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을 앞두고 비자 신청용 사진을 집에서 찍을 때였다. 모자와 안경을 벗은 남편의 얼굴이 휴대폰 화면에 보였다.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성긴 머리칼 사이로 고스란히 드러난 두피, 깊게 팬 주름, 그 위로 돌아가신 시아버님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이민 생활의 무게와 세월의 덧없음이 남편의 얼굴에 고스란히 내려앉아 있었다. 결혼 초, 남편은 어린 시절 만화영화 주제가 속 ‘기운 센 천하장사 마징가Z’처럼 강한 사람이었다. 힘쓰는 일은 항상 그의 몫이었고, 그가 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세상살이가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타국의 삶은 우리를 조금씩 단련시켰다. 한정된 수입과 비싼 인건비 탓에 ‘직접 고쳐 쓰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남편은 이제 유튜브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고, 집 안팎의 어려운 문제를 척척 해결하는 맥가이버로 거듭났다. 자신하던 건강마저 세월 앞에선 무력하다. 요즘 들어 허리가 아프다며 한의원을 찾았다. 척추협착증이란다. 우연히 받은 경동맥 초음파에서는 좌우 혈관이 20퍼센트가량 좁아졌다고 한다. 의사는 아직 치료가 필요 없다며 운동을 권하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뇌로 가는 혈류가 서서히 막히는 초기 단계라고 한다. 생활 습관 관리와 정기검진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읽었다. 문득 내가 기댔던 나무가 예고 없이 흔들리며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가지 하나가 부러질 수는 있겠지만, 뿌리째 뽑힐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 하고 살았다. 나 또한 멀쩡하지만은 않다. 오른손 둘째 손가락에 퇴행성 관절염이 찾아와 병뚜껑을 열기조차 힘들다. 정기검진에서 부정맥 소견이 나와 심장전문의 리퍼럴을 받았다. 우리는 함께 늙어가고 있었다. 은퇴는 인생의 쉼표이자 반환점이다. 그동안 먹고살기 위해 애쓰고 자녀를 돌보느라 소홀히 해온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볼 시간이다. 그러나 막상 그 시간이 찾아오자, 성수기가 끝난 휴양지처럼 마음은 텅 비어버렸다. 허무와 상실감이 밀려올 때 그것을 채울 방편으로 우리는 여행을 택했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추억을 쌓는 일이야말로 남은 생의 여백을 가장 따뜻하게 채우는 방법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나이 들며 몸이 약해지고 여러 질병이 찾아온다 해도, 그 앞에 무릎 꿇고 항복하며 주저앉지 않겠다. 여행의 추억은 언젠가 반드시 닥칠 가장 추운 겨울을 버티게 해줄 든든한 저금이 될 것이다. 비록 젊은 날의 체력은 사라졌어도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나무가 되고 싶다. 늘 내 편에 서서 내 손을 꼭 잡아준 사람, 그 손을 놓지 않을 사람, 그가 바로 내 남편이다. 오늘도 나는 그 손을 꼭 잡고 살아간다. 우리의 손등에는 세월의 주름이 겹겹이 쌓여 있지만, 그 주름만큼 사랑도 깊어졌다고 말하련다. 최숙희 / 수필가이 아침에 세월 주름 베트남 여행 이민 생활 생활 습관
2025.11.03. 19:55
“허리 아파서 병원 좀 다녀야겠어.”, “요즘 왜 이렇게 목이 뻐근하지?” 다들 한 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자주 듣기도 한다. 그만큼 척추 질환은 누구나 살면서 한두 번은 경험하게 되는 흔한 질환이다. 나이가 어릴 때는 대개 며칠 쉬면 나아지는 단순한 통증으로 여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반복적으로 재발하며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그러다 문득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이 병은 과연 완치가 되는 병일까?” ▶ 생활 습관이 통증 유발 척추 질환은 단순히 병원에 한두 번 다녀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또 감기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질환도 아니다. 척추 통증의 본질은 대부분 ‘생활 습관’에서 시작된다. 고개를 숙인 채 오랫동안 스마트폰을 보거나, 장시간 구부정한 자세로 앉아 있거나, 비뚤어진 자세로 운전하는 습관은 하루이틀이 아닌 수개월, 수년간 누적되며 목과 허리에 지속적인 무리를 준다. 그 결과 어느 날 예고 없이 통증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통증이 생겨도 간과한다. 많은 사람이 “일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며 그 자세를 유지한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통증은 만성화되고, 간헐적으로 찾아오던 통증이 일상 속으로 파고들게 된다. ‘자세’가 중요하다. 반듯하게 앉아 고개를 숙이지 않고 게임을 한다면, 장시간 하더라도 목에 큰 부담은 없다. 운전이나 컴퓨터 작업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자세로 하느냐’다. ▶교정과 운동 필수 척추 질환은 결국 내가 얼마나 내 몸의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느냐에 따라 생기고, 또 해결될 수 있는 병이다. 많은 전문가는 척추 질환의 핵심 치료는 ‘수술’이나 ‘약’이 아니라 ‘자세 교정’과 ‘운동’, 그리고 이를 지속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의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증상이 심하면 주사 치료나 약물 처방이 필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신경 차단술 같은 비수술적 치료가 많이 시행되고 있다. 이는 손상된 조직 주변의 염증을 줄이고, 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주는 데 목적이 있다. 한국 부천 ‘연세 안 마취통증의학과(원장 조남룡)’는 매일 100건 이상의 신경 차단술을 진행한다. 이 시술은 뼈에 손상을 주는 ‘뼈주사’와는 달리 약물이 주변 조직에 퍼지도록 하는 시술로, 반복해도 안전하고 부담이 적다. 하지만 병원 치료만으로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허리 수술을 받은 환자 10명 중 5명이 2년 안에 재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수술 후에도 이전과 같은 생활 습관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수술하지 않고 생활 습관만 바꾼다면 어떨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놀랄 만큼 증상이 호전된다. 