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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시선, 뮤지컬 도산 시즌 5 갈라쇼 개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도산(Musical DOSAN)'이 오는 11월 9일과 10일 LA 한인타운 내 윌셔 이벨극장에서 다시 공연된다.   뮤지컬 도산은 안창호 선생의 파란만장했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LA와 샌프란시스코, 리버사이드를 거쳐 중국, 동남아시아까지 펼쳤던 독립운동과 동포 규합을 위한 단체를 세우고 임시정부 수립을 위해 뜻을 모았던 도산 안창호가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남긴 위대한 유산을 뮤지컬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지난 2019년 윌셔 이벨극장에서 1250석의 객석을 가득 메웠던 이후 5년 만에, 지난 2022년 라미라다 극장 공연 이후 2년 만의 재공연이라 기대감도 크다.   뮤지컬 도산을 다시 무대에 올리는 무대예술인그룹 '시선'은 공연에 앞서 오는 5일 가든 스위트호텔에서 뮤지컬 도산 후원 갈라쇼를 개최한다. 오후 5시부터 와인바가 운영되고 6시부터 본격적인 이벤트가 시작된다.     시선 관계자는 "뮤지컬 도산을 통해 세계 정상을 달리는 K-팝을 넘어 K-뮤지컬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역사를 알리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주 한인 이민 역사를 알리는 데 작은 불꽃이 될 뮤지컬 도산 후원 갈라에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뮤지컬 티켓은 웹사이트를 통해 구입할 수 있으며, 기타 갈라쇼 참석 문의는 전화로 할 수 있다.     ▶문의: (951)966-2379(크리스 김),           (951)235-3459(데이비드 곽)   ▶웹사이트: seasuntag.com/2024-tickets알뜰탑 시선

2024.09.04. 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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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노장은 죽지 않는다

배우 신구는 1936년생, 88세다. 박근형은 1940년생, 84세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출연 중인 베테랑 배우들이다.   80대 노장들의 열연이 놀랍다. 쉴새 없이 주고받는 대사의 티키타카가 130분 동안 이어진다. 중간에 20분가량 인터미션이 있다고는 해도 2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대사를 주고받는 모습이 경이롭다. 두 배우의 나이를 합치면 172세다. 1953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이 연극 역사상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령 배우의 조합일 것임이 틀림없다. 연극이 끝난 뒤 롱런 비결을 여쭤봤더니 노배우는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하는 거지요, 뭐. 배우가 대사를 못 외우면 그만 해야지.”   야구감독 김성근은 1942년생, 82세다. JTBC의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서 최강 몬스터즈를 이끌고 있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직접 ‘펑고’ 배트를 들고, 선수들에게 혹독한 수비 훈련을 시킨다. 정곡을 찌르는 그의 말 한마디에 글러브를 낀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그는 말한다.   “나이를 먹었다 해도 계속 성장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어. 시선은 늘 앞으로, 미래로.” (‘인생은 순간이다’ 김성근 저, 다산북스)   지난달 베테랑 골퍼 최경주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조카뻘 후배들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5월 19일, 그의 54번째 생일이었다. 연장전은 기적 같았다. 열세 살이나 어린 후배보다 티샷 거리가 30~40m 정도 짧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통증을 참아내면서 죽으라고 클럽을 휘둘렀다. 후배들이 쇼트 아이언을 잡을 때 그는 3번 우드를 휘둘렀다. 그 열패감을 딛고 최경주는 다시 일어나 남자 프로골프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20, 30대 후배들과 정면 대결을 펼쳐서 이겼다는 점에서 최경주의 우승은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건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그의 자세, 도전 정신이다.   최경주는 2000년 PGA투어에 데뷔한 뒤 통산 8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PGA 투어의 기록을 들여다보면 그의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24년 동안 그는 498차례의 대회에 출전해 337번이나 컷을 통과했다. 골프 대회에 나가서 예선을 통과한 비율이 67%를 넘는다는 뜻이다. 10위권 이내에 들어간 것도 68차례나 된다. 톱10 진입 비율이 13%다. 대회에 열번 참가하면 일곱 번은 예선을 통과하고, 한 번은 10위권 이내에 들었다고 보면 된다. 24년 동안 그가 벌어들인 상금은 3280만3596달러. 한마디로 맨땅에서 시작해 운동으로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최경주다.   그런데 54세의 나이에도 최경주는 멈추지 않는다. ‘탱크’라는 별명대로 여전히 그의 모토는 ‘돌격 앞으로’다. 낯선 미국 땅에서 24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그가 겪은 고난과 역경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2018년, 그는 갑상샘암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수술 이후 한동안 수척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다. 이제 50대 중반,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흰머리도 많아졌다. 은퇴해서 편안한 삶을 즐기겠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다.   그러나 최경주는 여전히 필드 위에서 도전을 즐긴다. 50세 이상의 골퍼만 출전할 수 있는 챔피언스 투어에서 외국 선수들과 샷 대결을 펼친다. 다른 선수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아니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최경주는 체육관에서 바벨을 들고 구슬땀을 흘린다.   최경주는 자기 절제의 화신이다. 잠에서 깨자마자 이불 속에서 담배부터 찾았던 애연가였지만, 그 좋아하던 담배를 끊은 지 오래다.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다. 더구나 콜라와 커피까지 끊었다니 구도자의 삶이 이런 건가 싶다.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나이에 작은 성취에 도취해 은퇴를 선언하는 후배들에게 이런 선배의 자세는 귀감이 된다.   투철한 직업윤리와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베테랑 선배들이 가르쳐 준 교훈이다. 80대의 레전드 배우 신구와 박근형, 그라운드를 호령하는 야구 감독 김성근과 50대 중반의 현역 골퍼 최경주가 몸소 그걸 말해주고 있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정제원 / 한국 문화스포츠디렉터시선 노장 야구감독 김성근 최고령 배우 배우 신구

