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임의 마주보기- 기적과 경이
사람들은 왜 여행을 할까? 그 유명한 동화, 소설 『어린 왕자』의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는 여행에 대해서 매우 경건하고 겸손하며, 또 진지하게 말했다. “여행은 당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한다. 세상이 얼마나 광대하고, 우리를 둘러싼 경이로움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 사실상 여행을 가는 목적과 이유는 개개의 사람들마다 매우 다양하다. 어떤 이는 그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또 어떤 이는 미식가로서 새로운 음식을 먹어 보거나 신선한 레시피(recipe)를 찾아서 간다. 또 어떤 이는 전혀 새로운 나라에서 낯선 문화와 언어를 경험하고 싶어서 정처 없이 떠난다. 또 어떤 이는 짜릿하고 정열적인 로맨스를 기대하며 길을 나선다. 또는 회사의 집단과 조직 구성원 간의 단합과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려 웃고 즐기는 오락과 재미가 그 주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말이다. 나는 이 진부한 질문에 대해서 아주 상투적인 대답을 하고 싶다. 그것은 한마디로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인 것이다. 아무리 특별한 이유가 없이 휴가나 여행을 다녀왔더라도, 막상 여행 가방을 풀며 짐들을 정리하다 보면, 기존의 자신의 생각이나 확신 또는 삶의 자세에 아주 조금이라도 변화를 느끼게 마련이다. 물론 이런 느낌과 사고의 진동은 잔잔히 오래 갈 수도 있고, 또 금세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어느 정도 자아의 시공간적 확장에 물리적, 심리적, 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영향을 가져오며, 때로는 놀라운 창의적 사고와 생각지도 못한 영감의 원천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서 미식가나 식도락가의 경우를 보자. 이들은 정규 방송 프로그램과 SNS의 각종 소셜 플랫폼에서 ‘foodie’나 ‘gourmet’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국이나 외국의 각 곳을 여행하며,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도 소개하지만, 특히 음식에 초점을 둔다. 그래서 그 지방 사람들의 일상적인 음식, 또 오랫동안 전해온 전통적인 음식과 특이한 음식 재료 등도 소개해준다. 물론 이들은 방송 프로그램을 목적으로 촬영하고, 또 물적, 인적 지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본인이 먹는 것 자체를 열성과 열정을 다해서 즐기지 않는다면, 그 ‘쇼’가 지속되고 성공하는 데에 어려움들이 따르게 된다. 어쨌든 이들 미식가들은 다양한 장소를 가보고 시음하면서 더욱더 자신의 음식에 대한 식견과 이해와 지식을 확장해 간다. 그리고 이후 새로운 요리법을 창안해서 선보이고, 더 나아가 대중에게 아주 유익한 요리책을 내기도 한다. 언젠가 ‘다이어트(diet)’라는 단어로 만든 재미난 유머에 크게 웃은 적이 있다. 왜냐하면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Did I Eat That?”이라는 질문을 줄인 약자로, “D.I.E.T.?”로 표현했던 것이다. 맞다! 나는 이에 두말할 것 없이 흔쾌히 100%로 동의한다. 그런데 여기서 특히 나를 웃게 만든 것은 바로 ‘음식 긍정성’이었다. 이것은 ‘food positivity’로서 호기심이 섞인 흥미진진한 접근이다. 사실상 다이어트라는 단어는 일상적인 식사를 의미하지만, 안타깝게도 힘들고 고통스러운 식이요법을 의미할 때도 많다. 그래서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오고, 무척 괴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누가 말했던가?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먹는 즐거움’에 비할 수 없다고 말이다! 이렇게 다이어트라는 한 단어에 이중적인 의미를 담아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삶에는 다음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한 가지 방식은 ‘세상에는 기적 같은 것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다. 이는 매우 부정적이다. 그러나 또 다른 방식은 ‘세상의 모든 것은 다 기적과 같다’고 믿고 사는 것이다. 이는 아주 긍정적이다. 물론 세상사를 오직 두 가지 잣대로 재고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사에 호기심을 갖고서 조금만 더 경이롭게, 약간 더 기적스럽게 본다면, 어쩌면 저렴한 음식도 맛있고, 소소한 여행도 재밌고, 나아가 단순한 삶도 꽤 좋아 보이며 좀 더 즐거워질 수 있을 것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 기적 음식 재료 여행 가방 사실상 여행
2026.05.26. 1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