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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행복통신문] 가정폭력 생존자의 고백

10월은 ‘가정폭력 인식의 달(Domestic Violence Awareness Month)’이다.   이 기간은 폭력의 굴레 속에서도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강인함을 기리고,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억하며, 침묵 속에 학대를 숨기도록 하는 통념에 맞서기 위해 마련됐다.     한인사회에서 ‘가정폭력’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낯설게 들린다. 어딘가 멀리서, 혹은 영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폭력은 평범한 가정의 벽 뒤, 평범한 얼굴 뒤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인가정상담소(KFAM)에 도움을 요청한 여성이 자신의 사연을 공유했다. 그녀가 침묵을 깨고 용기를 낸 사연은 KFAM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2017년 생일 날, 지인 소개로 남편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의 밝은 미소와 따뜻한 말투는 한국에서 알던 소년을 떠올리게 했고, 우리는 운명처럼 만났다고 믿었습니다.     3년의 교제 끝에 결혼했습니다. 저는 비자 신분이었고 그는 미국 시민이었습니다. 결혼 후 내 인생이 새로 시작된 듯했지요. 처음 몇 달은 행복했습니다. 함께 집을 꾸미고 미래를 이야기하며 가족을 키울 꿈을 나눴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정했던 그의 말투는 점점 날카로워졌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유리조각처럼 마음을 베었습니다. ‘내가 예민한 걸까, 더 잘해야지’ 그렇게 나 자신을 탓하며 참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니가 한국에서 이주해 오셨습니다. 그때부터 제 세상은 조금씩 무너졌습니다. 매일 시어머니의 폭언이 이어졌고, 곧 밀치기와 뺨 때리기, 모욕으로 변했습니다. 시어머니는 제가 영주권을 얻기 위해 결혼했다고 비난했고, 남편은 그 말을 믿었습니다.   한때 저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던 그는 등을 돌렸습니다. ‘영주권을 원하면 시키는 대로 하라’며 그는 일주일에 한 번만 집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완전히 고립됐습니다. 두려움과 수치심 사이에 갇혀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믿게 됐습니다. 거울 속의 나조차 낯설었습니다. 그렇게 삶의 숨결이 멎어가던 중, KFAM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단지 이민 신분 문제를 상담하러 갔지만, 그곳에서 저는 더 큰 것을 얻었습니다. 제 말을 믿어주는 사람들, ‘당신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상담과 치료를 통해 다시 숨을 쉬고, 제 힘으로 일어서는 법을 배웠습니다. 두려움 없이 말하고, 제 가치를 보는 법도 배웠습니다. KFAM은 어둠 속 터널에서 비춰준 빛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누군가가 제 존재를 ‘봐주었다’고 느꼈습니다. 그곳에선 안전했습니다.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이민 여성들이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사연이다. 언어 장벽, 문화적 낙인, 경제적 의존, 추방에 대한 두려움이 침묵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야”, “누구도 믿어주지 않을 거야” 이런 생각이 생존자들을 고립시킨다.   KFAM은 그런 이들의 이야기를 매일 마주한다. 상담소는 매년 수백 명의 생존자에게 위기상담, 법률 지원, 긴급 주거, 장기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공포 속에서 시작된 이들의 여정은 안전과 신뢰, 공동체의 품 안에서 ‘자기회복’과 ‘자존감’으로 변모해간다.   이달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가정폭력은 단지 물리적 폭력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통제’의 문제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없어도, 마음의 깊은 상흔을 남긴다. 폭력은 두려움 속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의 고립 속에서 자란다. 임금 통장을 빼앗고, 이민 서류를 인질로 삼고, 상대를 세상과 단절시키는 것, 바로 폭력이다.   폭력은 침묵 속에서 지속되고, 치유는 용기와 목소리로부터 시작된다. 당신이나 주변의 누군가가 위험에 처해 있다면, 혼자가 아니다. 언어와 문화의 벽 너머로도, 당신을 도와줄 손길은 있다.   이달의 인식 캠페인이 단순한 ‘인식’에 그치지 않고 ‘행동’과 ‘연대’, 그리고 공동체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상담:(213)338-0472/KFAM 24시간 핫라인 캐서린 염 / 한인가정상담소 소장가정 행복통신문 가정폭력 생존자 가정폭력 생존자 가정폭력 인식 최근 한인가정상담소

