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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악마가 진단하다 -데스벨리에서

Los Angeles

2026.01.15 17:30 2026.01.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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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멀찍이 굽이치는 어둠, 묵화 속인 듯  
 
소리없이 들끓고 있는 침묵 때문인가  
 
어느 날 운석처럼 날아들어  
 
몸 안에서 격동하고 들썩이며 번쩍이는 조각들
 
드디어 재촉하는 바람 따라 타관 땅으로 나선다  
 
 
 
하늘이 파랗게 내려오는  
 
악마만이 들어간다는 골프 코스, 까마득한 돌밭
 
변두리까지 진격해 가는 큰 돌들의 숨결 거칠다.  
 
억겁의 햇빛 속에서 부풀고 줄어들며
 
묵직한 소금 돌들의 혈관 터지는 소리들  
 
바람은 갑자기 행선지를 잃어버리고
 
악마의 그림자 내 발목을 휘감는다  
 
 
 
허공인 듯 지평인 듯 찰나를 후려치는 소리
 
금빛으로 튀어 오르고
 
내 환부를 향해 날아드는 속공  
 
깊은 파장의 통증이 증발하기 전에
 
불발된 빛 덩어리를 사산(死産)한다.  
 
힘을 빼라 힘을 빼거라
 
악마는 비장(秘藏)의 처방문을 전한다 

권정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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