즉 현대 기아, 현대 쏘나타, 현대 투싼 형식의 혼합형 브랜드 전략으로 기아 브랜드는 현대 상위 개념 밑에 종속브랜드로 사용하며 제네시스라는 또 다른 상위개념의 개별 브랜드로 현대차 그룹의 브랜드 전략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앞의 두 가지 상위 브랜드 전략은 현대 측에 몇 가지 중요한 혜택을 줄 것이다. 첫째, 기존의 현대와 기아 두 가지 상위 브랜드를 운영하는데 요구되는 큰 비용을 절약하면서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지금까지 기아라는 브랜드에 쌓인 고객의 애정을 현대 쪽으로 이전할 수 있어 기아라는 종속 브랜드가 현대의 이미지에 도움을 주게 된다. 셋째, 기아가 현대의 종속 브랜드가 되면 기아 브랜드 이름으로 판매되는 모든 차량을 수익성 기준으로 재정리, 전체 제품 구조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현대차 그룹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1, 2위인 도요타와 폭스바겐을 위협하고 있지만 4, 5위 업체들로부터는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략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깊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충환 전 USC 석좌교수는 브랜드 관리 전략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USC 경영대학 브랜드 관리 센터장을 역임했다. 박충환 / 전 USC 석좌 교수브랜드 이야기 현대차 도요타 브랜드 전략 개별 브랜드 브랜드 명명 사진 박낙희 기자
2024.09.03.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