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의 영양보충프로그램(SNAP·가주 캘프레시) 지원을 둘러싸고 행정부와 법원이 엇갈린 결정을 내리면서, 지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LA 지역 SNAP 수혜자들이 식료품 배급소로 몰리는 등 식량 불안정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원금 지급이 ‘전액 지급’과 ‘부분 지급’ 지침 사이를 오가자, 많은 수혜자가 불안감 속에 무료 식품 배급소로 몰리고 있다. 이런 혼선은 법원의 결정에서 비롯됐다. 로드아일랜드 연방 지방법원은 지난 6일 행정부에 “11월분 SNAP 지원금을 전액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7일,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해당 명령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켰다. 뒤이어 8일, 연방농무부(USDA)는 각 주정부에 공문을 보내 “11월분 지원금은 최대 65%까지만 지급하라”며 “이미 전액 지급을 시작한 주는 즉시 정정(undo)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불법적으로 지급된 지원금은 회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캘리포니아 내에서도 EBT 수혜 상황이 제각각이다. 11월분을 전액 받은 가구가 있는 반면, 일부는 65%만 입금됐거나 아직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EBT 카드에 언제, 얼마가 입금될지 모르겠다”는 불안이 퍼지면서, 무료 식료품 배급소마다 주민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한인타운 윌셔가의 임마누엘장로교회 푸드뱅크에는 이런 불안이 그대로 나타난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이면 교회 앞 골목에 수백 명이 길게 줄을 선다. 니암비 렌돈 교회 운영 매니저는 “최근 며칠 사이 푸드뱅크를 찾는 사람들이 하루 100명 이상은 더 늘었다”며 “캘프레시 지원금이 줄어들거나 늦게 나온다는 소식이 돌면서 줄이 더 길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EBT 카드에 의존하던 시니어들이 ‘이번 달에도 돈이 안 들어오면 어떻게 하느냐’며 걱정하는 경우가 많고, 처음 오는 사람들도 확실히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푸드뱅크에 줄을 서 있던 김명숙(79)씨는 “오늘 처음으로 나왔다”며 “아직 11월분이 안 들어와 생활이 힘들고, 12월에도 끊길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임마누엘 장로교회 자원봉사자 안젤라 레비(64)씨는 “줄이 점점 길어지는 걸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정부가 정치싸움보다 사람들이 오늘 무엇을 먹고 사는지를 먼저 살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A리저널푸드뱅크는 이미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4% 늘어난 식료품 지원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빅토리아 라사바스 홍보 매니저는 “많은 주민이 캘프레시 지급 지연과 불확실성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며 “올해 1월부터 매달 100만 명 이상에게 식량을 제공해왔고, 지급 지연이 계속되면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캘프레시에 의존하는 약 100만 가구(150만 명) 중 3분의 2가 아동·노인·장애인으로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며 “셧다운으로 급여가 끊긴 연방 공무원들의 지원 요청도 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인 단체도 긴급 구호에 나섰다. 이웃케어클리닉(Kheir Clinic·소장 에린 박)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헤더 허트(10지구) LA시의원과 함께 한인타운 6가 클리닉 앞에서 캘프레시 수혜 가정을 위한 긴급 식료품·기저귀 배급 행사를 진행한다. EBT 카드나 수혜 증빙 서류를 지참하면 가구당 한 박스의 기본 식료품과 화장지를 받을 수 있으며, 아동이 있는 가정에는 기저귀도 함께 제공된다. 한편, 연방 항소법원이 10일 정부의 상고를 기각하고 지방법원의 전액 지급 명령을 유지함에 따라, 대법원이 이 결정에 대해 일시 중단 조치를 계속할지 혹은 항소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일지가 11월분 최종 지급 규모를 가를 전망이다. 강한길 기자불안정 snap 식량 불안정 지원금 지급 임마누엘장로교회 푸드뱅크
2025.11.10. 20:32