2025.10.22.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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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지하철 선로로 밀려 '죽을 뻔'... 생존자가 말한 공포의 순간

  AI 생성 속보영상 지하철 생존자 지하철 선로

2025.01.2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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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외신 "윤, 비참한 생존자"…'성조기 흔드는 지지자들' 분석도

 영상 생존자 성조기 지지자들 분석

2025.01.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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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사망한 충돌사고의 유일한 생존자가 된 5세 소년

지난 12월 15일, 콜턴 10번 프리웨이에서 차량이 도로를 이탈해 나무 그루터기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하면서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네이선 로드리게스(5)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여자친구, 그리고 두 조부모를 잃고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     네이선은 현재 UC 어바인 메디컬 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상태는 여전히 위중하다. 어머니 아드리아나 슈렘에 따르면 네이선은 사고 이후 지금까지 7번의 수술을 받았다. 그는 심각한 화상으로 인해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으며, 팔꿈치 아래로 양팔이 절단되고 두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또한 피부 세균 감염으로 항생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슈렘은 “머리, 눈, 입술 등 여러 부위에 전문 치료가 필요하다”며 “아직도 상태는 위중하지만, 매일 수술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고는 10번 프리웨이 동쪽 방향 리버사이드 애비뉴 근처에서 발생했으며,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한편, 네이선 가족을 돕기 위해 고펀드미(GoFundMe) 페이지가 개설됐다. 슈렘은 “삶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하세요. 누구와 갈등이 있다면 풀고 행복하게 사세요. 인생은 너무 짧고, 순식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라고 전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AI 생성 속보충돌사고 생존자 네이선 로드리게스 네이선 가족 프리웨이 동쪽

2024.12.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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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훔친 10대들, 검문 피해 도주하다 충돌...탑승자 4명 사망

지난달 28일 업랜드 지역에서 경찰의 검문을 피해 도주하던 차량이 다른 차량과 충돌, 10대 세 명을 포함한 총 네 명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1일 샌버나디노 셰리프국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새벽 1시 48분 풋힐 블루버드와 아치볼드 애비뉴 인근에서 음주운전(DUI) 의심 차량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2018년형 현대 세단 자동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는 차를 세우라는 경찰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빠른 속도로 도주했다. 그로부터 약 6분 뒤, 5마일 떨어진 교차로에서 2010년형 머스탱 차량과 충돌한 뒤 전봇대를 들이받아 현장에서 네 명이 즉사했다.  셰리프국에 따르면 이날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도주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헤수스 길렌(16)과 조엘 실바(16), 그리고 마이클 에이드리언 고메스(17) 등이다. 셰리프국은 네 번째 사망자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해당 차량에는 13세 소년도 탑승해 있었으며 그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주 차량이 들이받은 머스탱에 타고 있던 35세 남성과 21세 여성 두 명 역시 병원으로 이송된 상황이다.   한편 셰리프국은 사망자들이 타고 있던 현대 차량은 폰타나에서 도난 신고가 들어온 차량이며 장전된 총 한 정이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김영남 기자 [[email protected]]검문 도주 차량 캘리포니아 음주운전 DUI 머스탱 현대 10대 생존자 병원 도난 차량 장전된 총 사망 즉사

2024.07.0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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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긴급구호대 생존자 5명 구조…골든 타임 지났지만 무사

