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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죽음 그리고 준비

젊었을 때 나는 직장에서 분주하게 일했다. 사회봉사 활동도 많이 했었다. 늙어지리라는 생각 없이 살았었다. 그런데 늙어지고 말았다. 나이가 90에 가까워지니, 눈앞에 죽음이 아련하게 서 있는 게 보이는 것 같다.     유튜브에서 동물들의 삶에 대한 영상을 가끔 본다. 사자나 호랑이는, 먹이를 잡아서 먼저 죽여 놓은 후 뜯어 먹는다. 그런데 독수리 같은 맹금류는 다르다. 이네들은 먹이를 죽일 줄을 모른다. 그냥 살아있는 먹이를 뜯어 먹는다. 그러니, 먹이는, 살아 있는 채, 뜯겨 먹히니, 얼마나 아파하면서 죽어가겠는가! 아프리카 들개나 하이에나도 마찬가지다. 먹이를 죽여 놓은 후 뜯어먹지 않는다. 먹이가 살아 있는 채, 여럿이 함께 뜯어먹는다. 그러니, 먹이의 죽음은 얼마나 고통이었을까.     사람도 마찬가지다. 예수도 살아 있는 채, 몸에 못이 박히고 십자가에 매달린 채 죽었다. 예수의 죽음은 정말로 처절하게 아픈 죽음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심하게 몽둥이로 두들겨 맞고서 혹은 칼로 난자하게 찔리어서 죽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전쟁터에서 폭탄의 파편이나 총알에 맞아, 피를 많이 흘리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젊은이들도 있다. 이런 죽음은 결코 좋은 죽음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은 늙어서, 병이 들어서, 집에서나 병원에서 편안하게 죽는다. 복 받은 죽음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어떤 사람들은 건강하게 장수하고 편안하게 죽는가? 왜 어떤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사고(事故)로, 혹은 병이 들어서, 일찍 불운하게 죽는가? 이 문제를 놓고 수없이 오랜 세월 동안 생각해보았다.   이 세상은 연기(緣起)로 운영되고 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어짐으로 저것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연기는 인과응보이다. 이 세상은 인과응보에 의해 운행(運行)되고 있다. 사람이 못된 짓을 했으면, 그 과보가 즉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안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기어코 나타난다. 이 세상에서 과보가 나타나지 않으면, 다음 세상에서 나타나게끔 돼 있다. 내일도 다음 세상이고 그리고 저승도 다음 세상이다. 몹시 나쁜 짓을 저질렀으면, 죽은 후, 지옥에 떨어진다고 했다.     『방등경』에 보면, 태자가 부처에게 “무슨 인연으로 보살은 장수하고 무병하며 이별이 없습니까?”하고 물었다. 부처는 대답하셨다. “보살은 자비심으로 살생하지 않았으므로 장수함을 얻고, 흉기로 사람을 상하게 아니했음으로 병이 없으며, 다른 사람의 싸우는 것을 보면 권하여 화합하게 하였으므로 이별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아끼지 않았으므로 재물을 잃거나 도둑맞지 않고, 남의 재산을 탐내거나 시기하지 않았으므로 장자(부자)의 집에 나며, 살생하거나 교만이 없었으므로 존귀한 집에 태어나는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라는 말은, ‘잘 죽으라는’ 말이 아니다. ‘저승에서 잘 살 준비를 미리 해놓으라는’ 말이다. 저승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살생, 도둑질, 간음,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부처는 말했다.     젊었을 때, 뭣 모르고 못된 짓을 저질렀으면, 지금 참회한다. 남을 해치려는 나쁜 마음을 버린다. 그 대신 남을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면서, 선한 마음을 가지고, 여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게 바로 ‘죽음의 준비’인 것이다. 조성내 /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삶의 뜨락에서 죽음 살생 도둑질 아프리카 들개 사회봉사 활동

2025.08.14. 22:28

[삶의 뜨락에서] 늙었기에 다음은?

나는 많이 늙었다. 내 삶을 돌이켜보면, 소학교 중학교 때는 친우들하고 헛되게 보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갑작스럽게 “아, 인생이란 현재 오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걸 깨달았다. 인생에는 항상 ‘내일’을 준비해가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대학 때부터는 앞을 보고, 미리 준비하는 습관을 길렀다. 한 달 후면 학기말 시험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서, 학기말 시험을 미리 준비해놓는다. 대학 졸업하면 군대에 가고, 군대에서 제대하면 미국에 가고…, 이처럼 미리 앞을 보면서, 앞일을 계획하면서, 앞일을 준비하면서 살아왔다.     젊었을 때, 서툰 영어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으려고, 열심히 일했다. 살아남았다. 언젠가는 나도 늙으리라는 것을 예견했다. 퇴직금을 저축하기 시작했다. 나이가 먹히면먹힐수록, 세월이 빨리 가는 것을 느꼈다. 나만은 안 늙어주기를 바랐는데, 바람은 소용없었다. 나는 늙고 말았다. 은퇴했다. 젊었을 때 준비해두었던 퇴직금이 있기에 밥걱정은 없다. 친우들을 만나 골프를 친다. 책을 읽으면서 태평하게 지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오늘 하루 살면, 내 생명이 하루 줄어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하루를 내가 ‘공것’으로 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오늘 ‘하루 사는 것’은, 실은 내 생명의 하루를 내가 갉아먹고 있다. 오늘 하루가 내 생명의 하루이니, 하루하루가 엄청 중요함을 알았다. 이 중요한 하루를 어떻게 해야 유용하게 보낼 수 있나? 하고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무한정 늙어지는 것은 아니다. 늙음이 끝나면? 다음은 죽음이다. 죽음도 무한정이지 않다. 낮이 있으면 반드시 밤이 있다. 낮이나 밤은 무한하지 않다. 어느 기간 동안 낮이었다가, 그리고 어느 기간 밤이었다가, 이처럼 낮과 밤은 윤회한다. 죽음도 어느 기간 동안 죽어 있다가 다시 태어난다. 삶도 어느 정도 살아 있다가 다시 죽는다. 삶과 죽음은 윤회하고 있다.     죽으면, 죽은 자들은 저승(하늘나라, 인간, 동물, 지옥)에서 태어난다. 우리가 만약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경우, 이 세상에 갓난아이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죽으면, 이 세상도 저승이다.     이 세상의 움직임은 연기(緣起)다. 이것이 있음으로써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어짐으로써 저것이 없어진다. 인연 따라 생기고 인연 따라 없어진다. 이게 인과응보이다. 선량한 행위는, 어느 땐가는, 좋은 과보를 받는다. 악한 행위는, 어느 땐가는, 나쁜 과보를 받는다.     늙었으면, 우리는 죽음을 채비한다. 이 귀중한 하루하루를, 헛되게 보내서는 안 된다. 저승에서 태어날 때, 좋은 복을 갖고 태어날 준비를 해놓은 게 좋겠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다. 가족하고 오순도순 지낸다. 친우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살생, 도둑질, 거짓말 등 남을 해치는 이를 해서는 안 된다. 남을 해치는 일을 하면, 인과응보라, 그 과보를 현세에서 혹은 저승에서 받게 된다. 남을 해치는 나쁜 행위를 많이 저지르면, 저승에서, 좋은 복을 갖고 태어나기가 어렵다. 이미 못된 짓을 저질렀다면, 참회해야 한다. 가장 좋은 일은, 남들을 위해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조성내 / 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삶의 뜨락에서 기간 동안 소학교 중학교 살생 도둑질

2024.10.2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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