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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서 움트는 ‘지역 공동체’의 희망

화마가 삶의 터전을 앗아간 지 1년이 지났다.   “엄마, 아빠 지금 빨리 집에서 나오세요!”   이튼 산불이 발생한 지난해 1월 7일, 이기선(82)·유정자(76) 씨 부부는 그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딸의 다급한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충격에서 온전히 벗어나는 데 1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짧다. 그동안 잔해는 대부분 정리됐고, 곳곳에 남아 있던 그을음도 제법 사라졌지만 완전한 복구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난 3일 알타데나에서 만난 남편 이기선씨는 “주택 재건축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우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건축 허가가 내년 초쯤에나 날 것이라고 들었다”며 “1~2년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여전히 알타데나 지역에 깊은 상흔으로 남아 있다. 듬성듬성 재건축을 위한 기초 공사가 시작되는 모습을 보면, 알타데나 주민들은 이제 막 회복의 출발선에 서 있는 셈이다.   이씨 부부가 살던 집은 완전히 전소해 보험금 전액 보상이 가능하다. 문제는 작은딸 크리스틴이 살던 뒷집이다. 해당 주택은 완전 전소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사가 재건축을 반대하고 있다.   이씨는 “보험사와 계속 협의 중인데, 이 같은 문제로 갈등을 겪는 이웃이 적지 않다”며 “특히 오래된 주택의 경우 정부 보험에 가입돼 보상금이 턱없이 적다는 불만도 크다”고 전했다.   심리적으로도 아픔은 남아있다. 아내 유정자씨는 “폐허로 변한 동네를 보고 있으면 아직도 마음이 심란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회복의 싹은 주민들의 연대 속에서 움트고 있다.   이씨 부부가 1987년부터 이 지역에서 운영해 온 ‘페어옥스 버거’는 지역의 사랑방 같은 존재다. 〈본지 2025년 2월 10일자 A-1면〉 현재는 첫째 딸 재닛과 작은딸 크리스틴이 운영을 맡고 있다. 산불로 주변은 잿더미가 됐지만 식당 건물만은 남았다. 당시 내부는 연기와 재로 뒤덮여 세척기 등 기존 설비를 모두 폐기해야 했고, 전기와 수도까지 끊겨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관련기사 LA 산불 대재앙 한 달, 그 후…기약없는 복구 (상) 기다리라는 말만, 이젠 생계도 막막 식당은 산불 발생 6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재개장에 성공했다. 내부 리모델링에만 약 20만 달러가 투입됐다. 기존 직원들을 모두 재고용했고, 2명을 추가 채용해 현재는 총 12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페어옥스 버거는 알타데나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재기의 상징으로 불린다. 단순히 식당 문을 다시 여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체 회복을 위한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식당 측은 산불 이후 비영리 단체들과 협력해 매주 무료 음식 나눔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까지는 식자재와 생필품을 제공하는 파머스 마켓도 함께 운영 했다.   페어옥스 버거 측에 따르면 매주 200~250인분의 음식을 비영리 단체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나누고 있다.   유씨는 “산불 이전에는 서로를 위해 돕는 문화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며 “산불 피해를 계기로 봉사 문화가 확산하면서 지역 전체가 하나로 묶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로부터 ‘고맙다’, ‘용기가 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미국에 이민 와서 가장 크게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이씨 부부는 지역 사회가 여전히 회복 과정에 있지만 결국 다 같이 일어설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나아가 예전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씨는 “어려운 시기에 한인 사회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아 감사하다”며 “특히 미주중앙일보 보도를 계기로 주류 언론에서도 페어옥스 버거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제는 타 지역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올 정도”라고 말했다.   알타데나 주민들은 그렇게 일상의 회복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경준 기자잿더미 산불 이튼 산불 산불 잔해 산불 발생

2026.01.0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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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잔해 처리, 복구 부실…연방 계약업체 작업 논란

올해 1월 발생한 이튼과 팰리세이즈 산불의 잔해 제거를 담당한 업체가 오염 물질을 불법 투기하고 부실 공사를 진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LA타임스는 연방정부 보고서를 입수해 연방정부 계약업체인 환경 복원 및 폐기물 관리 서비스 업체 ECC(Environmental Chemical Corp)와 잔해 제거 작업팀의 부적절한 작업 사례가 포착됐다고 29일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연방정부가 고용한 작업자들은 팰리세이즈 산불 피해 지역의 한 부지에서 유리 조각과 유독성 재 등 화재 잔해물을 그대로 남긴 채 현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자들은 “다음 현장으로 서둘러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현장에서는 재로 오염된 토양을 이용해 구멍을 메우고 지면을 평탄화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 밖에도 오염된 수영장 물을 인근 부지와 빗물 배수구에 버리거나, 굴착기 운전자들이 오염된 흙과 깨끗한 흙을 섞은 사례 등이 보고서에 담겼다.   연방정부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이튼과 팰리세이즈 산불 잔해 제거 작업과 관련해 약 1100만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약 20%는 작업 품질과 관련된 민원이었다. 이튼 산불 피해 지역의 한 주민은 “여러 차례 요청했음에도 작업자들이 화재 잔해와 재를 내 부지에 그대로 두고 떠났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브래드 셔먼 연방하원의원(민주)은 “오염 물질이 검출된 지역과 해당 검사를 맡은 계약업체, 문제 사례가 반복된 업체가 있는지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겠다”며 “향후 재난 대응 과정에서 부실한 업체가 다시 선정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윤서 기자 [email protected]오염물질 산불 산불 잔해 부실 공사 화재 잔해물

2025.12.2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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