LA카운티 주민 4가구 가운데 1가구(약 83만 2000가구)는 끼니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최근 USC 경제·사회 연구센터가 내놓은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생활고로 인해 먹는 문제조차 고민해야 하는 저소득층이 많다는 의미다. LA한인타운에도 이런 실태를 엿볼 수 있는 곳들이 있다. 그 중 한 곳이 윌셔가에 있는 임마누엘 장로교회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이면 이 교회 앞에는 수 백명이 길게 줄을 선다. 푸드 뱅크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식료품을 받으려는 주민들이다. 기자가 교회를 찾은 지난 달 29일 오전 8시에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푸드뱅크의 식료품 배급이 시작되려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지만 줄은 이미 200명은 넘어 보였다. 한인을 비롯해 히스패닉, 흑인 등 인종도 다양했다. 맨 앞에 있던 리차 리카르도씨는 “오전 5시부터 줄을 섰다”고 말했다. 이 교회는 LA지역 비영리 단체인 푸드뱅크와 함께 식료품 배급 사역을 진행한 지 40년째다. 니암비 렌돈 임마누엘 교회 운영 매니저는 “항상 나눠줄 식료품이 부족하다”며 “너무 빨리 소진돼 문을 일찍 닫아야 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렌돈 매니저는 “하루 평균 500명이 온다”며 “보험료 인상, 물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주민들의 삶이 더 벼랑 끝으로 몰리다 보니 결식의 위기로 내몰리는 주민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은 수박, 메론, 토마토, 샐러리, 콩 통조림 등을 나눠줬다. 오전 10시가 되자 수박과 메론 같은 과일은 벌써 동이 났다.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과일은 구경도 해보지 못했다. 크리스 강(74)씨는 “이곳에 식료품을 받으러 종종 온다”며 “요즘 식료품 물가가 너무 올라서 나 같은 시니어에게는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줄을 서 있던 재클린 키토와는 “최근 실직으로 수입이 끊겨 두 달 전부터 이곳에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와서 식료품을 받으면 보통 3~4일 정도 버틴다”며 “이런 도움이 없다면 두 딸을 먹여 살리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7월 기준)에 따르면 식료품 가격은 지난 1년 새 3.4%가량 올랐다. USC 경제·사회 연구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LA카운티 내 저소득층 가구 중 41%는 끼니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연방 빈곤선(FPL)은 2025년 기준 4인 가족 연소득 3만2150달러 이하다. 이는 팬데믹 초기인 지난 2020년(42%)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날 자원봉사자로 나선 안젤라 레비(64)씨는 “이웃을 돕는 일이 보람 있지만, 매번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특히 요즘은 줄이 더 길어지고 있는데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원 빅 뷰티풀 빌(OBBBA)’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저소득층 식품 보조 프로그램(SNAP) 예산 삭감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가주에서는 약 300만 가구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가주 푸드뱅크 협회 측은 최근 성명을 통해 “푸드뱅크는 결코 SNAP을 대체할 수 없으며 이번 삭감은 감당할 수 없는 공백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수백만 가구가 굶주림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임마누엘 장로교회 측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 9시~12시에 식료품 배급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수요일에는 ‘푸드 포워드(Food Forward)’에서 가져온 신선 농산물이, 금요일에는 LA 리저널 푸드뱅크(LA Regional Food Bank)에서 공급하는 통조림 같은 장기 보관 식품을 나눈다. 식료품을 받으려면 이름, 가족 수, 우편번호 등만 적으면 된다.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강한길 기자현장에서 불안정 식량 불안정 이날 푸드뱅크 임마누엘 장로교회 강한길 미주중앙일보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미국 LA뉴스 LA중앙일보 식료품 배급 저소득층
2025.09.01. 19:47
