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마당] 악마가 진단하다 -데스벨리에서
능선 멀찍이 굽이치는 어둠, 묵화 속인 듯 소리없이 들끓고 있는 침묵 때문인가 어느 날 운석처럼 날아들어 몸 안에서 격동하고 들썩이며 번쩍이는 조각들 드디어 재촉하는 바람 따라 타관 땅으로 나선다 하늘이 파랗게 내려오는 악마만이 들어간다는 골프 코스, 까마득한 돌밭 변두리까지 진격해 가는 큰 돌들의 숨결 거칠다. 억겁의 햇빛 속에서 부풀고 줄어들며 묵직한 소금 돌들의 혈관 터지는 소리들 바람은 갑자기 행선지를 잃어버리고 악마의 그림자 내 발목을 휘감는다 허공인 듯 지평인 듯 찰나를 후려치는 소리 금빛으로 튀어 오르고 내 환부를 향해 날아드는 속공 깊은 파장의 통증이 증발하기 전에 불발된 빛 덩어리를 사산(死産)한다. 힘을 빼라 힘을 빼거라 악마는 비장(秘藏)의 처방문을 전한다 권정순 / 시인문예마당 데스벨리 악마 소리들 바람 어둠 묵화 소금 돌들
2026.01.15.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