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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의 상처 지우는 손길

지난 주말 LA다운타운에서 벌어진 난동으로 상가 유리창과 외벽이 훼손되자 업주들이 직접 낙서 제거 작업에 나섰다. 오른쪽 사진에서는 한 남성이 음식점 창문에 덧씌워진 낙서를 긁어내고 있고, 왼쪽 사진에서는 상점 외벽 전체를 뒤덮은 검은 낙서를 업주가 페인트로 덧칠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낙서 상처 상처 지우 낙서 제거 상점 외벽

2025.05.2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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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탄 상처 노린 악행 중단해야

 LA 등 남가주 지역에서 동시다발적 산불이 발생한 지 열흘째다. 피해 규모는 집계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역대 최악을 향하고 있다.   5개 지역 산불 중 해변가 ‘팰리세이즈 산불’과 알타데나 지역을 덮친 ‘이튼 산불’로만 24명이 숨졌고 37명이 실종상태다. 임야 3만8000에이커, 건물 1만3000여 채가 잿더미가 됐다.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주민은 8만8000명에 달한다. 화마의 끝은 아직 기약이 없다. 진화에 8000명이 투입됐지만 불길은 통제불능이다. 설상가상으로 강풍이 또 휘몰아친다고 한다.   지금 피해자들에게 재난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다.     피해 지역에 약탈범들이 들끓고 있다. 2개 산불 지역에서만 절도 등으로 40명 이상 체포됐다. 이중 몇몇은 소방관 복장을 하고 피해 지역을 쇼핑하듯 털었다고 한다.   피해 지역을 도우려는 선의를 악용하는 기부 사기도 성행하고 있다. 공신력 있는 단체와 유사한 이름을 써서 기부자를 속여 후원금을 갈취하는 수법이다. 정부는 비영리단체 평가 인증기관 BBB(bbb.org)를 통해 신뢰할 만한 단체인지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타인의 고통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이들은 또 있다. 일부 건물주들이다. 산불 인근 지역의 임대 주택이나 아파트 렌트비가 최근 폭등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정의로운 경제 전략 행동(Strategic Actions for a Just Economy)’에 따르면 산불 이후 올려진 임대 광고중 최소 400여개 이상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평균보다 최소 30%에서 많게는 75%까지 임대료를 올렸다. 이 단체에 따르면 LA한인타운 인근 한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2400달러였던 렌트비를 3개월 만인 1월9일자 광고에선 3300달러로 900달러 인상했다. 앞서 개빈 뉴섬 주지사는 산불 피해 지역의 렌트비의 인상 상한선을 10%로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지만, 욕심은 법을 넘고 있다.   다행히 아파트 소유주협회에서는 협회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10% 이상 렌트비를 올릴 경우 가주 법무부에 고발하고 기소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일터와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막막한 미래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올바른 대처가 필요한 때다. 소방당국은 조속한 진화에 최선을 다하고, 사법당국은 불법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피해들에 대한 경제적·정신적 지원도 지체돼선 안 된다.  사설 상처 악행 지역 산불 산불 지역 피해 지역