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역에 급파된 ‘대한민국 긴급구호대(KDRT)’가 활동 첫날인 9일 오전(현지시간) 생존자 5명을 구조했다.   인명구조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났는데도 무사히 구조돼 희망을 안겼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튀르키예 동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 지역에서 활동 중인 KDRT가 이날 오전 11시 50분까지 구조한 생존자는 70대 중반 남성, 40세 남성, 2세 여아, 35세 여성, 10세 여아 등 5명이다.   구조자 중 35세 여성은 손가락 골절을 입었지만 생존자 모두 건강 상태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국제공항에 도착한 KDRT는 튀르키예 측 요청에 따라 이날 오전 5시부터 안타키아에서 구호 활동을 진행했다.   안타키아는 하타이의 주도로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인구는 21만8000명이다.   진앙지인 가지안테프주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80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으로, 이번 지진의 직접적 영향을 받아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편 KDRT는 외교부 1명, 국방부 49명, 소방청 62명, KOICA(한국국제협력단) 6명 등 총 118명으로 구성됐다.   한국 정부가 파견한 긴급구호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긴급구호대 생존자 한국 긴급구호대 대한민국 긴급구호대 긴급구호대 가운데

2023.02.09. 21:54

[기고] 생존자, 후손, 구경꾼

“사람들은 다큐 감독을 인간쓰레기라고들 하지요.” ‘수프와 이데올로기’의 감독 양영희가 최근 관객과의 대화에서 꺼낸 첫마디다. 그는 재일코리안 2세로 자기 가족 이야기를 26년째 화면에 담고 있는 “잔인한” 사람이다. 그의 산문집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는 여러 모서리 중 하나에 제주 4·3을 배치했다. 어머니가 겪은 역사다. 이 이야길 읽고 다음날 나는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그의 영화를 보고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제주 4·3평화공원을 다녀온 뒤 현기영의 ‘순이삼촌’과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4·3을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열광적인 구경꾼의 위치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구경꾼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4·3을 겪지 않았고, 그런 가족을 두지 않아 트라우마 없이 공원을 거닐고 영화를 관람하며 독서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경꾼의 안전한 위치를 역사상 수많은 학자와 문필가가 고찰했고, 파선한 배를 바라보는 구경꾼들을 고찰하며 한스 블루멘베르크는 ‘난파선과 구경꾼’이라는 역작을 펴낸 바 있다. 다행히 근대에 들어 헤겔이 구경꾼에게 ‘반성적 주체’의 지위를 부여하면서 구경꾼과 난파선 생존자 간의 거리감은 좁혀졌다. 게다가 국가나 사회가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불신이 팽배한 현대에는 구경꾼조차 땅 위에 서서 널빤지를 잡고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한다.   어떤 재난이나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중 상당수는 침묵을 지킨다. 대체로 20세기의 참사들은 이념과 긴밀히 엮여 있어 권력이 함구를 명했고, 사람들은 입을 여는 순간 목이 날아가리라는 위협을 느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로즈너의 어머니가 그랬고, 양영희 감독의 어머니가 그랬다. 하지만 난파자의 2세들은 다르다. 그들은 그걸 글로 쓰거나 카메라에 담는다. 그들은 부모의 입이 언젠가 열릴 것을 알아 작가로서 기량을 연마했다가 말이 흘러나오는 순간 제 몸속에 새긴다.   사실을 기록하는 다큐 감독은 역사가와 비슷한 임무를 띤다. 즉 인간의 고통을 잘 전달하기 위해 초연한 르포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양 감독은 어머니의 말문이 트이길 오래 기다렸다. 자신의 입은 닫은 채. 인터뷰어가 재촉하면 상대는 오히려 말을 삼킨다. 한번 다물어진 입은 웬만해선 열리지 않는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좀더 객관적으로 증언하게 할 매개체가 우연히 주어졌으니, 양 감독이 남북 이데올로기와는 동떨어진 일본인 남자를 사귀게 된 것이다. ‘백지상태’의 인물이 등장하자 어머니는 친절하게 자신의 기억을 불러내기 시작했고, 감독은 70년도 더 된 이야기를 눈앞의 현실처럼 목격할 수 있었다.   이야기에는 논픽션과 픽션이 있다. 둘 다 중요한 역할을 떠맡는다. 유대 신비주의 연구자 숄렘은 ‘역사 기록’을 통과하지 않은 채 현실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물들의 본질에 침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큐 감독 역시 가만히 놓인 사물을 통해 역사에 침투해 들어간다. 역사를 탐구하는 일과 이야길 들려주는 일은 사실상 동일하다고 숄렘과 아감벤 등은 강조한다.   이때 작가가 주의할 점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은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망각해야만 밑바닥에서 떠오르는 “검은빛 조각들”이 있다. 망각한다는 것은 양영희식으로 바꾸면 상대가 말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이다. 어머니가 곧 죽거나 치매로 기억을 잃을 위험이 있어도 기다려야 한다. “자신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애가를 참을성 있게 읽지 못하고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송가를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은 작가라고 할 수 없다.”(크라카우어)   영화와 글을 보는 구경꾼은 자칫 방관자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러니 이들도 생활세계 속에서 자신을 역사가의 위치에 놓으려고 애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는 어리석은 채 즐기는 이가 되거나 혹은 사건들이 주는 두려움에 꼼짝없이 붙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4·3이든 10·29 참사든. 이은혜 / 글항아리 편집장기고 생존자 구경꾼 생존자 후손 난파선 생존자 다큐 감독

