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투자의 역사와 경험에서 확인된 가장 중요한 레슨 중 하나는 ‘사이클’이다. 시장이 좋은 시기와 나쁜 시기를 반복적으로 경험한다는 뜻이다. 이를 화자에 따라 ‘파동’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순환’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비즈니스에도 마찬가지 사이클이 있다. 비즈니스 사이클 안에서는 부문별 사이클이 있고, 섹터 안에서는 또 지정학적 사이클도 있다. 여기에 시즈널(seasonal) 사이클, 대선 사이클 등 더 다양한 형태의 사이클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요즘의 투자환경은 특별히 이 사이클을 고민하게 한다. ▶사이클이란 사실 사이클은 경기와 투자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전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생물학과 기후, 수문학, 물리 등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사이클이 확인된다. 어떤 면에선 사람의 본성도 양극단을 오가는 사이클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회역사적인 측면에서도 사이클을 볼 수 있다. 정치학자 조지 프리드먼은 ‘다가오는 폭풍과 새로운 미국의 세기’라는 책에서 사이클에 대해 논했다. 미국사회가 겪고 있는 최근의 정치적 대립, 폭동, 여러 불안정한 상황에 대한 설명과 이유로 사이클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은 미국사회의 두 가지 거대 사이클이 겹치는 지점이다. 먼저 정치사회 구조의 작동방식과 정부(연방과 주정부)들 간의 관계 재설정이 이뤄지는 80년 사이클이 있다. 그리고 사회적 관계와 경제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경험하는 50년 사이클이 있다. 2020년대는 이 두 거대 사이클이 동시에 새 순환기를 시작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이론이나 분석을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현재 미국사회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고 볼 만한 현상들은 사실 넘쳐나고 있다. ▶금융시장과 사이클 장기적인 성공투자 전략 수립을 위해선 금융시장에도 사이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경기가 확장기와 침체기, 불황 등의 단계를 반복하며 성장한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순환이론의 내용이다. 러시아의 경제학자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는 이 주기를 평균 50년으로 봤다. 숫자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경기가 확장기와 침체기, 불황, 회복기를 순차적으로 반복해 왔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이클은 주식시장의 사이클과 무관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은 경기순환을 앞서간다. 실물경제의 흐름을 앞서 예상하고 움직이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이클과 투자 그렇다면 투자자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 시장이 사이클을 경험한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이클을 연구하고 그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면 각 사이클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대략적인 지점을 인지할 수는 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무작정 기대가 아닌 분석적 선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지난 1950년부터 S&P500 지수의 가격변동 차트를 멀리서 보면 전반적인 상승세로 보일 뿐 아니라 그 상승속도 역시 갈수록 빨라졌다. 하지만 이 패턴에 기초해 무작정 투자를 지속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사실 적절치 않다. 왜냐면 실제로 70년의 투자 기간을 가진 투자자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30년 정도 투자 기간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20~25년 정도의 투자 기간을 생각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그런데 지난 70년간 시장의 상승 패턴을 보면 그 안에서 다시 상승장(Bull Market)과 하락장(Bear Market)이 약 15년 주기로 반복하며 올라온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곧 한 세대의 투자 기간(20~25년)의 대부분이 상승장에 걸렸을 수도 있고 하락장에 걸렸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어느 시기에 투자를 시작했는가에 따라 상당히 수익이 높았을 경우와 정체되었을 경우, 둘 다 가능했다. 지난 70년 중 언제 투자를 시작하게 되었는가에 따라 투자자들은 현저히 다른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 15년 주기의 상승장과 하락장 안에서는 다시 작은 상승과 하락의 사이클이 존재했다. 