2025.01.15. 19:09

[등불 아래서] 상처를 아는 손

온 힘을 다해 하루를 달리던 해가 뉘엿거리며 지평선 너머로 몸을 누일 때면,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창문 너머로 옹기종기 비친다. 어깨 위로 내려앉은 붉은 노을을 맞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의 모습에는 인생의 무게가 묵직하게 얹혀 있다. 생각해 보면, 이들 중 처음부터 그렇게 묵직한 걸음을 시작한 이가 어디 있으랴. 세상에 나와 첫걸음을 떼며, 발그레한 볼로 방 안을 씩씩거리고 누비던 그 아이가 바로 우리였다.   그러나 그 첫걸음이 어느새 수많은 발걸음이 되어버리고, 우리는 왜 걷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린 채 그저 앞사람을 따라 부지런히 발만 놀리며 살아간다. 집으로 돌아와 온종일 돌아 다녔던 발을 내려다보면, 거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돌투성이 길을 걸으며 굳은살이 박이고, 살기 위해 애타게 뛰어다니던 발은 어느덧 마디마디 모양이 변해버렸다. 독한 주인을 만나 바쁘게 달리다 발톱마저 빠져버린 발은 이제는 너무 지쳐 쉴 곳만을 찾는다. 흙먼지와 오물은 그곳까지 따라다니고 발은 조롱에 분노하고 멸시에 한숨 쉰다.   갈 길을 몰라 방황하다가 가고 싶지 않은 길을 억지로 걸었던 발, 남보다 앞서려고 한 걸음이라도 먼저 내밀려고 허둥대던 발. 서로를 밟고 짓누르며 뭉개던 발, 미움과 분노로 상처를 내던 발. 이 모든 발에는 깊은 흔적과 고통이 남아, 발을 꺼낼 때마다 우리는 아픔과 두려움을 마주 대하고 아픈 상처들은 외로움으로 더욱 깊어진다.   그런데, 우리가 부끄러워 숨기고 싶었던 그 발을 두 손으로 잡아주는 분이 있다. 우리가 어떤 길을 걸었고 무엇을 밟았든지 상관없이, 성큼 다가와 수건을 두르고 우리의 발을 씻겨주는 분이 있다. 더러움과 상처를 모르는 채로 잡는 것이 아니다. 그분은 우리의 지나온 길을 자신의 손에 담아 물로 씻고 수건으로 닦아준다. 작은 생채기 하나조차 놓치지 않는다.   그 손에는 더 깊은 상처가 보인다. 고통과 눈물을 아는 손, 외로움을 견뎌낸 손이다. 그래서 상처를 덮고 아픔을 감싸며,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준다. 마침내 우리의 발은 쉼을 얻는다. 상처에는 새살이 돋고, 굳은살이 밴 발에는 따뜻한 손의 온기가 남는다. 이제 남은 흔적은 숨기고 싶기만 한 상처가 아니다. 놀라운 손이 빚은 아름다움이다.   그분이 고요히 말한다. “너도 가서 이와 같이 하라.” 발은 이제 서두르지 않는다. 가야 할 길이 있는 발은 성실할 뿐이다.   [email protected]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등불 아래서 상처 더러움과 상처 어깨 위로 생채기 하나

2024.12.30. 18:45

[문장으로 읽는 책]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

글쓰기의 치유적 힘을 고민하면서부터 나는, 일류와 삼류는 바로 필자와 독자가 글을 통해서 얼마나 자신을 성찰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믿게 됐다. 글을 쓰면서 얼마나 위로받고 변화했는가.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내면에서 무엇을 발견했는가. 삼류에 냉소적인 나, 징징거리는 문체에 치를 떠는 나, 지적인 정보에 압도당하는 나, 평가나 판단에 급급해 글에 몰입하지 못하는 내가 보이는가. 신파에 눈물짓는 나,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남몰래 짜릿함을 느끼는 내가 보이는가. 그 외에 어떤 것들이 보이는가.     박미라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를 이끄는 저자의 치유적 글쓰기 안내서다.   “1. 초등학교 3학년 때 사회과목을 좋아하던 나는 학교에서 백지도 책을 산다고 300원을 가져오라그랬느데 엄마는 주지않았다. 엄마에게 처음으로 욕을 했었다. 물론 마음으로. 반 아이가 미술시간 준비물로 풀을 대신해서 흰쌀밥을 가져왔다. 난 그 밥이 먹고 싶었다.” 글쓰기 워크숍 참가자가 쓴  ‘내 인생이 서러운 100가지 이유’ 중 1번이다. 지금은 회사의 고위 간부가 된 그는 텅 빈 사무실에서 이 글을 썼다. “7. 20대 중반 정도에 나는 이를 해 넣었다. 오로지 나의 힘으로. 그 이가 지금까지 있다. 참 힘든 세월이었다.”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엉망이지만, 오롯이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는 힘을 가진 글. 낭독이 끝났을 때 참가자들은 함께 울었다. 저자는 “이 글이 그날 밤, 그녀와 우리 모두를 구원했다”고 썼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상처 치유적 글쓰기 글쓰기 워크숍 글쓰기 연구소

