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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관계 통해 브라질 사회 비추다

야하다. 그러나 예술적이다. 네온과 햇살의 광채 속, 어우러지는 욕망, 폭력 그리고 섹스!   언제나 열정과 욕망이 가득한 영화를 만드는 브라질 출신의 카림 아이누즈 감독은 비주얼 아티스트다. 그의 영상은 감성적이고 시적이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들에는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2024년 칸 영화제에 공식 출품되어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다.   '모텔 데스티노(Motel Destino)'는 강렬한 욕망과 열정의 공간인 모텔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밀도 있게 연출한 아이누즈 감독의 감각이 돋보인다.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권력 구조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노소 문제, 빈부 격차 등 브라질의 특징적 갈등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삼각관계로 얽힌 에로틱 느와르에 스릴러가 가미된 이 영화는 브라질 권력에 대한 심층적 탐구이기도 하다.     브라질 북동부 해안, 뜨거운 태양 아래 도로변에 자리한, 조잡하지만 화려한 네온빛 모텔. '운명(Destino)'이라는 이름의 모텔 데스티노는 욕망과 폭력이 뒤섞인 '섹스 모텔'이다.     이곳에서 세 사람의 운명이 뒤섞인다. 모텔을 운영하는 엘리아스와 그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 다야나, 그리고 도망 중인 헤랄도 사이의 운명적 욕망!   엘리아스는 다혈질이고 난폭하다. 관음증적인 속성을 지닌 그는 아내에 대해 매우 권위적이다. 아내 다야나가 주로 모텔을 관리한다. 젊고 아름다운 그녀는 억압적인 결혼 생활에 지쳐 불안증세를 보인다.     이곳에 21세의 삼류 범죄자 헤랄도가 숨어들어온다. 범죄 조직과 관련된 일을 하다 망치고 도주하던 그는 조직과 경찰 모두에게 쫓기고 있다. 그의 형은 이미 살해됐다.     엘리아스와 다야나는 헤랄도가 위기에 놓여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잡일을 시키며 잠자리를 제공한다. 헤랄도는 다야나에게서 매력을 느끼고,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진다. 남편에 대해 환멸을 느껴오던 다야나 역시 젊은 헤랄도에게 감정적으로 이끌린다.     서로를 유혹하는 두 사람은 결국 결탁하고 점차 모텔 내에 삼각관계의 깊은 갈등을 불러온다. 그들은 이윽고 엘리아스를 제거하고 함께 도주할 계획을 세운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모텔 방 사이에 돈이 오가고 쾌락이 거래된다. 복도에서 늘 황홀경에 이르는 신음들이 들리는 모텔 데스티노는 인간 모두의 음탕한 세상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불안정한 권력관계에 욕망과 유혹이 깊은 갈등을 유발한다. 늘 은밀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엘리아스의 비디오에 의해 관찰된다.     욕망과 유혹의 삼각관계가 주 테마를 이루는 가운데 스릴과 섹스가 시각적 몰입감을 더해가는 영화 '모텔 데스티노'는 3명의 탄탄한 앙상블 연기에 의존하며 느리지만 거칠게 전개된다. 잭 니콜슨 주연의 1984년작 '우체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가 연상되는 영화. 결말의 반전보다 결말에 이르는 은밀한 과정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삼각관계 브라질 브라질 사회 브라질 권력 브라질 북동부

2025.09.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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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북·중·러 애증의 삼각관계

“문화대혁명 기간 북한은 화교학교를 폐쇄하고 전체 화교 1만 명을 추방했다. 중·북은 서로 대사를 4년간 소환했다. 베이징의 홍위병은 김일성을 ‘수정주의 앞잡이(走狗)’라고 욕하는 대자보를 걸었다. 북한 관리는 중원왕조의 한반도 침략 역사를 끊임없이 선전했다.”   올해 6월 20일 왕밍위안(王明遠) 베이징시 개혁·발전연구회 연구원이 SNS에 올린 과거의 북·중 일화다.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호 군사원조 조항을 담은 양자 조약을 체결한 다음 날이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소련)가 북한에 접근할 때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충격을 줬다. 러시아가 동방에서 미국 진영과 경쟁에 집중할 때마다 한반도 정세가 긴장되고 심지어 동북아에 새로운 군비 경쟁 혹은 충돌을 야기했다. 그래서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 모두와 좋은 친구이지만 러·북 양자 관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처럼 왕 연구원은 러시아의 동진을 보는 중국의 불편한 심리를 숨기지 않았다. 검열 당국도 방관하며 암묵적으로 동조했다.   이어 홍콩 중문대학의 유명 학술저널 ‘이십일세기’는 8월호에 ‘동북아 안보구조’를 다뤘다. 선즈화(沈志華) 화둥사범대 종신교수는 북·중·러 애증의 삼각관계를 “취약한 연맹”으로 표현했다. 중국 개혁개방 직후 북한의 불만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소련 군함의 북한 입항을 허용하고, 소련 항공기에 영공을 열어줌으로써 사실상 중국 안보에 위협을 가했다”고 회고했다.   선 교수는 결론에서 “중·소·북 3국의 내부 관계는 전면적인 화해를 이루기 어렵고 비록 공동의 적을 상대해도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르고, 누가 우두머리가 되느냐 문제가 있었다”라며 “만일 중국이 러·북 동맹에 참여한다면 중국이 일관되게 견지해 온 주변의 안정과 평화적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표 및 전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했다. 러·북과 거리두기를 촉구한 것이다.   이제 북한의 우크라이나 참전으로 북·중·러 삼국지에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 13세기 칭기스칸과 우구데이의 몽골군 이후 8세기 만에 아시아 군대의 유럽 등장이다. 유럽인들은 당시를 떠올리지 않을까.   중국에는 당장 북·중 친선의 해베이징 폐막식이 숙제다. 수교 75주년 기념일(10월 6일)은 지났다. 11월 미국 대선과 다자외교 시즌 이후로 예상된다.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위원장과 김덕훈 총리가 북 대표단 단장 물망에 오른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과 외교 실력이 시험대에 섰다. 신경진 / 한국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장글로벌 아이 삼각관계 애증 블라디미르 러시아 발전연구회 연구원 동북아 안보구조