이는 특정 사이클 안에서도 상승장에는 동참하고 하락장은 피해갈 기회들이 당연히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20~25년의 투자 기간은 장기투자라고 해도 사실 안심할 수 있는 투자 기간이 아니다. ‘불마켓’과 ‘베어마켓’ 사이클이 특정 투자세대 대부분에 걸쳐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작정 ‘바이 앤 홀드(buy and hold)’가 전혀 효과적인 투자원칙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사이클을 내 편으로 확장과 침체, 상승과 하락이 불가피한 사이클이라면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부터의 시장환경은 새로운 주기가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거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실을 최소화하고 현 시장환경이 제공하는 기회를 찾아 투자하는 것이다. 사이클의 변화는 시간이 걸린다. 급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해결책을 찾으려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다. 각 사이클 별로 가장 유리할 수 있는 자산 유형과 팩터, 스타일 등을 고려해 투자전략을 세우면 된다. 그리고 지속해서 변화하는 사이클 환경에 따라 내 포트폴리오 역시 능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탄력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email protected])사이클과 투자 포트폴리오 사이클 비즈니스 사이클 지정학적 사이클 부문별 사이클
2023.03.28. 20:41
수줍게 웃는 얼굴, 그리고 손가락 브이(V). 샤부샤부 집에서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린 그는 이렇게 적었다. ‘소고기 돼지고기 뷔페 코스, 토요일과 일요일 60세 이상은 1인에 1759엔. 음료는 추가 할인으로 한 사람에 110엔. 여동생이 휴대폰 앱으로 총액서 10% 할인. 80분간 3명이 배부르게 먹고 총 5047엔. 5000엔 우대카드를 내고, 현금 47엔을 지불했어요.’ 어른 셋이 먹고 정작 47엔(36센트)를 냈다고 자랑스럽게 쓴 트위터 주인은 전직 프로 장기 기사, 기리타니 히로토(桐谷?人·73). 2007년 은퇴 후 그는 유명 인사가 됐는데, ‘주주우대’ 때문이었다. 일본은 상장사들이 주주우대란 명목으로 쌀·커피 같은 상품이나 할인·상품권 등을 주는데, 기리타니는 매일 주주우대권만 사용해 화제가 됐다. ‘연금에 의존하지 않고 풍족한 노년을 보내는 방법’이라며 쓴 그의 책도 인기를 끌었다. 동서고금 막론, 알뜰살뜰 살림살이를 불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방인의 눈엔 달리 보인다. 일본인은 주식에 투자해 주가 상승으로 수익을 얻기보다, 안정적인 주식을 사면서 덤으로 주는 ‘혜택’으로 노후 대비를 하고 있어서다. 왜일까. 여기엔 오랜 경기 침체가 있다. 일본 정부는 금리를 제로(0)로 낮춰 시장에 돈이 돌도록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또 있다. 낡은 제도다. 일본은 100주 단위로만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지갑 얇은 사회초년생에겐 투자는 그림의 떡이다. 유니클로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의 최근 주가는 약 8만엔. 유니클로 주식에 투자하는 데 최소 7600만원은 있어야 한단 얘기다. 돈맥경화의 일본 경제를 살려보겠다고 나선 건 금융맨 출신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다. ‘저축 대신 투자’를 외치고 나섰다. 지난해 주식시장 구조를 재편한 데 이어 최근엔 ‘임금 인상’까지 부르짖고 있다. 물가는 껑충 뛰었는데 ‘일본만’ 오랫동안 임금이 안 올랐으니, 월급을 올려 시장에 돈이 돌도록 하자는 취지다. 화답일까. 패스트리테일링은 전 직원 최대 40% 임금 인상을 선언했다. 변화가 더딘 일본에서 벌어진 파격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사에 이런 문장이 등장했다. ‘올해 주가 상승 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닛케이는 과거 일본 주식시장 상승 사이클의 공통점이라며 이런 말도 보탰다. ‘위기 대응에 총리가 대담한 정책을 내놨다.’ ‘기시다 사이클’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그저 남의 나라 일로 보기엔 뼈아픈 말이지 않나. 김현예 / 도쿄 특파원J네트워크 사이클 지난해 주식시장 과거 주식시장 유니클로 주식
2023.01.22. 17:19
경기는 늘 순환한다. 이를 두고 경기 순환주기, ‘비즈니스 사이클’이라고 흔히들 부른다. 경기는 확장과 둔화(불황)를 반복한다. 경기 확장기는 회복기, 중간 확장기, 후반 확장기 등으로 나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런 경기 순환주기는 피할 수 없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경기가 둔화하기 시작하고 불황으로 들어서면 많은 어려움이 있다. 반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경기에는 순환주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각자의 이익을 위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것이다. ▶경제 펀더멘틀 현황 비즈니스 사이클 현황의 두 축은 경제 펀더멘틀과 금융시장 상태다. 두 측면에서 현재 경기 전반의 현주소를 짚어 보자. 먼저 고용이다. 현재 고용환경은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성장률은 조금 주춤했지만, 여전히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올 1분기에만 약 170만개의 일자리를 더했다. 고용시장 참여도는 3개월 연속 증가했다. 물론,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은 아니다. 