2024.11.13. 18:42

[우리말 바루기] 장애인에게 상처 주는 말

부지불식간에 사용하는 속담이나 관용구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들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러한 점을 지적한 적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꿀 먹은 벙어리’와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인권위는 ‘꿀 먹은 벙어리’는 문맥과 상황에 따라 ‘말문이 막힌’ ‘말을 못하는’ 등으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는 ‘일부만 알면서 전체를 알듯이’ ‘주먹구구식’ 등으로 바꾸어 쓸 것을 권하고 있다.   이러한 관용구에는 ‘눈먼 돈’과 ‘외눈박이 ○○’도 있다. ‘눈먼 돈’은 임자 없는 돈이나 우연히 생긴 공돈을 뜻한다. ‘외눈박이 ○○’은 한쪽으로 기울거나 편파적인 경우에 사용되는 말이다.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는 상황에 따라 ‘눈먼 돈’은 ‘주인 없는 돈’, ‘외눈박이 ○○’는 ‘편파 ○○’ 등으로 바꾸어 쓸 것을 제안하고 있다. ‘장애를 앓고 있다’는 표현 또한 장애를 질병이나 결함으로 여기는 것이기 때문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바꾸어 쓸 것을 권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역시 ‘눈 뜬 장님’ ‘벙어리 냉가슴 앓듯’ ‘귀머거리 삼년’ ‘절름발이 정책’ 등 ‘장님, 벙어리, 귀머거리, 절름발이’ 등이 들어간 속담이나 관용구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표현이라며 사용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우리말 바루기 장애인 상처 장님 벙어리 벙어리 냉가슴 절름발이 정책

2024.04.07. 17:37

[음식과 약] 나이 들수록 상처가 안 낫는 이유

나이 들수록 상처 치유가 느려진다.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은 나이든 군인은 상처 회복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1차 세계대전 때부터 기록된 사실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노인의 피부는 더 얇고 탄력을 잃으며 손상되기 쉽다. 나이 들면서 상처 치유에 필요한 케라틴을 생산하는 피부 세포도 힘이 떨어진다.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도 상처 치유를 방해한다. 혈당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혈액 순환이 힘들어지고 상처 복구도 더뎌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단백질과 같은 필수 영양소 섭취가 부족해도 문제가 생긴다. 비타민 C, 비타민 D, 아연과 같은 비타민과 미네랄의 결핍도 상처 치유가 지연되는 원인 중 하나다. 나이 들수록 사용하는 약의 가짓수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약 복용도 손상 부위 회복을 늦출 수 있다. 상처 치유의 첫 단계는 염증이다. 염증 단계는 상처가 생긴 직후부터 3~4일간 지속한다. 스테로이드·소염진통제와 같이 염증 억제 약을 먹으면 상처 회복이 더뎌질 수 있는 이유이다. 흔히 혈액을 묽게 하는 약으로 불리는 항응고제도 상처 치유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약 때문에 상처가 잘 안 낫는 걸 의심하여 의사와 상의하지 않고 스스로 약 복용을 중단하면 안 된다.   면역 체계가 전보다 늦게 작동하는 것도 치유가 지연되는 원인이다. 상처 부위가 새로운 피부층으로 덮이려면 주변의 피부 세포가 이주해야 한다. 이렇게 피부 세포가 이동하려면 근처 면역 세포의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2016년 미국 록펠러대 연구에 따르면 노화로 인해 피부 세포와 면역 세포 간 소통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 생후 2개월 된 생쥐(사람으로 치면 20세)와 24개월 된 생쥐(사람 나이 70세)를 비교한 결과, 케라틴 세포가 상처 부위로 이동하는 시간이 나이든 생쥐의 경우 훨씬 긴 것으로 나타났다. 케라틴 세포가 이주하려면 주변 면역 세포에게 도움을 청하는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나이든 생쥐의 케라틴 세포는 그런 신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이든 피부 세포이든 나이 들수록 소통이 중요한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상처가 빨리 낫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비누와 수돗물로 가볍게 상처 부위를 씻어내 주는 게 좋다. 소독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정상세포도 손상시킬 수 있다. 다음 단계로 습윤드레싱을 사용해주면 된다. 과거에는 습기가 상처를 감염시킬까 우려하여 딱지가 생길 때까지 건조하게 두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상처 치유에는 촉촉한 환경이 낫다. 주변의 피부 세포가 이동하여 해당 부위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이는 가벼운 상처에 국한된 설명이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음식과 약 나이 상처 상처 치유 상처 부위 상처 회복