2024.11.03. 17:15

[살며 생각하며] 삼각관계

  추운 정월에 친구는 가벼운 트렁크를 하나 끌고 우버에서 내렸다. LA에 사는 친구는 맨해튼에 있는 아들을 보러 왔다. 아들 아파트에서 하루 이틀을 보내더니 별안간 우리 집에 오겠다고 했다. “어디 이불집 없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이불 타령을 한다. “J의 이불이 다 해졌지 뭐야.” J는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애지중지하는 아들이다.     친구를 태우고 이불집으로 향했다. 마침 극세사 이불이 세일 중이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하얀색 이불과 침대에 까는 패딩까지 세트로 샀다. “여친이주말마다 오는 모양이야. 그래서 피난 왔어.” “J의 결혼은 네가 바라던 일이잖아.” 그런데 친구의 얼굴이 심란해 보였다. 여친을 한번 보자고 했더니, 아들이 대답하지 않는다고 한다.     “뭐, 강아지 때문이라고?” 나는 놀라서 물었다. 여친이 강아지를 데리고 온다는 것이다. 강아지는 잠시도 제 엄마를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둘 사이에 끼어서 자기만 예뻐해 달라고 틈을 주지 않는 모양이다. 둘이 저녁이라도 먹고 들어오면 마루에 오줌을 여기저기 싸 놓고, 여친이 잠깐 밖에 나가면, 자기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J의 눈치만 본다고 한다. 강아지는 자기 엄마에게 나타난 낯선 남자가 싫고, J는 자신이 강아지 뒤로 밀리는 느낌인 것 같았다. 결국 강아지 때문에 두 사람은 대판 싸우기까지 했단다.     강아지는 몸도 성치 않다고 한다. 슬개골이 탈골되어 수술해야 하는 모양이다. 지난 연말에 여친이 강아지를 데리고 한국의 부모님 집에 다녀 왔다. 본가에는 엄마의 고양이가 있다. 나이 많은 고양이가 팔랑대는 강아지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던지, 엄마가 어서 데리고 미국으로 가라고 했단다.     “나 같으면 한국에서 강아지 수술도 시키고 당분간 맡아줄 텐데. 남친이 싫어한다는데.”     “그 엄마도 내 고양이가 먼저겠지. 딸의 강아지보다도.” 친구의 걱정을 듣고 있던 내가 말했다.   그러잖아도 드라마로 빗어지기 쉬운 사람들. 그 사이에 개와 고양이까지 등장하여 갈등을 보태주고 있다. 특히 요즘 젊은 남녀는 ‘밀당’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연애도 사절하는 분위기다. 결혼은 물론 자식까지 안 낳는 세상에서 개와 고양이가 호사를 누리고 있다. 친구의 안타까운 마음이 이해되었다.     차가운 뉴욕 날씨 탓인지 친구는 감기까지 걸렸다. 따끈한 만둣국을 훌훌 마시면서, 이제는 아들 집에 덜 와야겠다고 말한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들의 전화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주말이 지나자, J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우버 불렀어요. 3분 후에 도착한대요.” 친구는 자신의 한두 옷가지가 든 트렁크는 이미 싸 놓았다.     세탁기에 돌린 이불은 보송보송하게 잘 말라 있었다. 친구는 이불을 착착 개어서 케이스에 넣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정작 여친이 강아지를 놓고 오니까 J가 강아지를 보고 싶어 하는 거야.”   친구는 이제 삼각관계가 해결될 것 같다면서, 이불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김미연 / 수필가살며 생각하며 삼각관계 강아지 수술 강아지 때문 어디 이불집

2024.02.0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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