결국 척추 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를 수술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생활을 바꿀까”이다. ▶생활 습관을 바꾸자 요즘 많은 병원이 환자에게 ‘비수술적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 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병원은 환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 줄 여유가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결국 환자 스스로의 노력과 관심이다. 본인의 자세를 돌아보고, 지금 이 통증이 어떤 생활에서 비롯된 것인지 고민하고, 의사에게 질문하며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 과정을 1년, 2년, 3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내 몸에 대해 스스로 더 잘 알게 되고, 필요한 운동과 피해야 할 습관이 체득된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병원에 자주 가지 않아도, 스스로 증상을 조절하며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이런 상태를 의료에서는 ‘기능적 완치’라고 한다. 즉, 통증이 일상에 영향을 주지 않고, 본인이 관리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기능적 완치 힘써야 척추 질환 통증 완치는 가능하다. 단,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수술을 하지 않고 좋아지는 사람, 신경 차단술로 유지하는 사람, 생활 습관 교정으로 통증을 줄이는 사람, 모두 ‘완치’로 가는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길의 끝에서 “나는 내 몸을 스스로 돌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척추 질환을 앓고 있는 이라면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병원에서 모든 걸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하기보다는, 나의 일상부터 점검해 보자. 내 자세, 내 운동 습관, 나의 몸에 대한 관심. 이 세 가지가 함께한다면, 척추 질환은 더 이상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병이 아닐 수 있다. ▶상담문의: +82-32-349-2345, yonseian-pain.com ▶카카오톡: (부천)연세안마취통증의학과의원척추 질환 척추 질환 생활 습관 척추 통증
2025.08.05. 22:01
동일한 행동이 여러 번 반복되면 자신도 모르게 습관이 된다. 그리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의 힘에 쉽게 젖어버린다. 이것이 삶을 변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에게나 적용된다. 미국의 저술가이자 강연가인 톰 콜리(Tom Corley)는 그의 저서에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습관을 비교,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콜리는 자신의 노력으로 모은 자산이 320만 달러 이상이고 연 소득 16만 달러 이상을 부자로 정의했다. 반면 연소득 3만 달러 미만을 가난한 사람으로 분류했다. 그에 따르면 부자들에게서는 동일한 생활 습관이 발견된다. 부자가 된 것이 그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과를 어떻게 보내고, 어떤 일에 역점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올바르지 못한 재정적 습관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콜리가 많은 부자의 생활습관을 관찰해 발견한 공통점을 소개한다. 첫째, 일찍 일어난다(Early Rise). 부자들은 이른 아침에 일어나 아침 시간을 충분히 활용한다. 콜리에 따르면 관찰한 부자의 44%가 일과 시작 3시간 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들은 독서와 뉴스 확인, 운동 등으로 아침 시간을 활용했다. 둘째, 점심은 챙긴다(Lunch Yes, Break no). 관찰 대상 부자의 55%가 점심시간은 짧게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를 위해서다. 하지만 사무실 책상에서라도 점심은 먹는다. 셋째. 음식은 칼로리를 생각한다(Being Calorie-Conscious). 부자들은 칼로리(열량)를 생각하며 음식을 먹는다. 가능한 과음과 정크푸드는 피한다. 간식도 하루 300칼로리 이내로 한다. 이처럼 음식에 신경을 쓰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경제활동에도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넷째, 게으름이 없다(No Slacking). 부자들은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며 활동한다. 그리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사무실 도착 시각, 일할 장소 등 일과를 미리 계획하고 준비한다. 또한 장기적인 목표도 미리 세워 둔다. 다섯째, 험담은 하지 않는다(No Gossiping). 재미있는 이야기나 유익한 정보는 동료 직원이나 친구, 지인들에게 알리지만 남에 대한 험담은 자제한다. 어떤 말을 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부자들 가운데는 6%만이 남에 대해 험담을 하는 반면,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는 75%가 험담을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섯째, 인터넷 사용을 자제한다(Limited Internet). 대부분의 인터넷 사용자는 업무가 끝난 후에도 한 시간 이상 인터넷을 서핑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인터넷 서핑 시간이 저소득층이 부자들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부자들은 인터넷을 오락적 목적이나 기분전환용으로 사용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사업적 도구로 활용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진 것이다. 일곱째, 많이 벌고 적게 쓴다(Earn More, Spend Less). 부자들은 소득이 늘어날수록 저축을 하는 성향이 더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상시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도 더 적극적이었다. 반면, 저소득층은 저축에 대한 의지나 경제적 비상시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천 / LA카운티 중소기업자문관기고 부자 습관 부자들 가운데 재정적 습관 생활 습관
2023.05.12. 1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