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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서 움트는 ‘지역 공동체’의 희망

Los Angeles

2026.01.05 20:05 2026.01.0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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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산불 1년, 다시 일어서는 알타데나
한인 식당 ‘페어옥스 버거’
연대·재기 상징 자리매김
보상 문제 등 아직도 갈등
더디기만 한 재건축 심란
이기선·유정자 부부가 이튼 산불 발생 약 1년 뒤인 지난 3일 불에 전소된 주택의 잔해가 정리된 집터를 둘러보고 있다. 당시 뒤편에 있는 수영장이 보이지 않을 만큼 화재 잔해가 쌓여 있었다. 김상진·김경준 기자

이기선·유정자 부부가 이튼 산불 발생 약 1년 뒤인 지난 3일 불에 전소된 주택의 잔해가 정리된 집터를 둘러보고 있다. 당시 뒤편에 있는 수영장이 보이지 않을 만큼 화재 잔해가 쌓여 있었다. 김상진·김경준 기자

이튼 산불 발생 직후인 지난해 2월, 이들 부부가 자신들이 살던 주택 터를 찾았을 당시 모습. 김상진

이튼 산불 발생 직후인 지난해 2월, 이들 부부가 자신들이 살던 주택 터를 찾았을 당시 모습. 김상진

화마가 삶의 터전을 앗아간 지 1년이 지났다.
 
“엄마, 아빠 지금 빨리 집에서 나오세요!”
 
이튼 산불이 발생한 지난해 1월 7일, 이기선(82)·유정자(76) 씨 부부는 그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딸의 다급한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충격에서 온전히 벗어나는 데 1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짧다. 그동안 잔해는 대부분 정리됐고, 곳곳에 남아 있던 그을음도 제법 사라졌지만 완전한 복구까지는 갈 길이 멀다.
 
지난 3일 알타데나에서 만난 남편 이기선씨는 “주택 재건축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우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건축 허가가 내년 초쯤에나 날 것이라고 들었다”며 “1~2년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여전히 알타데나 지역에 깊은 상흔으로 남아 있다. 듬성듬성 재건축을 위한 기초 공사가 시작되는 모습을 보면, 알타데나 주민들은 이제 막 회복의 출발선에 서 있는 셈이다.
 
이씨 부부가 살던 집은 완전히 전소해 보험금 전액 보상이 가능하다. 문제는 작은딸 크리스틴이 살던 뒷집이다. 해당 주택은 완전 전소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사가 재건축을 반대하고 있다.
 
이씨는 “보험사와 계속 협의 중인데, 이 같은 문제로 갈등을 겪는 이웃이 적지 않다”며 “특히 오래된 주택의 경우 정부 보험에 가입돼 보상금이 턱없이 적다는 불만도 크다”고 전했다.
 
심리적으로도 아픔은 남아있다. 아내 유정자씨는 “폐허로 변한 동네를 보고 있으면 아직도 마음이 심란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다. 회복의 싹은 주민들의 연대 속에서 움트고 있다.
 
이씨 부부가 1987년부터 이 지역에서 운영해 온 ‘페어옥스 버거’는 지역의 사랑방 같은 존재다. 〈본지 2025년 2월 10일자 A-1면〉 현재는 첫째 딸 재닛과 작은딸 크리스틴이 운영을 맡고 있다. 산불로 주변은 잿더미가 됐지만 식당 건물만은 남았다. 당시 내부는 연기와 재로 뒤덮여 세척기 등 기존 설비를 모두 폐기해야 했고, 전기와 수도까지 끊겨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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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산불 발생 6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재개장에 성공했다. 내부 리모델링에만 약 20만 달러가 투입됐다. 기존 직원들을 모두 재고용했고, 2명을 추가 채용해 현재는 총 12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페어옥스 버거는 알타데나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재기의 상징으로 불린다. 단순히 식당 문을 다시 여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체 회복을 위한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식당 측은 산불 이후 비영리 단체들과 협력해 매주 무료 음식 나눔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까지는 식자재와 생필품을 제공하는 파머스 마켓도 함께 운영 했다.
 
페어옥스 버거 측에 따르면 매주 200~250인분의 음식을 비영리 단체를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나누고 있다.
 
유씨는 “산불 이전에는 서로를 위해 돕는 문화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며 “산불 피해를 계기로 봉사 문화가 확산하면서 지역 전체가 하나로 묶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로부터 ‘고맙다’, ‘용기가 된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미국에 이민 와서 가장 크게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이씨 부부는 지역 사회가 여전히 회복 과정에 있지만 결국 다 같이 일어설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나아가 예전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씨는 “어려운 시기에 한인 사회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아 감사하다”며 “특히 미주중앙일보 보도를 계기로 주류 언론에서도 페어옥스 버거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제는 타 지역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올 정도”라고 말했다.
 
알타데나 주민들은 그렇게 일상의 회복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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