2023.12.31. 17:27

[영상] 예능판 '오겜' 상처뿐인 1위…혹평에 소송까지 '시끌'

 영상 예능판 상처

2023.11.2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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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상처 주는 속담·관용구

장애인에 대한 비하는 직접적으로 장애인을 겨냥한 발언에서 나오는 경우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말하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예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부지불식간에 사용하는 속담이나 관용구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들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러한 점을 지적한 적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꿀 먹은 벙어리’와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인권위는 ‘꿀 먹은 벙어리’는 문맥과 상황에 따라 ‘말문이 막힌’ ‘말을 못하는’ 등으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는 ‘일부만 알면서 전체를 알듯이’ ‘주먹구구식’ 등으로 바꾸어 쓸 것을 권하고 있다.   이러한 관용구에는 ‘눈먼 돈’과 ‘외눈박이 ○○’도 있다. ‘눈먼 돈’은 임자 없는 돈이나 우연히 생긴 공돈을 뜻한다. ‘외눈박이 ○○’은 한쪽으로 기울거나 편파적인 경우에 사용되는 말이다.  ‘장애를 앓고 있다’는 표현 또한 장애를 질병이나 결함으로 여기는 것이기 때문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바꾸어 쓸 것을 권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역시 ‘눈 뜬 장님’ ‘벙어리 냉가슴 앓듯’ ‘귀머거리 삼년’ ‘절름발이 정책’ 등 ‘장님, 벙어리, 귀머거리, 절름발이’ 등이 들어간 속담이나 관용구는 장애인을 차별하는 표현이라며 사용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우리말 바루기 관용구 상처 장님 벙어리 벙어리 냉가슴 절름발이 정책

2023.05.10. 18:52

[중앙시론] 상처와 교훈을 동시에 준 ‘4·29 LA폭동’