2022.11.21. 20:47

[기고] 생존자, 후손, 구경꾼

“사람들은 다큐 감독을 인간쓰레기라고들 하지요.” ‘수프와 이데올로기’의 감독 양영희가 최근 관객과의 대화에서 꺼낸 첫마디다. 그는 재일코리안 2세로 자기 가족 이야기를 26년째 화면에 담고 있는 “잔인한” 사람이다. 그의 산문집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는 여러 모서리 중 하나에 제주 4·3을 배치했다. 어머니가 겪은 역사다. 이 이야길 읽고 다음날 나는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그의 영화를 보고 감독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해 제주 4·3평화공원을 다녀온 뒤 현기영의 ‘순이삼촌’과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4·3을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열광적인 구경꾼의 위치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구경꾼은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 4·3을 겪지 않았고, 그런 가족을 두지 않아 트라우마 없이 공원을 거닐고 영화를 관람하며 독서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경꾼의 안전한 위치를 역사상 수많은 학자와 문필가가 고찰했고, 파선한 배를 바라보는 구경꾼들을 고찰하며 한스 블루멘베르크는 ‘난파선과 구경꾼’이라는 역작을 펴낸 바 있다. 다행히 근대에 들어 헤겔이 구경꾼에게 ‘반성적 주체’의 지위를 부여하면서 구경꾼과 난파선 생존자 간의 거리감은 좁혀졌다. 게다가 국가나 사회가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불신이 팽배한 현대에는 구경꾼조차 땅 위에 서서 널빤지를 잡고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한다.   어떤 재난이나 참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중 상당수는 침묵을 지킨다. 대체로 20세기의 참사들은 이념과 긴밀히 엮여 있어 권력이 함구를 명했고, 사람들은 입을 여는 순간 목이 날아가리라는 위협을 느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로즈너의 어머니가 그랬고, 양영희 감독의 어머니가 그랬다. 하지만 난파자의 2세들은 다르다. 그들은 그걸 글로 쓰거나 카메라에 담는다. 그들은 부모의 입이 언젠가 열릴 것을 알아 작가로서 기량을 연마했다가 말이 흘러나오는 순간 제 몸속에 새긴다.   사실을 기록하는 다큐 감독은 역사가와 비슷한 임무를 띤다. 즉 인간의 고통을 잘 전달하기 위해 초연한 르포 형식을 취하는 것이다. 양 감독은 어머니의 말문이 트이길 오래 기다렸다. 자신의 입은 닫은 채. 인터뷰어가 재촉하면 상대는 오히려 말을 삼킨다. 한번 다물어진 입은 웬만해선 열리지 않는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좀더 객관적으로 증언하게 할 매개체가 우연히 주어졌으니, 양 감독이 남북 이데올로기와는 동떨어진 일본인 남자를 사귀게 된 것이다. ‘백지상태’의 인물이 등장하자 어머니는 친절하게 자신의 기억을 불러내기 시작했고, 감독은 70년도 더 된 이야기를 눈앞의 현실처럼 목격할 수 있었다.   이야기에는 논픽션과 픽션이 있다. 둘 다 중요한 역할을 떠맡는다. 유대 신비주의 연구자 숄렘은 ‘역사 기록’을 통과하지 않은 채 현실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물들의 본질에 침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큐 감독 역시 가만히 놓인 사물을 통해 역사에 침투해 들어간다. 역사를 탐구하는 일과 이야길 들려주는 일은 사실상 동일하다고 숄렘과 아감벤 등은 강조한다.   이때 작가가 주의할 점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은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망각해야만 밑바닥에서 떠오르는 “검은빛 조각들”이 있다. 망각한다는 것은 양영희식으로 바꾸면 상대가 말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이다. 어머니가 곧 죽거나 치매로 기억을 잃을 위험이 있어도 기다려야 한다. “자신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애가를 참을성 있게 읽지 못하고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송가를 들을 줄 모르는 사람은 작가라고 할 수 없다.”(크라카우어)   영화와 글을 보는 구경꾼은 자칫 방관자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러니 이들도 생활세계 속에서 자신을 역사가의 위치에 놓으려고 애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는 어리석은 채 즐기는 이가 되거나 혹은 사건들이 주는 두려움에 꼼짝없이 붙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4·3이든 10·29 참사든.   로마 시인 호라티우스가 했던 말인 “더 많이 본 사람은 더 많은 부담을 떠안는다”는 오늘날의 구경꾼에게도 해당된다. 나와 함께 ‘수프와 이데올로기’를 본 화가 P는 고향 함양을 떠올렸다. 산청·함양·거창 양민 학살사건에 집안 어른들이 희생됐기에 4·3의 난파로부터 살아남은 양 감독의 어머니 강정희씨를 구경하며 발 하나를 파도 속에 밀어 넣더니 언젠가 자기도 작품 속에서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듯했다. 다큐든 그림이든 사료는 남아 구경꾼 속에서 자기 확장을 낳을 것이다. 이 사료를 통과한 우린 더 이상 이전의 자신이 아니게 될 것이다. 이은혜 / 글항아리 편집장기고 생존자 구경꾼 남아 구경꾼 난파선 생존자 다큐 감독