2024.06.12. 21:49

[시선] 문학 한류는 오나

총선처럼 화끈하지는 않지만 요즘 기꺼이 몰입하는 분야가 있다. 자고 나면 국내 작가의 해외 문학상 수상 관련 소식이 전해진다.   알려진 대로 중견 시인 김혜순이 지난달 영문 번역시집 ‘팬텀 페인 윙스(Phantom Pain Wings·날개 환상통)’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 시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하인즈 인수 펭클에 따르면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상은 아니다. 현지 시집 판매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미국은 500부만 팔리면 베스트셀러가 될 만큼 시집에 대해 관심 없기로 악명 높은 나라다. 도서관 사서들이 새 책을 구입할 때 수상 사실을 참고하기 때문에 미국 도서관에 깔릴 가능성은 크다고 한다. 무엇보다 상업성에 물든 출판계와 달리 뉴욕타임스 등 매체에 글을 쓰는 도서비평가들이 문학적 잣대만으로 판정한 결과여서 상징성이 크다고 했다. 문체부 장관이 축전까지 보냈어야 할 쾌거인지는 모르겠으나 축하를 아끼지 말아야 할 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지난 9일에는 황석영의 만년 역작 ‘철도원 삼대’(2020년)가 영국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22년 정보라의 ‘저주토끼’, 지난해 천명관의 ‘고래’에 이어 올해 ‘철도원 삼대’까지, 한국문학에 대한 부커상 측의 갑작스러운 열의가 의아하긴 하지만 어쨌든 좋은 소식.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2016년 이 상 수상을 발판으로 2022년 기준 13개 언어권에서 16만 부가 팔렸다.   10일에는 내용 달달해 K-힐링 소설로 통하는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 1위에 선정됐다. 문학상 수상이 책 판매를 끌어올리는 신뢰관계가 희박한 한국과 달리, 서점대상은 철저하게 상업적 관점에서 제정한 상이라 판매 효과가 크다고 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상 뽑아 놓은 일본 서점인들이 열심히 마케팅 한다는 얘기다.   요약하면 한국문학은 요즘 적어도 해외에서 잘 나간다. ‘해외에서’라고 토 단 이유는 국내 사정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어서다. 어쨌든 문학 한류가 가시권이라고 주장해도 허황하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문학 자체의 저력 때문인지, 팝·영화·음식 등 한   류의 영향인지, 삼성·현대의 영향인지, 아니면 그 모두 때문인지는 정밀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이러다가 노벨상 수상자도 나오고, 문학의 세계시민권까지 획득하게 될 수도 있다. 한국문학의 존재감을 누구나 인정해주는 상황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까. 과거를 돌아보자. 꼭 31년 전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국 작가를 잡아라, 유럽 출판계 전속계약 붐’.   1993년 3월 8일 자 중앙일보 13면 3단 박스 기사 제목이다. 당시 사정은 문학평론가 정과리(연세대 국문과 명예교수)씨가 잘 안다.   90년대 들어 고도성장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문학도 알리고 싶다는 한국인들의 열망이 싹텄다. 마침 이문열의 중편 ‘금시조’가 프랑스에서 출간되자 극찬이 쏟아졌다. 이후 “거대지원사업”들이 출범했다. 93년 대산재단, 96년 한국문학번역금고(현 한국문학번역원)가 각각 설립됐다. 한국문학을 번역 출판하는 해외 출판사에 지원금을 주기 시작했다. 기사가 전하는 당시 분위기는 지금보다 더 뜨겁다. 프랑스·이탈리아의 유력 출판사들이 문학성·대중성 겸비한 한국 작가 잡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니.   지금 눈앞의 현상이 어떤 의미인지는 가령 30년 후에 분명해질 것이다. 진정한 문학 한류의 출발점이거나 아니면 31년 전의 반복이거나.   정과리씨는 비관적이다. 30년 전 열기가 식은 지 오래라는 것이다. 한국문학 자체, 한국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은 게 실패 요인이다. 지금 열기도 일회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요즘 한국소설은 2030여성이 주 독자층이어서 그들 입맛에 맞는 작품이 많이 쓰인다. 상품이 다양하지 않은데 꾸준히 팔릴 리 없다는 시각이다.   윤상인 전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는 보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국의 역사나 민족주의에 매몰되지 않아야 보편문학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일본의 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은 보편문학이 아니었다. 지극히 일본적이었다. 94년 노벨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는 보편문학을 했다. 모든 작품에 걸쳐 권력의 억압, 대중의 타락 가능성을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그럴듯하다.   이쯤에서 묻게 된다. 우리에게 그런보편문학이 많나. 현재 쓰이나. 신준봉 / 한국 중앙일보논설위원시선 문학 한류 문학상 수상 해외 문학상 문학적 잣대