가주에서 저소득층 식비 지원 프로그램인 ‘캘프레시(Cal-Fresh)’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혜택은 정작 줄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비영리언론재단 캘매터스는 지난 3월 캘프레시 팬데믹 추가 지원금이 끊기면서 가주 지역에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식량 불안정(food insecurity)’ 상태가 심화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캘매터스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동안 가주에서는 캘프레시 추가 지원금으로 인해 가주민 1인당 월 214달러를 받았다. 반면, 추가 지원금 종료 이후 현재(5월 기준) 수혜 금액은 179달러다. 혜택은 약 16% 감소했다. 문제는 캘프레시 혜택 축소가 식량 불안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주소셜서비스국(CDSS)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가주에서는 총 278만4612명이 캘프레시 혜택을 받았다. 이는 2021년 5월(243만3633명), 2022년 5월(272만6408명)보다 늘어난 것으로 캘프레시 수요는 증가하는데 혜택은 되레 축소된 셈이다. 캘매터스는 “저소득층에게 식품을 무상 제공하는 푸드뱅크의 경우 지난 2019년에서 2023년 사이 이용자가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푸드뱅크 협회에서는 올해 가주의 상태를 두고 ‘재앙적인 기아 위기’라고 경고까지 할 정도”라고 전했다. 가주푸드뱅크협회(CAFB)가 산정한 카운티별 식량 불안정 수치에 따르면 LA는 31%다. 가주 전체 평균(20%)보다 높다. LA카운티 주민 10명 중 3명이 식량 불안정 문제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LA카운티는 인근 오렌지카운티(22%), 리버사이드카운티(23%) 보다 식량 불안정 문제가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식량 불안정 상태를 막으려면 캘프레시 신청 절차를 간소화 또는 기준을 획일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매체는 “캘프레시는 각 카운티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지역마다 다양한 신청 절차가 존재한다”며 “또, 대학생부터 고령까지 저소득층 계층에 따라 추가 자격 규정 등이 있어 이미 복잡한 신청 절차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복지상담센터 최병수 소셜워커는 “주 전체로 보면 가주에서만 약 200만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도 방법, 기준 등을 몰라 신청을 못 하고 있다”며 “한인들도 이 프로그램을 잘 몰라서 타민족보다 신청이 극히 미미하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카운티 식량난 la카운티 주민 혜택 축소 식량 불안정
2023.08.08. 20:27
아시안 뉴요커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식량 불안정’을 크게 우려했고, ‘언어 장벽’으로 불편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NYU 아시안건강연구센터가 한국계 105명을 포함해 총 1200명의 아시안 뉴요커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중 다수가 팬데믹 중 식량 조달에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으로 인해 식품 조달 방식이 바뀌었다”고 답한 아시안은 전체의 90%에 달했다. 또, “식품 조달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절반(51%)에 달했다. 팬데믹 초기에는 식품 사재기나 공급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양상이 변해간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80%가 “아시안 증오범죄가 무서워 행동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한 것이다. 이는 대중교통과 식료품점을 피하는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이같은 식량 불안정에는 ‘언어 장벽’으로 인한 지원 신청의 어려움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응답자의 34%는 “팬데믹 기간 중 언어 장벽을 느꼈다”고 답했다. 전체에 비해서는 10%포인트 정도 낮지만 한국계 뉴요커 4명 중 1명(23%)이 언어 장벽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한국계 응답자는 “씨티필드에서 백신 접종을 위해 3시간 넘게 대기하는 동안 한국어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서 “장시간 소외됐다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저소득층·노인층 등 취약계층 아시안을 위해서 푸드뱅크와 식품 배달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푸드뱅크에서 지원되는 식료품의 경우 아시안이 선호하는 식품이 부족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또, ‘언어 장벽’이 각종 조사나 신청을 영어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시안의 어려움을 과소집계되도록 하는 요인이라는 점과 언어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장은주 기자아시안 불안정 식량 불안정 뉴욕 아시안 아시안 뉴요커들
2022.05.09. 18:00