지난해 4월은 사이구(4·29) 폭동 30주년으로 정말 바쁜 시간을 보냈다. CNN, LA타임스, NPR, AFN 등을 비롯해 한인 언론들, 그리고 한국 언론과도 인터뷰를 했다. 특히 CNN은 2시간짜리 사이구 30주년 특집 다큐를 제작했는데 1시간은 한인 사회를 집중 조명했다. 폭동 이후 30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한인 사회 모습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만큼 한인 사회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과거 한·흑 갈등에 질문의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작년에는 한인 사회의 변화와 위상에 대한 궁금증이 주를 이뤘다는 것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가 급증하면서 아시안 아메리칸, 특히 한인 사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을 반영한 것이었다.   UCLA 아시안 아메리칸 센터는 사이구 폭동 30주년을 맞이해 한인 기자들의 시각으로 본 특집 편저 책을 준비했는데 필자에게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논문을 써 달라는 부탁이 와 몇 번의 수정 작업을 한 후 최근 출판이 되었다. 이 책의 앞뒷면은 퓰리처상을 2번이나 수상한 강형원 전 LA타임스 기자의 사진으로 꾸몄다. 폭동 당시 한인들이 합심해 한인 상가의 불을 끄는 모습이다.  당시 한인 타운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소방차와 경찰이 출동하지 않아 한인들 스스로 화재 진압에 나서야 했다. 이 사진은 당시 한인 사회의 피해에 대한 관계 기관의  무관심과 방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논문을 통해 사이구는 흑·백의 문제를 넘어 한인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교훈을 던져준 역사적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31주년이라 별다른 행사가 없었다.  그런데  31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이구를 역사적으로 되새기며 차세대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점이 너무 슬프다. 사이구 폭동은 미주 한인 사회 100년사에서 가장 큰 상처와 교훈을 준 역사적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가 기억하며, 차세대들에는 역사 교육의 현장이 될 공간이 없는 것이다.   한미박물관은 1990년대 이후 설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그리고 2012년 10월 LA시로부터 한인타운 6가와 버몬트의 시 소유 주차장 부지를 1년 1달러의 임대료로 50년간 장기임대를 받았다. 한미박물관 건립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이어 본격적인 기금 모금이 시작되었고 한인 사회로부터 어느 정도 호응을 얻은 듯했으나 설계가 4번이나 바뀌는 등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이는 커뮤니티 사업으로 진행되며 성공적인 기금 모금 활동 등을 통해 완공한 일미박물관, 아르메니아박물관과 대조된다.     일미박물관은 일본계 커뮤니티, 정치권, 일본의 다국적 기업이 합심해서 이루어낸 훌륭한 역사적 업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00대대 출신으로 일본계 미국인 재향군인회 회장을 역임했던 고 김영옥 대령도 일미박물관 건립에 큰 역할을 했고, 그는 한미박물관 설립 사업 초기 배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글렌데일의 아르메니안 박물관은 사업 시작 7년 만에 문을 열어 한인 사회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성공적인 기금 모금과 정치인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밑바탕이 됐다.     한미박물관이 계획대로 완공되었다면 사이구 관련 각종 행사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행사는 물론 폭동 관련 전시물과 강연, 그리고 영상 등을 통해 한인 사회가 경험한 아픔을 차세대와 타 커뮤니티와 공유하고 함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차세대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사이구 폭동같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을 차세대들에 올바로 알릴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한미박물관은 일부 이사들이 아니라 한인 사회가 주인이라는 새로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기금 모금 등에 차세대의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필자는 한미박물관등의 건립과 운영은 차세대들이 주도하고, 1세대들은 기금 모금과 정부 등의 매칭 펀드 확보에 주력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이구 폭동 31주년을 맞이하면서 이제 우리의 숙원인 미주한인사 정립 및 보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역사를 모르면 닻을 내리지 못하는 배처럼 정처 없이 표류하게 된다. 상처와 교훈을 동시에 던져준 사이구의 역사적 의미를 통해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 확립해야 한다. 코리안 아메리칸의 정체성은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역사의식에서 출발하고 가능하다.   장태한 / UC 리버사이드 교수·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장중앙시론 la폭동 상처 한인 사회 사이구 폭동 한인 언론들

2023.05.0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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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물지 않는 상처