2024.04.14. 17:51

"K웹툰이 새로운 시선을 만들다"

    워싱턴한국문화원(원장 김정훈, 이하 문화원)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원장 신종철)과 협력해 선보이는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전시 ‘Beyond the Sene: K웹툰, 새로운 시선을 만들다’가 내달 25일(수)까지 열린다.     지난 30일 전시 개막 행사에는 백여명이 참여해 한국 전통음악 공연과 현지 K팝 커뮤니티 공연, 전통 DIY 만들기 및 웹툰 컬러링 등 다양한 한국 문화 프로그램들을 즐기고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종철 원장은 “한국의 전통, 역사, 로맨스를 다룬 이야기와 성공을 위한 도전담을 다룬 두편의 웹툰 전시를 통해 한국의 역사와 전통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원 2층에서 진행중인 전시회는 조선 22대 왕 정조와 의빈 성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역사적 상상력을 가미한 ‘옷소매 붉은 끝동’과 여성들의 경쟁과 우정을 다룬 ‘정년이’를 선보여 한미 동맹 70주년의 의미를 더했다.     전시는 웹툰이 다루는 다채로운 소재와 더불어 서사의 매력과 시각적 요소를 알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작품 속 주인공들의 우정과 성장 서사를 통해 소통과 교류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웹툰 ‘정년이’는 창극으로 공연된 바 있으며 현재 드라마로도 제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원의 이번 전시는 영상예술이나 공연 등 다양한 매체로 세계 무대로 확장중인 K웹툰의 흐름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전라북도 남원시의 협조로 웹툰에 등장하는 한복과 왕실문화의 실물 관람 및 체험 기회도 제공된다.     한편 문화원 전시는 별도 예약없이 누구나 무료 입장할 수 있으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10시부터 오후 5시(점심시간 12시~1시 제외)까지 관람할 수 있다.  김윤미 기자 [email protected]웹툰 시선 웹툰 전시 웹툰 컬러링 한국 전통음악

2023.10.0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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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하버드대 다양성의 두 얼굴

