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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의 마주보기- 화를 푸는 명상, 정서, 행동의 사이클

Chicago

2025.09.0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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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

손원임

‘화(火)’는 인간 본성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화를 어떻게 표현하는가? 일단 아기들은 누운 자세가 불편하거나 배고프고, 또 기저귀가 젖어서 짜증이 나면 그냥 울어버린다. 세상에 태어나 온전히 엄마 아빠, 즉 보호자에게 의존해야 하는 아기는 다소 소극적인 ‘울음’이 유일한 표현 수단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성장하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말을 유창하게 구사하고, 자유롭게 사지를 쓰는 등 다양한 표현 수단을 갖게 된다. 이에 자신의 화나는 감정을 자유자재로, 때론 보다 적극적이다 못해 아주 공격적으로 나타낸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다 자란 사람이 화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좋은데, 제대로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않고서, 혹은 말을 함부로 내뱉거나 신체적인 폭력을 구사하여 타인에게 해를 입히면, 그때는 가정과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된다. 게다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정신병의 근원이 자신에게 무척이나 화가 나서 생긴다. 그 이유를 들자면 끝이 없겠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지 못해서, 코로나 때 강제 은퇴를 당해서,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해서, 명문대를 졸업하지 못해서, 배우자를 잘못 만나서, 자식이 말을 듣지 않아서, 공들인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성적 불만이 쌓여서, 다이어트가 실패해서, 나이가 들어서, 얼굴의 코가 너무 낮아 맘에 들지 않아서, 변비가 심해서, 돈이 풍족하지 않아서, 그저 우울해서 등등 말이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 특히 성난 ‘화’를 잘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에 이 불만들이 쌓이고 쌓여 제대로 풀지 못하면 결국 정신병과 화병, 갖은 병마에 시달리게 되기 쉽다. 다행인 것은 요즈음은 예전과 달리 어른과 아이, 청소년 할 것 없이 정신과 의사를 만나 상담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이들은 불안증과 불면증, 학교 문제, 애정 문제, 가정 문제, 더 나아가 심각한 정신병까지 마음껏 털어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항정신병제 등 각종 약물의 처방도 받는다. 이렇게 상담을 받는 사람 중에는 남을 치료하는 각 분야의 의대 전공의는 물론 결혼 정년기에 있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이들도 다수 포함된다.  
 
우리는 결국 이 모든 노력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특히 불안, 분노와 화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전략과 기술들–자가 제어 방법, 분노 관리 수업, 마음 수련 명상법 등을 개발해서 추천한다.  
 
그런데 말이다. 이들 방법들의 요지는 무엇일까? 나는 여기서 세 가지의 중요한 원리를 말하고 싶다. 그것은 ‘명상’과 ‘정서’와 ‘행동’의 순환적 원리다.  
 
첫째는 ‘명상(mediation)’이다. 이는 한마디로 자신의 화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파도가 치는 바다의 물결이 잠잠해지는 광경을 상상해보자. 이에 ‘4-7-8’ 호흡법처럼 각자에게 맞는 호흡법을 곁들이면 훨씬 효과가 좋다. 둘째는 ‘정서(emotion)’다. 나 자신에게 일어난 감정 상태를 솔직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희로애락의 원인을 찬찬히 감정해보는 것이다.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난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 내가 오늘 아침 늦게 일어나서 회사에 또 지각한 거야.” 셋째는 ‘행동(action)’이다. 이제 내적 동기 또는 외적 동기를 동원해서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즉, 다음에는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 시계를 맞추고 잔다. 이렇게 먼저 몸과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회복탄력성을 발휘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순서를 따른다.  
 
사실상 어렵지만 다이어트를 비싼 약과 주사, 식이 보조제에만 의존할 수 없듯이, 우리의 고민과 고충, 공격성, 특히 ‘화’의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서 비싼 상담과 수업, 다양한 종류의 테라피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 때, 아주 크고 깊게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나서, ‘명상’과 ‘정서’와 ‘행동’의 사이클을 통해서 스스로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아도 좋을 듯하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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