2022.11.18. 19:21

[영상] 이태원 사고: 슬픔과 비탄에 빠진 생존자와 유가족들

 영상 이태원 생존자 이태원 사고

2022.10.3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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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생존자 무료 상담 신설…코리안커뮤니티서비스센터

부에나파크의 코리안커뮤니티서비스센터(KCS, 총디렉터 엘렌 안)가 자살 예방의 달인 9월을 맞아 자살 생존자와 자살 시도 생존자를 위해 개인, 그룹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는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자살 생존자는 가족 또는 친한 이의 자살 후 남겨진 이들, 다시 말해 자살의 영향을 받은 사람을 뜻하는 단어다. 이들 중 많은 이가 대재난을 겪은 것과 비슷한 정도의 심적 타격으로 고통 받고 있다. 자살 시도 생존자는 자살을 시도했던 경험이 있는 이다.   수전 이(사진) 결혼·가족상담치료사(AMFT)는 “통계에 따르면 한 사람의 극단적 선택으로 평균 6명의 가족과 20명의 주변인이 자살 생존자로서 영향을 받는다”라며 “사랑하는 사람을 자살로 잃은 경험은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 중 하나이며, 그 고통은 오랜 기간 지속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은 고통과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을 함께 나누게 된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희망과 도움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KCS의 지원 프로그램은 오렌지카운티 정부 기금과 디디허시 자살예방센터의 협조로 마련됐다. 도움이 필요한 이는 수전 이 상담치료사에게 전화(714-449-1125) 또는 이메일([email protected])로 연락하면 된다.   한편, 오는 4~10일까지는 전국 자살 예방 주간이며, 10일(토)은 전국 자살 예방의 날이다.생존자 자살 자살 생존자 자살 시도 자살 예방

2022.08.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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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역 6·25 참전 생존자 겨우 80여명

