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데스티노’는 지난달 29일 램리 글렌데일에서 한정 개봉에 들어갔고 곧 전국 개봉될 예정이다. 러닝타임 112분. [Strand Releasing]
야하다. 그러나 예술적이다. 네온과 햇살의 광채 속, 어우러지는 욕망, 폭력 그리고 섹스!
언제나 열정과 욕망이 가득한 영화를 만드는 브라질 출신의 카림 아이누즈 감독은 비주얼 아티스트다. 그의 영상은 감성적이고 시적이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들에는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2024년 칸 영화제에 공식 출품되어 황금종려상 후보에 올랐다.
'모텔 데스티노(Motel Destino)'는 강렬한 욕망과 열정의 공간인 모텔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밀도 있게 연출한 아이누즈 감독의 감각이 돋보인다. 감독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권력 구조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노소 문제, 빈부 격차 등 브라질의 특징적 갈등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삼각관계로 얽힌 에로틱 느와르에 스릴러가 가미된 이 영화는 브라질 권력에 대한 심층적 탐구이기도 하다.
브라질 북동부 해안, 뜨거운 태양 아래 도로변에 자리한, 조잡하지만 화려한 네온빛 모텔. '운명(Destino)'이라는 이름의 모텔 데스티노는 욕망과 폭력이 뒤섞인 '섹스 모텔'이다.
이곳에서 세 사람의 운명이 뒤섞인다. 모텔을 운영하는 엘리아스와 그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 다야나, 그리고 도망 중인 헤랄도 사이의 운명적 욕망!
엘리아스는 다혈질이고 난폭하다. 관음증적인 속성을 지닌 그는 아내에 대해 매우 권위적이다. 아내 다야나가 주로 모텔을 관리한다. 젊고 아름다운 그녀는 억압적인 결혼 생활에 지쳐 불안증세를 보인다.
이곳에 21세의 삼류 범죄자 헤랄도가 숨어들어온다. 범죄 조직과 관련된 일을 하다 망치고 도주하던 그는 조직과 경찰 모두에게 쫓기고 있다. 그의 형은 이미 살해됐다.
엘리아스와 다야나는 헤랄도가 위기에 놓여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잡일을 시키며 잠자리를 제공한다. 헤랄도는 다야나에게서 매력을 느끼고,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진다. 남편에 대해 환멸을 느껴오던 다야나 역시 젊은 헤랄도에게 감정적으로 이끌린다.
서로를 유혹하는 두 사람은 결국 결탁하고 점차 모텔 내에 삼각관계의 깊은 갈등을 불러온다. 그들은 이윽고 엘리아스를 제거하고 함께 도주할 계획을 세운다.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채, 모텔 방 사이에 돈이 오가고 쾌락이 거래된다. 복도에서 늘 황홀경에 이르는 신음들이 들리는 모텔 데스티노는 인간 모두의 음탕한 세상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불안정한 권력관계에 욕망과 유혹이 깊은 갈등을 유발한다. 늘 은밀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은 엘리아스의 비디오에 의해 관찰된다.
욕망과 유혹의 삼각관계가 주 테마를 이루는 가운데 스릴과 섹스가 시각적 몰입감을 더해가는 영화 '모텔 데스티노'는 3명의 탄탄한 앙상블 연기에 의존하며 느리지만 거칠게 전개된다. 잭 니콜슨 주연의 1984년작 '우체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가 연상되는 영화. 결말의 반전보다 결말에 이르는 은밀한 과정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