“그렇게 비싼 게 왜 필요해요? 튼튼하고 편하면 되지.”   벌써 30년 전 인가? 6월 초 어느 날 벼루고 별로 어머니 모시고 안경점엘 갔다. 남가주 초여름의 환상적인 날씨에 오랜만에 아들과 같이하는 외출이 그렇게도 좋으신지 들뜬 마음을 드러내시며 아이들처럼 연신 즐거워하셨다. 그녀의 이렇게 밝은 표정에 나도 평소의 복잡한 생각과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상쾌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민 초기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어쩔 수 없이 넘어야 할 산. 정원에서 나무하나 풀 한 포기 옮겨 심어도 다시 제 자리 잡게 하려 하면 적지 않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때론 바램을 비웃듯 안타깝게 실망으로 끝나기도 하고.  강하다 곤  하지만 환경변화에 한없이 약한 게 인간 아닌가?   낯선 거리와 사람들 긴 세월 학교에서 배운 영어는 믿음을 배반하고 당장 하루하루의 삶은 절박하기만 한데 차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동차의 나라에서 차는 고사하고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 운전을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 갈 길은 먼데 넓고 험한 강을 만난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언제 끝날지 모를 견디기 힘든 긴장과 휴식 없는 긴 시간의 노동이었다.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서 있지만 내가 이민 오던 1970년대 중반만 해도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6·25, 4·19등 오랜 격변기를 거치며 사회 전체가 엄청난 혼란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부족한 형편에서 별도의 교육 없이도 근검절약을 알았고 또 그런 자세가 아니면 살아 남을 수 없었다.   이런 습관은 타고난 기질처럼 우리 몸에 각인되었고 풍요의 나라 미국에 와서도 크게 달라 진 게 없는 것 같다. 여기서 자라 교육받은 아들은 “아빠, 거지처럼 살지 마세요.” 한다.   즐겨 쓰지 않으면서도 싼 물건을 보면 욕심내고 페이퍼 타월 한장도 반으로 쪼개 쓰고 한번 쓴 걸 버리지 못하고 다시 말려서 써야 마음이 편하다.   옷을 사러 가도 빨간 딱지 붙은 세일 품목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고 맥도날드나 칼스주니어 등에서 아까워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가져온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컵이 집안 구석구석 넘쳐 흐른다.   이상한 일은 우리 세대보다 더 험한 세월을 보내셨을 어머니는 달랐다. 무얼 하나 사도  최고의 좋은 걸 고르시곤 오래오래 사용하며 즐기셨다.   일제강점기 아버지 따라 일본생활도 하셨던 당신. 그때 샀던 가위는 40년이 지나 미국 올 때도 이민 보따리에 묻어와 한참 사용했을 정도로 튼튼하고 품질이 우수한 것이었다.   “좋은 물건은 비싸도 비싼 게 아니야, 잘 모르겠으면 비싼  거로 사면 돼!”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 날도 잘 나가다 안경테에서 의견이 갈렸다. 80넘어 주로 집에만 계시던 분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보기 좋고 비싼 고급 안경테에 마음이 끌리신 것이다.   비록 조금씩 자리는 잡혀가곤 있었지만, 이 기회의 땅도 아직까진 감히 내 나라라고 할 만큼 가까이 느끼지 못하고 있었고 나와 내 가족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습관처럼 나를 억누르고 있었다.   일 이백불 차이이지만 꼭 필요한 지출이 아닌 금액으론 너무 커 보였다. 그걸 고집하시는 어머니가 야속하기까지 했다.   결국 내가 이겼다. 잘 말씀 드려(?) 억지로 중간쯤 적당한 것으로 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가 이겼다고 생각한 건 잠시의 착각. 며칠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같이 안경점에 갔던 그다음 날 나만 모르게 자신이 갖고 싶었던 테로 바꿔 사셨다고 한다.   그 일에 대해선 더는 서로 얘기를 안 했다. 하나 왠지 씁쓸한 뒷맛은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그분이 안 계신 지금 현재 내 생각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긴 했지만. 가끔 자신을 뒤 돌아보다 낯선 나를 만나곤 한다. 아마 그때의 나도 나 자신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그런 나가 아니었을까?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안경테 하나에 그렇게 인색한 자식의 모습에 “도대체 이것도 내 자식인가?” 하고  얼마나 실망하시고 속이 상하셨을까? 자기 자식에겐 크레딧카드를 내주면서 자신의 어머니에겐 사소한 지출까지 신경을 쓴다?   부모 자식 사이에 서로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근본적으로 많이 다른 것 같다.   경우에 따라 얼마 간의 차이야 있겠지만, 부모의 자식 사랑은 조건 없이 이루어지는 본능 같은 것이고 자식의 부모 사랑은 외견상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의식을 통해 관습적으로 행해지는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은 아닌지? 그래서  부모라는 직업은(?) 항상 손해를 보고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는가 보다.   곁에서 떠나신지도 어언 20여년,  이 젠 나도 안경없이는  하루도 지낼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어쩌다 안경점에 들를 때, 우연히 거리에서 멋진 안경을 쓰신 할머니들을 보게 될 때   자신도 모르게 불쑥불쑥 아프게 다가오는 이 아물지 않는 상처는 어떻게 하면 지울 수 있을까?   무심히 흘려버린 그때 그 축복의 시간으로 돌아만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명근 / 수필가수필 상처 자식 사랑 부모 자식 부모 사랑

2022.07.21. 20:10

[한마디] “진실이 때로는 상처를 주지만 그것은 곧 나을 정도로 가볍다.”

 “진실이 때로는 상처를 주지만 그것은 곧 나을 정도로 가볍다.”   앙드레 지드·프랑스 소설가 한마디 진실 상처 프랑스 소설가

2021.12.0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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