이자율 환경은 오름세라고 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FRB, 이하 연준)가 올해와 내년까지 지속적인 금리 인상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도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기조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 완전히 부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좋지 않은 쪽으로 기울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연방 국채 2년물과 10년물 사이의 이자율 차이가 잠깐 역전되기도 했다. 4월 중반까지는 다시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해의 1.46% 포인트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0.21% 포인트지만 결국 아직까지는 불황 시그널을 보내고 있진 않은 셈이다. 역사적 평균치는 0.93% 포인트이기 때문에 이보다도 많이 낮은 상태다. 결국 2년물 수익률이 10년물 수익률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은 환경인 것은 사실이다. 소비는 중간 상태다. 3월 중 소매 매출은 소폭 올랐지만, 위축 조짐이 보인다. 경기에 대한 소비자들이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4월 상반기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지난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제활동 상황을 계량화한 ISM 수치는 4월 중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았다.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의 경제활동은 계속된 확장기를 가리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기에 대한 중소기업들의 자신감은 고용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비용 상승 등의 요인으로 하락했다. 올해 시장 변동성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계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다양한 서비스 비용의 높은 상승세로 인플레이션 전반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의 변화 금융시장에서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는 이자가 오르고 주식값이 고점에서 꾸준히 하락해온 환경과 맞물려 있다. 현재까지 기업실적은 양호한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형 소매기업들의 주당 수익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소비위축과 불황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중요한 변화는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연방 국채 10년물의 수익률은 지난 2020년 7월 말 0.54% 저점을 형성한 이후 무려 2.41% 포인트가 뛰어 5월 초 3% 선을 넘어섰다. 이와 동시에 S&P 500의 선행 주가수익률(P/E)은 21.9에서 18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높을 때 채권은 이를 순화시키는 리스크(risk) 분산 장치 역할을 해왔다. 지난 1975년 이래 S&P 500이 한 해를 마이너스 성장으로 마감한 것은 여덟 차례 있었다. 같은 기간 블룸버그 미국 채권지수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마감한 적은 네 차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같은 해 동반 하락으로 마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엔 상황이 달라 보인다. 인플레이션과 이자 상승은 채권값 하락을 불러오고 경기둔화는 주식값의 침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가 동반 하락하면 많은 투자 포트폴리오가 분산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시장 변동성이 높을 때 기억해야 할 투자 조언 먼저 시장의 등락에 너무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경기순환과 이와 맞물린 증시순환은 투자의 일부다. 현재 경제가 처한 순환주기를 알고, 기대수익에 대한 환상을 미리 버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수익이 나빴던 해는 수익이 좋은 해로 균형을 잡아간다는 것을 기억하자. 주식값이 떨어졌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싼값에 사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추가 하락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꾸준한 투자는 결과적으로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시장이 오르고 내릴 때마다 사고팔며 반응하는 것은 금물이다. 단기 하락의 여파는 장기적인 투자 앞에서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너무 자주 포트폴리오를 들여다 보는 것이다. 자주 보다 보면 오르고 내리는 상황에 자신을 더 자주 노출시키는 것이고 그만큼 감정적으로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나 결정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한 달 전 포트폴리오 가치가 얼마였는지도 잊어버리는 게 좋다. 보유 종목을 팔기 전까지의 손실은 ‘페이퍼’ 상의 손실일 뿐이다. 장기적인 투자라면 이를 회복할 기회는 많을 것이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email protected]재테크 사이클 경기 경기 순환주기 경기 확장기 현재 경기
2022.05.24.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