목숨 바쳐 나라를 위해 싸웠던 6·25 참전용사 가운데 해외 거주자가 700명 선으로 크게 줄었다.     6·25 참전용사 중 생존자들의 평균 연령이 어느덧 90세를 넘긴 상황에서,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한국 국가보훈처가 발표한 ‘참전유공자 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생존 6·25 참전용사 중 해외 거주자는 불과 734명.     2019년 820명에서 2020년 772명으로 감소했고 2021년에는 734명으로 급속히 줄고 있다.     LA를 포함한 6·25 참전유공자회 미서부지회는 현재 등록 인원이 80명이라고 밝혔다. 이마저도 사망자 신고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제 생존 인원은 더 적을 것으로 관계자는 예측했다.     6·25 참전유공자회 미서부지회 서상만 사무처장은 “5년 전만 해도 모임이나 행사가 있을 경우 40여명 정도가 참석했지만, 요즘에는 20명도 겨우 나온다”며 “그도 그럴 것이 제일 어린 회원이 90세이고 최고령자는 97세다”고 말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돌아가시는 분들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며 “참전용사들은 사라져도 후세들에게 역사는 잊히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도 생존 참전용사가 줄고 있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참전유공자 현황에 따르면 한국 내  6·25 참전 유공자 중 생존자는 6만3829명으로 집계된다.   2018년 10만431명으로 10만 명 선을 유지하던 생존자 수는 2019년 8만7494명으로 줄면서 10만 명 이하로 떨어졌고, 2020년 7만5243명, 2021년에는 6만3829명으로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생존자들의 평균 연령이 90세를 넘긴 상황에서 팬데믹으로 인해 생존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며, 참전유공자의 노령화로 지속해서 생존자 수가 감소할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생존자 중 90~94세가 3만910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85~89세가 2만7993명, 95~99세가 3335명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자료는 ‘참전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참전 명예 수당을 받는 생존 참전용사만 집계한 것으로,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등록하지 않은 참전 용사는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종민·장수아 기자서부지역 생존자 참전 생존자 참전유공자회 미서부지회 생존 참전용사

2022.06.24. 19:59

23년전 콜로라도 컬럼바인 참극 생존자

 23년전 30여명의 사상자를 낸 콜로라도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생존자가 최근 텍사스주 유밸디 타운내 롭 초등학교 총기 참사 희생자의 장례식을 찾아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영국 더타임스, 덴버 지역 언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희생자 장례식이 시작된 지난 5월 30일 유밸디에는 특별한 조문객이 방문했다. 미국 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 참사 중 하나로 꼽히는 컬럼바인 고교 참사의 생존자인 로렌 본(39)과 미셸 윌리엄스(41)가 그들이다. 23년전인 1999년 4월 20일 콜로라도 리틀턴 타운 소재 컬럼바인 고교에서는 재학생 2명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 등 13명이 숨지고 21명이 다치는 참극이 일어났다. 총격범 둘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15살이던 본은 사건 당일 학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던 중이었다. 그는 “그들은 총을 가지고 있다! 모두 도망쳐!”라는 한 젊은 남자의 외침을 들은 그날,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본은 구내식당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지 않은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이후 그는 비슷한 사건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다른 지역 사회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본은 “컬럼바인 고교 생존자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성장했다. 또 다른 총기 난사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전화와 이메일을 받고 가슴이 미어진다”면서 “우리가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힘을 얻는다. (유족에게)혼자가 아니며, 희망이 있음을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참사 당시 18살로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을 보내고 있었다는 윌리엄스는 “유밸디 주민들이 회복하고 또 용서하길 바라지만,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본과 미셸은 신앙생활이 고통을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본은 “우리는 여러분이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경험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23년전 (고통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신의 은총 덕분이었다”고 추모객들에게 고백했다. 윌리엄스는 “혼자 극복하려 하지 말고 비슷한 처지의 동료를 찾으라. 쉽지 않겠지만, 여러분 곁에는 지원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혜 기자콜로라도 생존자 참극 생존자 고교 생존자들 콜로라도 리틀턴

2022.06.06.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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