얼마 전 미 연방 대법원이 내린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소수인종 대입우대 정책)’ 위헌 판결로 미국 전역이 들썩였다. 한국에서도 많은 언론이 비중 있게 이 소식을 전하며 큰 화제가 됐다. 마침 국내에서도 ‘킬러 문항’을 비롯한 사교육 문제와 입시 공정성을 놓고 뜨거운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의 영향으로 시작됐다. 1961년 존 F 케네디와 1965년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인종·국적에 따른 차별금지와 적극적(affirmative) 우대 조치의 근거가 담긴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하버드대 등 여러 대학이 소수인종을 배려하는 입시 정책을 도입했다.   일각에선 이번 판결을 정치적 이슈로 본다. ‘낙태권 폐기’ 판결 때처럼 6대 3으로 나뉜 보수 우위의 대법관 성향대로 결론 났기 때문이다. 어퍼머티브 액션을 합헌으로 봤던 1978년 대법원과도 정반대였다. 그러나 단순한 정치적 진영 논리로만 이번 판결을 해석해선 안 된다. 45년 전과 지금은 인종적 구성 등 입시 환경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흑인의 명문대 입학률이 높아지는 등 차별시정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인종 가산점이 오히려 백인과 아시안을 차별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일 ABC방송 조사에 따르면 어퍼머티브 액션이 폐지되는 것에 대해 백인(찬성 60%)·아시안(58%)과 흑인(25%)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공정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은 스펙이 비슷할 때 하버드대 입학 가능성은 아시안(25%)·백인(35%)이 히스패닉(75%)·흑인(95%)보다 훨씬 낮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아시안(6%) 인구는 히스패닉(19%)·흑인(14%)보다 소수지만, 오히려 소수우대정책의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버드대가 어퍼머티브 액션을 고수해온 이유는 뭘까. 판결 직후 하버드대는 “혁신적인 교육과 연구는 다양한 배경과 삶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커뮤니티에서 나온다”며 “진보와 변화를 위해선 토론과 이견이 필요하고 다양성은 필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이 있는 활기찬 커뮤니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하버드대의 설명은 교육·연구 측면에서 보면 백번 옳다. 창의적 혁신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진화론에서도 개체의 다양성이 종의 생존에 유리하다. 그러나 하버드대가 원하는 커뮤니티 다양성이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보편적 권리보다 우위에 있진 않다. 차별시정을 위해 도입한 제도가 시대적 소명을 다 하고, 오히려 인종차별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다른 특례인 레거시 입학(legacy admission)도 공정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지난 3일 미국의 비영리단체 ‘시민권을 위한 변호사(LCR)’에 따르면 하버드대 입학 가능성이 기부 관련 지원자는 7배, 동문 지원자는 6배 정도 높다. LCR은 “2019년 졸업생의 약 28%가 동문 자녀”라고 했다. 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전문직이거나 정관계, 기업계 인사들로 향후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레거시 입학 제도는 어퍼머티브 액션과 정반대의 사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버드대가 말하는 커뮤니티 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다소 학력이 부족해도 좋은 집안 출신의 동문 자녀가 있는 게 커뮤니티 다양성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이 다원성을 높이고, 추후에 이들은 기부금 또한 많이 낼 가능성이 크다.   다양성만 놓고 본다면, 기계적이든 인위적이든 여러 인종·계층의 구성원을 골고루 유지하는 게 좋다. “복잡한 세상의 리더를 양성하려면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살아온 학생들”(하버드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시가 계층 상승의 주요한 수단이고, 하버드대의 설명처럼 대학이 “부모·조부모가 꿈꿀 수 없었던 꿈을 이룰 수 있는 장소”라면 그 기회가 누구에나 평등하게 주어져야 옳다.   인종이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우대하지 않고, 소득·자산과 같은 객관적 지표로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건 필요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시안과 백인도 흑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면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단지 타고난 피부색 때문에 명문대 입학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공정하지 않다. 커뮤니티 다양성을 중시하는 하버드대의 뜻은 알겠지만, 인위적인 다양성 유지를 위해 누군가 제도적으로 차별을 받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윤석만 / 논설위원시선 하버드대 다양성 하버드대 입학 소수인종 대입우대 명문대 입학률

2023.07.14. 20:28

[글마당] 시선의 끝 히비스커스*

깊은 그늘 틈틈 물기 흐르는 큰 붓으로 지워진   빈 계단 차콜의 대담한 선 어슷비슷 지어진   오래된 미술학교 어슷비슷 비어 있음! 드러난   순식간의 이름, 이름, 그림자들 불러들여 이름과 이름   달려와 어둠의 등 등 등을 굽혀 깊은 그늘, 가장 어두워   비어있는 곳마다 드러나기도 하는 마릴린먼로의 입술   비우다가 지어진 히비스커스   로스코 채플**, 너무 어두워 눈물 빛줄기로 쏟아지며   묵직한 붓의 움직임, 그 시선이 가는       * Hibiscus 하와이 무궁화, 꽃말: 섬세한 사랑, 신비한 사랑   ** Mark Rothko Chapel 김종란 / 시인·맨해튼글마당 히비스커스 시선 이름 그림자들 hibiscus 하와이 로스코 채플

2022.12.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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